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바깥세상은
온통 하얀 세상으로 눈이 부십니다.
베란다에서
펑펑 내리는 눈송이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깨끗해지고
그저 자연이 연출하는 감동을 누려보는데...
그것도 잠시
옆으로 살며시 다가온 딸아이가
"엄마 나 출근 어떻게 하지?" 하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합니다.
오늘은 일찍 회사에 나가야한다며
6시에 일어나 준비를 끝낸 딸아이는
예상도 못했던 폭설에
차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택시를 콜 해보니 안 되고..
길에 버스는 다니지 않고..
8시가 다 되도록 옴짝달싹 못하고
한 걱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해서..
오늘따라 늦잠 자는 남편
궂이 깨울 거 뭐 있나 싶어서
"엄마가 지하철역 까지 태워 줄게!" 했지요.
약간 걱정스럽지만 어쩌겠어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바깥으로 나와
아파트에서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아뿔사! 이게 웬일입니까?
이미 앞에 나선 차 몇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지그재그로 엉켜 있지 뭐예요.
"엄마! 어떻게 해? 괜히 나왔다!"
"반대쪽으로 어디 살살 가보자구나!" 하고
핸들을 돌리려는데 차 바퀴는
내 의도와 달리 헛돌기만 하고...
눈은 펑펑 쏟아지고...
우리 차 뒤에 또 한 대의 차가 와 있고..
에고..이대로 어영부영 하다가는
길에 갇히게 생겼더라고요..
요리 조리 몇 번을 반복해서 핸들을 움직이고
왔던 길을 그대로 후진하는 수밖에..
할 수 없이 차에서 내린 딸아이!
"아저씨! 죄송하지만 차를 좀 빼주세요~" 하더니
딸아이가 손짓하는 대로
바퀴자국 그대로 후진을 거듭 해가며..
우리 딸 애간장 녹여가며..
가까스로 아주 가까스로 탈 없이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지 뭡니까...
휴우~
무슨 난리인지..곤욕만 치르고..
출근을 돕기는커녕.. 에구..
아침부터 진땀 빼고...
딸아이 옷은 다 젖고..
시간만 허비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지요.
옷 갈아입고 운동화로 바꿔 신은 딸아이는
하는 수 없이
눈부시게 하얀 눈 위를 또박또박
걸어 걸어서 지하철 타러 갔는데....
몇 시간 걸려서 회사에 도착하니
운동화는 눈에 흠뻑 젖어
발은 시리고, 배도 고프더래요...글쎄..
퇴근은 또 어떻게 할지....참 나 원...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 마음 참 몰라요..
아침에 그 난리 칠 때는 다시는
밖에 나가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한 시간 즈음 지나고 내다보는
창밖에 눈이 왜 그리 이쁜지
꽃비처럼 내리는 눈송이 유혹에 남편이랑 나갔지요.
아름다운 설경위로
뛰어다니며 노는 어린아이들과
소나무 위에 얼어붙은 눈꽃이
가히 흥분 하리 만치 아름답더라고요.
폭신폭신한 하얀 길 위에
남편 발자국 내 발자국을 남기며..
무심히 걷고 또 걷고..
눈들의 향연 속에 흠뻑 빠져들었네요.
예쁜 카페에 들러
커피의 진한 향을 음미하며
창밖에 떨어지는 눈송이에
넋을 맡기기도 하면서요...
하얀 눈은 계속
내리고
내리고
쌓이고
쌓이는 동안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자연을 누리는
오늘이 참 행복했답니다.^*^
진여심_()_
함께하는 공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