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대저 죽은 이를 보내는 일은 인간 세상의 큰일이다. 까닭에 부모의 상을 당하면 어쩔 수 없는 중한 일이 된다. 성인께서 후하게 장례를 지내고 추모하기를 오래도록 하라고 가르치시는 것은 중함을 보이신 것이다.
후하게 장례를 지내라고 하는 것은, 나무의 뿌리가 깊으면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열매가 많고, 뿌리가 얕으면 가지와 잎이 일찍 떨어져 열매가 없는 것과 같다. 부모에게 자식은 나무의 열매와 같고, 자식에게 부모는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다. 까닭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것은 나무가 열매에게 전하는 것과 같다’ 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상(喪)을 당하게 되면 모름지기 땅을 고르고 마땅한 곳을 얻어서, 웅덩이를 깊이 파서 두텁게 장사를 지낸다. 숲을 무성하게하고 물을 저장하는 것은 음(陰)이 깊어져 기가 쌓이게 하는 것이며, 땅을 두텁게 하여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는 것은 자손들로 하여금 번창하여 제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 나아가게 하는데 이르게 하는 것이다.
지금의 절에서는 이러한 이치를 돌아보지 않고 망령되이 화장하는 법을 설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후손이 끊어지고 제사가 없어지게 하니, 어찌 허물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바야흐로 화장해 마칠 때에 사람의 자식 된 마음으로 참아 볼 수 있겠는가? 이는 사람을 현혹한 허물이 하늘에 가득 찼다 할 것이다.” 하였다.
*후장(厚葬) : 정성스럽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름. 정중한 장례.
부소(扶疎) : 나무의 가지와 잎이 무성함(우거짐),
요알(夭閼) : 어린 생명이 제명을 다하지 못한 채 죽임을 당함
번연(繁衍) : 많이 퍼지다. 번영하다. 번성하여 뻗어 나가다.
과범(過犯) : 과실. 죄를 범하다. 잘못
만천(漫天) : 온 하늘에 가득 차다. 무한정이다. 끝없다. 엄청나다.
화화(火化) : 불로 익히다. 화장(火葬)(하다). 태우다.
답한다. 대저 사람에게는 형상이 있고 정신이 있다. 형상을 비유하자면 집과 같고, 정신을 비유하자면 주인과 같다. 형상이 사라지면 정신이 떠나간 것은 마치 집이 무너지면 주인이 머물 수 없는 것과 같다. 집은 흙과 나무로 이루고 잡되고 더러운 것으로 장엄했다.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이를 탐하고 그 가운데 빠져 더러움을 알지 못한다. 비록 무너지는 것을 보더라도 능히 몰록 잊지 못하고 능히 멀리 떠나지도 못한다.
대저 몸은 물과 흙으로 그 형상(形)을 구성하고 불과 바람이 바탕(質)을 유지한다. 그 가운데 온갖 잡되고 더러운 것을 담아 깨끗하지 못한 것이 흘러넘친다. 사람들은 이를 보호하기를 금과 옥 보다 심하게 여긴다. 어떻게 일찍이 싫어하며 버리려는 뜻이 있었겠는가?
죽음에 이르러서는 불과 바람이 먼저 가고 흙과 물이 오히려 남아 있다. 흙과 물이 되었어도 이전에 사랑하고 보호했던 것이라 능히 몰록 잊고 걸림 없이 따라 가지 못한다. 지혜로운 사람이 그 흙과 물을 태워서 왕생(往生)하는 길을 가리키면 그 정신이 다시 머뭇거리는 생각 없이 곧 교갈(膠葛)과 같이 맑게 올라간다.
*유일(流溢) : 흘러넘치다.
수왕(隨往) : 수행하다. 선물을 가지고 교제하다. 따라가다.
계체(稽滯) : 일이 밀려 늦어짐
교갈(膠葛) : 넓고 큰 모양이다. 광대(廣大)함
이로 말미암아 우리 불세존께서는 아버지의 상(喪)을 당하자 몸소 스스로 향로를 들으셨고, 사천왕(四天王)이 관을 들고, 아라한(阿羅漢)들이 나무를 모아 화장하여, 아버지의 정신으로 하여금 맑게 올라 하늘에 태어나게 하셨다.
황벽 희운(黃蘗 希運)스님은 어머니를 천도할 적에 마음에 품은 뜻을 부처님 전에 고하고 강을 사이에 두고 횃불을 던졌다. 불꽃 가운데 어머님이 변화하여 남자의 몸이 되어 큰 광명을 타고 하늘 궁전에 올랐다. 양쪽 언덕에서 모두 보고 다함께 기이하게 여겼다. 강 이름이 복천(福川)이었는데 관청에서 복천(福川)을 고쳐 대의도(大義渡)라 하였다.
이로써 그것을 살펴보면 화장하는 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러운 것을 없애고 깨끗한 곳에 나아가게 하는 것이며, 정신을 맑게 하여 멀리 오르게 하는 것이며, 감내함으로 천도 왕생함을 돕는 길이며, 세상을 거두는 넓은 규범이다. 만약 화장하는 것은 차아 못할 짓이라면 사각의 흙구덩이를 파고 묻는 것은 차마 할 수 있는 것인가.
