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심주환 팀장이 문을 급하게 밀치고 들어오더니, 박물관에서 한일 반가사유상 특별전시회에서 종교의식을 차별하였는데 사과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로서는 어떤 정보도 접하지 못한 상태라 전후 사정을 알아야 했다. 전말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면서 상황을 물으니 국립박물관에서 한일 반가사유상을 교차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었는데, 일본에서 모시고 온 반가사유상에는 봉안 헌다 헌향 공양 예배를 허락하였고, 우리 한국 반가사유상에는 헌향 헌다 공양 예불 의식은커녕 반야심경 한편도 독경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일본 반가사유상은 일본 나라현(奈良縣) 주구사(中宮寺중궁사) 절의 소유로 이운 행사를 할 때에 이운의식을 하는 조건이었고,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은 국가 소유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라 박물관 내에서는 종교적 차별을 금하기 위해 어떤 종교적 행위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일본 반가사유상에 헌향 헌다 헌화 공양 예배하는 의식을 향함으로 이를 취재하는 취재진들과 관계자들이 한국 반가사유상을 등지게 되고 의식의 차별화와 홀대받은 인식을 주었는데, 한국 반가사유상에 헌다 헌화 헌향 공양 예배하는 의식을 향하지 아니함으로 만회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는 교차 전시가 아니라 인식의 홀대와 종교적 의례의 차별이며 종교적 사상과 철학에 대한 몰이해라 했다. 대안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답은 없었다.
다음날 다시 나에게 물어 왔다. 사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기에, 대안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대답은 침묵뿐이었다. 삼 일째 또다시 사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 왔다. 그러기에 국립중앙박물관측이 우리에게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들이 분명 잘못을 했다고 생각 한다면 사과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고 방법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이 일에 관여한 단체와 대표가 누구인가를 알아보라고 했다. 일의 본말은 이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이란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고류지(廣隆寺) 목조미륵반가사유상과 공동 전시를 추진했으나 고류지(廣隆寺)의 반대로 무산되고, 나라현(奈良縣) 주구사(中宮寺)와 성사되어 전시하게 된 것이며, 일본 측에서는 주구사(中宮寺) 반가사유상을 이운 전시 할 때에 이윤 봉안하면서 개안식을 봉행하는 조건이었고, 이 일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의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해서도 함께 헌다 헌향 의식을 진행할 것을 일본 교토에 있는 중세비구니연구소를 통해 평소 교류가 있던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에게 전달되었다. 조교수는 중앙승가대학교 비구니연구소 소장 본각스님과 함께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헌다 헌향 공양 의식 진행을 기획 하여 최종 계획서를 행사 1주일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출 했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난색을 표하며 ‘어떤 형식의 종교의식도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본각스님을 모셨다. 본각스님은 본인들이 행사를 기획한 것이 아니며, 국립중앙박물과 자체 특별기획전으로 일본 중세비구니연구소 측의 요청으로 함께하고자 했데 것인데 오히려 “한일 우호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양국의 스님들이 함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자고 제안했던 일본 불교계 관계자들 앞에서 우리나라의 불교와 문화재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드러낸 부끄럽기 그지없는 자리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본원을 방문한다는 대답이 왔다. 어떻게 사과하면 좋겠느냐는 방안을 찾기 위한 비공개 방문이었다. 재무부장 유승스님과 사서실장 심경스님께 전후 사정을 말씀드리고 평소 박물관에 대한 소홀한 생각을 모두 말씀하시라고 청했다.
박문관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관장과 김동규 전시과장, 이양수 전시과 학예관 등이 배석 했다. 경륜과 관록은 무서웠다. 재무부장 유승스님과 사서실장 심경스님의 분노 썩긴 질타의 말씀에 눈물을 흘릴 정도가 되었다. 그런 뒤에 내가 단호하게 물었다.
국가문화재 70%가 불교 문화재인데,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불교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전시하고 있다고 해서 국가 소유입니까? 위정자들이 국가를 지키지 못하고 나라를 위난에 빠트리므로 침탈과 약탈을 당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고, 불교계의 일상이 무너진 것이다. 국민이 국가를 존속시키게 함으로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 관리 보관하고 있을 뿐이지 않느냐. 특히 박물관 강의에서도 첫 일성으로 문화재로서의 문화적 가치는 제자리 제 위치에 있을 때 가장 빛을 발휘한다고 관장님도 직접 강의를 하시지 않느냐.
