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듣기를, 옛날 먼 옛날 부처님이 서천축에 있을 때 범왕과 범천 대중은 항상 음악을 지어서 공양을 했다. 까닭에 그 음악이 서천축에는 전해 졌지만 동방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행이 위나라 진사왕이 어산(魚山)을 유람한 이후로부터 이 음악이 세상에 전해졌다. 그러나 근거할 것이 없는 까닭에 그때의 사람들은 혹 믿거나 혹은 믿지 못해 했다. 그 후 당나라 삼장 현장 법사가 서천축에서 법을 구하면서 범천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 이후 세상 사람들이 믿었다.
진감국사의 옥천사에 음향을 남겼다. 그 나머지는 증계(證戒) 지환(智還) 등과 모든 석덕(碩德) 들이 그 묘음을 전한다. 다 사서(史書)에 실려 있다. 번거로워 다 기록하지 못한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개미가 수미산을 사모하고, 송골매가 깊은 계곡의 변화에 유향(流響)하는 바람으로 어쩌면 옥천사와 부처님 당시가 다르지 않으니 어찌 다행 아니겠는가.
천혼(薦魂)을 할 때에 음성으로서 공양하고, 음성으로 천도하면 당사자의 발원이 성취되지 아니함이 없다. 후래(後來)에 공양하고 천도할 사람은 참된 마음으로 가슴 깊이 간직하여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답 치익(海曇 致益 1862~1945) : 스님의 법명은 치익(致益) 호는 해담(海曇) 자호는 증곡(曾谷)이다. 춘담용하(春淡龍河)의 제자로 설송연초의 9세손이다. 성은 서씨(徐氏). 호는 해담(海曇). 19세에 출가하여 통도사 춘담화상(春潭和尙)의 제자가 되었으며, 용문사 해주(海珠)에게 불경을 배우고 1894년(고종 31)에 고운사(孤雲寺) 음관화상(音觀和尙)의 법을 이어받았다. 그 뒤 통도사 강주(講主)가 되어 학도를 교육하였으며, 1929년 선교양종칠교정(禪敎兩宗七敎正)의 1인으로 추대되었다. 계율을 잘 지켰으므로 율사(律師)의 칭호를 들었으며, 보살계법회(菩薩戒法會)의 수계사(授戒師)로 활동하였다. 1942년 양산 통도사에서 입적하였으며, 저서로는 문집인 『증곡집(曾谷集)』이 있다.
절문(切聞) : 삼가 듣다. 어련 푸시 듣다.
왕석(往昔) : 지난 옛날. 옛적.
소거(所據) : 의거할 바. 증거할 곳.
위진사왕(魏陳思王) : 위나라 진사왕 조식(魏陳思王曹植)
어산(魚山) : 동하현(東河縣) 동남쪽 20리에 있는 산으로, 일명 오산(吾山) 임. 지금의 산동성 (山東省) 양곡현(陽谷縣)의 동북쪽 아성진 (阿城鎭). 위(魏)나라의 조식(曹植)이 여기서 공중에 범천(梵天)의 소리를 듣고, 그 음률을 본뜬 것이 성명(聲明)의 기원이라고 한다.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법란(法亂) : 삼무(三武)란 북위(北魏) 태무제(太武帝423~452), 북주(北周) 무제(武帝560~578), 당(唐) 무종(武宗840~846)을 말하고, 일종(一宗)이란 후주(後周) 세종(世宗954~959)을 일컫는 말이다.
진감(眞鑑) : 신라의 선승(禪僧)인 혜소(慧昭, 774~850)의 시호이다. 전주(全州) 출신이고, 신라의 승려이다. 속성은 최씨(崔氏)이다. 당나라에 유학하여 창주(滄州)에서 신감대사(神鑑大師)의 제자가 되었고, 범패(梵唄)를 배우고 돌아와서 상주(尙州) 장백사(長栢寺)에서 선(禪)을 설법하였다. 그 후 지리산 화개곡(花開谷)에 들어가서 옥천사(玉泉寺)를 짓고 여생을 마쳤다. 후에 정강왕(定康王)이 최치원으로 하여금 옥천사를 쌍계사(雙溪寺)로 고치게 하고 진감국사비(眞鑑國師碑)를 세우게 하였다. 저서로는 《어산구감(魚山九鑑)》이 있다.
삼장장공(三藏奘公) : 삼장법사 현장(玄奘)
옥천사(玉泉寺) : 河東 雙鷄寺의 옛 이름.
죽백(竹帛) : 사서史書. 종이가 없었던 시대에 청죽靑竹으로 만든 간찰簡札이나 비단 헝겊에 글자를 쓴 데서 서책書冊을 지칭하였고, 역사라는 뜻으로도 사용함.
지환(智還) : 1721년 지환스님이 집필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
계환(戒還) : 병진년(1676)에 계환戒還·도잠道岑·대균大均이 법전을 재건하고 또 천준天俊과 청운淸雲 등이 절의 뒤쪽 꼭대기에 은선隱仙 강당을 지었다. 『경암집』 鏡巖集卷之下거듭 기록하는 쌍계사 사적기(重錄雙溪寺寺蹟記)
의모(蟻慕) : (개미가 단것을 좇듯이) 흠모하다.
하시(何啻) : 어찌 …뿐이랴. 오직 …만은 아니다.
권권(拳拳) : 참된 마음으로 정성스레 간직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충성스럽다. 간절하다.
복응(服膺) : 마음속에 늘 간직하여 잠시도 잊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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