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도를 수행하는 이가 무슨 방편으로 그 마음을 바르게 할 것인가.
나는 일찌기 듣건대 옛날 어느 나라 왕이 온 나라에서 밝고 지혜스러운 이를 뽑아 대신을 삼으려고 하였다.
그 때 왕은 권방편인 한량없는 지혜를 써서 어떤 총명하여 널리 통달하고 그 뜻이 크고 온아하고 무섭게 보여도 사납지 않아 덕과 명예가 구족한 이가 없었다.
왕은 짐짓 그가 어떠한가를 시험하려고 하였다.
이에 일부러 그에게 중한 죄를 씌워 볼 양으로, 딴 신하에게 명령하기를
『그로 하여금 발우에 기름을 가득히 담아 받쳐들고 북문으로부터 남문으로 돌아서 성과 이십리쯤 떨어진 조희원(동산이름)까지 가도록 하여, 가사 기름을 가지고 가다가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보고 할 것 없이 곧 그 머리를 베어 오라,』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사 그 사람이 조희원 까지 가다가
내 명령대로 기름을 흘리지 않으면
그 사람을 마땅히 나와 같이 공경하고
중도에 흘리면 곧 머리를 베라고 하였네
(93)
그 때 신하는 왕의 엄중한 명령을 받고, 발우에 기름을 가득히 담아 주었다.
그 사람은 두 손으로 받쳐들고, 몹시 걱정하여 곧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 기름은 그릇에 가득한데, 성 주변에는 사람도 많고, 행길에는 수레와 말과 구경꾼들이 메워졌으니, 마치 물은 안정되어 있지마는 바람이 불어서 그 물에 파도를 일으키듯이,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하면서 마음이 편안치 못한 체 물러나서 다시 속으로 생각하였다.
「나에게 두려움이 없도록 격려하여 주는 이는 한 사람도 없으며, 이 기름 그릇을 받쳐들고는 오히려 일곱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인데, 어떻게 몇 리를 가겠는가.」
그 사람은 걱정되고 심란하여 거취를 걷잡지 못하면서 혼자 속으로 두려움을 품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코끼리와 말 수레를 보건대
바람이 물 위에 부는 것도 그와 같아
뜻에 공포 품어 도달치 못할까 두려운데
어떻게 이 일을 끝까지 마칠 것인가 하네
(94)
그는 다시 속으로 결심하기를
「지금 내가 죽을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지마는 가사 능히 발우를 들고가다 기름을 흘리지 않고 저 동산에만 당도한다면 이에 살것이니, 마땅히 한결같은 계획을 세워서 만일 시비하는 이가 있더라도 움직이지 않고 오직 기름 발우만 생각하여 뜻을 딴 데 두지 않아야 될 것이다.」
하면서 서서히 걸음을 걸었다.
때에 모든 신하와 군사 및 구경하는 수 없는 백천 사람들이 따라 구경하기를 마치 구름이 일어나 태산을 둘러 싼 듯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발우 받드는 그의 마음 견고한데
길가에 약간 구경하는 이들
여러 사람 삥 둘러 따르는 모양
저 강과 바다에 큰 구름 일듯하네
(95)
그가 이에 발우를 받쳐들었을 무렵 소문이 널리 퍼지자 모르는 이가 없이 수 없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이 사람의 의복과 형체와 거동을 보건대, 틀림없이 죽을 죄수이다.』
이에 이 소식이 그의 집에까지 전해졌다.
그의 부모와 종족들은 듣고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아들 있는 곳에 이르러 울부짖고 슬퍼했지마는 그 사람은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부모 형제와 처자 및 모든 친족들을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기름 발우에 두어 딴 생각이 없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아들 울면서 눈물 샘 솟듯하고
그 아비 갖가지로 슬피 탄식하는데
두려움을 품어 부모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뜻을 잡아 발우를 가졌네
(96)
여러 사람들은 서로 의논하면서 이렇게 두 세번 외쳤다.
그때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구경하느라고 수다스러운 고함소리가 진동하며, 서로 치닿고 몰려 땅에 자빠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서로 딩굴고 짓밟혀 몸둘 곳도 없었지마는, 그 사람은 마음이 단호하여 여러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러 사람 고함소리 끊일 새 없고
앞 뒤로 서로 몰려 몸둘 곳도 없지만
기름 발우 받쳐 들고 쳐다보지 않기를
우박이 쏟아져도 허공은 아무렇지도 않듯하네
(97)
구경꾼들은 다시 떠들썩하기를
『저기 나타나는 여인은 단정하고 아름다운 위의와 얼굴이 온 나라에서 둘도없어 마치 흰 달이 별 가운데서 독특하게 밝은 듯 하며, 그 색체가 마치 연꽃과도 같아 큰 길 거리를 거닐으면 늠름한 상호와 남보다 뛰어난 얼굴이 저 옥녀와도 같다.
또한 도리천 호리(도리천왕의 후비 이름)왕후의 단정하고 아름다움을 제처 인민들이 공경치 않는 이가 없듯이 지금 그 여인의 훤칠함도 그와 같아 여덟 가지 춤과 청아한 음성을 듣는 이가 모두 기뻐한다.』
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인의 그 거동 얌전하고
노래와 춤 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그 마음 환희를 품어
일체 사람을 감동 시키네
파고 드는 노래 소리와
간들거리는 그의 몸매
빠르지도 또 더디지도 않으며
의복도 자연스럽고 가지런 하네
일곱 가지 미묘한 소리와
오십 가지 기특한 재주 노름
삼계에 모두 청정하고
궁상의 곡조 서로 화창하네
몸은 머리로 부터 발 까지
보배 영락으로 장엄했으며
말은 아름답고 온아하며
마치 감로가 내린듯 하네
(98)
그때 그 사람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발우를 받쳐들고, 뜻을 움직이지도 또한 쳐다 보지도 않았다.
구경꾼들은 말하기를
『오늘 저 여인의 얼굴을 실컷 보고 죽는 것이, 아예 오래 살면서 보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
라고 하였다.
그때 그 사람은 아무리 이런 말이 들려도 발우를 받쳐들기에만 오로지 하여, 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예쁘고 또한 얌전한데
그 춤도 가장 교묘하여
일체 사람 탐내고 좋아함이
마치 마왕의 후와도 같네
능히 욕심 여읜 이도 동할텐데
더구나 범부이겠는가
그 사람 주위에 왔다 갔다 하여도
발우 받쳐들고 마음 기울이지 않네
(99)
그때 마침 술이 몹시 취한 코끼리가 마구 큰 길 거리로 뛰어 들어왔다.
여러 사람들은 서로 설레기를
『지금 취한 코끼리가 나타나 우리를 짓밟아 생 죽음을 시킨다.』
라고 하였다.