우리의 불상과 불화는 신앙의 대상이며 신앙심에서 자아낸 성보이다. 불상과 불화는 부처님 경전을 근간으로 경전을 형상화하고 그림으로 변상한 것인데 지금의 학예사 들은 서양의 학술인 미술사적 이야기로만 설명을 하려 든다. 불상과 탱화 불화는 재질과 기법, 색채, 바탕의 자질, 선의 미학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종교전 신앙심을 토대로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으니 이를 위해서는 전국 박물관 학예사들의 교육이 필요할 것 갔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간절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라고 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미 종단에서도 그렇고 스님들 개별적으로도 수차 국립중앙박물관에 공문을 보내거나, 개인적 요청으로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리를 돌려달라고 한 바 있습니다. 현재 박물관에서는 사리를 무기질로 분류하고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지 않습니까? 사리 장엄구는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논제에 넣지 않더라도 사리만큼은 우리는 종교적 수행의 결정체로 여기고 신앙으로 예배합니다. 그러니만큼 박물관에서는 박물관 창고 속만 채우는 속빈 강정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우리 불교계에 되돌려 주는 방법을 간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들은 돌아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내부 발탁 인사이다. 박물관에서 잔뼈가 자란 사람이라고 했다. 즉 박물관에서는 준비된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직원들이 존경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돌아 간지 며칠 후 박물관 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적으로 일본 측 법회에 상응하는 한국식 법회 개최 여부를 불교계와 먼저 협의·논의하지 못한 것은 박물관 측의 큰 불찰로 본의 아니게 조계종, 교계 불자들에게 심려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이해를 구한다.” 라며 사과했다.
그리고 “성보문화재를 수집, 전시, 연구, 조사할 경우 지금까지 미술사학적 또는 미학적 관점에서 주로 관심을 가졌지만 불교적 사상과 배경, 의미, 교류 등의 측면을 함께 검토하고 우선적으로 설명해 성보문화재의 가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도록 최선을 다하고, 종교적 의미와 가치를 미학적, 역사적 가치와 함께 균형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박물관 관계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것이며 오늘(30일) 오전 열린 13개 소속 박물관 관계자와의 화상 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해 성보문화재에 대한 인식 제고를 당부했다”라고 했다.
관장은 이와 함께 “조계종 방문 당시 스님들이 사리반환 문제를 간곡하게 말씀하셔서 그 문제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하겠다.”며 성보문화재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였다. 심주환 팀장의 노고가 컸다 할 것이다. 그해 10월이 가기 전에 박물관 관장님을 모시고 사찰음식 발우에서 공양대접을 하면서, 소임이 모지락스러운 것이지 스님들 개개인이 악한마음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니 혜량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담으로 나는 개인적으로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석가모니부처님 반가사사유상(半跏四思惟像)이라고 고집한다. 부처님 일대기를 읽다 보면,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네 번의 사유를 하시게 된다. 첫째는 어느 나라에 태어나느냐하는 것을 사유하신 것이다. 즉 도솔천 내원궁에서 사바세계에 태어나실 것을 말씀하시면서 태어나실 나라를 점지하게 하셨다. 두 번째는 출가를 어떻게 하느냐를 사유하신 것이다. 사문유관을 통해 사문을 만나 출가 방법을 알게 된다. 셋째는 설법을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를 사유하신 것이다. 이때 범천의 요청으로 설법을 결심하신다. 넷째는 열반에 드실 것인가를 사유하신 것이다. 부처님이 아란에게 묻기를, ‘내가 이제 열반에 들어도 되겠느냐.’하시니, 아란이 열반에 드시지 마시라고 답하지 아니함으로 열반에 드시게 된다.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반가사사유상(半跏四思惟像)이라고 하고 보관의 장엄과 백호상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다르다고 여긴다.
결과적으로 이후 여러 문화부장들의 지속된 노고 속에
국립중앙박물관은 2017년부터 전국 국공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29과의 사리를 조계종에 ‘장기 대여’ 형식으로 이운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2017년 분황사 석탑사리 및 김시습 부도사리 등 40과를 이운하고,
2018년에는 황룡사지 및 감은사지 출토사리를 포함해 7과를 이운했고.
2019년 청양 도림사지 삼층석탑 사리 1과, 보령 성주사지 출토 사리 17과, 전 남원사지 출토사리 4과, 광주 서오층석탑 사리 56과, 순천 매곡동 석탑사리 4과 등 82과가 돌아 왔다. 총 129과 모두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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