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가 창건한 이후 고려 보조 지눌 국사의 정혜결사와 진각 혜심 국사의 결사정신 진작으로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종찰이다.
조선 정유재란 이후에는 응선스님의 복원불사와 부휴스님의 선풍 진작으로 500명의 제자들이 선맥을 잇는 대도량이 되었다. 또한 해방이후에는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금당스님과 취봉스님 원력이 있어 복원불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근래 1969년에는 구산 수연 대종사가 조계총림을 발족하면서 방장으로서 승풍을 쇄신하고 총림다운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원력을 세우고, 현호스님이 그 유지를 받들어 일각 방장스님을 모시고 1983년부터 1990년까지 제 8차 중창불사를 진행했다. 총림 대중의 수행환경 개선과 화합승가의 기치가 있어 8년여의 대작불사를 원만히 끝낼 수 있었다. 현고스님 현지스님 현봉스님 영조스님 무상스님 등의 가람수호 원력과 대행으로 지금의 조계총림에 이른 것이다.
총림은 선원과 강원, 율원, 염불원을 갖춘 출가 수행자들의 종합수도원이다. 방장은 선ㆍ교ㆍ율을 겸비하고 학덕과 수행이 높은 본분종사로 총림을 대표하고 총림대중을 총리하며 수행 대중을 지도 편달하는 위치이다. 총림법 제5조에 따르면 총림의 직제는 방장, 수좌, 주지, 유나, 선원장, 율주, 강주(학장, 승가대학원장) 및 염불원장을 두고, 방장은 수좌를 위촉하고 수좌는 방장을 보좌하며 방장 유고시에는 그 직무를 대신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조계총림 송광사는 방장 보성 대종사님이 열반하신지 5개월이 지났고, 방장 임기가 끝난 지는 2년이 되어간다. 보성 대종사님 임기 이후 송광사에는 방장이 부재중이다. 더 나아가 방장 유고시 방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좌를 위촉하지 않아 수좌도 부재중이다. 임회 소집은 방장이 하게 되어 있고. 방장 유고시는 총림법 5조의 직제 규정으로 수좌가 그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총림의 수좌 또한 위촉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규정상 위촉한다고 되어 있어 분명한 위치를 직제에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두지 않는 것은 어쩌면 총림의 대표성과 그 차제까지도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총림의 주지는 방장이 추천하고 총무원장이 임명한다. 총림 주지는 교구를 대표하는 본사주지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주지의 자격은 교구본사 주지 자격에 준하며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규정된 법은 총림의 주지는 방장이 추천하고 총무원장이 임명한다. 하지만 총림의 주지는 교구를 대표하는 본사 주지로서의 지위는 있지만 총림의 대표성은 부재한 편이다. 이런 까닭에 본사 주지 자격에 준한다고 되어 있다.
1300년 역사 이레 송광사의 이러한 상황은 처음일 것이다. 보조 지눌국사가 결사 대중의 처음을 가르치던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현인과 성인을 가까이하고 악한 이는 멀리 하라 했다. 다투는 사람이 있으면 두 사람의 말을 잘 듣고 화합하게 하라고도 했다. 어른을 만나거든 고개를 숙여 존경하고 공경하라고도 했다.
어찌 총림의 어른을 모시는데 법에만 의존해야 하겠는가. 수행해온 사십년의 세월을 일괄 한 모양으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전체를 아우른다 할지라도 부족한 부분은 늘 있다. 조계총림의 방장부재가 2년이 다 되어 간다. 어쩌면 2년 동안 교구의 대표성은 존재했다 할 수 있겠지만 총림으로서의 대표성은 부재했다 할 것이다. 총림의 대표성이 부재했다는 것은 사부대중으로부터 총림으로서의 대접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시회 대중은 발로 참회할 일이다.
법은 최소한을 거들 뿐이다. 부처님 법으로 이야기 하자면 득법이 최고일 것이나 무었을 했는가를 스스로가 잘 살펴볼 일이다. 조직과 단체에는 해온 일과 이야기 거리가 있다. 이야기에는 불친절한 비방도 있지만 공이 과를 승화시킬 수 있다면 인정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수행자에게 지나온 이야기로 말하자면 세월만큼 큰일을 한 것도 없다. 향 종이가 향 내음에 젖고 안개 속에 옷이 젖듯이, 가는 먹 속에 먹 향에 젖듯이 수행은 세월에 젖어 왔다. 그렇듯 문중 어른은 알게 모르게 늘 존재했고 존재해 왔다. 마음 안에 존재하는 것이 제일이겠지만, 모르는 결에 존재하고 따르게 되는 것이 문중 어른이다. 그래서 집안 어른은 찾으면 늘 그 자리에 있다.
방장 스님 모시는 일은 문도들이 화합하면 못할 일도 아니고 더더욱 반목하고 줄 세울 일도 아니다. 수행의 법은 그 시작과 기본을 알면 된다. 문중의 화합과 번영을 원하는 총림 교구대중의 뜻이 다양하고 다분하겠지만 이 또한 화합으로 다듬으면 큰 힘이 될 것이나, 분별하고 분산된 힘이라면 병약한 자와 같을 것이다. 총림대중의 흩어지고 분산된 병약한 힘이 아니라 하나로 뭉치고 화합으로 다진 힘이 흔들리지 않는 금강보좌가 되어야 한다. 참회대중은 송광사 방장 추대에 적극 동참하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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