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동네 공원에 들어서면
앳된 소녀같은 얼굴로
코스모스가 나를 반긴다
연분홍, 빨강, 하양, 짙은 홍자색으로
가을 바람에 고개를 한들한들 흔들고
길 양 옆에 늘어서
높푸른 하늘에
고갯짓한다
나를 문득 떠올린다, 옛 추억을
어느 한적한 시골역......
멀리서 기적을 울리고
검은 연기 푹푹 뿜고 달려오는 기관차
내려놓은 손님은 시골 아낙에 댓 명
그리고 승차한 손님은 젊은이 하나
도회지로 떠나는 아들같은 매무새
전송하는 어머니는 희망과 서운함의
눈물을 감추고
아들 싣고 떠난 빈 철길만 바라본다
그 길섶에는 코스모스가 어머니의
숨은 눈물 위로하듯 쌩긋쌩긋
미소짓는다
홀쭉한 키다리 코스모스, 옛날이나 오늘이나
너는 싱그러운 정을 전해주는
우리의 벗.
이미지: 보원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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