悟泰宗匠後 登大老慈幌前
平素知 心弌句
今玆涅槃示寂
噫上天載無聲無臭
㞐食他方 不行筌蹄付授
這箇言外別剳 弗殊摳衣擁帚
眉毛裝帶 瞻仰拜候
크게 깨달아 종장이 된 이후
자비로운 어머니가 되시더니
평소 알고 있는 마음 찾는 일로
이렇게 열반을 보이십니다.
아~ 하늘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
다른 곳에서 먹고 자도 다른 도구를 쓰지 않았고
저 하나의 언어 밖에 다른 연장으로
옷을 걷어붙이고 청소를 하지도 않는다.
진영과 행장을 우러러 뵈옵고 참배합니다.
월하계오(月荷戒悟, 1773~1849)가 퇴은등혜(退隱等慧,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선사를 위해 지은 영찬이다. 퇴은스님의 진영은 범어사와 통도사에 전하며 이 가운데 월하스님의 찬문은 범어사의 퇴은스님 진영에만 실려 있다. 문장에 뛰어났던 월하스님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전반 통도사, 석남사, 표충사 등 영남의 크고 작은 사찰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사에 기문을 지었으며 선사들의 영찬도 여러 편 지었다. 월하스님의 유고집인 <가산고(伽山藳)>을 보면, 동명대사상찬(東溟大師像讃), 밀암대사상찬(密庵大師像讃), 구룡대사상찬(九龍大師像讃), 석담대사상찬(石潭大師像讃), 침허대사상찬(枕虗大師像讃), 월파대사상찬(月波大師像讃) 등의 영찬은 있으나 퇴은스님 영찬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어찌 보면 범어사 진영에 실린 퇴은스님 영찬이 유일하다 하겠다.
퇴은스님은 환성지안의 후손으로 설송연초-동파탄학(東坡坦鶴)-학송한영(鶴松翰英)의 법맥을 계승했다. 퇴은스님은 1792년 통도사 괘불도를 비롯해 삼장보살도가 제작될 때 통도사의 일원으로 불사에 참여했고, 1800년에는 범어사 청련암의 기문을 짓는 등 통도사와 범어사를 오가며 활동했다. 또한 1813년에는 밀양 표충사의 종정을 맡아 범어사에서 부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범어사는 퇴은스님이 주로 머문 사찰이었다. 이후 스님의 법맥은 백암관홍(栢巖寬弘)-동곡지훈(東谷知訓)-해산장우(海山壯佑)-우봉영원(右峰永願)으로 이어졌으며, 근대기 담해덕기(湛海德基, 1860~1933) 스님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범어사에서 꽃을 피웠다.
[불교신문3214호/2016년7월2일자]
해제=조계종 문화부장 정안스님 설명=불교문화재연구소 이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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