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나(禪那)의 학(學)은 부처님에서 가섭(迦葉)으로 분파되어 나왔다, 달마(達磨) 대사가 그것을 얻어 중국으로 건너와 교화 하였는데, 전하는 것은 전하지 않음으로서 전하고, 닦는 이는 닦음이 없는 것으로서 닦았다. 하나하나를 서로 이어 등(燈)과 등(燈)이 함께 빛나니 하나가 참으로 기이하다.
성인 가신지가 더욱 멀어짐에 이르니 법도 따라 해이해져 배우는 자들이 진부한 말만 지키고 밀밀한 뜻에는 알지 못해 근본을 버리고 지말 만을 쫓는다. 이러함에 관찰하여 깨달아 들어가는 길은 잡초에 막혀 있고, 문자를 희롱하는 논리만 칼끝처럼 일어나 정법안장(正法眼藏)은 땅에 떨어져 위태롭다. 이에 어떤 사람이 홀로 능히 거짓되고 속된 것을 등지고 바른 종지를 사모하여 경전을 찾아 이치에 나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선정을 의지해 지혜를 나타내심을 몸소 얻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것으로 마치시고서는. 침잠되었던 선풍을 다시 진작시키고 저물었던 조사의 달을 다시 밝게 하였다. 만약 그러한 자를 가히 가섭의 예손(裔孫)이며 달마의 적장자로 잘 계승하고 잘 펼친 이라 말하지 않겠는가. 오로지 우리 국사뿐이다.
*조계산(曹溪山) : 熙宗元年(一二○五) 改松廣山定慧社.爲曹溪山修禪社.
송광산(松廣山) 길상사(吉祥寺). 조계산(曹溪山) 수선사(修禪社). 조계산(曹溪山) 송광사(松廣寺)
김군수(金君綬) : 고려의 문신(文臣) 생몰 연대 미상,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의 손자이며 김돈중(金敦中, ?~1170)의 아들이다.
시호(諡號) : 불일보조(佛日普照).
수선사(修禪社) : 지금의 송광사(松廣寺).
지눌(知訥) : 고려(1158~ 1210) (52세).
진언(陳言) : 아주 오래전부터 쓰여 전혀 새롭지 못한 말. 진부한 말. 케케묵은 말.
모색(茅塞) : (자신의) 우둔함. 어리석음.
희논(戲論)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일을 따지고 의논함.
부위(浮僞) : 거짓됨.
예손(裔孫) : 어느 세대에서 여러 세대가 지난 뒤의 자녀를 통틀어 이르는 말.
종자(宗子) : 종가의 맏아들. 적장자(嫡長子) .
계술(繼述) : 조상의 뜻과 사업을 대대로 이어 나감.
유신(柳伸)：?~1104. 고려 문신. 서예가. 초명(初名)은 인(仁). 특히 행서(行書)·초서(草書)를 잘 써서 신라의 김생(金生：711~791)·고려의 탄연(坦然：1070~1159)·최우(崔瑀：?~1249)에 이어 넷째가는 명필로 꼽혔다. 보조국사 생몰(1158~1210) 년대와 맞지 않다.
스승의 휘는 지눌(知訥)로 경서 동주 사람이다. 일찍이 스스로를 목우자(牧牛子)라 하였다. 속성은 정씨이며 아버지는 국학(國學) 학정(學正) 이다. 어머니는 조씨이며 개흥군(황해도 연백)사람이다. 태어나면서 병이 많았다. 의사의 치료에도 효험이 없자 아버지는 이내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면서 출가 시킬 것을 서원하니 병이 나았다. 나이 팔세(혹 십 육세)에 조계운손 종휘 선사에게 나아가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았다. 배움에는 스승을 가리지 않고 도에 나아가는 지조는 높았다. 25세인 대정 22년 임술년에 승선(僧選) 가운데에 들었다.
*휘(諱) : 죽은 사람의 생전(生前)의 이름.
동주(洞州) : 황해도(黃海道) 서흥군(瑞興郡).
국학(國學) : 국학은 신라가 삼국통일 이후 국가정치제도를 정비하고 확대함에 따라 지배체제의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해진 시점에서 설립되었다. 완비된 것은 682년인데 김춘추가 당의 국학에 가서 석전과 강론을 참관한 후 설치를 건의한 것으로 보인다. 국학 제도는 고려와 조선에도 계승되었다. 고려에서는 국자감·성균감·성균관·국학 등으로 불리다 조선에서 성균관으로 통일되었다.
