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음의 사실을 도성집(道誠集)에서 말하기를 위나라 진사왕(陳思王) 조자건(曹子建)이 어산(魚山) 아래에 노니는데 공중에서 범천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매우 슬프고 구성졌다.
오래도록 믿고 들었다. 이에 그 곡조를 본떠서 범패의 규범을 삼았다. 이법이 중국에 퍼졌다. 오백년 후에 우리나라 진감(眞鑑)대사가 중국 유학을 할 때에 그 음곡을 익혀서 이 땅에 전했다고 말하고 있다. 수월도량에 공화불사를 지을 때에 어찌 정해진 법과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의 하는 일이 옛 날로 더불어 때때로 다른 까닭에. 들은 것을 간략히 펼쳤다.
이로써 현자들이 말하기를. 작법을 행하는 곳이 법당 안이면 설주(說主)의 좌측에 중수(衆首)를 배치하고 오른 쪽에 증명(證明)을 다음에 병법을 둔다. 왜냐하면 일어서서 요잡(繞匝) 할 때에 안에서 도는 까닭이다. 뜰이나 누각에서는 왼쪽에 증명 오른쪽에 병법 다음에 중수(衆首)를 배치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요잡을 밖에서 돌기 때문이다. 지금의 작법하는 곳을 안과 박을 살피지 않는 무리들이 중수(衆首)를 외쪽에 안배하는 연유를 이제 고덕의 말씀으로 논하려 한다. 작법하는 곳의 동방은 만물이 생기(生起) 방위로 삼는다. 때문에 증명(證明)은 말을 하지 않고 동쪽에 앉는다. 곧 동(動)하나 동(動)하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다. 서방은 만물을 시들어 죽게 한다. 까닭에 설주(說主)로서 말을 하게 하고 서쪽에 앉게 하는 것이다. 곧 고요하나 고요한 것이 아님을 보인 것이다. 선현(先賢)이 말씀이 어찌 한갓 그러함 뿐이겠는가, 서해에는 흐름이 있었고 동해에는 흐름이 없었다. 이와 같고 이와 같은 규범으로 삼한으로부터 이 나라 석덕(碩德)이 중국에 들어가 바르고 실다운 작법의 규범과 의식을 물은 것이다.
대작불사를 할 때에는 멀고 가까움을 논하지 말고 화주 등, 어느 도 어느 산의 절이나 유명한 법사들의 참석을 간절히 청하여야 한다. 혹은 한 달 혹은 보름을 재를 하는 장소에 청하여 별도의 방에 편안하게 모시고 모든 일을 그 앞에서 품수 하여야 한다. 또 친하고 성글고를 묻지 말고 모든 대중에게 유나 등의 소임을 공론하여야 하며, 지식이 있는 이를 부촉하여 전반에 걸쳐 논의하는 것이 옳다. 절 안의 대중은 미리 삼사일을 기약하고 모여서 사심 없이 듣고 재계를 상의하여야 한다. 그 절 주지와 유나 등이 비록 성덕대사 이더라도 일을 집행하는 주인이 되며, 설주(說主)가 비록 나이 젊은 학자이더라도 대중이 청하는 손님이 된다. 주인과 손님 사이에는 모름지기 예의로서 함께 해야 한다. 유나는 설주 앞에 아침저녁으로 예를 다하는 것이 옳다. 대중은 전날 정축시(正丑時:03~04시)에 모인다.
뜰 가운데 풍백단을 설치하고 문과 같이 한다, 한 쪽에 향을 사르고 작법하기를 예와 같이 하고, 인하여 상주 삼보전에 나아가 권공하기를 평상시와 같이 한다. 그날 재 이후 당산의 황성단에서 문과 같이 하고, 다음으로 시식을 한다. 다음으로 대중이 모이는 날을 인시로 하고 정금(靜金)을 열어 널리 분수(焚修)를 청하여 상주하는 곳에 나아가 권공한다.
