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千人才 縕抱經綸
桔槹升沉 太半沒淪
嗟嗟應虛 磊落其人
早托桑門 牢着脚垠
千年宗刹 大道蹄輪
運値歉飢 石廢並臻
都督高門 閒走面陳
革剡藤厄 還長標畇
菴菴改觀 舍舍重新
靈鷲來賀 毒龍安身
中興事業 一世名振
善德家孫 來歷有因
脫然歸化 小海居震
大戒道傷 處揭綃真
英風傑傑 可眠三神
釋名儒行 於君見親
萬世在後 我言不塵
“삼천대천세계의 사람들이 원대한 포부를 세우나/ 두레박처럼 오르내림에 절반이 꺾인다.// 아아~ 응허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법문중에 의탁하여 머물다 갔는가?/ 천년 종찰에 대도를 전륜하였으나/ 흉년으로 기근이 들어 폐해가 심했다.// 돈 많고 지체 높은 사람들을 찾아/ 마주하고 자세히 말해/ 가파르고 등나무 우거진 곳을 바꾸고/ 작물을 기르고 밭을 개간하였다.// 암자마다 변모하고 요사마다 새로워져/ 영취에 축하하러 오고 독용도 몸을 편안하게 했다.// 하는 일이 즐거워지고 한세상 이름을 떨치니/ 집안의 자손이 착하고 덕스러워 전통이 되는 원인이 되었다.// 인연 굴레를 벗고 돌아가고 나서야 작은 바다에 큰 우레였으며/ 불법 문중이 슬퍼하였다.// 그곳에 진영을 모시니/ 영웅호걸의 풍채로 걸걸하여 비로소 삼신(三神)이 잠들고/ 부처님 이름이 유가에 행해졌다.// 그대들이 친견하고 만세 이후에도/ 내 말이 속되지 않으리라.”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 1842~1910)가 통도사의 응허도협(應虛燾冾, 1858~1872 활동) 선사를 위해 지은 영찬이다. 찬자인 이만도는 이황(李滉)의 11세손으로 고종과 순종을 모시며 요직을 지내다 한일합방이 진행되자 단식을 감행해 순국한 애국지사로 유명하다. 응허스님의 영찬은 그가 양산군수로 지내던 1877년에 지은 것이다. 양산군수 시절 이만도는 흉년에 어려움을 겪는 백성을 위해 구휼미를 방출하고 조세를 감면하면서 관찰사의 가렴주구를 항의하였다. 이만도가 응허스님의 영찬을 짓게 된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찬문에는 자신이 그러했듯 흉년 기근에도 개간으로 암자와 전각을 중수하며 통도사와 승도를 지켜낸 응허스님을 기리는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응허스님은 설송연초의 7세손이다. 설송문중이 통도사에 주석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였듯 응허스님 역시 19세기 후반 통도사 응향각, 보광전, 사리각 등을 중수하고 산내암자인 안양암 중건과 보상암 신건에 앞장섰으며 사찰 운영을 위해 토지를 헌납하기도 하였다. 스님의 업적이 만세가 지난 후에도 티끌이 되지 않을 것이라 자부했던 이만도의 찬문 내용 그대로 이후 통도사에는 스님의 업적을 기리는 보사비(補寺碑, 1898년)와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가 세워졌다.
[불교신문3222호/2016년7월30일자]
해제=조계종 문화부장 정안스님 설명=문화부 문화재팀장 이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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