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이 어지러우니 들고 일어서려는 사람들뿐이고, 들고 일어서려는 사람들은 자기의 존재감을 알려 대중의 우위를 차지해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이 아무리 좋은 절친한 지기의 사이라 할지라도 비방하고 헐뜯고 모함하고 아주 작은 일임에도 크게 부풀려 과실이 있는 것처럼 법을 크게 어긴 것처럼 만들곤 하여 소인배의 허접함의 극치를 보여주곤 했다.
나는 공주 연수원 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종도와 일반인의 수련과 교육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백양사 방장스님 49제에 참석하려 모인 승려들이 전일에 도박한 사건이 불법 촬영되어 일간지를 장식하는 것을 읽었다. 단체에 몸담은 사람들은 조용히 잘 마무리되기를 바랬다. 사건 사고가 그러하듯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만큼 오르고 사건은 확대되겠지만 영원한 것은 아니기에 이 또한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이런 저런 일로 잘 지나가리라 생각 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여러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호법부장이 두세 번 경질되었다.
연수원에는 얼마 전에 원장스님이 키우던 개를 연수원에 데려다 두었다. 그 개는 원장스님 이전 복지관을 운영할 때 황우석 교수로부터 선물 받은 복제견인데 새끼일 적에는 복지관 옥상에서 키울 수 있었지만, 사자처럼 등치가 크고 짓는 소리가 우렁차므로 아파트가 주변인 복지관에서는 그 복제견인 사자개를 키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연수원에 데려다가 두게 되었다. 나는 그 개를 데려다 둠으로 개집과 울타리를 설치해야 했다. 그렇다고 개집 짖는 전문가를 모셔다 개집과 울타리를 만들 일은 아니었다. 손수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도 개집을 짖고, 울타리를 둠성둠성 설치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었다. 사서실 이었다. 뭐하냐고 해서 개집과 울타리를 설치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거두절미하고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직감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총무과장에게 서울 가야하니 데려다 주라 했다. 영문을 모르는지라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총무과장에게 업무상 부족한 부분과 미약한 부분이 있으면 알아서 잘 정리하고 마무리 하라고 했다.
사서실에 도착하니 사서실장이 나를 원장실로 데리고 갔다. 원장스님은 나보고 호법부장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멍하니 있다가 능력이 안된다고 했더니 누가해도 하는 일이라 하면서 임명장을 만드는 시간이 조금 걸리니 인사비밀을 지키면서 사서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사서실에서 기다리다가 실장에게 ‘잠간 인사동에 다녀 오겠다.’고 했다. 조계사 문을 나와 길을 건너 인사동 입구에도 다다르지 못했는데 교계 언론에 기사가 났었다. “호법부장 서리에 연수원 본부장인 정안이 내정되었으며 회전문 인사”라고 했다. 나는 혼자 ‘비밀이라더니 임명장 받기도 전에 기사부터 낫네,’ 하고는 부장이고 뭐고 집으로 가자하는 생각에 인사동에 들려 청사에 들어갔더니, 실장이 “본인이 기자에게 알렸냐”고 되물었다.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했다. 원장실에 들어갔더니 “원장스님이 내가 모르는 일 있느냐고 물으시기에” ‘은사스님에게서 뛰쳐나와 몇 년을 안본 일 외에는 없는데요.’했다. 그건 알고 있다고 했다. 후에 안 일이지만 본인 확인 후, 인사안이 확정되어 총무부에 임명장을 작성하게 하였고, 총무부에서는 임명장을 만들면서 바로 밖으로 유출된 것이었다.
호법부장은 종회 인준 사안이라서 인사에 예민하기도 하고, 종회 인준 받기 전에는 서리로 근무하게 되어 있다. 호법부장 서리로 호법부에 들어갔더니 모두가 급격한 인사에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호법부장서리를 임명받으면서 호법부의 업무는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 생각했다. 법을 지키는 것 보다, 법을 어기는 데에는 사안이 있고 상대가 있고 까닭이 있다. 그 사안과 상대와 이유는 서로 간에 합의가 틀어짐으로 사건이 생기는 것에 기초를 두었고, 이러한 일을 잘 살피어 법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 생각했다.
호법부장으로 임명을 받고 원장스님이 부르시더니 “어떻게 할래?” 하시기에 ‘현재 호법부 인원을 모두 바꿔 주십시오.’ 했다. 조건 아닌 조건으로 호법부 구성원 전원을 바꾸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것은 비구니 상임 감찰이었다. 비구니 상임감찰을 원장스님이 비구니회를 통해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다, 소개한 비구니 스님은 나를 봐서 착하고 능력 있는 비구니 스님을 소개한 것이지만, 소개받은 비구니 스님은 동국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다니면서 강의를 다니는 스님으로, 호법부에대한 인식은 거친 폭력을 쓰고, 대중을 억압하고 구타하며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업을 마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추천하는 스님이 둘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법부에서 폭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화이후 70년대까지의 얼마간은 폭력이 난무하기도하였다. 호법부에 호출되어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이단 옆차기가 날라 든다는 무협지 같은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요즘은 호법부 상임감찰의 업무미숙으로 인해 그러한 일을 조금이라도 당하거나 부당한 처사를 받게 되면 호법부에서는 여실하게 조사에 임하지만, 조계사 일주문을 나서는 동시에 종로경찰서로 향한다. 호법부에서 받은 불친절은 바로 고소고발로 이어진다. 어쩌면 개개인의 수행자가 불편함으로 인해 올바르지 못한 인식과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올바르지 못한 자몰(自沒)한 행위를 자제하여, 여법한 수행단체와 함께하게 하고자 하기 위해 자체 정화를 실행하는 규범 규칙이 사회법에 뒤지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하기에 폭력적 언어까지도 최대한 경계했던 사안이다.