아침 공양 이후 널리 청하기를 일상과 같이 한다. 조사 예참의식은 법당 안에 조사 진영을 걸고 향로 등 촛 꽃 과일을 안치한다. 법주(法主)와 증명(證明) 중수(衆首) 어산(魚山) 등의 앞에 각각 상을 평소와 같이 안치하고, 널리 대중을 청하여 가지런히 법당에 들게 하고 법주(法主)는 시주에게 이야기해 향을 올리고 삼배를 하게 한다. 정좌하고 관하게 한다. 허공계가 다하고 법계에 두루 하신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과 조사들이 이 도량에 와서 앉아 대중을 위해 묘법을 연설하시고 대 불사를 짓는데 우리 등 중생들이 공경 예배 공양하고 참죄하고 발원합니다.
예참문은 두 종이 있다. 하나는 삭감하고 보완했다고 말하는데 법주가 일심봉청 영산회상을 운운하고, 끝날 때도 모두 이와 같이 한다. 어산(魚山)은 다만 가영(歌咏) 뿐이다.
또 한 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산 이라고 한다. 지심귀명례 운운 정해진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 무리들이 만난 의식문은 참으로 옳은 것이다. 재 이후 가람단은 문과 같다. 시식, 분수, 당일 인시에 정금(靜金)을 여는 것도 일상과 같다. 널리 분수를 청하고 인하여 상주하는 삼보전에 나아가 권공하는 것도 일상과 같다. 아침 공양 후 유나가 종두에게 말하여 주지 앞에 나아가 금구 치는 규범을 논하면 곧 능히 일을 알아, 주지는 하나하나 교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능히 가르치지 못 한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물어야 한다.
*석씨요람(釋氏要覽)〉은 1019년 중국 송나라 석도성(道誠) 선사가 불교의 명물(名物)·전장(典章)·칭위(稱謂)·계율·생활에 대한 세세한 예절과 제도, 풍습 등을 정리해 찬술한 책으로 ‘출가자의 규범서’라 불린다.
*조식曹植(192년-232년)은 자字가 자건子建이고, 아버지는 조조曹操이고, 그의 형은 조비曹丕이다. 진왕陳王에 봉해진 조식은 죽은 뒤에 시호諡號가 “사思”인데, 그래서 세칭 진사왕陳思王으로 부른다.
애완(哀婉) : 슬프고 구성지다
신청(信聽) : 믿고 곧이들음.
시혹(時惑) : 때로. 때때로.
철자(哲者) : 철인(哲人) 철학자(哲學者)
안돈(安頓) : 사물이나 주변을 잘 정돈함. 적절하게 배치하다. 편안하다. 거주하다. 당부하다.
품수(稟受) : (이어)받다. 타고난 성품. 품부(禀賦).
첨중(僉衆) : 대중. 모든 대중.
예기(預期) : 예기하다. 소기(所期).
통론(通論) : 어떤 분야의 전반에 걸친 이론.
수시(雖是) : 비록 …이지만, 설사 …이더라도, 단지.
도연(徒然) : 공연히. 소용없다. 단지. 쓸데없이.
설주(說主) : 설법을 맡아서 하는 사람.
중수(衆首) : 우두머리.
병법(秉法) : 불전에서 의식을 집행하는 사람의 직업이나 직무 따위의 이름. 각종 의식법요(儀式法要)를 집행하는 소임자
요잡(繞匝) : 부처를 중심으로 그 주위를 돌아다니는 일.
생기(生起) : 사건이나 현상이 세상에 생겨나거나 나타남.
도연(徒然) : 공연히. 소용없다. 단지. 쓸데없이.
석덕(碩德) : 높은 덕.
규식(規式) : 법규와 격식을 아울러 이르는 말.
풍백(風伯) : 바람을 맡아 다스리는 신.
분수(焚修) : 향불을 피우고 도를 닦다.
성황단(城隍壇) : 성황신에게 제사지내는 단
일규(一規) : 수레바퀴 한 둘레를 ‘일규(一規)’라 한다.
범음(梵音) : 범패(梵唄). 불교의 의식 음악.
해조음(海潮音) : 중생이 나무관세음보살이라고 염불함에 대하여 관세음보살이 때를 가리지 않고 이익을 주는 것을 해조 소리에 비유한 것.
패음(唄音) : 경전을 외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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