학정(學正) : 고려 시대, 국자감의 정구품 벼슬.
개흥군(開興郡) : 지금의 황해도 연백.
운손(雲孫) : 구름과 같이 멀어진 자손이라는 뜻으로, 잉손의 아들인 팔대손을 이르는 말
축발(祝髮) : 체발(剃髮)하다. 머리털을 자르다.
구계(具戒) :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초매(超邁) : 뛰어넘다. 초월하다.
헌헌(軒軒) : 뛰어난 모양. 득의한 모양.
대정이십이년(大定二十二) : 1182년 명종12년(明宗12年) 師25세.
얼마 되지 않아 남쪽을 거닐다가 창평(昌平) 청원사에 주석하면서 우연히 학료(學寮)에서 하루는 육조단경을 열람하다가 ‘진여자성(眞如自性)은 육근이 생각을 일으켜 비록 보고 듣고 깨달아 알지만 온갖 경계에 물들지 않고 진성(眞性)은 항상 자재 한다.’는 것에 이르러 일찍이 있지 안았던 것을 얻어 놀라고 기뻐하며 일어나 불전(佛殿)을 돌고 외우면서 생각하여 뜻을 스스로 얻었다. 이로부터 명리(名利)를 싫어하여 매양 숲속과 계곡 골짝이로 옮겨 다니며 그 도를 구함에 힘들고 편안함조차도 이렇게 필히 하고자 하였다. 하가산(下柯山) 보문사에 머물면서 대장경 가운데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을 얻어 읽음으로 인하여 거듭 신심이 일으켜 숨은 뜻을 찾아 맛의 정밀함을 곱씹었다. 전에 알았던 것이 더욱 밝아졌으며 마음이 원돈 관문에 빠졌으며 말학들의 어리석음을 인도하고 정(釘)을 제거하고 쇄기를 걷어 내고자 하였다.
*미기(未幾) : 머지않아. 많지 않다. 얼마 안 되어.
창평(昌平) : 지금의 전라남도 담양.
학료(學寮) : 학교의 기숙사.
진여자성(眞如自性) : 육조법보단경(六祖法寶壇經) 정혜품(定慧品) 제4(第四)
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 : 미증유법(未曾有法)ㆍ희유법(稀有法)로 의역한다. 부처님이 여러 가지 신통력부사의(神通力不思議)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십오년 을사(二十五年乙巳) : 명종 15년(1185년) 師28세.
하가산(下柯山) : 경북 예천 하가산(下柯山)
수결무은(搜抉無隱) : 찾아 뒤지기를 남김없이 하였다.
말학(末學) : 학문에 늦게 종사한 후진의 학자.
옛날에 알던 득재 노 선사를 만남이 있었다. 팔공산 거조사에 주석하면서 멀리서 간절히 와 주기를 청함으로 가서 머물렀다. 모든 종파와 명예를 떠난 고결한 선비들을 널리 끌어안아 뜻을 지니고 발심하기를 권하여 정(定)과 혜(慧)를 균등하게 익히며 이른 아침 늦은 밤까지 싫어하는 생각 없이 여러 해를 하였다. 승안 2년 무오년(건구 구년 무오년) 봄에 이르러 참선하는 여러 도반들과 명승지를 찾아 바루 하나를 들고 지리산에 올라 상무주암(上無住庵)에서 조용히 지냈다. 경치가 그윽하고 고요한 것이 천하에 제일로 참으로 참선하며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스승은 이에서 밖으로의 인연을 배제하고 안으로 관하며 마음을 오롯이 하기를 쇄를 달구어 담금질 하는 듯하고 근원을 궁구하고 흐름을 찾아 법을 얻은 때면 상서로운 모습이 여러 번 나타났다. 말이 번다해질까 기록하지 않는다.
*거조사(居祖寺) : 경상북도 영천군 청통면 신원리 팔공산 동쪽 기슭에 있는 절. 738년(효성왕 2) 원감조사가 창건하였다.
고사(高士) : 고결한 인격을 지닌 선비.
숙야(夙夜) : 이른 아침과 늦은 밤. 미명(未明). 조석(朝夕).
루임(累稔) 여러 해.
승안2년(承安二年) : 1172년 명종(明宗) 2년 임진(壬辰)년
신종1년 무오(神宗戊午年) : 1198년 신종(神宗)일년 무오(戊午)년. 師41세.
