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술은 함께 기쁘게 하는 약이다. 혈(血)과 맥(脈)을 조화롭게 하며 풍기(風氣)와 냉기(冷氣)를 물리친다. 또 제사에 술은 신을 내려오게 하니 없어서는 않된다. 지금의 불가에서는 계를 시설(施設)하여 금지하게 하며, 사지도 못하게 하고 마시지도 못하게 한다. 어찌 허물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답한다. 술은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덕을 무너뜨리는 근본이 되고 도(道)에는 더욱 해롭다. 까닭에 율(律) 가운데 그 허물을 지적하여 서른여섯 가지를 말하였다. 유교의 전적(傳籍)에서도 또한 그 잘못됨을 분명하게 말하기를 ‘안으로 심지(心志)를 어둡게 하고 밖으로 위의(威儀)를 잃게 한다’ 고 하였다. 이 말씀은 허물됨이 심한 것임을 잘 밝힌 것이다. 안으로 심지(心志)를 어둡게 하는 까닭에 스스로의 수행을 방해하고, 밖으로 그 위의(威儀)를 잃게 하는 까닭에 교화하는 길을 방해한다. 오직 나와 남에게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또한 다함이 없는 재앙과 허물을 초래한다.
*유전(儒傳) : 心經附註 제2권禮記3. <君子樂得其道章>
합환(合歡) : 모여서 기쁨을 함께 나눔.
화도(化道) : 가르치고 이끌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
이런 까닭에 의적(儀狄)은 술을 바치고 우임금과 멀어지게 되고, 나한(羅漢)은 술을 마셨다가 부처님께 꾸중을 들었다. 우임금이 의적을 멀리한 것과 부처님이 아라한을 꾸짖은 것은 술의 해로움이 마땅히 사람들로 하여금 음란하고 거칠고 어리석고 심난하게 하여 몸을 망치고 도(道)를 깨뜨리는데 이르고,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직위를 잃게 하는데 어찌 아니라 하겠는가?
예로서 ‘장차 천지(天地) 귀신(鬼神)을 섬길 일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여러 날을 재계한 이후에 하룻날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 고 하였다. 재(齋)에 오신채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정성을 오롯이 하고 지극히 정결하게 하는 것이다. 정성이 지극하지 않고 정결함이 지극하지 않으면 귀신(鬼神)은 흠향(歆享) 하지 않는다. 불교는 재계(齋戒)를 한다.
정성(精誠)은 곧 오랜도록 지성을 드려 잡(雜)됨이 없고, 정결(精潔)은 곧 몸을 마치도록 더럽히지 않은 것이다. 만약 유가(儒家)의 수일(數日)로 이를 비교할 것 같으면 하늘과 땅차이로 멀다. 이미 재계(齋戒)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면 어찌 반드시 수일에 마치겠는가? 여러 날이 지나 제사가 없을 때에는 풀어져 느슨해도 된다는 것인가. 유가(儒家)에서 하는 것과 불가에서의 차이가 있다.
*의적(儀狄) : 중국 옛 전설상의 인물. 하(夏)나라 때 처음으로 술을 만들었다. 우(禹)는 그 해로움을 걱정하여, 술을 끊었다고 한다.
훈주(薰酒) : 훈채(마늘 달래 생강 부추 무릇 五辛菜)와 술
전성(專誠) : 한결같이 진실하다. 정성을 다하여.
위시(爲是) : 옳다고 여기다. …인가 아니면 …인가. …하는 것이 옳다.
방완(放緩) : 늦추다. 완만하다.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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