이는 도깨비가 코끼리 모양을 변화한 것으로서 닥치는대로 해치되 남자와 여자를 헤아리지 않으며, 몸뚱이에는 종기가 나서 추악스럽고 허벅다리에는 독한 기운이 흘러 나오는 듯 하며, 혀는 빨갛게 피와 같고 그 배를 땅에 대고, 입술은 뾰죽하고 걸음걸이는 갈팡 질팡하며, 아무 체모도 없이 사람의 피를 몸뚱이에 발랐고 제 멋대로 뛰놀아 거침이 없으며, 나아가고 물러나기를 자재하여 마치 국왕과도 같고 멀리서 보면 산과도 같으며, 흉악하게 우는 소리가 우뢰와도 같아 그 코를 쳐들면서 성내고 와르릉 거린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코끼리 힘 세어 당히기 어려운데
뭄뚱이는 피 흘러 샘 솟듯 하며
땅을 디디면 먼지 일고 입을 벌려
여러 사람 위협하고 해치려 드네
(100)
그 코끼리는 이렇듯 흉악하므로 구경꾼들을 달아나게 하고 군사들을 물리치며, 여러 코끼리 떼가 도망하고 일체 보는 이가 겁에 질려 죽기도 하며, 능히 크나 큰 나무를 뽑고 여러 생물들을 짓밟는 그 기세가 아무리 몽둥이로 때릴지라도 꺼리거나 두렵게 여길 것같지 않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중 및 여러 코끼리를 물리치고
사람을 위협하여 혹 죽기도 하며
모든 집을 무너뜨리고 멋대로 달려
제어함도 무서워하지 않네
그 소문 멀고 가까운데 퍼졌고
흉악한 것으로써 일을 삼으며
교만하여 조심하는 바 없고
참을성 없어 높은데 치닿네
(101)
이때 길 거리와 시장 점포에서 팔고사는 이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물건을 거두어 감추고 문을 닫았으며, 집을 무너뜨릴까 두려워 하면서 사람들은 죄다 피해 달아났다.
또한 코끼리를 잡는 사냥꾼도 제어할 수 없었고 성내고 와르릉 거림이 더욱 심하여 길 거리에 있는 코끼리와 말과, 소와, 염소와, 모든 송아지 떼를 짓밟아 죽이고, 모든 수레를 부수어 별처럼 낭자히 흩어졌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점포를 보는 이 물건을 죄다 감추었고
사람과 짐승을 상하고 수레를 부수므로
이 같은 짓 보고 문을 닫았으니
낭자함이 저 도둑이 영문(營門)을 파괴한듯 하네
(102)
혹은 보고 두려움을 품어 감히 꿈쩍을 못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원망하고 울부짖어 눈물을 흘리는이도 있으며, 또는 정신이 미혹되어 스스로 감각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또는 옷을 걸치지 못하여 끌고 달아나는 이도 있으며, 또는 미혹되어 동과 서를 식별치 못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달아나는 꼴이 마치 바람에 구름 풍기듯 가는 데를 알 수도 없는가 하면 창황하고 두려워하여 배로 땅을 기는 이도 있으며, 또는 궁박한 나머지 활을 당겨 살을 쏘려고 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칼을 들고 앞으로 대항하려는 이도 있으며, 그 가운데는 넋을 잃고 창황하여 헛 소리를 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성냄을 품고 두 눈이 빨간이도 있으며, 또는 자취를 감추고 멀리 바라보면서 기뻐하기도 하며, 혹은 아무리 병기를 들었지마는 능히 덤비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에 미혹되어 무서워하고
또는 슬피 우는 이도 있으며
혹은 아주 질려 멍멍한 이도 있고
또는 병기를 든 이도 있었네
공포에 떨다가 땅에 쓰러지기도 하고
기가 질려 감각하지 못한 이도 있나니
이 편안치 못하게 된 것은
모두 취한 코끼리 때문이다
(103)
그 때 어떤 코끼리를 조복하는 주술을 가진 이가 있었다.
그는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본래 배웠던 코끼리를 조복하는 법이 대체 좋게 다스리고 나쁘게 다스리는 법 팔백 가지가 있는데 내가 지금 이 코끼리를 보건대 거기에는 한 가지도 해당치 않으니, 마땅히 어떤 종류의 주술에 해당할 것인가.
다만 상등 종류가 네 가지 있는데 이는 중등 종류에 속할 것인가, 하등 종류에 속할 것인가.」
라고 이렇게 간파하고 나서 바로 큰 소리를 내어 신주를 외웠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
천왕이 금강밀적을 주어
나에게 미묘한 주술을 하셨나니
능히 모든 높은 체하는 이를 억제하고
능히 못난이로 하여금 강하게도 한다
(104)
그는 바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모든 깨닫고 밝은 이는 스스로 덕 높다 함이 없고 또한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 애욕을 버리고 그 법만을 받드나니, 진실한 도를 수행한 까닭에 잘난 체 하는 코끼리를 조복하여 그 마음을 편안케 한 것이다.』
이에 옛 성인의 두 게송을 말하였다.
음난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이 세간의 세 가지 큰 교만이니
진실한 도로 모든 때를 없애고
온갖 열을 소멸한다
저 진실한 법으로써
이렇듯 수행하고
큰 체하는 코끼리를 조복하여
미혹 없애고 높은 체함을 놓게 한다
(105)
그때 저 코끼리는 이 바른 가르침을 듣고 곧 스스로 큰 체함을 버리고 그 마음을 굽히며, 여러 사람에는 범하지 않고 해롭히는 바 없이, 본래 왔던 길을 쫓아 그 우리로 돌아갔다.
그 발우를 든 사람은 코끼리가 오는 줄도 알지 못하였고 또한 가는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왜 그러는가.
온 마음이 죽기에 두려워하여, 딴 데 잡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코끼리를 갑자기 쏟아지는 비처럼 보아
마음이 일찌기 어수선하지 않고
허공과 같아 기뻐하지도 않네
그 사람은 이에 그렇듯
코끼리 오가는 줄도 관계치 않고
마음 잡아 기름 발우 받들기를
저 보배처럼 여겨 잊지 않았네
(106)
그때 구경꾼들이 요란스럽게 동과 서로 흩어져 달아나는 통에, 성 안에서는 불이 일어나 모든 궁전 및 여러 진귀한 집과 다락과 높은 누각이 타는데, 불은 교묘하고 엄청나게도 여기저기 번져갔다.
비유컨대 커다란 산을 보지 못한 이가 없듯이, 연기는 두루 둘렀고 불은 제대로 환히 타올랐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성은 풍락하고 임정하며
궁전과 집은 매우 기묘한데
자욱한 연기 뻗지 않은 데 없고
타오르는 불 일부러 지르듯 하네
(107)
「불이 성을 태울 무렵에 모든 벌 떼가 몰려들어 독을 내뿜고 사람을 쏘았다. 구경꾼들은 통증을 느끼고 괴상하게 여겨 달아나며, 크고 작은 남자와 여자들은 낯 빛이 나쁘게 변해지며, 머리칼이 헝클어진채 의복이 풀어지고 보배 치장을 떨어뜨렸으며, 연기에 쏘여 눈에서 눈물이 흐르며, 멀리 불 빛을 바라보고 마음에 두려움을 품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부모, 형제와 처자, 하인들을 여기 저기 서로 부르며, 다시 불을 피하고 물을 여의며, 진흙 구덩이에 떨어지지 말아야 이에 편안하다」
고 서로 일러 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근심된 다음 어쩔줄 몰라
부모 형제와 처자 하인들과
코끼리 말을 버리고 가엾이 나오면서
큰 불이 났으니 마땅히 피하라고 하네
(108)
그때 관병이 죄다 닥쳐와서 불을 끄느라고 야단들인데, 그 사람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발우를 받들어 한방울도 흘리지 않아 불을 내고 끄는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왜 그러는가.
