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일이라도 닮고 싶어서
- 무소유 그늘아래
/ 로담
부질없는 일이라며 버리라는 말로
수행자의 모습이 아니라던 그 때로부터
일기 쓰는 일도
고운 편지 한 장 쓰는 일도
땅에 일획을 그리는 일도
시간이 기다리는 지루함도
무소유라는 글이 나온 한참 뒤에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휘적휘적 걸어가는 모습은 후학들의
희망이자
용기였기에
바람 지나는 길목에서
소리 질러 이야기하고
떨어지는 낙숫물에 숨긴 몇 글자
스님을 닮지는 못해 먼발치에서 머뭇거리면
로담 시인 왔느냐며 숨 쉬는 말씀하나
얼마나 그리워해야 잊혀지고
얼마나 미워해야 눈물이 마를까
속모를 눈물 자국에서 미운 이야기가 되고
찢어버린 휴지조각에서 그리움이 되살아나
아린 가슴은 망부석 그늘에 가려지고
모다 그럴 것이라던 평범한 말이 앞장선다
무소유
무소유라던 말이 업이 되어
그 업을 녹이지 못하고 무소유 그늘 아래
그리움이라는 미움 하나로
『불교문예』中
함께하는 공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