이때에 장로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일어나서 오른쪽 어께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어 합장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들이 좋은 기억을
가지게 하시며, 모든 보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게(위촉)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나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는 마땅히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마음을 항복시켜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수보리야, 네가 말한 것처럼 여래는
모든 보살들이 좋은 기억을 가지게 하며, 모든 보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게(위촉)하느니라. 자세히 들으라.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겠다.
선남자나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는, 마땅히 이렇게 머물러야하며, 이렇게 마음을 항복시켜야 하느니라.』 『오직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운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 부처님께 설법해 주시기를 청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장로 수보리가 법을 청할 때에,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끌고, 합장 공경하는 것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에 대한
최고의 예를 표한 것이다.
금강경은 설해진 까닭이 특이하다. 일상생활이다. 조사어록 중 “평상심이 도” 라는 생각이 든다. 부처님은 때가
되어서 걸식을 나갔고, 걸식을 하는 과정에서 장로 수보리는 일상의 특이함을 느낀 것이다.
걸식을 왜 하는지, 보시를 하는 사람은 어떤 복을
받는지, 걸식과 보시를 하는 차제에 오는 마음을 어떻게 조복 받고 참아야 하는지, 그리고 정진과 선정은 어떠한 것인지를 느낀 것이다. 그 느낌을
돌아와서 다시 한번 묻고 확인한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가장 수승한 특징이 있는 열 분이 있다. 우리는 이런 분을 부처님의
십대 제자라 부른다.
이 가운데 장로 수보리는 성장기에 성격이 거칠고 포악했던 것 갔다. 그 까닭을 찬집백연경 제 10권에
“부처님이 여러 용왕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수미산(須彌山)에서 비구의 모습으로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기셨다.
그 때 금시조왕(金翅鳥王)이
큰 바다에 들어가 조그마한 용을 잡아 수미산 꼭대기에서 잡아먹으려고 했다. 용이 목숨이 다하지 않아 멀리서 비구의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환희심을 내었다. 그는 곧 죽어서 슈라아바스티이의 부리(負梨)라는 바라문 집에 태어났다.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그 용모가
단정하고 묘용이 수승하여 이름을 수보리(須菩提)라 하였다.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누구도 따를 이가 없을 정도로 지혜롭고 총명했다.
그러나 그 성품이 포악하여 사람이나 축생을 보는 대로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둘렸다. 부모와 친척들도 마주 보기를 싫어했다. 그러자 그는 곧 집을
떠나 산림(山林)속에 들어가서 수행을 하고자 했으나, 날짐승, 들짐승과 내지 바람에 흔들리는 초목을 보고서도 포악한 성질 그대로 진심(嗔心)을
내며 기뻐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그 산의 산신(山神)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무엇 때문에 집을 버리고 이 산림 속에 왔는가.
선한 업을 닦지 못할 바에는 아무런 이익 없이 스스로 고생만 더하게 된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祇園精舍)에 계신다. 그 분은 큰 복덕과 지혜가
있어서 중생들로 하여금 선한 업을 닦고 악한 업을 끊게 하신다. 그대도 거기에 간다면 반드시 그대의 진심과 포악한 성품을 제거 할 수
있으리라.’
수보리는 산신의 말을 듣고 환희심이 났다. ‘ 어떻게 부처님을 뵐 수 있는 가요.’ ‘그대가 눈을 감고 있으면
내가 그대를 데리고 부처님의 처소에 가리다.’ 수보리가 산신의 말에 따라 눈을 감자 자신도 모르게 문득 기원정사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몸에서는 백천의 햇빛 같은 금빛 광명이 비추고 있었다. 수보리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은 그를 위해 법을 설하셨다. 특히 진심(嗔心)에서 저지르는 나쁜 허물과 우치한 번뇌가 선근을 소멸하고 많은 악을 짓게 된다. 뒷날
지옥에 떨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설사 그 고통을 벗어나더라도 다시 용, 뱀, 나찰, 귀신 등에 태어나 항상 악독한 마음을 품고서
서로 살해하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수보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놀램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를 꾸짖고 깊이 참회한 나머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다. 그는 기뻐다. 기쁨이 넘쳤다. 기쁨이 넘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출가하기를 원했다.
부처님은 출가를
허락하시면서 ‘잘 왔도다. 비구여. 하셨다.’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깎이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이 되었다. 수보리는
부지런히 수행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 삼명(三明), 육통(六通)과 팔해탈(八解脫)을 구족하여 천상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이 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 수보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사람으로 태어나
끊임없이 진심을 품어 오다가 이제 부처님을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되었습니까?’
‘비구들아, 나 이제 너희들을 위해 설하겠으니 자세히
들어라. 이 현겁에 가섭부처님이 바라나에 출현하셨을 때 어떤 수행자가 교화하여 1만세 동안 여러 수행자를 거느리고 곳곳에서 공양을
받았다. 어느 날 한 수행자가 따라오지 않으므로 악설을 퍼붓기를 ‘그대야 말로 독용(毒龍)처럼 사납구나.’하고서 곧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저
수행자가 이 업연(業緣)으로 5백세 동안 항상 독용의 몸을 받아 그 악독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괴롭혔고 지금 또한 사람의 몸을 얻기는 했으나
전생의 습성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그러한 포악한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알아 두라. 그 당시 교화하며 욕설을 퍼부었던
수행자가 바로 지금의 수보리이며, 그 당시 스님들을 공양했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초심자수행입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