마음을 잡고 뜻을 오로지하여, 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러 사람의 미혹된 정신
마치 새가 불 만나 날으는듯
그 불이 궁전과 집을 태워
연기가 뜬 구름과도 같네
머리 헝클어지고 공포에 떨면서
연기와 불을 피해 달아나는데
그의 한결같는 마음 기름 발우에다 두어
불의 나고 꺼짐도 깨닫지 못하였네
(109)
그때 다섯 빛깔 구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우뢰와 번개가 진동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욱한 안개에 때 아닌 비 내리고
바람 일어나고 구름 기운 음습하여
허공이 온통 맑은 기운 없나니
저 흉악한 코끼리처럼 구름도 그렇네
(110)
그때 소란스러운 바람이 흙 먼지와 사석과 와륵을 불어 일으켜 왕의 다니는 길에 매웠으며, 나무가 뽑히고 가지가 꺾이어 모든 꽃과 열매가 떨어졌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람 일어 먼지가 온통 드날리고
구름 끼어 비가 젖지 않는데 없으며
거센 바람은 몰아쳐 서로 보이지 않는데
우뢰 번개 함께 번져 놀래지 않을 이 없네
(111)
그때 구름은 한없이 일어나고 번개는 번쩍거리며, 벽력은 떨어지고 공작은 모조리 울어대는데, 하늘에서는 문득 비와 우박이 함께 떨어졌다.
아무리 이런 변괴가 있었어도, 그 사람은 듣지 못하였다.
왜 그러는가.
기름 발우에만 전념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코끼리 제 멋대로 날뛰어
마치 큰 구름 일듯 하던 때와
우박 떨어지고 불 나고 바람 일어
나무 뽑히고 집이 파괴할 적에도
그 사람은 온통 보지 않았나니
누가 착하고 악한 것 따졌겠는가
바람과 구름 일어남도 깨닫지 못하고
다만 발우에 가득한 기름만 보았네
(112)
그때 그 사람은 발우에 가득한 기름을 받들어 저 동산에 이르기까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모든 신하와 군사들은 죄다 왕궁으로 돌아와서 왕에게 갖추어 아뢰었다.
『그는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한결 같은 마음으로 발우를 받쳐들고 움직이지 않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저 동산까지 이르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찬탄하였다.
『이는 사람의 미칠 바 아니다. 사람 가운데 영웅이다. 친속과 옥녀도 돌아보지 않았고 큰 코끼리와 물과 불의 환난과 우뢰와 번개와 벽력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도다.
나는 우뢰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아무리 아뢰는 말이 있어도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며, 혹은 염통이 터져 죽는 이도 있었고 혹은 임신한 태를 떨어뜨린 이도 있어서, 사람들이 죄다 정신이 미혹하여 어쩔줄을 몰랐는데, 아무리 그런 여러 고난을 만났어도 그 마음이 요동치 않았도다.
이런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판단치 못할 바가 없을 것이며, 마음 굳세기가 이와 같으니, 끝내 고난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지옥의 왕도 고찰하여 금강신을 시킬 것이다.』
왕은 기뻐하여 바로 대신을 삼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
친속들의 울부짖는 그 광경과
취한 코끼리 사납게 구는냥을 겪어
아무리 모든 무서운 고난 만났어도
그 마음 끝까지 변동하지 않했네
왕은 그 사람의 이 같은 마음
굳고 안정하여 구르지 않음을 보고
친절히 사랑하고 관대히 공경하여
바로 내세워 대신을 삼았네
(113)
그때 이 행자는 그 마음이 견고하여, 좋고 나쁜 모든 고난을 만났어도 뜻을 변동치 않아 죽을 죄를 해탈하고, 이에 호귀와 장수를 얻었던 것이다.
도를 수행하는 이도 마음 조어하기를 그와 같이 하여, 아무리 모든 감관을 어지럽힐지라도, 마음을 갖고 뜻을 거두어 거기에 따라가지 않아, 첫째 그 안 몸을 관하고 다음 바깥 몸을 관하여야 한다. 받아들이는 법 등에도 또한 이 같이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사람 기름 발우 받들 적에
움직이지 않아 떨어뜨림 없었으며
미묘한 지혜 바다와도 같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름 그릇 받들었네
딴 사람도 만일 도를 배우려면
마음 갖기를 마땅히 그 같이하여
뜻으로 모든 밝은 덕을 품고
일체 더러움 죄다 없애야 한다
갖가지 색욕과
또한 일어나는 성냄과 어리석음에
뜻을 방탕하지 않고
고요히 혼자 제지하여야 한다
사람 몸에 병 있으면
의약을 가져 제거하듯
마음의 병도 또한 그와 같이
四의지를 가져 없애야 한다
(114)
마음이 굳은 이는 뜻이 능히 이와 같아, 곧 손톱으로 선산도 무너뜨리며, 연꽃 뿌리로 금산도 뚫으며, 톱으로 수미산도 끊는 것이다.
믿음이 없고 능히 정진치 못하며, 아첨을 품고 방종하여 잊기를 좋아하면, 아무리 세상에 오래 살아도 끝내 음난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를 능히 제거하지 못한다.
믿음이 있고 정진하며, 솔직하고 지혜스러워 그 마음이 견고하면, 능히 산도 불어서 움직일 터인데, 어찌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만을 제거할 뿐이겠는가.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도덕을 이루려면, 믿음이 있고 정진하며, 솔직하고 지혜스러워 그 마음을 조어하여 오로지 수행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솔직하고 믿고 정진하며
지혜스럽고 아첨 없애야 하나니
이 다섯 가지 덕으로 더러움 없애어
마음의 수 없는 번뇌 여의여야 한다
깊이 한량 없는 경전를 알고
스스로 이 불교를 깨달아
그 요긴한 말씀을 채취하고
한량 없는 이치를 분별하라
10, 이전도품(離顚倒品)
(115)
저 공덕천이 의젓한 데 위치하였듯
또한 성자가 정거천에 의거하였듯이
그지없는 지혜 좋은 보배와 같으시니
거룩한 부처님에게 머리 조아리기 원합니다.
