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사람은 태어난다. 음(陰)으로 그 질(質)을 받고, 양(陽)으로 그 기(氣)를 받고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이 짝으로 혼(魂)과 백(魄)이 되어 형상을 이룬다. 죽게 되면 혼은 오르고 백은 내려가 다하게 된다.
대저 사람에게 지각(知覺)이 있는 까닭은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혼백(魂魄)이 합친 한 몸의 주인이다. 그가 죽으면 기와 함께 흩어진다. 다시는 형상과 정신이 있지 않는다. 오히려 어둡고 막막한 가운데 머무는데 누가 다시 복을 받고 재앙을 받는다고 하는가? 지금의 불제자는 기쁘게 하는 것에 천당을 쓰고 두렵게 하는 것으로 지옥을 써서 사람들로 하여금 지극히 미혹하게 한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러 있는 것이라고는 해와 달과 별 뿐이고, 땅은 흙과 돌로 실린 것은 사람과 만물뿐이다.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어서 천당과 지옥의 과보를 감당(堪當)한다’ 하니 어찌 거짓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답한다. 음양(陰陽)은 진실로 사람이 힘입어 태어나는 것이다. 음양(陰陽)이 합하면 태어남을 받고, 음양(陰陽)이 흩어지면 죽음에 이르지만,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진명(眞明)은 형상을 따라 생겨나지도 않고 형상을 따라 사라지지도 않는다. 비록 천 번 변하고 만 번 바뀌어도 담연(湛然)히 홀로 존재 한다.
대저 마음에 둘이 있으니, ‘견실심(堅實心)’과 ‘육단심(肉團心)’이다. 육단심(肉團心)은 혼백의 정(精)이요. 견실심(堅實心)을 ‘진명(眞明)’이라 말한다. 지금 말한 마음이라는 것은 ‘진명(眞明)’ 이다. 육단(肉團)이 아니다.
대저 마음은 몸의 주인이다. 몸은 마음이 부리는 것이다. 선악(善惡) 등의 일을 마음인 군주가 명령을 하면, 몸인 신하가 그 일을 하고 응보를 받는데 이른다. 살아서는 임금과 신하가 동등하게 받지만, 죽어서는 몸인 신하와 이미 이별하였으므로 마음인 군주가 홀로 받게 된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문왕(文王)이 오르고 내릴 적에 상제(上帝)의 좌우에 있었다’ 고 하였다. 오르고 내리는 자가 어찌 하늘에 있는 영혼이 아니겠는가!
옛날에 수재라고 말하는 왕회지(王淮之)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불법을 믿지 않았는데 하루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말하였다. ‘종전에는 스스로 몸과 정신이 함께 없어진다고 말하였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형상은 사라져도 정신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못되지 않았음을 믿는다’ 고 하였다.
또 송나라 사람 이원(李源)은 원택스님과 교류하면서 서로 약속하기를 ‘세세생생 서로 버리지 말자’고 하였다. 하루는 함께 놀다가 원택스님이 부인이 물을 긷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저 부인의 성은 왕씨(王氏) 이다. 내가 마땅히 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십 이년 후에 항주(杭州) 천축사(天竺寺) 밖에서 모름지기 공과 서로 보고 사귈 뜻을 밝히겠다’ 고 하였다. 저녁에 이르러 원택스님은 죽었다. 이원(李源)이 십 이년이 지나 그가 약속한 곳에 다다르니 갈홍천(葛洪川) 변에서 목동이 소 뿔을 두드리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삼생석(三生石) 위의 옛 영혼으로
달을 감상하고 풍월을 읊던 일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라
정든 사람을 멀리서 찾아오니 참으로 부끄러움에
이 몸이 비록 다르지만 성품은 오래도록 있음이로다.
서로 보고서는 말하기를 ‘이공(李公)은 진실한 선비 입니다’ 하면서 또 노래를 했다.
전신(前身)과 후신(後身)의 일들은 아득하나
인연(因緣)을 이야기 하려니 창자가 끊어질까 두렵네.
오월(吳越)의 산천(山川)을 찾아 이미 두루 했으니
안개 낀 뱃머리를 돌려 구당(瞿塘)으로 오른다.
*왕회지(王淮之) : 송(宋)나라. 자는 원증(元曾)이며, 낭야(琅琊) 사람이다.
법원주림, 79권에 나온다.
부소(復蘇) : 재생(하다). 회복(하다). 소생(하다).
향자(向者) : 이전. 종전. 그전
삼생석(三生石) : 이야기는 소식(蘇軾)의 《승원택전(僧圓澤傳)》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삼생유행’이 나왔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삼생석(三生石)은 항주 천축사에 있다. 불가에서 말하는 삼생은 전생(前生), 금생(今生), 내생(來生)이다.