은거(隱居) : 세상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숨어삶.
유적(幽寂) : 유적하다. 쓸쓸하고 적막하다.
병출(屛出) : 배제(排除)하다. 쫓아내다. 축출(逐出)하다.
마쉬(磨淬) : 갈고 담금질하다.
궁원(窮源) : 마음의 근원을 드러내는 것.
상무주암(上無住庵)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지리산에 있는 절이다.
영원사에 소속된 산내 암자로서 합천 해인사의 말사(末寺)이다.
스승은 일찍이 말하기를 “내가 보문사 이래로부터 십여 년을 비록 부지런히 수행하여 뜻은 얻어 시간을 잊고 헛됨이 없었지만, 보았던 느낌들을 잊지 못하고 어떤 물건이 가슴에 걸려 원수가 이르는 것과 같았었는데, 지리산에 머물면서 대혜 보각선사의 어록에서 말한 ‘선(禪)은 고요한 곳에도 있지 않고, 다투는 곳에도 있지 않고, 일상의 일하는 곳에도 있지 않고, 생각하고 헤아리고 나누고 달리하는 곳에도 있지 않으나, 그러나 제일인 것은 고요한 곳, 다투는 곳, 일상의 일하는 곳, 생각하고 헤아리고 나누고 달리하는 곳을 버리지 않고 참구하면, 홀연히 눈이 뜨이고 비로소 모두가 집안의 일임을 알 수 있다.’ 하였는데 이에 계합한 나는 자연히 한 물건이 가슴을 장애하던 것도 없어지고, 원수와 함께하지도 않았으며, 그 자리에서 편안하고 즐거울 뿐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혜해(慧解)가 더욱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스승이 된 것이다.” 고 했다.
*이래(已來) : 이래(以来). 이후.
정(情) : 마음이 사물에 이미 감촉된 상태.
대혜어록(大慧語錄) : 대혜보각선사법어권제십구(大慧普覺禪師法語卷第十九), 시묘증거사(示妙證居士)
사각(捨却) : 버리다. 포기하다.
당하(當下) : 일이 있는 그 자리.
종사(宗師) :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스승.
오년 경신년에 송광산 길상사로 옮겨 거주하면서 빼어난 문도들과 여법하게 살기를 십일 년 혹은 도를 이야기 하고 혹은 선정을 닦으면서, 두타행과 부처님 계율을 한결같이 의지해 안거를 하였다. 사방의 승려와 재가자들이 풍문을 듣고 몰려들어 고을까지 성대하게 되었다. 어떤 이는 명예와 작위를 버리고, 처자 권속을 버리기도 하고, 옷을 바꾸고 형상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죽기를 짝하고 와서 함께 하였다. 왕자 공자 선비 서민 들이 이름을 버리고 절에 들어온 것이 또한 수백 명이었다. 스승은 도로서 스스로 임하게 하고, 사람들의 칭찬과 비방에 마음이 동하지 않았으며, 성품은 자애롭고 인자함으로 후학들을 잘 제접 하였다. 혹 비록 사리에 어긋나고 뜻을 거슬러도 능히 불쌍한 마음으로 보호하고 섭수하였으며 정을 약하게 하거나 그치지 않기를 자비로운 어머니가 버릇없는 아이에게 그렇다고 하는 것과 같이 했다.
교자(驕子) : 버릇없는 아들. 총아(寵兒). 떼쟁이.
신종3년 경신년(神宗3年庚申年) : 1200년. 師42세
작법(作法) : 글 따위를 짓는 법.
두타행(頭陁行) : 깨달음을 향해 용맹 정진하는 모습을 말한다. 두타의 행하는 법에 12종이 있으나, 그중에서 흔히 걸식하는 행만을 말한다.
치백(緇白) : 출가한 자와 재가자를 함께 이르는 말.
폭주(輻輳/輻湊) : 수레의 바퀴통에 바큇살이 모이듯 한다는 뜻으로, 한곳으로 많이 몰려듦을 이르는 말.
패류(悖謬) : 사리에 어긋나 일을 그르침. 도리에 벗어나 오류를 저지름.
오의(迕意) : 뜻을 거스름.
