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 '진관사 국행수륙재' 낮재가 10월8일 경내서 봉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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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와 백성들 가운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혹은 스스로 죽은 자 가운데 제사를 지내주지 못해 저승길에서 굶주리고 구제받을 수 없는 이들을 생각하니 매우 가련하도다. 이에 옛 절에 수륙도량을 마련하고 해마다 재를 베풀어서 선대 임금의 명복을 빌고 중생들도 복되게 하고 싶으니 너희들이 가서 합당한 곳을 살펴보라.”<진관사수륙사조성기(津寬寺水陸社造成記)
600년 전 조선이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왕실 주도로 거행했던 국행수륙재가 서울 진관사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 진관사(주지 계호스님)는 오늘(10월8일) 경내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인 ‘진관사 국행수륙대재’ 칠재 중 낮재를 봉행했다. 수륙재는 물과 뭍에서 헤매는 고혼(孤魂)과 아귀(餓鬼)에게 불법을 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불교 전통 의식이다.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직접 진관사에 수륙사(水陸社)를 설치해 봉행한 것에서 유래했으며, 낮에 지내는 낮재와 밤에 지내는 밤재의 이부 구성을 유일하게 전승하고 있는 수륙재로 그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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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문 밖에 마련된 '시련소'로 향하는 진관사 스님과 대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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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가를 맞는 시련의식. |
계호스님은 이날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나와 남의 골은 더 깊어지고 지역과 계층, 빈부와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그럴수록 수륙재의 무차평등 정신을 되새겨 평등과 화합의 사회가 이뤄지도록 불보살님 전에 간절한 기원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수륙재의 정신은 평등에 있다”며 “진관사 수륙재가 칠칠재 형식으로 49일 진행되는 동안 생명이 있는 존재와 없는 존재를 비롯해 유주무주 고혼의 넋을 달래고 그 공덕이 모두에게 두루 미치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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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재를 알리는 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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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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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부장 정안스님. |
조게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문화부장 정안스님이 대독한 치사에서 “수륙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모든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불교의 대표 의식이자 고려시대부터 천년 동안 전승돼 온 소중한 불교 문화”라며 “그중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여실히 드러내는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국민 모두가 지켜야할 무형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만큼 진관사 수륙재를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이자 불교 대표 의례로 더욱 올곧게 지켜나가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며 “수륙재를 지켜오기 위해 정성을 다한 사부대중의 노고에 힘입어 진관사 수륙재 의미와 가치가 더 크고 깊어지길 기원하겠다”고 치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박원순 시장은 축사를 통해 “진관사 수륙재는 자비와 치유의 행사이며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우리의 훌륭한 전통문화유산”이라며 “서울시 또한 진관사 국행수륙재의 계승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관사 국행수륙재 칠재는 낮재와 밤재로 나눠 이틀 동안 열린다. 이날 열린 낮재는 사부대중이 일주문 밖으로 나가 영가를 맞이하는 시련(侍輦)을 시작으로 차를 올리며 대접하는 대령(對靈), 고단함을 씻는 관욕(灌浴), 신중을 청하는 신중작법(神衆作法), 괘불을 마당에 모시는 괘불이운(掛佛移運), 영산회상을 재현한 영산작법(靈山作法) 등으로 열렸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의 특별법문도 마련됐다.
낮재가 죽은 자를 위로하는 의식이라면 밤재는 재를 올린 공덕이 모든 살아있는 생명에게 행복으로 돌아가길 발원하는 의식이다. 내일 열리는 밤재는 수륙재가 설화에서 비롯됐음을 알리는 수륙연기, 법회가 열림을 알리기 위해 말을 탄 사자를 청하는 사자단, 하늘의 다섯 방위를 관장하는 오황제를 청하는 오로단, 부처님을 청하는 상단, 보살님을 청하는 중단, 고혼 등을 청하는 하단, 재를 마치고 모두를 배웅하는 봉송회향 등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수륙재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행사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진관사는 국행수륙재 칠칠재를 기념해 은평구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칠칠곡’을 마련, 은평구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열린 낮재에는 은평사암연합회장 성운스님, 조계사 부주지 담화스님, 김우영 은평구청장,박주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 등이 5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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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구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칠칠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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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령소'에 연을 내려 놓고 차를 올리고 있다. 대령의식 중 하나. |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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