*채신(採薪) : 나무를 하다. 땔감을 하다.
사유(闍維) : 불에 태운다는 뜻으로, 죽은 이의 시신을 불에 태워 그 유골을 거두는 불교의 장례 방법
佛世尊 -불설정반왕반열반경(佛說淨飯王般涅槃經)
황벽희운(黃檗希運, ?~850) : 시호 단제(斷際). 황벽(黃檗) 단제선사(斷際禪師)로 알려졌다. 배휴(裴休)가 집대성한 《황벽산단제선사 전심법요(傳心法要)》(1권)를 남아 있다.
화화(火化) : 화장(火葬)(하다). 태우다.
지금 큰 산의 기슭과 넓은 들의 평원에 많은 고분(古墳)이 있었으나 모두 농부의 경작지가 되었고, 두개골은 별처럼 흩어져 햇볕에 쪼이고 바람에 휘날려도 돌아보고 보호하는 사람 없다. 처음에는 비석을 세우고 소나무를 심어 그 땅을 장엄하며 자식이 번창하고 제사가 이어지기를 도모하였지만, 지금은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다만 살아생전 오온이 모두 공(空)하고 육근(六根)이 청정하여 한 생각도 생기지 않는 자는 곧 비록 형상은 집 안에 머물러 있지만, 정신은 만물 밖에 항상 깃든다. 까닭에 맑고 맑아 공(空)에 합하고, 담담하기가 물과 같아서 오히려 몸을 허깨비로 여긴다.
이로 말미암아 그가 천화(遷化)하는 것이 더러운 때를 제거하는 것 같고. 매달렸던 것을 풀고 형틀을 벗어나는 것 같고. 새가 새장을 벗어난 것 같고. 말이 울타리를 벗어난 것 같아 한없이 자유롭게 소요하며 만족해하고 가고 오는데 장애가 없다.
땅과 물에 어찌 머뭇거리는 정이 있겠는가. 이 사람의 분상은 물에 가라앉히어도 옳고 이슬에 드러내 놓아도 옳고 돌을 뚫어 장사지내도 옳고, 흙을 파고 구덩이에 묻어도 옳고, 들불로 태우거나 벌레와 개미의 먹이가 되어도 옳고, 시행하는 것마다 옳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결거(決去) : 말미를 청하여 떠나감.
양양(洋洋) : 가득하다. 망망하다. 풍부하다. 끝없이 넓다.
우우(于于) : 어슬렁어슬렁 걷는 모양. 자족(自足)하는 모양.
계체(稽滯) : 머뭇거리어 늦어지거나 늦어지게 함.
충의(蟲蟻) : 벌레와 개미.
시행(施行) : 어떤 제도나 법령의 효력을 현실적으로 발생시키는 일.
까닭에 달마(達磨)는 웅이산(熊耳山)에 장사 지냈고, 육조(六祖) 혜능(慧能)은 전신을 세간에 두었다. 보화(普化)는 요령을 흔들며 하늘로 올랐고, 청량(淸凉)은 ‘숲속 짐승이 먹게 하라’고 하였다. 이 모두 달인(達人)들이 세상에 남긴 드높은 행적 이며, 자아를 잊은 수승한 자취 이다. 이로부터 나머지는 곧 능히 형상을 잊고 자아를 없애지 못한 까닭에 화장을 지낸 이후에야 그 정신이 맑게 올라 걸림이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타향에서 객사를 하였기에 그 뼈를 거두어 화장해 주었다. 그런 이후에 덕망(德望)이 세상에 높아 졌고 총망함이 그에게로 돌아와 자손이 창성(昌盛)하고 그의 제사가 연이어 졌다. ‘화장을 함으로 이익이 후대에 미치지 못한다’ 고 말한 것은 사사로운 걱정과 지나친 꾀가 깊은 것이다. 생각 없는 말로 자못 명구(冥龜)의 과보를 초래하지 말 것이다.
*보화(普化?~860) : 당대(唐代) 선종의 승려. 보화종(普化宗)의 개조(開祖). 종을 흔들며 여러 지방을 다니며 수행하고 중생을 교화했다.
청량(淸凉)국사 징관(澄觀, 738~839) : 성씨는 하후(夏侯), 자는 대휴(大休), 시호는 청량이며, 지금의 중국 절강성 소흥현 출신이다.
진진(振振) : 마음이 인후한 모양, 성대한 모양, 신의심이 두터운 모양,
무계(無稽) : 황당무계하다. 근거가 없다. 터무니없다.
자여(自餘)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여 저절로 남음.
명구(冥龜) : 눈먼 거북이.
과계(過計) :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마련한 꾀나 방법이 잘못됨.
웅이산(熊耳山) : 허난(河南) 협현(陕县) 이촌향(李村乡)에 있는 웅이산(熊耳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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