스승은 사람들에게는 항상 금강경을 지송(持頌)하도록 권하였고, 법을 강연할 적에는 도리는 곧 반드시 육조단경의 뜻을 내세웠고, 화엄은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과 대혜어록을 두 날개로, 세 종의 문을 열었는데 ‘성적등지문(惺寂等持門), 원돈신해문(圓頓信解門), 경절문(徑截門)이다. 의지하여 믿어 들어간 자가 많았으며 선학의 왕성함이 옛날이나 근래에 비교할 수 없었다.
스님 또한 좋은 위의(威儀)는 소의 걸음걸이와 범의 눈길, 제비집 같은 곳에 머무르면서도 젓가락 드는 것도 조심하였고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힘든 일을 하고 운력을 함에 이르러서는 항상 대중보다 먼저 하였다. 억보산의 백운정사와 적취암, 서석산의 규봉난야와 조월대는 모두 스승이 지어서 왕래하며 선을 행하셨다.
임금은 잠저에 있을 때부터 그의 이름을 중히 여겼다. 즉위하면서 령을 내려 송광산을 조계산으로 길상사를 수선사로 하여 친히 제방(題榜)을 썼다. 또 만수가사 한 벌을 특별히 포상으로 내려 보내 받았다. 돈독하고 공경하여 빛내고 보호하는 정성이 누구와도 대등할 수가 없었다.
*연거(燕居) : 마음 편히 산다. 하는 일 없이 집에 한가히 있음.
타용(惰容) : 게으른 용모.
억보산(億寶山) : 억불산(億佛山)이라고도 하며. 전라남도 광양 옥룡에 있는 산으로 현재의 백운산이다.
서석산(瑞石山) :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산으로 현재의 무등산이다.
규봉난야(圭峯蘭若) : 도선 국사가 서석산 중턱에 은신대(隱身臺)에 앉아 정진하다가 절을 짓고 규봉사라 이름하였다. 그 후 폐사가 되었던 것을 지눌스님이 중창하고 규봉난야라 이름 하였다.
잠저(潛邸) : 임금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사는 집이나 그 시기를 이르던 말.
임금 : 고려 제21대 희종(熙宗, 1181~1237)이며, 재위 1204년 ~ 1211년.
처음 스승이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함께 공부하던 이들과 약속하기를 “내가 이름을 숨기고 향사를 결집해 정혜를 익히는 것으로 일을 삼고자 하는데 여러분 들은 어떻습니까?” 하니 말하기를 “말법에 시기가 아니다.” 하기에 슬퍼하며 길게 탄식해 말하기를 “시간과 겁은 변하지만 심성은 변하지 않으며, 교법이 흥하고 쇠퇴함은 삼승 권학의 견해일 뿐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이와 같음에 응하겠는가?” 하니 대중 모두가 탄복하며 말하기를 “그렇다. 다른 날에 함께 향사를 맺으면 반드시 정혜라고 부릅시다.” 하였다. 거조사(居祖寺)에 거주하면서 과연 정혜결사를 세우고 거듭하여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을 지었으니 처음의 뜻대로 되었다. 결사를 송광사로 옮김에 이르러서도 또한 그 이름을 따랐는데 후에 가까이에 같은 이름을 부르는 절이 있으므로 인하여 조정의 뜻에 따라 바꾸어서 수선사라 부르게 되었다. 이름은 비록 다르지만 뜻은 같다. 스승의 뜻이 정혜에 이와 같이 있었다.
*도명(逃名) : 세속적 명성을 추구하지 않다.
향사(香社) : 당(唐)나라 때,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향산(香山)의 승려 여만(如滿)과 함께 결성한 모임 즉, 향화사(香火社)의 준말이다. -금역당집 제5권 / 발(跋)
개연(慨然) : 감개하다. 시원시원하다. 흔쾌하다.
권학삼승(權學三乘) : 방편의 가르침을 배우는 3승. 『신화엄경론』 1권
삼승(三乘) : 성문ㆍ연각ㆍ보살에 대한 세 가지 교법(敎法)을 말한다.
조지(朝旨) : 조정의 뜻.
대안 2년 봄 2월 어머님을 천도로 인하여 법연을 베푼 지 십여 일이 지났다. 때에 결사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세상에 머물면서 법을 말하기는 오래지 않을 것이니 마당이 각자 노력할 것이다 하고 3월 20일 갑자기 아픔을 보이시더니 무릇 8일 만에 원적에 들었으니 미리 알았던 것 같다. 하루 저녁 전날 목욕실에서 목욕을 하는데 시자가 게송으로 노래를 하니 스승이 가만히 화답을 하였다. 밤이 깊어 방장실에 들어서도 묻고 답하기가 처음과 같았다. 새벽에 이르러 한가로워지자 오늘이 며칠이냐고 하시기에 “3월 27일” 이라고 했다. 스승이 세수와 양치를 하고 법복을 갖추어 입고 말씀하셨다.
