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길,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옛날에 연등불 회상에서 법을 얻은 것이 있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연등불 회상에 계실 적에 실로 법을 얻은 것이 없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살들이 불국토를 장엄하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장엄이 아니라,
그 이름만이 장엄입니다.』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마땅히 이렇게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할지니, 형상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고, 소리,
냄새,맛,느낌,기억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아야 하며. 마땅히 아무데도 머무는 데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 『수보리야, 비유로서
만일 어떠한 사람의 몸이 수미산만 하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몸을 크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리기를, 『대단히
큽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큰 몸은 이 몸을 큰 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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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는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 안에 있다. 이 금강경을 관조(觀照)하는 불자라면 부처님의 화현이 무량하다는 것을 안다. 즉 현세의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과거칠불과 무량한 부처님이 출현하셨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에 무량한 부처님이 출현하실 것 또한 예언되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망년된 행동을 하게 되는 때가 오면, 그 때는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이 세상에 출현하시어
탄생으로부터 출가수행 성도하여 불교를 세상에 펼치기로 되어 있다. 이를 수기(授記)라고 한다. 역설 같지만 후속 부처님의 출현이 늦으면 늦어지은
만큼 이전에 출현하신 부처님의 법이 견고하고 지속적 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 연등불이 이 세상에 계셨을 때 유동(儒童)이라는
청년이 산중에서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는데, 부처님이 출현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산에서 내려왔다. 도중에 5백 명의
수행자들을 만나 밤낮없이 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다들 그의 가르침을 듣고 무척 기뻐하면서 헤어질 때는 한 사람이 은전 한 닢씩을 내어 5백
닢을 그에게 주었다.
청년은 그 돈을 받아 그 나라의 수도로 내려와 보니 사람들은 모두 분주하게 길을 쓸고 고치며 향을 사르기도 하였다. 이를
본 청년이 그 까닭을 물으니 바로 그날 연등불께서 이 도시에 오신다는 것이었다. 청년은 아주 기뻐하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부처님을 뵙고
자신의 원을 이야기해 보리라 생각했다.
마침 그 때 고피라는 왕녀가 지나가고 있었다. 물병을 옆에 끼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일곱 송이의
푸른 연꽃이 꽂혀 있었다. 청년은 왕녀에게 가까이 가서, “은전 백 닢을 드릴 테니 그 꽃을 내게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여인은, “부처님이 이곳에 오시기 때문에 임금님은 목욕재개하고 이 꽃을 바치는 것이오니 나눠드릴 수 없습니다” 하고 거절했다.
그래서 청년은 은전 2백 닢, 3백 닢, 으로 값을 올리면서 흥정하다가 끝내는 5백 닢을 죄다 주고 일곱 송이 중에서 다섯 송이를 손에 넣었다.
마침내 연등불이 수도에 당도하자 국왕을 비롯하여 백성들까지 모두 나가 꽃을 던지면서 환영하였다. 던져진 꽃은 죄다 땅 위에 떨어 졌지만
이상하게도 유동 청년이 던진 다섯 송이 푸른 연꽃만은 공중에 뜬 채 연등불의 머리 위를 장식하였다. 이를 본 연등불은 그 청년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과거 오랫동안 여러 생애를 두고 수행을 쌓았고, 몸과 목숨을 바쳐가며 남을 위해 애를 썼으며, 욕망을 버리고 자비로운 행을
닦아왔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91겁(劫‘ 겁이란 아주 긴 시간의 단위)이 지나면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로 불려질 것이니라.”
이와 같이
연등불에게 수기를 받은 청년은 그 때 연등불이 지나가는 길이 진흙투성이인 것을 보고, 자기가 입고 있던 사슴 가죽 옷을 벗어 길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고도 미진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어 땅에 깔고 연등불이 밟고 지나가시도록 했었다.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
누구나 자신의
세계를 이루기를 원한다. 자신의 세계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 세계는 자신의 것만이기를 원하고 자신의 것이기를 원한다. 자신이 만든 세계가
다음의 사람에게 넘어가서도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 세계가 변화하고 힘의 균형이 다른데도 끝 간데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처님의
세계에 보살이 불국토를 장엄할 수 있겠는가, 불국토는 장엄 할 수 있는 세계인가, 장엄할 수 있다면 보살만이 장엄한가, 보살이 아닌 중생은
무엇한다고 하는가. 장엄은 장중하고 엄하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보살과 중생이 불국토를 장중하고 엄하게 꾸민들 어디에 미칠까. 자신의
세계를 꾸미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보살이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어떠한 부분에 매이고 만다. 그것은 마치 색상의 큰
모습을 보고 크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장엄했다고 하면 그는 분명 매여 있는 사람이다. 역할과 분담에서 자신의 분담인 장식을 장엄 했다고
하는 장엄에 매여 있는 것이다.
불국토의 장엄은 부처님만이 할 수 있다. 성불하는 그 때가 바로 불국토 장엄인 것이기에, 대신할 수 있는
일이거나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처님은 색신인 몸을 큰 몸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육조 혜능스님은 오조(五祖:홍인)의
금강경을 설하여 내려 가는 데 "응당 머무른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 하는 구절에 이르러서 오조께 말씀드리기를 '어찌 제 성품이 본래
청정함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나고 죽지 않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구족함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흔들림 없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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