상임감찰로 추천받은 비구니 스님에게 말했다. 그러한 인식을 오해라고 하거나 아니라고 하지는 않겠다. 이미 그것은 과거이다. 지금의 호법부장 성향을 모르지 않느냐, 그리고 스님을 소개한 비구니스님을 스님이 존경하지 않느냐. 그래서 여기까지 따라 온 것이 아니냐. 호법부의 인식이 그러한 것은 과거에 했던 일이기에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호법부에 등원하는 스님들은 일을 하고자 해서이거나. 일을 하기 위해서이거나,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거나. 일에 지쳐서이거나, 일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스님들이라 생각한다. 일을 하지 않는 스님들이 이곳에 올 일이 뭐 있겠느냐. 지금의 호법부는 일을 하다보면 일이 무겁고 버거워 무너져 내려 다리가 부러지고, 힘들어 하리가 꺾긴 사람이 있으면 부축하고 치료하고 그래서 함께하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설명을 했다. 비구니 상임감찰이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호법부 사무실 문에 붙어 있던 출입금지 표제도 언제부터인지 뛰어졌었다. 문은 늘 열려 있었고 각 부장스님들은 호법부에서 커피를 즐겼다. 여기에는 사회부장 법광스님과 재무부장 원범스님의 도움이 컸다. 그렇다고 문제의 사안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백양사 도박 건은 도박건대로, 정한영은 정한영대로, 장주스님의 다변적 폭로는 폭로대로, 수자회는 수자회대로, 적광 사미의 돌출행위는 행위 그대로 있었다. 그들의 구호는 모두가 같았다. 고급룸살롱 출입, 성 매수, 부정축재, 매관매직, 빨대식 제2 분담금, 은처승 척결, 재임 반대, 원로들의 침묵 질타 등 많은 것들을 문제로 부각 시켰지만 자세히 보면 정화 때부터 내 걸었던 구호들로 부분적 심각성은 많은 편이 아니었으며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이해관계에서 파생된 잘못된 대의명분으로 해결에는 자연 소멸에 가까울 정도로 시간이 필요했다.
도박사건은 시몽스님을 주지로한 보연스님의 작업이었고, 이를 고발한 정한영은 출처를 밝히지 않는 동영상에 자신의 삶이 청정하지 못한 부정축재와 공금유용으로 질타를 받으면서도 조계사 주변을 돌며 일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가 올라와 일인 시위를 하고 조계사 주변을 돌 때에는 종단 내부 스님들과 부딪치는 일이 없게 하여 문제 인식이 확대 되지 않게 하였다. 그의 일인 시위 또한 감사를 받으면서 스스로가 당한 폭력으로 생긴 악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였다. 그를 결국 스스로의 부정 축재와 공금유용으로 법원으로부터 구속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장주스님의 폭로와 적광사미의 돌출 행동은 장주스님과 적광사미의 관계지속에서 이루어 진 것으로 적광사미는 포항 오어사 자장암 감원이라는 직함과 연계되어 있었다. 종법과 괴리되는 일이다. 종법에서는 사미로서는 암주가 될 수 없게 되어 있다. 적광사미가 오어사 지장암 감원이 된 것은 장주스님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불하고 감원의 직책을 얻은 것으로 의심돼 총무부로부터 호법부에 사실 조사를 의뢰하고, 있어 여러 차례 등원공고를 내려 보냈지만 일말의 행동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우정국 앞에서 종단에 대한 폭로를 한다고 올라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해 칠월 보름 백중이었다. 작은 절 주지를 맡아 호법부장으로 근무를 하다 시골 절로 돌아와 신도들과 백중 영가 천도 기도와 제사를 마치고 점심 공양을 하기 위해 공양을 차리고 있는데, 호법부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적광 사미가 종단 비리폭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우정국 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호법부에서 몇 번을 등원공고 하라고 하였는데도 등원은 않더니 장주스님의 지시로 종단 비리폭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우정국에 올라와 있으니 종단에서 등원공고도 보내져 있는 만큼 호법부로 임의동행 시켜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갔다고 했다. 나로서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망설임은 변명에 불과 했다.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폭력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도 힘주어 했다. 일은 터졌고 언론은 민감했다. 교계신문은 폭력을 도배한 폭로로 장식했다. 급히 사무실로 돌아가 전후 사정을 살펴보니,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적광사미에게 임의 동행을 요구 했지만 거절을 하였고 호법부원들은 종단에서 바라보는 종법을 위반한 자로, 금전관계로 이루어진 반영구적 암주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일이라 쉬이 그만 둘 수도 없었다. 호법부 상임감찰 다섯 여섯 명이 적광사미를 들러 쌓아 강제 연행을 하는 과정 속에 적광사미는 거구였고 거부적 몸부림에 힘이 빠진 상임감찰들은 계단에서 놓친 것이다. 그로인해 몸의 부딪침에 상처가 낫다. 내가 호법부에 도착할 때에는 이미 일산 동국대 병원에 치료를 받기위해 입원을 시킨 상태였다. 적광사미는 종법을 위반한 세세한 행위는 종법을 알지 못한 개인적 인위와 욕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자인하고, 모든 종법을 위법한 비법적 행위는 종단의 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기로 하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스스로 각서까지 썼다. 호법부로서도 강제연행을 해서는 안 돼는 일이기에 충돌로 생긴 상처의 치료는 종단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했다,
나는 스스로 ‘호법부원들이 폭력을 행했다면 참회해야 할 것이며, 참회할 폭력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보이고 보여주는 형상이 폭력성으로 다가온다면 한 번 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오늘은 폭력성이 개인적으로는 종단의 업무 속에 감출 수 있겠지만 차후의 인식은 개인적으로 평생을 안고 가야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함께하는 공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