“이 눈은 조상의 눈이 아니요
이 코는 조상의 코가 아니요
이 입은 어머님이 나아주신 입이 아니요
이 혀는 어머님이 나아주신 혀가 아니다.”
*대안(大安) 2년 : 1210년, 금(金) 위소왕(衛紹王) 2년, 고려(高麗) 희종(熙宗) 6년
종용(從容) : (태도가) 조용하다. 침착하다. 넉넉하다.
답화(答話) : 대답하다.
관수(盥漱) :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다.
비조(鼻祖) : 어떤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 시조(始祖).
시조(始祖) : 사람이 임신을 하면 코가 먼저 생긴다. 그래서 시조를 비조라고 한다.(凡人懷胎, 鼻先受形. 故稱始祖爲鼻祖.)
법고를 치고 대중을 모으게 하시고는 육환장을 짚고 걸어서 선법당(善法堂)에 이르러 향을 사르고 법좌에 올라 평상의 의식과 같이 주장자를 내려치시고는, 어제 저녁 방장실에서 문답한 어구 가운데 인연을 들어 말씀하시기를 “선법(禪法)의 영험은 불가사의한 것이다. 금일 이 속에 이르러서 대중을 위하여 설파하고 가고자 한다. 여러분들이 매하지 아니하고 한 가지로 물어 오면, 늙은이도 또한 한 가지로 답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시고 손을 어루만지면서 말씀 하셨다. “산승의 목숨이 여러분의 손안에서 다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가로로 끌든 거꾸로 끌든 맞길 터니 힘이 있으면 나와라.” 하시고 문득 발을 펴서 법상에 걸터앉아 물음에 따라 답을 하시는데 자상한 뜻과 진실한 말의 변재는 걸림이 없었다. 임종기(臨終記)의 기록된 것과 같다.
*축향(祝香) : 축성상당(祝聖上堂)이나 강탄회(降誕會) 등에서 법을 설하기에 앞서 축하의 뜻을 표하며 향을 사르는 의식.
어구(語句) : 말의 마디나 구절.
래도(來到) : 때나 기회가 가까이 닥쳐옴.
설파(說破) : 사물의 내용을 밝혀 말함.
일착자(一着子) : 일착(一著)이라고도 하며, 일수(一手)라고도 하니, 원래는 바둑 용어로 바둑이나 장기에서 돌이나 말을 한 번 놓는 것을 말한다. 선가에서는 향상일구(向上一句)를 말한다.
명근(命根) : 목숨과 생명의 근본. 생명의 근원.
근골(筋骨) : 체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체력.
변재(辯才) : 말을 잘하는 재능.
최후로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날 비야리상의 정명이 보인 병(病)과 금일 조계 목우자가 보인 병(病)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스승이 말씀하시기를 “너는 같고 다른 것만 배워 왔느냐.” 하셨다. 이내 주장자를 들어 몇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천 가지 온갖 갖춤이 모두 이 속에 있다.” 하시고는 곧 주장자를 잡고 법상에 걸터앉아 움직이지 않고 편안한 모습으로 가셨다. 문도들이 향과 등으로 설단하고 공양하기를 칠일 간 하였는데, 안색은 살아계실 때와 같았고 수염과 머리털은 점차 자랐다. 다비를 마치고 유골을 수습하니
뼈가 모두 오색이었다. 사리를 얻으니 큰 것이 30과 작은 것은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부도를 절의 북쪽 기슭에 세웠다. 임금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시호(諡號)를 “불일보조국사(佛日普照國師)”라 하고 탑을 “감로(甘露)”라 하였다. 돌아보면 세수는 53세, 법랍은 36랍 이다.
살아 계시면서 평소 지으신 저서는 결사문(結社文), 상당록(上堂錄), 법어가송(法語歌頌), 각 1권이다. 종지(宗旨)를 드러내어 모두가 관할 수 있게 하였다.
