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사들과 중국 당송 시대 선사들이 읊으신 선시들을 시대 순으로 정리해온 로담 스님이 이번에는 게, 송, 찬, 술, 시 등 염불문을 총망라한 『염불하지 않는 이 누구인가?』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부처, 보살, 조사, 선사, 황제, 시인 등 100여 명의 다양한 인물들이 읊은 180여 편이 수록돼 있다.
염불문을 읊은 인물들을 살펴보면, 세존을 비롯해 석가모니의 과거생인 설산동자, 보현(普賢), 문수(文殊), 승음(勝音), 무진의(無盡意), 각림(覺林), 현수(賢首) 등 보살, 제석천왕(帝釋天王), 나찰(羅刹), 금강역사(金剛力士) 등 인간계를 벗어난 존재, 육조 혜능(慧能), 신수(神秀), 남전(南泉), 득통(得通), 야부(冶父), 회해(懷海), 진실(陳實), 택영(擇瑛), 법견(法堅) 등 중국의 선사, 원효(元曉), 보우(普愚), 나옹(懶翁), 진묵(震?), 의상(義湘), 의천(義天), 휴정(休靜) 등 한국의 선사, 소식(蘇軾), 백거이(白居易), 김시습(金時習), 손조서(孫肇瑞) 등 당대 유명 시인 등이 총망라돼 있다.
이 책은 수록된 모든 염불문의 찬자(撰者)와 출처가 표기돼 있어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로담 스님이 자료를 찾고 집역(集譯)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았는지 능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 책을 편찬하느라 로담 스님은 『화엄경(華嚴經)』, 『금강경(金剛經)』, 『능엄경(楞嚴經)』, 『지장경(地藏經)』, 『육조단경(六祖壇經)』 등 18종의 경전과 『선문염송(禪門拈頌)』, 『조당집(祖堂集)』, 『종경록(鐘鏡錄)』, 『나옹화상어록(懶翁和尙語錄)』, 『청허집(淸虛集)』, 『동파선희집(東坡禪喜集)』 등 선어록과 찬집(撰集) 50여 종에 이르는 자료를 낱낱이 살펴보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출판사서평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그간 우리 불자들이 누가 지었는지도 모른 채 읊어왔던 염불문이 누구에 의해 지어졌고, 어느 책에 수록돼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독실한 불자라면 위 염불이 「개경게(開經偈)」임은 대부분 알 것이나, 그 저자가 ‘측천무후(則天武后)’임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측천무후는 중국역사상 550명에 달하는 황제 중 유일한 여황제이며, 후주(後周)를 세운 인물이다. 권력을 위해 딸과 두 아들을 살해한 비정한 인물이자 치세하는 동안 태평성대를 이뤄 ‘무주(武周)의 치’라고 평가받을 만큼 탁월한 정치력을 보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본문의 각주에는 “당시 우텐국 사문 실차난타가 팔십 권 『화엄경』을 번역하여 제일먼저 측천무후에게 바쳤다. 『화엄경』이 원만하게 번역되어 봉정을 하자 이 『화엄경』을 보고 평소와 달리 환희심이 나서 개경게를 지었다 한다.” 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측천무후가 사문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화엄경』을 보고서 ‘위없이 깊고 미묘한 법’ 이며 ‘백천만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법’ 이라고 찬탄한 것이다.
「참회게」는 『천수경(千手經)』에 있는 게송으로 ‘살생(殺生)ㆍ투도(偸盜)ㆍ사음(邪淫)ㆍ망어(妄語)ㆍ기어(綺語)ㆍ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탐애(貪愛)ㆍ진에(瞋?)ㆍ치암(癡暗)’ 등 10개 죄업을 참회하면서 ‘백겁동안 쌓고 모인 죄업/ 한 생각에 몰록 씻어 없애는 것이/ 불이 마른 풀을 태우는 것과 같아/ 태워 다하면 남김이 없다.’ 라고 읊는 것이다.
수시로「참회게」를 읊는 불자들은 많지만, 스리랑카 출신인 불공스님이 한역(漢譯)한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이역만리 자바섬에서 중국 땅 낙양에 온 불공스님이이 번역한 것이다.
많은 불자들이 습관처럼 읊조리는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 이라는 내용의 게송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산옹지시(山翁指示)」이고, 저자가 무착(無着) 문희(文喜)선사라는 것도 모를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습관처럼 외우는 염불문들의 저자와 출처를 밝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로담 스님은 오랜 세월 동안 한 가지 불사(佛事)에만 전념했다. 그 불사는 도량을 꾸미고 전각과 당우를 세우는 불사가 아니라 불보살님들과 선대 조사님들이 설하신 말씀들을 모아서 정리해 편찬하는 것이다.
『염불하지 않는 이 누구인가?』는 승려 시인 로담 스님이 글밭을 일궈 피운 한 송이 만다라화이고, 애오라지 부처님만을 기리는 마음(佛心)으로 주춧돌을 삼고 기둥과 대들보를 세우고, 서까래를 이어 장엄(莊嚴)한 장경판전인 것이다.
로담 스님이 중창한 이 전각의 문을 열면 부처님을 찬탄하는 염불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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