하늘 위로조차 내려오시어
갈래를 알아 의혹치 않으시며
나지도 않고 태에 의탁하지도 않으시며
들지도 않고 또 나가지도 않으셨네
모든 괴로움 겪지도 않으시고
집착도 뒤바뀌지도 않으시며
덕이중하여 집착한 바 없으시니
이에 목숨 바치고 생사를 제도하네
(116)
도를 수행하는 이가 혹은 게으름을 품고 말하기를
『법이 미묘하여 깨닫기도 어렵고 분명히 하기도 어려워 가히 분별할 수 없다.』
라고 하지마는, 마땅히 괴로움의 근본을 식별하고 모든 습기를 버리어 고요한 경지(滅盡)를 증득하여 자세히 하고 도술(수행의 방편)을 닦아 인혀야 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한 털을 가져 백분으로 쪼개어 놓고 묻기를
『예와 같이 뒤바뀌지 않게 잇기가 이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라고 한다면 대답하기를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려운 일이니, 가히 환술이나 방약이나 신주를 써야 이 털을 예와 같이 이을 것이다.』
라고 하겠지마는, 열반의 도는 그렇게 쉽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도의 경지를 이루지 못하였을지라도, 마땅히 자꾸 방편을 써 나가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늘 굳건히 정진하여 해탈문 향하는
그를 깨달으려면 어럽고도 어렵지만
힘 쓰고 좋아하여 물러나지 않으면
마치 깊히 판 샘에 물 솟듯 하리
(117)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빨리 이루어야 할 것은 열반 만한 것이 없으므로, 딴 데로 조차 구할 것이 아니고 자기 마음으로 조차 이루어야 할것이다.
딴 사람으로 조차 얻으려고 하는 것은 이에 어렵지마는 자기로 말미암아 얻기를 힘쓴다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라고 마땅히 이렇게 헤아려 오직 진리를 보아 그 마음을 도유해야 한다.
저 어린 아이를 유인하고 불러서 앞에 오기만 하면, 그 손에 든 물건을 빼앗아 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어린 아이가 오자, 샅샅이 뒤져보아도 아무 것도 없듯이 세상 사람도 그와 같아 소견이 뒤바뀌어 덧 없음을 있다고 말하고, 괴로움을 즐거움이라고 말하여, 몸 아님을 몸이 있다고 말하고 공을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네 뒤바뀜을 여의고 본래 없음(無)을 관하여야 이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이 본래 무를 깨우치지 못하여
늘 즐겁고 깨끗하다고 억측하나니
마치 어린 애를 유인하여
샅샅이 뒤지는 것과 같다
이에 사람 마다 뒤바뀌어
<나>라는 생각을 둠으로
부처님이 광명을 나타내어
어둔 속에 등을 켜듯 하셨네
(118)
나의 소유한 머리칼도 능히 오래지 못하여 또한 깨끗치 못하고 편안치 못하고 <나>라는 것도 없다
이렇게 관한다면 일체가 모두 그러하나니, 그 마음을 귄발하기를
『마치 안목이 밝은 이가 횃불을 들고 빈 집에 들어가 본다면, 사람도 없고 또한 보이는 것도 없듯이, 참다운 진리를 보는 이는 그와 같이 빛의 근본을 살피어 얻고 괴롭고 <나>없고 몸이 아님을 보는데, 허망을 보는 이는 도리어 결박 속에 떨어지게 되나니, 공의 관법을 아는 이는 무엇이 어렵겠는가. 이에 보고 들어 도의 자취를 얻은 이는 물러가지 않음과 집착 없음과 평등한 깨달음을 얻나니, 그도 이 사람이요 나도 또한 이 사람인데 그들은 도를 이루어도, 무슨 까닭에 나만 혼자 얻지 못하였는가.』
라고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 그 마음을 권발하여 네 뒤바뀜을 버리고 수행하는 데 한결 같아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털 머리칼과 손 발톱과 뼈 살과
모든 빛과 모양 있는 것이
몰려들어 마음을 의혹 되게 하나니
모두 오음의 어지럽힌 바이다
덧 없고 괴롭고 편안치 못하며
<나>도 없고 깨끗지도 못한 것이며
몸은 빈 터에 있는 집과 같나니
밝은 이는 이렇게 관한다
11, 효로식품(曉了食品)
(119)
부처님이 보리수 밑에 계실 적엔
천제가 온갖 진미 받들었고
또한 사위성에 계실 적엔
바사익왕이 공양 올렸으며
난야에다 바친 보리밥
아무리 단 맛은 없었지만
모두 평등한 뜻으로 받으셨나니
집착 없는 이(부처님)께 머리 굽힙니다.
아무리 이런 밥 자셨어도
언잖은 기색 내지 않으셨고
또한 교만을 짓지 않으셨으며
모든 높은 체 함을 버리셨네
곳에 따라 공양을 받으셔도
마치 큰 행길 훌렁 넘겨버리듯
감미만을 위하지 않으셨나니
그러므로 머리 굽혀 예배합니다
(120)
이에 수행하는 이가 음식을 관하기를
「온갖 좋은 맛이나 나쁜 보리밥이라도 뱃 속에 들어가서는 똑 같아 차이가 없다.」
라고 해야 한다.
밥이란 떠서 입에 넣은 다음 침과 합쳐 씹고 삼키기를 적당히 하여 이에 생장에 들어가면 그 체내에 있는 불기운으로 달이고 물기운으로 익히고 바람기운으로 이리저리 요동시켜 점차 소화하게 된다.
숙장에 떨어지면 된 것은 대변이 되고 무른 것은 소변이 되며, 거품은 침과 콧물이 된다.
장부 안에 요소적인 맛은 온 신체를 윤택케하나니, 그 여러가지 요소적인 맛이 모두 혈맥에 유포되어야, 머리칼과 털과 손, 발톱과 이와 뼈와 피와 살과 비게와 정기와 뇌수 같은 것을 기르게 된다.
그러므로 바깥 四대가 안의 다섯 감관을 기르며 다섯 감관은 그 힘을 얻고 심법을 증장 하여 음난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게 된다.
이를 알려면 본래 음식으로 조차 일어나는 것인 줄을 헤아려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 없는 모든 최상의 맛도
뱃 속에 들어가면 아무 차이 없어
몸에 온통 부정만 변화시키므로
수행하는 이 음식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
(121)
아무리 음식을 먹을지라도 살찌기를 구하지 말고 다만 목숨을 유지하려고 해야 한다.
비유컨대 관인이 많은 새들을 잡아다가 그 날개를 갈겨버린 다음 새장 속에 가둬 두고 날마다 살찐 놈을 가리어 관주(官廚)에 지급하므로 그때 많은 새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 가운데 어떤 새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살찐 놈은 먼저 죽으니 내가 만일 살찌고 보면 또한 그와 같이 죽을 것이요, 가사 먹지 않고 보면 곧 굶어 죽을 것이니, 지금 마땅히 음식을 절제하여 몸으로 하여금 살찌지도 않고 또한 여위지도 않도록 하여야 몸이 편리하여 드나드는 데도 걸림이 없을 것이요, 재인(宰人)한테도 죽이고 삶음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날개가 점차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새장을 박차고 한번만 날은다면 어디든지 내 멋대로 갈것이다.」라고 하였다.
도를 수행하는 이도 또한 그와 같이 헤아려, 음식은 다만 몸이 편안하고 무겁지 않을 것을 구할 뿐이니, 음식을 알맞게 한다면, 몸이 편리하고 졸음이 적으며, 앉고 일어나고 경행하는 데도 숨이 편안하고 대 소변을 적게 보며, 자신이 닦는 행에도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이 희박하여 진다.