*비야(毗耶) : 비야는 비야리(毗耶離)의 준말로 석가모니 당시에 유마 거사(維摩居士)가 병을 핑계대고 불이법문(不二法門)을 설했던 성(城). 또는 유마거사가 설한 불이법(不二法)을 말한다. 유마경(維摩經)에 “伊時毗耶大城中有長者 名維摩詰”이라 하였다.
만반(萬般) : 갖출 수 있는 모든 사항.
박연(泊然) : 무욕 염담(無欲恬淡)한 모양. 욕심이 없고 마음이 평정(平靜)한 모양.
서거(逝去) : 죽어서 세상을 떠남
안색(顔色) : 얼굴에 나타나는 빛깔이나 기색.
수발(鬚髮) : 수염과 머리털을 아울러 이르는 말.
다비(茶毗) : 화장(火葬). 다비( Jhapita).
부도(浮屠) : 불교 승탑(僧塔) 또는 부도(浮屠/浮圖)는 불교에서 승려의 사리를 안치한 탑이다. 부도의 어원은 부처(Buddha)이며, 따라서 부처 그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시호(諡號) : 왕·왕비를 비롯해 벼슬한 사람이나 학덕이 높은 선비들이 죽은 뒤에 그의 행적에 따라 국왕으로부터 받은 이름.
익(謚) : 시호(諡號). 웃는 소리. 諡의 뜻으로 씀.
발양(發揚) : 마음이나 재주, 기운, 기세 등을 떨쳐 일으킴.
종지(宗旨) : 종문 교의의 취지.
어떤 이가 말하기를 “나고 죽는 것은 큰일이다. 스승님이 능히 입멸에 드실 적에 평안하고 자유로운 것이 다른 사람들 보다 지나침이 있다고 하나, 그러한 말은 도에 이르러 하는 말이 아니다. 어찌하여 쓰는 말을 하는가 하면, 노자는 “귀한 것은 아(我)를 아는 이가 드물다.” 했고, 장주는 “모나지 않고 특별나지 않는 것을 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옛날에 도는 사람들과 함께할 뿐이라고 했다. 스스로 궤이하고 기이한 자취로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겠는가? 여래 세존께서도 법왕이라 부르시고 신통묘용이 자유 자재하시지만 쌍림에서 연적함에 이르러서는 곧 말씀하시기를 “나는 오늘 등이 아프다 장차 열반에 들고자 한다.” 고 하시면서 오른쪽 뺌을 대고 발을 포개어 열반에 드셨다.
*위명(委命) : 목숨을 바치다. 운명에 맡기다.
승화(乘化) : 죽음을 의미.
우유(優遊) : 편안하고 한가롭게 지냄.
과인(過人) : (남을) 능가하다. 남에게 전염하다.
*양웅(揚雄)의 〈해난(解難)〉에 “노담이 남긴 말에 ‘귀하게 여김은 아(我)를 아는 자가 드문 것이다’ 하였다.[老聃有遺言, 貴知我者稀.]”라고 하였다. 《漢書 卷87 揚雄傳》
장자(莊子) : 본명은 장주(莊周)이고, 자는 자휴(子休)이다. 전국시대 송(宋)나라 몽(蒙)출신으로,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인물. 맹자와 동시대에 살았다고 전해진다.
애이(崖異) : 모가 나서 남과 틀림
궤이(詭異) : 기이(하다). 괴상(하다).
기위(奇偉) : 특이하다. 과장하다. 훌륭하다.
쌍림(雙林) :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사라쌍수가 있는 숲을 뜻한다. 부처님께서 북인도의 구시라성(拘尸羅城) 서북쪽으로 흐르는 발제하(跋提河) 물가의 사라수 여덟 그루가 둘씩 마주 서있는 사이에 자리를 깔게 하고 열반에 드시자 그 숲의 나무가 말라 죽어 학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래서 그 곳을 학림(鶴林) 또는 학수(鶴樹)라고 하였다.
연적(宴寂) : 평안한 상태로 입적한다는 뜻으로, 성자의 죽음을 이르는 말.
