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육안이 있느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육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천안이
있느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천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혜안이 있느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혜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법안이 있느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법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불안이 있느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불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항하 가운데 있는 모래를 부처님이 모래라고
말하느냐?』 『말씀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래라고 말씀하십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 항하에 있는
모래수가 많은 것과 같이, 그렇게 많은 항하가 있고, 이 모든 항하 가운데 있는 모래수와 같은 부처님 세계가 있다면, 이러한 부처님 세계들은
얼마나 많겠느냐?』 『대단히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많은 국토 안에 있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마음을 여래가 다 안다. 왜냐하면 여래가 말한 모든 마음은 다 마음이 아니고 그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 찾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찾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육안을 중생의
육신에 있는 눈이라고 할 때, 천안은 색계 천에 나므로 얻는 천안, 또는 선정을 닦아서 얻게 되는 눈으로 미세한 사물까지도 멀리 널리 볼 수
있으며, 중생들이 미래에 생사(生死)하는 모양도 미리 알 수 있는 눈 이다. 혜안은 만유 모든 현상이 차별이 없음을 보아 모든 집착을 여읜
이승(二乘:성문 연각)의 지혜안이다. 법안은 일체의 법을 분명하게 비춰보는 보살의 눈이다. 불안은 모든 법의 진성을 비춰 뜻과 같음을 보는
부처님의 눈이다.
여래는 육안과 천안과 혜안과 법안과 불안을 모두 갖췄다. 꼭이 법신과 보신 화신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여래는
육안과 천안과 혜안과 법안과 불안으로 중생의 세계와 천상 세계, 성문 연각 세계와 보살 세계, 부처님의 세계까지를 다 보고 그 마음을 다
아신다. 다시 말하면 육안으로 중생세계를 보고, 천안으로 천상세계를 보고, 혜안으로 성문 연각의 세계를 보고, 법안으로 보살의 세계를 보고,
불안으로 부처님의 세계를 보신다.
한 항하에 많은 모래가 있고, 그 모래 수와 같은 항하가 있어, 다시 이 모든 항하 가운데 있는 모래
수와 같은 부처님 세계가 있다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많은 국토 안에 있는 중생의 여러 가지 마음(若干種心)을 위와 같은 눈으로 여래는
다 보고 아신다.
제법여의(諸法如義:제17분)함이 부처님이라면, 약간종심(若干種心)은 중생이다. 부처님은 모든 법이 뜻과 같아 모든 일에
자재(自在)하시지만, 중생은 모든 법에 뜻과 같지 않고 여러 가지 마음이다. 중생은 마음을 깨달지 못했다. 깨달지 못했다는 것은 마음이 맑지
못하고 온갖 욕심과 번뇌 망상 속에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중생이 받은 몸을 업신(業身)이라하고 중생의 마음을
업심(業心)이라 한다. 왜냐하면 중생은 탐심(貪心)과 진심(嗔心)과 치심(癡心)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정수(正修) 하지 못하고 갈등과 번민으로
업을 증장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모든 법이 뜻과 같아서 과거의 기억(憶)이 하나가 되고, 현재의 사고(思) 또한 하나가 되고,
미래의 생각( 念)이 하나가되어 그 하나가 일여(一如)하고, 일여가 여여(如如)하면 과거 미래 현재를 뛰어 넘지만, 중생의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은 한결 같지가 않다. 늘 대상과 상황에 따라 변하고 흔들리는 것이 중생의 마음이다.
이와 같아서 중생의 과거마음은
이미 지나가 소멸된 마음으로 현재에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은 아직 생성하지 않아 현재에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 또한 무량한 허망
분별심이 생성하여 일정한 정해진 마음이 없어 현재에 얻을 수 없다.
푸쉬킨의 시 한구절을 보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덕산(德山)선감(宣鑑) 780-865. 당나라스님으로 청원(靑原)행사(行思) 하의
4세이다. 검남(劍南 : 四川省) 출신으로 속성은 주(周)씨다. 어릴 때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고. 20세에 비구계를 받았으며 대소승의 경전에
통달하였다. 특히 항상 ‘금강반야경’을 강의하였으므로 당시에 주금강(周金剛)이라 일컬어졌다.
금강경에 두루 통했던 덕산선감(德山宣鑑)이
선종의 종지를 깨우치기 이전에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종지를 내세우는 선법(禪法)이 풍미한다는 소문을 듣고 선종을 논파하기 위하여 ‘금강경소초’를
지니고 촉(蜀)을 벗어나 남쪽으로 가다가 예양에 이르렀을 때 길에서 떡을 파는 노파를 만났다.
잠시 풀고 떡을 사서 점심(點心)을 먹으려고
하는데 노파가 걸망을 가리키며 ‘이것은 무슨 글 입니까’라고 물었다. ‘청룡소초입니다 하니’, ‘어떤 경전을 강의하십니까?’
‘금강경을 합니다.’ ‘제가 질문을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스님이 답변을 제대로 하시면 점심을 드리겠지만 만일 대답이
틀리면 다른 곳에 가셔서 점심을 드십시오. 금강반야경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덕산스님은 자신 있게 무엇 이든 물어 보라고 했다.
스님, 금강경에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이라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어느 마음에다 점을 찍으려하십니까?
덕산스님은 답을 할 수 없었고 점심도 먹을 수 없었다. 노파는 가까운 곳에 용담숭신선사(龍潭崇信禪師: ?- 838)가 있으니 찾아보라고
권하였다.
덕산은 용담 숭신선사를 뵙고 묻되 ‘용담(용이 사는 못이라는 뜻)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랜데 와서 보니 못도 보이지 않고 용도
보이지 않는 군요’하니, 용담 숭신선사가 말하되 ‘그대는 몸소 용담에 왔느니라.’ 하였다. 이에 덕산은 절을 하고 물러갔다.
머물기를
며칠, 어느 날 밤늦게 용담선사를 찾아뵈니 ‘그냥 돌아가라’ 하였다. 덕산이 인사를 드리고 발을 거두고 나오려니, 밖이 너무 어둡기에 돌아서서
‘스님! 밖이 너무 어둡습니다.’ 했더니, 용담선사는 지촉(紙燭:종이끈에 초를 먹였다가 밤에 불을 켜 들고 다니는 것)에 불을 켜서 주었다.
덕산이 막 받아가지려는데 용담선사가 확 불어 끄니, 덕산이 모를 결에 외치되 ‘내가 지금부터는 천하 노화상의 혀끝을 의심치 않겠습니다.’
하였다.
다음 날 용담선사가 법상에 올라 ‘이 가운데 어떤 이는 어금니가 칼나무 같고, 입이 핏 동이 같은데 한 방망이 때려도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다른 날 외딴 봉우리 위에서 나의 도를 퍼뜨리리라’ 하고 덕산을 인가하였다. 덕산은 소초를 가지고 법당 앞으로 가서 횃불
한 자루를 들고 ‘온갖 현묘한 말재주를 다 부리더라도 터럭 하나를 허공에 날린 것 같고, 세간의 온갖 재간을 다 부리더라도 한 방울 물을 바다에
던진 것 같다.’ 하고서 소초를 태웠다. 이에 절하고 물러났다.
초심자수행입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