(122)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관하기를
「나는 몸을 탐내지 않고 모든 정욕을 제거하겠으며, 이 몸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고 뼈다귀만 서로 버티어 있을 뿐이며, 지금 이 몸 속에는 깨끗치 못한 것만 담뿍 들어 있고 견고한 것은 없다.」고 해야 한다.
비유컨대 원수가 가림없는 그물을 쳐 놓고 늘 감정을 품어 친우를 상해하려는 것과 같나니, 마땅히 잘 조절하여 기르고 받들기를 저 임금과 같이 하여야 한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처님 가르침을 받들어 앉고 일어나고 경행하는 데 환난이 없게 하며, 늘 악로를 관하여 숱한 더러움을 죄다 알며, 그 목숨 만을 길러가면서 수행하는 도를 얻는 데 뜻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친속을 가히 버릴 수 없듯이 몸도 또한 그와 같아 목욕하고 밥 먹고 의복을 입어 형체를 가리우며 또한 외 아들을 사랑 하듯이 늘 보호하여 차겁고 더웁고 배고프고 목마르는 고통이 없도록 하며, 모기와 등애와 이와 벼룩 같은 것에 물리지 않도록 한다.
비유컨대 옥리가 도둑을 잡아 옥에 가둬 놓고 가지 가지 매를 치면서 고문하기를
『네가 몇 차례에 걸쳐 누구 누구의 물건을 겁찰하였으며, 사는 주소는 어디인데 도둑질해 온 물건을 겁탈하였으며, 사는 주소는 어디인데 도둑질해 온 물건은 어디다가 감추었으며, 누구와 더불어 동반하였고 괴수와 도당들은 누구 누구냐.』 라고 하였다.
(123)
도둑은 五毒에 못 견디어 기절하였다가 다시 깨어나서 속으로 궁리하기를
「무슨 방편을 써서 이 고통에서 벗어날까.」
라고 하다가 마음이 곧 트여 우두머리 옥리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나라에 큰 장자의 아들 금괴가 있는데 몇 차례에 걸쳐 도둑질해 온 것을 모두 그 곳에 두었으며, 그 집에서 거주하면서 그와 함께 도둑질을 감행하였으니 그가 나의 동반입니다.』
옥리는 듣고 장자의 아들을 잡아다가 쇠사슬로 얽어서 먼저 도둑과 함께 한 옥 속에 넣었다.
때에 장자의 아들 집에서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도둑에게는 나누어주지 않고 저 혼자 먹어버렸다.
도둑은 몹시 성내어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며 땀을 씻고 탄식하며, 악심이 복받쳐 장자의 아들을 당장 죽일 듯이 하면서
『어찌 혼자만 먹느냐. 내가 지금 가까이 보고 있으니, 물도 혼자 마시지 못할 터인데 더구나 음식을 너 혼자만 먹는단 말이냐.』고 하였다.
장자의 아들은 어려서 부터 교만하고 방탕한 버릇이 있었으므로 잠깐 동안이라도 이리저리 나다니지 못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옥사(獄舍)뒤에 나가고 싶어서 슬쩍 도둑에게 『함께 변소에 나가자.』고 꾀여 말하였다.
(124)
도둑은 말하였다.
『너 혼자 가거라 나는 가지 못하겠다.』
때에 장자의 아들은 몹시 급하여 도둑에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잘못이 없음에도 그대가 나를 억지로 끌어 옥에 넣고는, 지금 잠깐만 따라 가자고하는 것도 도리어 들어주지 않는가.
가사 옥에서 나가게 될지라도 끝내 앙갚음은 하지 않겠으니, 나의 애매한 진상을 그대는 바로 말해다오. 내가 마땅히 잘못을 반성하고 그 죄를 사과하겠노라.』
때에 도둑은 말하였다.
『그대는 진실로 잘못이 없는데도 내가 억지로 끌어넣은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대는 권속이 많아서 저절로 죄를 면할 것이요 고문을 당하지 않겠으므로, 나는 음식이나 얻어 먹기 위하여 고의로 거짓말을 하였는데, 그대가 음식을 가져온 것이 있어도 도리어 혼자만 먹고 조금도 나누어 주지 않기 때문에 따라가 주지 않은 것이다.』
때에 장자의 아들은 도둑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유감을 이제야 알았도다. 지금 부터 끝까지 실수하지 않아, 만일 음식을 가져온다면 마땅히 그대에게 먼저 먹인 다음 내가 먹겠으니, 아직 나의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옥사 뒤에 나가서 신체의 기운을 소통시키게 해주기 바라노라.』
(125)
도둑은 이에 들어주었다.
다음 날 음식을 가져 오자 바로 종에게 명령하기를
『가져 온 음식을 저 친구에게 먼저 드리고, 먹고 남은 것을 이어 나에게 달라.』 고 명령하였다.
때에 종은 가르침을 받들어 그대로 시행하였다. 종은 돌아가서 장자에게 사실을 아뢰었다. 장자는 듣고 속으로 성냄을 품고 있다가 이튿날 옥에 이르러 그 아들에게 일렀다.
『네가 호귀한 집안에 태어나서 도리어 나쁜 도둑과 더불어 종사하여 친구를 삼고, 도무지 그가 너를 억지로 옥에 끌어넣은 줄도 알지 못하느냐.』
그 아들은 말하기를
『아버지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그 사람을 공경하여 친구를 삼는 것이 아니며, 이 도둑인 줄도 잘 압니다.
제가 소변이 급한데 따라가 주지 않아서, 몸이 무겁고 배가 불룩하며, 눈이 뒤집히고 귀가 먹먹하며, 머리가 아프고 등이 찢어질듯 하며, 갈비가 뽑히는 듯 하고 가슴에 기가 차며, 숨이 헐덕이어 끊어질듯 하고 마음과 뜻이 혼란하여 아무 감각이 없으며, 모든 골절이 풀리듯 하고 온 신체가 쑤시고 아프며, 목숨이 다하여 끊어지는 듯 하고 고약한 것이 앞에 나타나며, 땀을흘리고 기운이 단축되어 있는 참에 도둑이 저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능히 나를 따르기를 마치 환자가 의원을 따르듯 하여야 이에 옳을 일이니, 나를 먼저 먹인 다음 자신이 먹는다면, 내가 마땅히 따라가 주겠다.」 고 하기에, 몸과 목숨을 탐애한 까닭에 짐짓 친구를 삼았던 것입니다.』고 하였다.
(126)
그 장자의 아들은 그 도둑이 뻔히 원수인 줄 알면서도 몹시 궁하였기 때문에 겉으로는 친구인 체 보였지마는 속으로는 사실 소박하였듯이 四대란 덧없는 물건만 의지하였을 뿐이어서 네 가지가 더하고 감하여 하나도 편안함이 없음이 마치 뱀과 독사와 같고 허깨비와 아지랑이와 물 속의 달과 산 속의 메아리와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
도를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 헤아려 五음이란 모두 원수인 줄을 깨우치고 알아서 입고 먹는 것은 그 신체만을 길러 해롭지 않게 할 뿐이요, 낮과 밤으로 정진에 오로지 하여, 마치 머리 위에 타는 불을 끄듯이 게으르지 않아 도덕을 이루고, 함이 없는 경계에 이르러 三계의 시작하고 끝나는 환난을 해탈하여야 한다.