또 당나라 은봉(隱峯) 선사는 거꾸로 서서 천화 하자 누이동생 비구니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 노형은 평생 법과 계율을 따르지 않더니 죽음에 있어서도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하였다. 지금 스승님께서는 개당하여 대중에게 보이신 것이 이미 많은데 입적하시는 날에 다시 북을 쳐서 대중을 모이게 하여 법좌에 올라 법을 설하시고 법상에 걸터앉아 적멸을 고하신 것은 저 도에 살사마귀가 되는 것이 않는가? 대답을 하자면 그러하지 않다. 대저 도는 쓰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람들이 행하는 데는 한결같지 않다. 까닭에 “천하는 일치(一致)하지만 생각은 백가지이고, 길은 다르나 돌아가는 곳은 같다.”고 말한 것이다. 만약 말한 것과 같다면, 그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또한 역대 선문의 모든 조사들이 임종으로 법을 부촉할 적에는 반드시 신이함을 보였다. 승사(僧史)에 자세히 실려 있다.
*등은봉(鄧隱峯, 생몰미상) : 은봉스님은 중국 복건현(福建縣) 소무(邵武) 출신으로 속성이 등씨(鄧氏)이므로 세인들이 등은봉이라 일컬었다. 처음 마조도일 밑에 있었으나 깨닫지 못하고, 다시 석두스님을 찾아갔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다시 마조를 찾아가 깨달았다. 오대산(五臺山)에 들어가 금강굴(金剛窟) 앞에서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입적하였으나 옷자락이 아래로 내려오지 아니하였다. 다비장으로 법구를 옮기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때 비구니스님인 누이동생의 말에 쓰러졌다고 한다.『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권8의 「오대산은봉선사(五臺山隱峯禪師)」
형혹(熒惑) : 마음이 어수선하고 의아함.
우췌(疣贅) : 살가죽에 병적으로 솟아난 살덩이. 군더더기.
*天下一致而百慮 『주역(周易)』「계사하전(繫辭下傳)」 제5장.
일치(一致) : 서로 꼭 맞음.
동귀(同歸) : 돌아가 닿는 곳이 같음. 같은 목적지에 이르다. 같은 결과를 얻다.
이후의 모든 조사들에 이르러 승당하여 설법하고 승화하신 흥선사의 유관(惟寬), 상당하여 게를 설하고 편안히 앉아 승화한 수산(首山) 성념(省念), 게송을 남기고 하루 종일 상당하여 설법을 하고 편히 앉아 장왕(長往)한 서봉(瑞峯) 지단(志端), 머리를 깎고 목욕을 하고 승당하여 대중에게 하직하고 편안히 앉아 승화한 대녕(大寧) 은미(隱微) 모두를 꾸짖을 것인가.
아~ 말법 사람들은 의심은 많고 신심은 적다. 늙어 깨달은 선비가 있어, 좋은 방편을 열어 보이며 도를 권하여도 흠모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비록 성도(聖道)에 나아가고자 하나 이 또한 어렵다. 스승님이 이러한 마음을 관(觀)하시고 또 근기를 접해 만물을 이롭게 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유관(惟寬, 755~817)은 절강성 신안(信安) 출신으로 속성은 축씨(祝氏)이다. 13살 때 출가하여 율장과 천태지관을 배운 다음 마조대적(馬祖大寂)을 참방하여 선법(禪法)을 받았다.
수산성념(首山省念:926~993) 선사는 임제 선사의 5대손이다. 처음 출가한 후 각처의 선지식을 두루 찾아다니며 두타행을 실천하다가 〈법화경〉을 3000번 수지독송 했다. 그래서 그를 염법화(念法華)라 부르기도 하였다.
*서봉 지단(瑞峯志端, 892~969)은 복주(福州) 출신으로 속성은 유씨(兪氏)이다. 복주 남간사(南澗寺)에서 출가하였으며 24살 때 안국사(安國寺) 홍도(弘瑫) 명진대사(明眞大師)에게 법을 이어받고 제자가 되었다
*장왕(長往) : 속세를 영영 떠나감. 멀리 가서 영원토록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
상계(像季) : 불교의 용어로 삼시(三時)인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 중의 하나인 상법 1천년의 말기를 이르는데, 또는 이를 상법과 계법(季法)이라고 하여 계법은 곧 말법의 시대라고 하기도 한다.
*대녕 은미(大寧 隱微, 886~961)는 강서성 출신으로 속성은 양씨(楊氏)이다. 7살 때 홍주(洪州) 석두원(石頭院) 도견선사(道堅禪師)를 은사로 스님이 되었다. 20살에 개원사(開元寺) 지칭율사(智稱律師)에게 구족계를 받았고, 나산(羅山)의 법보대사(法寶大師) 도한(道閑)의 법을 이어 제자가 되었다.
선교(善巧) : 교묘한 수단과 방법.
