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양손가락을 포크레인처럼 오므려서 한참을
조물조물 하다 따뜻한 눈길로 주문을 한다.
'꽈리야, 너의 맑은 소리를 듣게 해 주렴!'
... ... 점점 말랑말랑 해지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이내 수줍은 듯 발그레 해진 모습으로 꽈리는
품고 있던 자디잔 씨알들을
품었던 시간만큼의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몸속의 수액을 돌리면서 서서히 씨알들을
제 몸에서 풀어낸다.
그때 나는 숨을 죽이고 조심조심 창자를 끄집어낸다.
터질세라 온 신경을 모으고, 눈을 반짝이면서!
오! 나온다, 꽈리 창자가 쑤욱~ 빠져 나온다. 휴우~
이어 몸속에 남아있는 작은 알갱이를 말끔히 흩는다.
마침내
텅 비어있는 꽈리는 홀가분한 듯 생끗 웃고 있다.
그 모습이 맑고 아름답다.
입술에 살포시 대고 바람을 넣어 준다.
'후우~'
텅 빈 자리에는 맑은 햇살과 바람으로 가득하다.
보고 있는 내 마음도 넉넉하고 환희심으로 충만하다.
입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가며 바람을 넣어 분다.
꽈악, 꽈악~
알싸한 향이 입안에 감돈다.
맑은 소리..
고운 소리..
꽈리 부는 소리
크~
귀가 좋아라한다.
피리 소리보다 더 맑고 고움에 반하여
자꾸자꾸 꽈리를 불고 있다.
어릴 때를 기억하며 동그란 마음으로...
버리기 전엔 얻을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나는 듣고 있다.
속을 다 버리고 나서야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다.
얽히고설킨 번뇌를 털어내고,
질기고 질긴 정의 집착을 버리면..
내 마음에도 이런 맑은 소리가 날까?
꽈악, 꽈악~
진여심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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