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서는 말한다. 남자는 실인(室人)이 있고 가정(家庭)을 두어 가업을 계승하며 제사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효도라고 말한다. 오늘 날 불가에서는 혼인을 끊고 인륜을 저버리고 멀리 산림(山林)에 가서 영원히 후사(後嗣)를 끊었으니 어찌 효도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저녁이면 잠자리를 봐드리고 새벽이면 얼굴을 바라보고 안색에 따라 어긋나지 않게 하고, 외출할 적에는 반드시 고(告)하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을 보여야 한다. 오늘의 불가에서는 부모님께 고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출가하여 한번 출가함으로부터 몸을 마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살아서는 맛있는 음식으로 봉양하지 않고 돌아가시면 후하게 장사지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찌 불효(不孝)가 아니겠는가? 하였다.
*실인(室人) : 자기의 아내를 이르는 말.
혼정신성(昏定晨省) : 밤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이른 아침에는 부모의 밤새 안부를 묻는다는 뜻으로, 부모를 잘 섬기고 효성을 다함을 이르는 말
승안(承顔) : 남의 안색을 살펴 가며 기분을 맞추다
순색(順色) : 배색(配色)이 좋다. 배합이 좋다. 조화가 잘 되다.
감지(甘旨) : 맛있는 음식.
시험 삼아 일찍이 논하여 답한다. 원리(經)와 방편(權)은 도(道)의 대요(大要) 이다. 원리가 아니면 상도(常道)를 지킬 수 없고, 방편(權)이 아니면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원칙으로 상도를 지키고 방편으로 변화에 대응한 뒤에야 저 도(道)의 크고 온전함을 얻어 가는 곳 마다 옳지 않은 것이 없다. 상도를 지킬 줄 알지 못하면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없고, 변화에 응할 줄 알지 못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사람은 부모에 의탁하여 태어나고, 군왕에 의지해 나라가 존재함을 얻는다. 집에서는 효도하고 집을 나서면 충성하는 것은 진실로 신하와 아들 된 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또 결혼을 하고 제사를 지내는 일은 인륜의 큰 도리이다. 결혼하지 아니하면 태어나고 자라는 이치가 끊어지고, 제사를 지내지 아니하고 물러나 멀리하면 법은 폐지될 것이다. 그러나 신하와 아들이 되어서 충성과 효도를 다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혼을 하여 몸을 마치도록 정도(正道)를 지키고 제사를 받들며 마음을 다해 재계(齋戒) 하기란 또한 어려운 것이다. 충성을 다하고 효를 다해 삼가 그 직분을 지키고, 바른 도를 지키며 재계를 지극히 하여 몸이 다하도록 그치지 아니하여야 한다. 그런 후에야 살아서는 명예(名譽) 잃지 않고, 죽어서는 인도(人道)에 태어남을 얻는다. 이는 원리의 상도를 지킨 효험(效驗)이다. 그러나 살아서는 명예를 얻을 뿐 애욕을 끊는 이는 참으로 드물다. 죽어서 인도(人道)에 태어날 뿐 윤회를 면하기는 어렵다. 사랑(愛)은 윤회(輪廻)의 근본이고 욕망(欲)은 생(生)을 받는 연(緣)이 된다.
*경권(經權) : 경법과 권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즉 공명정대한 원리와 상황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도를 이른다. 경(經) : 실(實) 원칙(原則). 권(權) : 방편(方便)
경법(經法) : 아주 공정하고 떳떳한 원리와 법칙.
권도(權道) :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상황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도.
대경(大經) : 사람이 지켜야 할 큰 도리.
불철(不輟) : 그만두지 않다. 계속하다.
윤회(輪廻) : 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사상.
기희(幾希) : (차이가) 거의 없다. 대단히 드물다.
사람들은 이미 처자(妻子)의 얽힘을 면하지 못하는데 애욕(愛欲)을 끊을 수 있겠는가? 진실로 애욕을 끊지 못하였는데 윤회를 면할 수 있겠는가? 윤회(輪回)를 면하고자 한다면 먼저 애욕을 끊어야 하고, 애욕을 끊으려면 먼저 처자(妻子)를 떠나야 하고, 처자를 떠나고자 한다면 진환(塵寰)을 벗어나야 한다. 진환(塵寰)을 벗어나지 않고 처자를 떠나지 않고 애욕(愛欲)을 끊고 윤회를 면한다는 것은, 대성인이 드리운 자비와 큰 방편으로 보이신 자취 밖의 일이다. 평범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에도 만나기 어렵고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도 얻기 어렵다.
