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위나라 진사왕(陳思王) 조식(曺植)이 어산(魚山)에 올라갔다가 홀연히 공중에서 들리는 범천(梵天)의 음악을 들었다. 이를 본떠서 수륙회(水陸會)에 사용했다. 인하여 이름을 범음(梵音)이라 하였다. 그러니 범음이 처음 전해진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러나 우리 동방은 멀리 떨어진 바다 모퉁이에 있어서 그 일파(一派)를 얻지 못했다. 진감(眞鑑) 국로(國老)가 중국으로부터 돌아옴에 이르러서야 그 법이 처음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중세(中世) 이후 범패를 익힌 사람이 대부분 그 바른 법을 잃었다. 근래 지환(智還) 노스님이 홀로 그 종지(宗旨)를 터득하여 치림(緇林)에 명성을 떨쳤다. 총민하고 두루 통달한 재주로 독실하게 공부함에 있었다. 사방에서 배우러 오는 이들이 손가락을 꼽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만세(萬世)에 전하기에는 부족 했다. 마침내 방책(方册)에 기록해 두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번잡한 것은 삭제하고 생략된 부분은 보완하여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널리 모든 종장들에게 자문을 받아 곡성(谷城) 도림사(道林寺)에서 판각 하였다. 또 화악(華岳)에서 판각(剞劂)을 하고자 하여 억지로 나에게 맡기니, 나는 후학들에게 규범서가 있는 것에 기뻐하며 지환 스님의 성대한 뜻에 감격하였다. 그러나 새기는 일손이 여유가 없어 몇 해를 미루어 오다가 이제야 비로소 간행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우리 불가의 모든 불제자들은 장차 범음의 바른 법을 얻을 것이며, 지환 스님은 백대(百代)의 사표(師表)가 될 것이다. 판각을 마쳤다고 하자 지환 스님이 권말에 한마디 말을 써 주기를 청하기에 사양하다가 간략히 시종(始終)을 서술한다.
금상 4년 계묘(癸卯 1723) 월 일에 부종수교 전불심등 복국우세 광제중생 비지보조 해행쌍운 원융무애 일체종선 선교도총섭 겸 팔방도승통 홍각등계 국일자도대선 가의대부 팔도도총섭 겸 승대장 계파 성능(桂坡 聖能)은 삼가 발문을 쓰다.
*창전(刱傳) : 처음 전함.
벽처(僻處) :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매우 후미지고 으슥한 곳.
해우(海隅) : 바다의 한 모퉁이. 연해 지역.
치림(緇林) : 검은 옷을 입은 승려 모임을 숲에 비유한 말. 많은 승려. 또는 사원.
지불승굴(指不勝屈) : 수효가 많아서 손꼽아 다 셀 수 없음.
불상(不爽) : 차이가 없다. 기분이 언짢다.
방책(方冊) : 목판(木板)과 죽간(竹簡). 서적.
기궐(剞劂) : 인쇄를 하기 위하여 나무판에 글자를 새김.
불혜(不慧) : 지혜롭지 못한 이란 뜻의 자아 겸손 호칭.
계파 성능(桂坡 聖能) : ~17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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