12, 복승제근품(伏勝諸根品)
(127)
수행하는 이가 음난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희박하고 번뇌에 훈습하지 않아서 거기에 농락된 바 없을지라도, 도덕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거룩한 진리를 보지 못하면서도 저 혼자 얻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빛·소리·내음·맛·닿임·법에 방탕하고 五음에 집착하여 하는 일에 판단치 못하는 마음과 뜻을 스스로 경계하여 가사 마음이 五음의 번뇌에 따르지 않는다면 도를 얻을 줄 알 것이요, 만일 그 마음이 어수선하여 모든 정욕에 따른다면 바로 돌이켜 두려워하고 다시 정진을 가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목동이 늪에서 소를 먹이는데, 그 소가 뛰고 달려 남의 벼를 짓밟았다.
목동은 그 주인이 알까 두려워하여 소를 끌고 집에 돌아와서 때려주었다.
이튿날 다시 나와서 소를 먹이는데, 거짓 쳐다보지 않는 체 하면서, 다시 남의 벼를 침범하는가 않는가를 살피었다.
때에 소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먹어야 하는 이가 보지 않는다고 다시 남의 벼 이삭을 먹는다면, 이제는 그 주인이 보고 다시 때릴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두려움을 품고 감히 다시 침범치 않았다.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이 스스로 다섯 감관을 경계하여 정욕에 따르지 않는다면 도를 이룰 줄 안다.
만일 六쇠(衰)로 조차 곧 돌이켜 스스로 제어하고 三도(塗)의 괴로움과 생사의 환난을 보아 밤낮으로 정근하기를 보다 만 갑절이나 더한다면, 얻지 못하였다는 것은 마땅히 이루게 되고 이미 이루면 방탕하지 않게 된다.
13,인욕품(忍辱品)
(128)
가사 사람이 때리고 꾸짖을지라도 도를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꾸짖는 것이 다만 소리가 들릴 뿐이요, 진리를 헤아린다면 모두 공하고 무(無)하여서 마침 일어났다가 바로 없어지는 것이다.
비유컨대 문자가 그 명칭은 각기 다르지마는 글자를 낱낱이 헤아린다면 아무 소리도 없는 것과 같고 또한 한 장님을 시켜 보아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고 백장님을 시켜 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듯이, 꾸짖는 것도 그와 같아 한 마디도 따져지지 않고 백천 마디도 따져지지 않으므로 모두 공하고 무한 것이다.
또한 부모와 온 집안과 친한 이들이 모두 나를 칭찬할지라도 죄다 공하고 무한 것이다.
곧 의례히 이런 관법을 짓는다면 비유컨대 어음(語音)이 틀리는 오랑캐들이 아무리 나를 꾸짖고 욕할지라도 바람과 메아리와 소리와 같아 모두 공한 것이다.」
라고 이렇게 관해야 한다.
14, 기가악품(棄加惡品)
(129)
가사 수행하는 이가 선정에 들었을 적에 누가 와서 몽둥이로 때리고 칼과 돌을 가져 그 몸에 가할지라도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이름과 빛도 모두 공하고 때림과 맞는 것도 죄다 소유가 없는 것인데 본래 어디로 조차 생겨났을 것이며, 성내는 법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성낼 것인가.
내가 숙세에 착하지 못하여 이런 환난을 당하는 것이지 가사 이름과 빛 조차도 없다면, 곤액을 만날 까닭도 없는 것이다.
내가 만일 성내어 그 사람에게 갚자고 보면, 여러 원수가 매우 많으므로 죄다갚지 못할 것이다.
비유컨대 독사와 백개의 발이 돋친 벌레와 벼룩과 이와 모기와 등애와 거미와 벌같은 것들이 사람을 괴롭힘에 낱낱이 갚을 수 없듯이 밖에 있는 모든 걱정거리는 능히 제거한다 하여도 몸속에 들어 있는 四백 네 가지의 병과 여든 가지의 벌레는 어떻게 제거하겠는가.」라고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속 마음을 조복하여 모든 번뇌를 멸하고 그뜻을 고요하게 하는 것을 수행이라 이른다.
15, 천안견종시품(天眼見終始品)
(130)
가사 수행하는 이가 졸음이 온다면 마땅히 덧 없어서 오래지 않아 죽음에 나아갈 것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괴로움과 생사의 괴로움을 생각하여 손과 낯을 씻은 다음 사방을 쳐다보기도 하고 밤에는 별들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제어하기도 하여 게으름을 버리고 누워 잠자기를 생각지 않아야 한다.
만일 졸음이 그치지 않는다면 마땅히 일어나 경행을 할것이요, 가자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다면 마땅히 그자를 옮겨서 <밝음>을 보려고 생각할 것이니, 아무리 마음 속이 어둘지라도 三광(光)을 생각한다면 안팎이 환하게 될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땅히 생사의 괴로움을 생각하여
잘못을 살피고 사방을 쳐다보며
바깥 광명을 생각하면서
속 마음에 비쳐 밝기를 구하라
졸음의 번뇌 소멸하기를
해가 어둠을 소멸하듯 할것이니
그러면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는 것이 눈뜬 이보다 넘으리
(131)
수행하는 이가 늘<밝음> 보기를 생각하되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서 크고 작고 옳고 그른 갈래를 분별하며 멀고 가까운 것을 모두 배워 해박치 않는 데 없어야겠다.」
고 하여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곧 도의 안목을 얻고 소견이 평등하여, 멀고 가까운 데와 정거천까지도 차별없이 보일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무리 졸고 있어도 늘 뜨고 있는 듯
선정에 들어 보는 바 하늘 눈 보다 나아
널리 세간의 중생들을 보고
하늘까지 뻗쳐 안보이는 데 없으리
(132)
수행하는 이가 이미 도의 안목을 얻으면 모든 지방과 삼악의 곳까지 보이게 된다.
비유컨대 장마 비가 느닷 없이 개었을 적에, 눈 밝은 이가 산 꼭대기에 올랐다면, 성과 나라와 고을과 마을과 백성들이며, 나무와 꽃과 열매며, 흐르는 물과 솟는 샘이며, 사자와 뱀과 이리와 코끼리와 말과 염소와 사슴과 모든 들 짐승들의 가고 다니고 섰는 모습이 죄다 보이는 것과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거울이나 허공과 같아서
장마 비 개고 햇빛 청명할 적에
눈 밝은 이가 높은 산에 올라
위에서 아래로 본다면 안 보이는 데 없고
또한 성과 나라와 고을이 모두 보이 듯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세간과 새 짐승 들과
지옥 아귀와 중생들이 보인다
(133)
이렇게 수행한다면 삼천 세계를 보고 사람의 생사와 선악의 갈래를 보나니, 이것을 하늘 눈 트임이라 이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 없는 맛을 지닌 감로도 있지만
삼천 세계 보는 덕 그 보다 넘나니
또 수행하고 불교를 따랐으므로
재빨리 신통 얻어 걸림이 없다
부처님을 널리 일체를 보심이 청정하고
가엾이 여긴 까닭에 이를 말씀하셔
시작하고 끝나는 근본을 끊고 빨리 제도하여
다함 없는 이치를 분별케 하셨네
16, 천이품(千耳品)
(134)
지혜로 바퀴를 삼아 고요히 인연에 응하시고
걸리는 바 없이 바른 도에 따르시어
이 도법의 바퀴를 굴리시나니
전륜왕이었던 거룩한 이(부처님을 말함)께 머리 굽혀 빕니다.
