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 말하기를, 천하가 따르는 것은 오제(五帝) 삼왕(三王)의 도(道) 뿐이다. 까닭에 공자께서 성조(聖祖)라 기술하시고 많은 현인들에게 서로 전하여 제방의 책에 실려서 열국(列國)이 다 따른다. 이러한 도(道)는 중국(中國)에서 구해야 옳은 것이지 오랑캐에게 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처님은 서쪽 오랑캐 사람이다. 어찌 그의 도(道)를 중국에 유행시키겠는가? 한(漢)나라 명제(明帝)가 그 법을 서역에서 구한 것은 우매한 것이다. ‘현명하지 못하다’ 하였다.
답한다. 도(道)가 있는 곳이 사람들이 귀의할 곳이다. 오제(五帝) 삼왕(三王)도 이미 도(道)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귀의처가 되어 중국(華夏)의 왕이 된 것이다.
불법을 천축에서 일으켜 법륜왕(法輪王)이 되신 것 또한 이와 같다. 화하(華夏)에서 천축(天竺)을 가리켜 서쪽이라 한다. 마치 천축에서 화하(華夏)를 가리켜 동쪽이라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천하에서 가장 큰 중심을 말한다면 정오가 되어서 그림자가 없는 곳이 중심이 될 것이다. 천축(天竺)이 그곳이다. 부처님이 저곳에서 태어나심을 보이신 곳인데 어찌 그 곳이 천하에서 가장 큰 중심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동 서를 말하는 것은 다 저곳과 이곳의 세시 풍속으로 서로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 가운데를 점찍어 동 서를 정한 것은 아니다.
참으로 부처님이 오랑캐이어서 그의 도(道)를 따르지 않는 다고 한다면, 순(舜)임금은 동쪽 오랑캐로 태어 낫고, 문왕(文王)은 서쪽 오랑캐로 태어 낫다. 참으로 그 사람이 오랑캐이어서 그의 도(道)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인가. 태어난 것은 자취이요. 행하는 것은 도(道)이다. 다만 그의 도(道)를 따르는 것이 옳은가 따르는 것이 옳지 않는가를 관할 것이지, 그가 태어난 자취로 구속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에 말하지 않았던가. ‘도(道)가 있는 곳이 사람들이 귀의하는 곳이다’ 고. 춘추(春秋)에서는 서(徐)나라가 거(莒)나라를 정벌하자 오랑캐라 하였다. 북방 사람(狄人)이 제나라 사람과 함께 형(邢)나라에서 맹약을 맺고 중국(中國)이라 하였다. 저 서(徐)나라가 중국인데도 오랑캐라는 이름을 받은 것은 의(義)롭지 못했기 때문이고, 북방 사람(狄人)을 중국(中國)이라고 부름을 받는 것은 의(義)가 있어서이다.
*오제(五帝) : 황제·전욱·제곡(帝嚳)·요(堯)·순(舜)
삼왕(三王) : 하(夏)의 우왕(禹王). 상(商)의 탕왕(湯王). 주(周)의 문왕(文王)
공성(孔聖) : 공자를 성인으로 여겨 이르는 말.
성조(聖祖) : 거룩한 조상
조술(祖述) : 선인의 주장이나 학설을 본받아 서술함.
화하(華夏) : 중국을 달리 이르는 말
시속(時俗) : 당시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풍속
이적(夷狄) : 동방(東方)의 오랑캐와 북방(北方)의 오랑캐
춘추(春秋)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적인(狄人) : 중국에서, 한인이 북쪽 변방의 이민족을 이르던 말.
무릇 과장하고 폄하(貶下)할 때에는 다만 사람의 현명함과 우매함과 일의 합당함과 부당함을 볼 것이지, 어찌 그가 태어난 곳으로 그 사람을 논의하는가? 그의 행적을 책망하지 않고 행한 도(道)를 찾을 것 같으면, 다만 오계(五戒)와 십선(十善)의 도(道) 만으로도 오제(五帝) 삼왕(三王)의 도(道)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 하물며 사제(四諦) 십이인연(十二因緣) 육바라밀(六波羅密) 등의 법이겠는가?
만약 오제(五帝) 삼왕(三王)으로 하여금 이 가르침을 만나게 하였다면 반드시 합장하고 무릎 끓고 가르침 받았을 것이다. 한나라 명제(明帝)가 불법을 구한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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