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의 도가 나누지 않고, 유현(幽現)이 오르내림을 듣지 못했다. 사람들의 글이 이미 만들어져 민신(民神)이 침범하고 어지럽힘이 있었다. 하늘 신과 땅의 신에게 명하여 유가(儒門)를 도와 고통을 쉬게 하는 것을 가르치게 하고, 불교(釋典)를 일으켜서는 잡됨을 없게 하여 사람과 신을 기쁘게 하였다. 비록 한 근원으로 본래 적적하여 형상이 없는 것이나 만상을 반연해 분연히 다름이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 행하던 것이 중국에서 윤택해졌다. 비록 널리 퍼졌으나 서천축에 치우쳐 있던 범패가 당나라에 전해졌다. 비록 바른 이치는 다르지 않으나 글로 설해 보일 때에는 받드시 궤의(軌儀)를 도와야 한다. 궤의의 글이 바르지 않으면 설해 보일 적에 다름이 있고. 설해 보이는 뜻이 다르면 고통을 구제하는 길이 막힌다.
까닭에 기원정사의 큰 스승이 용궁에 간직한 것을 비밀리에 찾아 천축의 신승(神僧)에게 보이어 인간 세상의 의식문으로 만든 것이다. 하물며 천축에서 온 의식문을 갈마하여 어산(魚山)으로 재연함이겠는가? 다만 전해진 지가 오래 되었다. 필사를 하면서 그릇되었다. 들은 것이 적어 시비(是非)를 가리지는 못한다. 옛일을 아는 사람들은 한갓 한탄만 했다. 많이 듣지 아니하고 누가 능히 편록 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저 구름과 짝을 짓는 큰 스승 지선이 있어, 이 법이 두루하지 못함을 개탄하고, 옛 의식문이 사라지는 것을 탄식하여 고금을 널리 찾아 제반문을 지어서 이름을 범음집이라고 하였다. 높은 공을 쌓았다. 오년의 세월이 흘러 범음의 음절과 법도를 모두 갖추었다. 대중의 기거(起居)를 세분하는데 어찌 우산을 짊어지는 것을 가자 할까. 확실하게 막힌 것을 떨어냈다. 이는 나의 이로움으로 옥을 자르자는 것이 아니라 금을 잘라 나누고 더하는 것이다. 저에게 다 되었다고 말함에 미쳐서는 서문을 구하기에 다른 이를 추천하고 사양하며 어떻게 붓을 놓는 것이 용이 할까? 아래 위로 살펴보다 어쩔 수 없이 붓을 들었다. 성갑(星甲)이 팔순이라 정신은 혼란하다. 드린 힘보다 공이 배가 되고 다함이 없는이로움이다.
임진년 가을 구월 초하루 부종수교홍익 보제국일팔부법호대선사 벽암 각성이 서문을 쓰고 교정을 보았다.
*인문(人文) : 인문. 인류의 문화(현상).
사천대(司天臺) : 고려 시대, 천문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
잡유(雜糅) : 착잡하다. 뒤섞이다.
분연(紛然) : 뒤섞여서 어지럽게.
택포(澤布) : 은택(恩澤)을 머금고 사랑을 베품(含澤布仁)
폭원(幅員) : 땅이나 지역의 넓이.
지나(支那) : 중국을 가리키는 호칭 중 하나이다.
궤의(軌儀) : 법도와 의식
인환(人寰) :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 (인간) 세상. 세간.
재연(再演) : 한 번 행하였던 일을 다시 되풀이함.
초사(抄寫) : 글이나 책에서, 필요한 일부분만을 가려 뽑아 베낌. 베껴 쓰다. 베끼다. 필사(筆寫)하다.
제이(第以) : 다만. 만일. 가령.
과문(寡聞) : 보고 들은 것이 적음.
박고(博古) : 고사(古事)에 정통하다. 옛일에 정통함.
편록(編綠) : 기록하여 묶다. 엮는다.
인몰(湮沒) : 흔적이 모두 없어짐. 소멸하다.
구인(九仞) : 아홉 길이라는 뜻으로, 아주 높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염량(炎涼) : 사리를 분별함. 더위와 서늘함. 기후의 변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응체(凝滯) : 사물의 흐름이 걸리고 막혀 나아가지 못함.
기거(起居) : 일상생활.
계(洎): 물을 붓다, 적시다. 미치다(及) 洎乎已亂 이미 어지러워진 데 이르면
추양(推讓) : 어떤 자리에 남을 추천하고 자신은 사양함.
각필(閣筆) : 쓰던 글을 그만두고 붓을 놓음.
면앙(俛仰) : 아래를 굽어보고 위를 우러러봄.
추호(抽毫) : 붓 잡고.
사반공배(事半功倍) :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거두다.
초길(初吉) : 음력 초하루. 음력 초하루부터 초여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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