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題
持珠執錫錦長衫
打樣做儀雖近哲
案上華嚴經一函
自慚心地抱饕饞
스스로 짓다.// 염주를 지니고 주장자를 짚고 비단 장삼을 입었다.// 모습과 위의는 비록 밝고 분명한 사람인 것 같으나/ 책상위에 화엄경 한 질을 두었다.// 마음에 탐함이 있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다.
선암사 경운원기(擎雲元奇, 1852∼1936)스님의 진영에 적힌 자찬이다. 경운스님은 수행자다운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자부하면서도 세상에 <화엄경>을 남기는 부끄러운 마음을 글로 남겼다. 자찬에 언급한 화엄경 일함(一函)은 경운스님이 45세부터 51세까지 이르는 6년 동안 선암사 대승암에서 일행일배(一行一拜)하며 필사한 경전이다.
황현(黃玹, 1855~1910)은 이를 두고 “조계산의 경운스님은 늙어 갈수록 배움이 더욱 근실하여 경을 읽고 설하는 것도 부족해 이를 찬탄하였고 찬탄하는 것도 부족하여 그 경전을 필사했다. 심지어 화엄경 전부를 필사했으니 정밀하고 훌륭하여 보는 사람마다 귀신의 솜씨인가 의심했다. 아아! 세상에 경전을 높여 칭송하는 유학자는 찾을 수 있어도 스님의 성심과 원력은 능히 발가락에 미치지 못하는구나(曹溪擎雲上人 年愈老而學愈勤 誦說之不足而讚歎之 讚歎之不足 而幷鈔其書 至鈔華嚴全部 精好無比見者疑出鬼神 嗚呼 求之世儒號稱尊經而 其誠心願力有能跂此者乎)”라며 발문을 남겼다. 황현이 경운스님의 화엄경에 발문을 짓게 된 것은 남파(南波) 김효찬(金孝燦, 19세기 말~20세기 전반 활동)에 중개로 이루어졌다.
경운스님을 위해 지은 김효찬의 영찬은 경운스님 진영 오른편에 이건창(李建昌, 1852~1898)과 윤종균(尹鐘均, 1861~1941)의 영찬과 더불어 나란히 적혀 있다. 이건창이 경운스님의 수승한 기량을, 윤종균이 화엄경 필사의 공덕을 찬탄했다면 김효찬은 스님의 업적으로 기렸다.
경운스님은 17세에 환월시헌(幻月時憲, 1819~?)스님에게 출가하여 선암사 대승암에서 경붕익운(景鵬益運, 1836~1915)스님에게 전강 받아 30세부터 후배를 양성하였고 중앙에 각황사가 세워지자 서울에 올라가 교화를 펼쳤다. 이러한 삶을 김효찬은 “강의를 한지 조계산에서 오십년 각황사 내의 최고 어른이다. 가 알았겠는가 한 방울 연꽃 비로 장안 만호의 먼지를 다 씻어 낼 줄을!(講法曹溪五十年 覺皇寺裏上頭人 誰知一滴蓮花雨 浥盡長安萬戶塵)”이란 영찬으로 승화시켰다.
해제=조계종 문화부장 정안스님
설명=문화부 문화재팀장 이용윤
[불교신문3246호/2016년11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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