정혼(精魂) : 죽은 사람의 영혼.
참괴(慚愧) : 부끄럽다. 송구스럽다. 면구스럽다.
신사(信士) : 성실한 사람. 신용을 지키는 사람.
망망(茫茫) : 망망하다. 아득하다. 한없이 넓다.
오월(吳越) : 춘추 전국 시대, 중국에 있었던 오나라와 월나라.
구당(瞿塘) : 구당협(瞿塘峽). 중국 장강(長江) 상류에 있는 협곡(峽谷).
양호(羊祜)는 이씨의 아들이 되고, 왕씨의 아들이 채씨의 손자가 되는 것과 같다. 내가 일찍이 이 전기(傳記)를 보고 양씨와 이씨를 위해 시를 지었다.
양씨와 이씨는 오로지 한 사람이다
가고 오는 것이 다른 길이 아니다.
누가 알겠는가. 칠세 아이가
죽은 지 오년 만에 돌아 올 줄을
왕씨와 채씨를 위해 시를 지었다.
옛날에 왕가(王家)의 아들이
오늘은 채씨의 손자가 되었다.
한 점의 글자가 아니었다면
같다 다르다 의논이 어지러웠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일들을 살펴보면 신령하게 밝음(靈明)은 형상을 따라 변하지 않음을 족히 알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형상과 정신이 함께 없어진다’ 고 말한 것이 어찌 우매하지 않는가? 천당과 지옥에 이르는 것은 실제로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업감(業感)으로 스스로 그러함이 이와 같은 것이다.
*양호(羊祜) : 진서(晉書) 34, 양호전(羊祜傳).
우매(愚昧) :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움.
실연(實然) : 실제 상황.
고유(固有) : 어느 사물에만 특별히 있거나 본래부터 지니고 있음.
공자가 일찍이 말했다. ‘내가 꿈에 다시 주공을 오래도록 보지 못했다’라고 하였다.
대개 꿈은 사람의 정신이 노니는 것이지 육신이 부리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꿈에 주공을 본 것은 평소에 마음을 주공의 도(道)에 두고 오로지 행했기 때문에 그의 정신이 자연히 서로 감응하여 그러한 것이다.
사람들도 또한 이와 같다. 선악(善惡)을 날마다 오롯이 하면, 선한 이는 꿈에 영화로움을 보고, 악한 이는 꿈에 치욕(恥辱) 함을 보게 된다. 그러한 까닭은 선한 이는 부지런히 오직 의(義)를 따르기 때문이요, 악한 이는 탐하고 아끼는 것으로 오직 이익만을 구하기 때문이다. 선한 이는 오직 의(義)를 따르기 때문에 하는 일 마다 옳고 적합하며, 악한 이는 오직 이익만을 구하는 까닭에 하는 일 마다 의(義)에 어긋난다. 선한 이는 하는 일 마다 옳고 적합한 까닭에 사람들이 반드시 그를 좋게 여기고. 악한 이는 하는 일 마다 의롭지 못한 까닭에 사람들이 반드시 그를 싫어한다.
선(善)한 이는 사람들이 그를 좋게 여기는 까닭에 윗자리에 오를수록 작록(爵祿)이 더해지고, 악(惡)한 이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까닭에 윗자리에 오를수록 형벌이 더해진다.
*미미(亹亹) : 근면(勤勉)하며 지칠 줄 모르는 모양.
모모연(恈恈然) : 탐하고 아끼는 모양.
작록(爵祿) : 관작과 봉록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이런 선함으로 말미암아 함께 기뻐하는 영광이 지극하고, 악한 이는 뜻밖의 일로 깜짝 놀라며 그 재앙을 피하려고 꾀한다. 선하고 악한 습관과 기뻐하고 싫어하는 정은 정신에 쌓여 있는 까닭에 꿈을 꾸게 된다. 또 영광스러움을 보고 치욕스러움을 보게 된다. 그 정신이 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곧 문득 내생이다. 이는 선한 이는 천당을 느낄 것이요. 악한 이는 지옥(地獄)을 느낄 것이다.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이 설사 없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들으면 천당(天堂)을 바라며 선(善)으로 달려가고, 지옥(地獄)을 싫어해 악(惡)을 그칠 것이다. 곧 천당과 지옥을 설하여 민중을 교화하는 것만으로도 그 이익이 막대할 것이다. 과보(果報)가 있다는 것이다. 선한 이는 반드시 천당에 오르고, 악한 이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는 까닭이다. 이를 듣는 이로 하여금 선한 이는 스스로 힘써서 천궁(天宮)에 머물 것이고, 악한 이는 스스로 그쳐서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면할 것이다. 어찌 반드시 천당(天堂)과 지옥(地獄) 이야기를 배척(排斥)하며 허망하다고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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