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鵬之空兮 非五蘊皆空之空
卽空卽是色之空 人或謂之空宗 非也
不在於宗 又或謂之眞空似然矣
吾又恐眞之累其空 又非鵬之空也
鵬之空卽鵬之空
空生大覺 是鵬之錯解
鵬之獨造獨透 又在錯解中
當時 一庵 栗峰 華岳 畸庵 諸名宿
各有見識 與鵬相上下
其於透空 似皆後於鵬之空
昔有人云 禪是大潙 詩是朴
大唐天子只三人
鵬是大唐天子之禪也耳
尙記鵬眼細而點 瞳碧財人
雖火大滅灰寒 瞳碧尙存
見此三十年後 落筆呵呵大笑
歷歷如三角道峰之間
“해붕의 공은 오온개공의 공이 아니라/ 공즉시색의 공으로, 사람들은 공종이라 하는데 아니다./ 종(宗)이 있지 않다./ 또는 진공(眞空)이라 말하는데 그런 것 같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진(眞)에 매인 공이라면 해붕의 공이 아니다.
해붕의 공은 해붕의 공이다./ 공에서 큰 깨달음이 생긴다는 것은 해붕이 잘못 해석한 것이고/ 해붕이 독창적이고 빼어났다는 것도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일암, 율봉, 화악, 기암 등 여러 지혜로운 이들이/ 각각의 견해와 식견을 나타내는데 해붕과 더불어 서로 상이했다./ 빼어난 공(空)은 다 해봉의 공 이후인 것 같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선(禪)의 큰 스승은 위산(潙山)이요 시(詩)는 주박(周朴)으로/ 대 당나라에 천자(天子)와 함께 세 사람이라 했다./ 해붕은 당나라 천자의 선(禪)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해붕은 눈이 가늘고 작으나 눈동자가 푸르고 재주가 많은 사람으로/ 비록 화장해서 차가운 재가 되었어도 푸른 눈동자는 늘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삼십년 이후 보고 붓을 놓고 크게 웃을 것이/ 도봉산과 삼각산 사이에 있었던 일같이 역력하다.”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해붕전령(海鵬展翎, ?∼1826)을 위해 올린 영찬이다. 해붕스님는 유불도(儒彿道)의 폭 넓은 이해를 기반으로 유교와 도교와 비교할 수 없는 불교의 수승함을 설파할 정도 뛰어난 대선사였다. 이러한 해붕스님의 수행과 학식의 깊이를 알아본 이가 바로 추사 김정희였다. 1820년대 김정희는 서울 도봉산과 삼각산에서 해붕스님과 교류하면서 다른 어떤 스님들에게도 찾을 수 없던 스님만의 공(空)사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 여운은 30년이 지난 후에도 잊히지 않고 해붕스님의 제자 법운(法雲)스님의 청으로 지은 영찬으로 승화됐다.
선암사에 모셔진 해붕스님 진영에는 추사의 서체로 써진 찬문과 함께 그가 다비의 불꽃 속에서도 소멸되지 않을 것 같다던 스님의 푸른 눈동자를 연상케 하는 푸른 눈빛(瞳碧) 형형한 해봉스님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불교신문3240호/2016년10월15일자]
해제=정안스님 설명= 이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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