흠모(歆慕) : 부러워하다.
師沒之明年。嗣法沙門慧諶等。具師之行狀以聞曰。願賜所以示後者。上曰兪。乃命小臣文其碑。臣業儒而未至者也。而况於佛心祖印方外之談乎。但迫明命。無由以辭。玆扣竭於謏聞。敢形容於盛美。
스승이 입멸하신 다음해에 스승의 법을 이은 사문 혜심(慧諶) 등이 스승의 행장을 갖추어 올리며 말했다. “원하옵건대 후세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사하여 주십시오.” 하니 임금이 윤허하셨다. 이내 소신에게 명하여 비문을 짓게 하셨다. 신은 유학을 업으로 하나 이르지 못했는데 하물며 부처님 마음과 조사의 심인은 영역 밖의 이야기이다. 다만 임금의 명이기에 사양할 이유 없이, 들은 것을 모두다, 감히 아름다운으로 형용하려 한다.
*명년(明年) : 올해의 바로 다음에 오는 해.
혜심(慧諶) : 성은 최씨(崔氏). 자는 영을(永乙), 자호는 무의자(無衣子). 법명은 혜심(慧諶 1178년(명종 8) ~ 1234년(고종 21)). 전라남도 나주 출신. 아버지는 완(琬)이며, 어머니는 배씨(裵氏)이다. 지눌의 뒤를 이어 수선사(修禪社)의 제2세 사주(社主)가 되어, 간화선(看話禪)을 강조하면서 수선사의 교세를 확장하였다.
이문(以聞) : 주상(奏上) ‧상신(上申)하는 것. 아뢰다.
소문(謏聞) : 명성이 조금 퍼짐.
其銘曰。 이렇게 새긴다.
指以標月兮。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나
月不在指。 달은 손에 있지 않고
言以說法兮。 말로 법을 설하나
法不在言。 법은 말에 있지 않고
三乘諸部兮。 삼승과 모든 부가
隨機差別。 근기에 따라 다르지만
徑截直入兮。 경절(徑截)은 바로 들어가는
唯有一門。 오직 한 문이다.
牟尼示花兮。 석가모니부처님이 꽃을 보이시니
迦葉破顔。 가섭이 웃었고
達磨面壁兮。 달마대사 면벽하니
慧可斷臂。 혜가(慧可)가 팔을 끊었다.
心傳心兮不二。 마음으로 전하는 마음은 둘이 아니요.
法與法兮齊致。 법으로 주는 법의 이치는 하나다.
眞風兮未殄。 진실한 바람은 다하지 않으니
何代兮乏人。 어느 시대 사람인들 부족 하리
師之身兮鶴出籠。 스승의 몸은 둥지에서 나온 학이요
師之心兮鏡無塵。 스승의 마음은 티끌 없는 거울이다
柯山兮啓途。 하가산에서 길을 열고
松社兮稅駕。 송광사에서 입적하시니
定水湛兮湛無波。 선정의 물은 담연하고 담연한 물은 파고가 없고
慧炬光兮光不夜。 지혜의 횃불은 빛나고 그 빛은 밤이 없이
庭栢兮答祖意。 정전의 백수자는 조사가 답한 뜻이며
池蓮兮演眞宗。 연못의 연꽃은 참다운 종지를 펼친다.
四衆繞兮雜遝。 사부대중이 위요(圍繞)하여 번다하나
一音暢兮舂容。 한 소리 펼치니 단정하고 우아하다.
觀死生兮如幻。 생사를 관하니 환과 같아
豈眞妄兮殊科。 어찌 진실과 허망함이 다르겠는가?
噫師之振錫兮。 아~ 스승님이 내리치신 주장자는
萬象都融。 만상을 융합하고
風吹柳絮兮。 부는 바람에 버들개지 흔들리고
雨打梨花。 비가 배꽃에 비가 내린다.
*세가(稅駕) : 휴식하다. 쉬다.
담연(湛然) : 물이 깊고 고요하다
잡답(雜沓) : 난잡하다.
위요(圍繞) : 둘러싸다. (시간이나 일 또는 문제를) 둘러싸다. 주위를 돌다.
진종(眞宗) : 《열반경》, 《화엄경》 따위의 가르침.
용용(舂容) : 문장력이 웅장하고 전아함을 말한다.
유서(柳絮) : 버드나무의 꽃. 버들개지.
함께하는 공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