저 애욕의 연은 자석과 철이 서로 만나는 것과 같아 참아내는 힘이 없는 이는 진토(塵土)의 세상에 머물면서 면하기 어렵다. 본사 석가세존은 도솔천에 머무실 때에는 호명보살이라 불렀고, 왕궁에 내려와서는 실달(悉達)이라 이름 하였다. 이분을 어찌 참는 힘이 없는 이라고 하겠는가. 참으로 “태양도 그 빛이 먼 것을 부끄러워하였고, 천상계(上界)도 애연(愛煙)이 녹는 것에 부끄러워하였다.”라고 말한다. 비록 애욕의 연에 이르렀지만 응당 애욕의 연에 물든 것은 아니다.
장차 후세에 모범을 드리우시고자 금륜왕(金輪王)의 적자(嫡子)로 부모님께 고하지 아니하고 설산에 들어가 말씀드렸다. 생의 고난과 절정을 가벼이 여기고 마음을 안정하고 인내하며 흔들림 없이, 정에 얽힌 것이 다하고 진리가 밝고 맑게 드러나기를 기다렸다. 그런 연후에 고향에 돌아가 아버지를 뵈었고, 하늘에 올라 어머니를 찾아 법요(法要)을 설하여 모두를 윤회를 벗어나게 하였다. 이는 성인(聖人)께서 방편(權道)으로 변화에 대응하여 상정(常情)을 돌이켜 도(道)에 합하신 것이다.
*진환(塵寰) : 마음에 고통을 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용인(庸人) : 범인(凡人). 평범한 사람
만만(萬萬) :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느낌의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것.
뉵(恧) : 부끄러월할 뉵
경생(經生) : 자신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다
고절(苦節) : 어떠한 고난을 당하거나 어려운 지경에 빠져도 변하지 않는 굳은 절개
안인(安忍) : 마음을 안정하고 인내하다
또 부처님은 삼명(三明) 육통(六通)을 다 갖추시었고 사지(四智)와 팔해(八解)를 원만히 구족 하셨다. 그 덕은 천하 후세에 퍼졌으며 천하 후세에 쓰인다. 그의 부모를 대성인의 부모라 부르고, 그의 성(姓)을 성으로 하여 모두의 성으로 삼게 하여, 출가한 사람들을 모두 “석가의 아들”이라고 부르게 하니, 어찌 큰 효도를 했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공자께서도 말하지 아니하였는가. “출세하여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 현세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이러한 도(道)로써 천하 후세를 인도하고, 천하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가풍을 듣고 그 교화에 감응하고, 근기(根機)의 크고 작음에 따라서 법을 받아 해탈을 얻게 하시니 어찌 대자비라 말하지 않겠는가. 공자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하루 동안이라도 자신을 극복하여 예를 회복하면 천하가 인(仁)으로 돌아간다.” 고 하셨다.
*삼명(三明) : 아라한이 지니고 있는 세 가지의 지혜. 숙명명(宿命明), 천안명(天眼明), 누진명(漏盡明)을 이른다.
육통(六通) : 여섯 가지의 신통력. 천안통(天眼通), 천이통(天耳通), 타심통(他心通), 숙명통(宿命通), 신족통(神足通), 누진통(漏盡通)이 있다.
*갖출 비 备 : 갖출 비 俻 : 갖출 비 偹 : 갖출 비 僃 : 갖출 비
사지(四智) : 부처님이 갖춘 4가지 원만한 깨달음의 지혜를 말한다. 대원경지(大圓鏡智), 평등성지(平等性智), 묘관찰지(妙觀察智), 성소작지(成所作智).
팔해(八解) : 4선(禪)과 4무색정(無色定)을 통한 해탈을 말한다.
입신(立身) : 명예나 부, 확고한 지위 등을 획득하여 사회적으로 출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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