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보배와 재물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마땅히 쓰는데 절약하고 저축하여 낭비함이 없어야하며, 자손에게 남겨주어 종묘에 제사가 끊어지지 않게 하고, 그들에게 궁핍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지금의 불가는 사민(四民)의 밖으로 도망쳐 나라의 일과 왕을 섬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또한 이미 충족한데, 다시 보시의 보응(報應)으로 허풍을 떨어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받들게 하고 계를 지니게 하여, 끝내는 배고프고 춥고 궁핍함에 이르게 한다. 어찌 허물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답한다. “보배와 재물은 오래도록 탐하는 것은 화를 부르는 도구요. 보시는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복에 이르게 하는 방편이다.” 유가의 전적(傳籍)에 어찌 말하지 않았겠는가? ‘재물을 모으면 백성이 흩어지고 재물을 풀면 백성이 모인다’ 고 하였다. 불가에서 사람들에게 보시를 행하게 한 까닭은 스스로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로지 사람들로 하여금 아끼고 탐하는 마음을 타파해 없애고, 마음 밭을 깨끗하게 하기를 바래서일 뿐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항상 세 가지 것을 부족(不足)하게 하라고 훈계 하셨다.’ 세 가지 부족이란, 의복 음식 수면 모두를 부족하게 하라는 것이다. 이미 이것으로 제자들에게 훈계하셨는데 어찌 사람들에게 입고 먹기 위해 보시하라 권하겠는가. 만약 옷과 음식을 마음에 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면 어찌 오늘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 인과응보에 이르는 말이 어찌 유독 불교의 가르침에만 있다 하겠는가?
주역(周易)에 말하기를 ‘선(善)을 쌓으면 남은 경사로움이 있고, 악(惡)을 쌓으면 남은 재앙(災殃)이 있다’ 고 하였다. 또 저 홍범에 ‘사람이 황극에 합하면 하늘이 오복(五福)으로 응하고, 어기면 육극(六極)으로 응한다 고 하였다. 이는 보응이 아닌가? 형상이 있으므로 그 응보가 이미 그러한 것이고, 죽음에 미쳐서는 형상은 비록 사라지나 정신은 남는다. 선과 악(善惡)의 응보(應報)가 어찌 그러하지 않다 하겠는가?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가사 백 천겁을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는다. ‘인연(因緣)이 모이고 만날 때면 과보도 되돌려 스스로 받는다’ 고 하셨다. 어찌 사람을 속이셨겠는가?”
*사민(四民) : 사(士)·농(農)·공(工)·상(商).
왕사(王事) :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임금에 관한 일을 가리킨다.
전적(傳籍) : <大學, 전10장傳十章>.
과인(誇人) : 허풍쟁이. 허풍선이.
역운(易云) :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文言)>
홍범(洪範) : <書經 周書 洪範>. 9개 조항의 큰 법이라는 뜻으로, 중국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남겼다는 정치 이념을 가리키는 유교용어.
황극(皇極) : 황제가 나라를 다스리는 표준이 될 만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법.
오복(五福) :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육극(六極) : 흉단절(凶短折). 병(病). 우(憂). 빈(貧). 악(惡). 약(弱).
회우(會遇) : 한데 모여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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