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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 변한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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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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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 변한 스님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었다
여름 동안 무럭무럭 자란 곡식들은 알맹이가
통통하게 영글어 고개를 숙인다.
먼 산의 단풍은 한층 붉게 물들어 산은 불타는 듯하다.
가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다.
아랫마을에 목화 동냥을 갔던 스님은 산사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길 옆의 잘 익은 벼이삭이 걸을 때마다 발목에 스친다
스님은 무심코 벼이삭을 뽑았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 몇 알을 까먹고는 길가에 버렸다.
순간, 스님은 깜짝 놀랐다.
'아차! 벼이삭 하나를 키우기 위해 농부들은 얼마나
땀을 흘렸을까?
더구나 주인의 허락도 없이 벼이삭을 훕친 죄와 버린
죄를 지었구나. 마땅히 죄의 댓가를 받으리라.'
스님의 혼잣말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그 자리에서
한 마리의 큰 황소로 변하였다.
소가 된 스님은 잘못을 빌 생각으로 마을로 내려가
그 벼이삭의 주인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큰 기와집이었다.
소가 그 집으로 들어가니 주인이 나오며 말하였다.
"왠 소가 우리 집으로 들어올까.
너의 주인 집으로 가거라, 어서!"
그러나 소는 내쫓아도 나가지 않고 빈 외양간으로 들어갔다.
마침, 이 집에는 소를 팔고 없어 외양간이 비어 있었다.
외양간으로 들어간 소는 아무리 끌어내려 해도
나오지 않고 버텼다.
"그것 참, 이상도 하네그려.
오늘 자고 나면 주인이 찾아오겠지.
그럼, 여기서 하룻밤 자거라."
그 이튼날 근방의 여러 마을 사람들에게 소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소를 잃은 사람은 없었다.
주인은 소를 굶길 수가 없어서 쇠죽을 끓여주었다.
소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쇠죽 한 통을 맛있게 먹어치웠다.
소는 이제 외양간에서 한겨울을 나게 되었다.
그리고 겨울이 가고 이른봄 농사철이 되었다.
소는 겨우내 잘 먹어 살이 찌고 기운이 세졌다.
들에 나간 소는 땀을 뻘뻘 흘리며 논밭을 갈고
농사를 잘 지었다.
그래서 그해 농사는 어느 해보다 풍년이 들었다.
주인은 소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소야! 너 때문에 올 농사는 어느 때보다도 잘 지었단다.
네 은혜는 잊지 않으마."
그러자 소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목에 단 풍경이 '땡그랑 땡그랑' 울렸다.
다시 겨울이 되어 흰 눈이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외양간에도 차가운 바람이 들자 주인은 바람 구멍을 막아주고
외양간에도 불을 넣어 따뜻하게 해주었다.
소는 주인이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하루는 주인이 막 잠들려 하는데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어른, 주무셔요?"
주인이 문을 열고 보니 밖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찬 바람이 흰 눈을 휙 몰아오더니 섬돌이 부서졌다.
외양간에 매어둔 소가 앞발굽을 두어 번 들었다 놓았다 하자,
목에 단 풍경 소리만이 차갑게 얼어붙어버렸다.
주인은 한 번 더 밖으로 목을 빼고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았으나 사람은 역시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바람 소리였나 보다고 생각하고 문을 닫으려 하자,
소가 다시 앞발로 바닥을 긁으며 사람의 목소리를 냈다.
"제가 불렀습니다. 주인어른!"
주인은 너무 놀압고 의심스러워 소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네가 말을 하였느냐?"
"예, 제가 말을 하였습니다."
"왜, 나를 불렀느냐?"
"내일 모래 주인댁에 큰도둑이 들 것입니다.
도둑이 수백 명 와서 재산을 다 털어가고,
이 집에 불을 지를 것입니다.
만약 돈을 내놓지 않으려 하면 사람까지 죽일 것입니다.
이제 말을 믿어주십시오. 주인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제가 미리 알려드립니다."
주인은 소가 말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궁금해서
소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예,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십시오.
우선 술과 음식을 많이 장만 하십시오.
그리고 도둑놈들이 오거들랑 반갑게 맞아 대접하십시오.
그래야 주인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주인은 소가 시킨 대로 미리 음식을 장만하여 두고
도둑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당에는 멍석을 깔고
상에는 술과 고기와 떡과 맛있는 음식을,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많이 차려두었다.
한밤중에 되니 도둑들이 들이닥쳤다.
주인은 나가서 공손히 맞았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왜 이리 늦으셨습니까?
우선 시장하실 테니 차려놓은 음식부터 드시고,
쌀이랑 돈은 가져가기 좋도록 잘 묶어두었으니
맘껏 가져가십시오."
도둑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누구도 그 까닭을 모른다는 눈치였다.
그리고 배가 고프던 참이어서 차여둔 음식을 보니
더욱 시장기가 들었다.
그렇게 잘 차린 음식은 먹어본 일이 없었다.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도둑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우루루 음식상으로
몰려가 먹기 시작하였다.
주인은 머슴들을 시켜 모자라는
음식을 더 내오도록 하였다.
실컷 먹고 난 도둑들은 이상하게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우리가 올 줄 알고 음식을 준비했느냐?"
주인은 외양간을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
"예. 저는 다만 저 외양간의 소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뭐라고? 소가 시켜? 우리가 올 줄을 알고
준비를 시켰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우리 외양간의 소가 말하기를
오늘 밤 당신들이 온다고 하였습니다."
"소가 말을 한단 말이냐? 그럼 한번
그 소를 가까이 가서 보자."
도둑들이 외양간으로 가서 보니,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소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스님이
한 분이 서 계셨다.
그리고 입을 열어 말을 하였다.
"내가 바로 그 소였다오.
나는 일하지 않고, 또 주인의 허락도 없이
벼이삭 한 줄기를 뽑은 죄로 벌을 받아 소가 되었었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죄의 씨도 뿌리지 않으면
벌을 받을 까닭이 없는 법이오.
이것이 부처님께서 가르치는 인과응보라는 진리오.
응보란 이 세상에서 받지 않으면 저 세상에서라도
언젠가는 받게 되는 것입니다."
스님의 말을 들은 도둑들은 자기들이 이제까지 일하지 않고,
매 년 남이 땀 흘려 지어놓은 곡식을 빼았아 간 죄의 벌이
얼마나 클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스님이 이삭 한 줄기로 일 년 간 소가 되었다면
자기들은 수십 년 아니 수백년도 넘게 소가 되어도
모자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도둑질을 한다면 소가 되든,
지옥에 가든 영원히 응보를 벗을 길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둑들은 모두 스님 앞에 꿇어 엎드렸다.
"스님! 저희들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저희들을 지금이라도 바른길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저희들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참 잘 생각하셨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선행을 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여러분이 용서받는 길을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자, 저를 따라오십시오."
도둑들은 스님을 따라 절로 갔다.
그리고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잘못을 많이
한 사람은 더 많은 선행을 쌓으려고 노력하였다.
결국 그 도둑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믿고
따랐으므로 스님과 함께 모두 극락 세계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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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1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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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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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독송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