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디지털화가 불교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각들과 불보살상, 탱화 같이 사찰에나 가야 볼 수 있던 것을 핸드폰이나 PDA를 통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불교문화의 디지털콘텐츠화란 용어는 생소하지만 뜻은 간단하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불교전통문화를 디지털화 한 것. 단청문양을 디지털 작업을 거쳐 스카프 도안으로 활용하거나, 불교설화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불교문화의 디지털콘텐츠 바람이 최근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난 2일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불교전통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화의 중요성과 개발방안’ 세미나를 개최해 교계 내 관심을 일으켰고, 내년부터 동국대 불교대학 내에 불교문화콘텐츠학이 신설된다. 지난 2월 초 개원한 한국불교문화콘텐츠 연구소(소장 법타스님) 또한 불교문화의 활용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한 경우다.
불교계는 왜 갑자기 불교문화디지털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사실 불교문화 디지털콘텐츠란 개념은 불교계에서나 낯설지 문화관광부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대학 내 문화콘텐츠 관련 인문학부에서는 이미 2~3년 전부터 주목한 분야다. 이는 불교문화가 한국문화유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70%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불교는 무한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 일례로 신행활동은 템플스테이라는 체험문화로 발달했으며, 선무도, 간화선은 수행프로그램으로, 사찰 공양물은 사찰음식이란 문화로 특화돼 있다.
이처럼 불교는 많은 문화원형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연구하고 활용하는 지 여부는 미지수다. 영화 ‘매트릭스’가 기독교 성서를 바탕으로 제작됐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영화들이 북유럽신화와 철학을 담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더 확연하다. 불교문화사업단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시스템 자체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재원도 턱없이 모자라다보니 한계가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도 불교문화의 디지털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지만, 불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돼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설명: 사찰의 꽃살무늬.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종교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은 속에서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체계적인 연구는 그후부터다. 전문기관과 연구원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 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불교문화 전문가와 디지털콘텐츠 제작자가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
불교문화사업단 단장 현고스님은 “디지털콘텐츠 개발은 불교문화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를 대중화 세계화하는데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라며 “종단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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