갖가지 죄악을 모두 살피시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평등하시며
천인과 지옥의 소리 모두 들으시나니
합장으로 거룩하신 이에게 머리 굽힙니다
(135)
수행하는 이가 하늘 귀 트임을 이루면, 문득 환히 들음을 얻어 번잡함이 없게 된다.
비유컨대 사람이 땅을 파서 보배 무더기를 구하는 데 본래 한 무더기만 찾아내려고 하였다가 아울러 딴 무더기까지 얻듯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본래 하늘 귀 트임만 구하면 환히 듣는 것은 따라서 되어, 하늘 위와 인간의 모든 소리를 죄다 듣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수행하는 이를 보건대
좋은 방편으로 법 일으키고
정근으로 하늘 눈 트임 얻어
하늘 위와 세간을 보며
환희 듣는 것은 저절로 되어
듣는 바가 한량 없나니
마치 사람이 한 보배 무더기만 구하면
딴 무더기는 저절로 얻어지는 듯 하다
(136)
비유컨대 밤중에 여러 사람들은 모두 자는데, 어떤 사람이 혼자 깨어 칠층 다락에 올라갔다면, 마침 고요한 때이므로 모든 풍류 소리와 노래 소리와 울부짖고 슬퍼하는 소리와 북치는 소리가 혼히 들리듯이, 도를 닦는 이의 소견도 그와 같아 마음이 본래 고요하므로 멀리 지옥에서 울부짖고 괴로와 하는 소리도 들리며, 아귀 및 축생과 하늘 위 및 세간의 기악 소리도 보이고 들리나니, 이것이 하늘 귀 트임의 증과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밤중에 여러 사람은 모두 자는데
어떤 사람이 일어나 칠층 다락에 올랐다면
마침 고요한 때이므로 일체 사람들의
기악과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이
도를 닦는 이도 그와 같아서
하늘 귀 트임으로 환히 온갖 소리 듣고
삼계에 있는 모든 모양과
그 말소리를 죄다 깨우쳐 안다
나는 수 없는 경의 뜻으로 조차
그 여유를 얻어 감로를 먹음이
마치 병든 사람이 좋은 약 먹은듯 하여
지금 세존의 하늘 눈 트임의 논설을 말하노라
17, 염왕세품(念往世品)
(137)
지혜는 움 선근(善根)은 뿌리 되고
경법은 꽃 덕은 열매 되시어
해탈법 보이시고 움직이지 않음 세우셨나니
제가 지금 부처님 큰 나무에 의하며
백 천억 생으로 부터 선근을 심으셨고
한량 없는 세상으로부터 깨끗한 행 닦았으며
백 천억의 본래 숙명 아시나니
부처님 귀의할 마음 굳게 다짐합니다
(138)
가사 수행하는 이가 혼자 속으로
「내가 어디로 조차 사람의 몸을 얻었는가.」 라고 생각하나니, 하늘 눈 트임으로 본다면 마음이 밝아져서 본래 사람이었던가. 혹은 사람이 아니었던가를 환히보게 된다.
비유컨대 사람이 이 고을로 부터 저 고을에 간다면 먼저 오고 간 데와 앉았고 일어났던 데를 식별할 수 있듯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이 본생에 지나오면서 받았던 몸과 성명의 좋고 나쁨과 수명의 길고 짧음과 음식 .의복 등을 생각한다면 모두 알게 된다.
저기서 죽으면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죽으면 저기서 태어나나니, 이 같은 비량으로 수 없이 고쳐 태어나고 죽는 것을 안다. 이것을 전생 일 아는 트임이라 이름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늘 눈 트임으로 보는 것을 수행이라 하나니
수 없는 겁 동안 태어났던 바를 알고
과거에 받았던 몸 죄다 보임이
배를 타매 얼굴이 물에 저절로 비치듯 한다
부처님은 태어나는 곳을 모두 아시나니
이를 전생 일 아는 트임 이라 한다
내가 모든 경을 살피고 뽑아
지혜 마음으로 그 이치를 채취하였노라
18,지인심념품(知人心念品)
(139)
가히 헤일 수 없는 자비로서
중생의 향하는 생각 알으시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보시어
옳고 그르고 방탕함을 판결하시며
품었던 뜻 지극하시고
한량없는 지혜 알으시어
모든 더러움 없애셨나니
가장 거룩한 이(부처님)께 귀의합니다
(140)
수행하는 이는 하늘 눈 트임으로써 사람 및 사람 아닌것과 옳고 그름과 착하고 악함과 단정하고 추루함을 환히 보며, 속 마음의 밝고 어둠과 성냄을 좋아하는 이는 그 마음이 어떻고 뜻이 화평한 이는 마땅히 어떻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환히 보는 하늘 눈 트임으로
모든 사람 및 사람 아닌 것과
중생의 얼굴 빛을 살피고
또한 혼자 생각하는 것을 보며
그 뜻의 본래 속셈을 아나니
무슨 인연으로 이런 행을 얻었는가
그 도를 닦은 이는
성내고 화평함을 죄다 본다
(141)
비유컨대 사람이 강가에 앉았으면 물 속에 있는 고기와 자라와 메기와 수 없는 이상한 벌레들이 보이듯이 수행한 이도 그와 같아 중생의 속으로 생각하는 착함과 악함을 분명히 보아 의심이 없나니, 이것을 남의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착함과 악함을 아는 신통이라 이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눈이 밝고 마음이 청정한 것은
도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얻음이니
남의 속으로 생각하는 바 알기를
나무의 뿌리와 가지와 잎을 보듯 한다
(142)
비유컨대 장사꾼이 수정 구슬을 구하려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이 보배를 얻고도, 아울러 진주와 금강과 산호와 차거와 마노까지 얻기도 하듯 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졸음을 버리고 <밝음>에 마음을 자세히 살피면, 하늘 눈 트임을 얻고도 아울러 하늘 귀 트임과 뜻대로 움직이는 트임을 얻어서 자신의 본래 생과 남의 본래 생을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밝음> 깨닫기를 익혀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 일을 위하여 바다에 갔다가
수 없이 많은 보배를 얻듯이
수행하는 이도 이렇듯 졸음을 없애면
하늘 눈 트임이 밝아 근본과 끝을 안다
수행하는 이 이렇듯 뜻이 고요케 하기를
지금 내가 펼친 불교대로 한다면
한량없는 빛 보기를 하늘 보다 높고
중생의 속셈 옳고 그름을 보리
그 욕을 참는 힘 땅보다 넓고
부드럽고 편안함 물 보다 지나시며
잡은 뜻 견고함이 수미산과도 같다
사람 보다 넘고 허공보다 초월하시며
깊은 지혜 강물 보다 지나고
넓은 바다처럼 성냄과 원수 없어서
그 덕을 누가 따를 이 없나니
가장 거룩한 이께 머리 굽히기 원합니다
그 마음 도를 생각하여
제천의 찬탄을 받으셔도
마음 잡음이 일정하시어
기쁘게 여기지 않으시며
조복되고 부드럽고 평등한 뜻
더하거나 감하지 않으시며
밝은 덕 경솔함이 없으시나니
제가 머리 굽혀 예배하기 원합니다
(143)
가사 수행하는 이가 경솔한 마음이 있으면, 곧 마땅히 근심하는 법을 생각하여야 한다.
「내가 죽을 무렵에 당하였어도 이탈과 덧 없는 법을 얻지 못하였으니, 기뻐할 때가 아니며, 소유한 은혜와 사랑도 곧 마땅히 여의게 되었다.」 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 없이 흐르는 냇 물
강에 합쳐 넘실거리듯 하는
생사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쇠망을 도리어 기뻐하네
한량 없는 은혜와 사랑
의례히 오래지 않아 여의고
덧 없는 악의 대만이
각기 죄와 복을 따른다
(144)
수행하는 이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아차 목숨이 다한다면 덕을 이루지 못하고 또한 도를 향하지 못할 것이다.
혹은 역(逆)을 범하고 법교에 따르지 않았으니, 三악의 길에 들어 그지 없는 환난을 면치 못할까 두렵고 여러 삿된 소견에 떨어졌으니 혹 미혹됨이 없겠으며, 다시 태(胎)에 의탁 하게될 터이니 장차 몸뚱이와 뼈를 받지 않겠는가.
또한 만일 태산 지옥에 들어간다면 혹은 머리를 끊어 피가 바다와 같고 슬픈 일을 당하여 눈물이 五하(河)와 같을 것이며, 부모와도 여의고 처자도 덧 없고 형제도 사망할 것이 두렵다.」고 하면서, 걱정이 한량 없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도를 오히려 이루지 못하고
죽음 두려워하는 원인 못 끊었으니
의례히 온갖 환난 당하고
또한 태에 의탁하여 나게 되며
근심의 뿌리 제거하지 못하여
여러 한량 없는 괴로움 만나고
거룩한 도에 귀의하지 못하였으니
삼악의 길이 저절로 열리리
(145)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고 아침 저녁으로 두려워하기를
「내가 아차 새, 짐승과 법 아닌 곳에 떨어지게 되면 늘 침해하려는 마음을 품고 서로 굴러 목숨을 빼앗을 것이요, 부끄러움도 없이 어두운 데로 부터 어두운 데로 들어갈 것이니, 이미 이 고난에 떨어지게 되면 다시는 사람 몸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비유컨대 한 푼의 돈을 바다에 던졌다가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마는 사람 몸은 이미 잃으면 그 보다 얻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음난의 가리움 성내고 어리석음의 번뇌와
욕심 몽둥이에 휘말려 부끄런 줄 모르고
축생들 운무속에 들어갈 것이니
이 고난에 떨어지면 다시 사람되기 어렵다
(146)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나의 몸이 장차 아귀에 떨어지지나 않을런지.
일찌기 듣건대, 그들은 질그릇에 고물과 침과 고름과 피며, 사람들이 토해 낸것을 담아서 음식을 삼으며, 두루 돌아다니면서 걸식한다.」고 하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깨끗치 못한 그릇과
비뚤어진 질 발우에
피 고름과 침 고물 담아서
먹기를 마치 물 마시듯 한다네
탐 많고 항상 다투었던
재앙과 죄로 그리된 것이니
이렇게 행한 이는
곧 아귀의 길에 떨어지리
19, 지옥품(地獄品)
(147)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나의 몸이 장차 지옥에나 떨어지지 않을런지.
일찌기 듣건대 죄인들은 함께 만나기만 하면 곧 성냄을 품고 서로 해치려고 하며, 손톱은 칼날처럼 날카로워 천연적으로 몽둥이와 창과 활과 화살과 돌맹이와도 같으며, 겨루는 때에는 칼과 창 소리가 구리를 깨뜨리는 듯 하고 부러진 몽둥이와 엉크러진 창·칼은 마치 그물과도 같으므로 죄인들은 그것을 보고 속으로 근심과 걱정을 품는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들 열 죄인은
지옥에 들어 서로 해치나니
병기를 구하여 생각만 하면
마음대로 모두 얻어진다
칼날을 가져 서로 해치기를
마치 물에서 그물을 움직이듯
또한 무더운 여름 날씨처럼
칼날의 불꽃도 그와 같다네
(148)
그들은 혹은 두려워서 어쩔줄을 모르는 이도 있고 또는 원망하면서 성냄을 품어 서로 목숨을 해치려는 것으로 그 낙을 삼는이도 있으며, 또는 싸움을 벌여 이리 저리 밀고 치다가 서로 상해되어 마디 마디 갈라지고 머리와 몸둥이가 곳을 달리하기도 하고, 혹은 그 몸은 찔러서 피 흘러 샘 솟듯 하고 칼날은 몸에 박혀 아픔을 가히 말로 다할 수 없는데 칼 자국에서는 불이 튕겨나오기도 하고 혹은 몸을 꺾고 부수기를 마치 소란스러운 바람이 나무 잎을 불어 떨어뜨리는 듯 하여 티끌처럼 부서진 몸 그대로 땅 위에 누웠다가도 잠간 동안에 예와 같이 되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머리칼을 잡아 서로 치고 밟으며
이리 저리 서로 끌고 끌어
저희끼리 함께 모여 다투나니
그 괴로움 헤아릴 수 없으며
공포로 서로 더해 가면서
때에 따라 큰 싸움 벌이나니
마치 나무를 뽑아 헤치듯이
서로 밀고 당김 그와 같다
(149)
그때 싸늘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자 죄인들은 잠깐 사이에 예와 같이 회복된다.
옥 지키는 귀졸이 죄인들 몸에 물을 뿌리자, 다시 죄도 살아난다.
즉 죄악이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로 하여금 죽지 못하게 함이요, 옥귀의 말 소리를 듣고는 바로 예와 같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물을 가져 몸에다 뿌리고
싸늘한 바람 불어 오자
그때 옥에 감힌 죄인들
다시 옥귀의 명령 듣고 있네
죄인의 몸 부서졌다가도
다시 살아남 이유 있나니
번뇌의 죄 다하지 못하여서
다시 고문을 받게 함일세
(150)
그때 죄인들은 다시 굴러 서로 만나기만 하면, 곧 성냄을 품어 입술이 떨리고 눈깔이 피처럼 빨갛고 창자는 쏟아진체 예와 같이 싸움을 벌인다.
원수를 맺어 온 그 날자가 오래 됨으로 신체가 온통 상하여 땅에 나동그라진체 흘린 피가 마치 탁한 샘물과 같다가도 신체가 회복되면, 다시 땅에서 일어나 서로 해치기를 예와 같이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옥 가운데 떨어져
그 괴로움 말할 수 없는데
서로 해치고 두려움 품나니
속세의 죄로서 그리된 것이다
가끔 상해를 당했다가도
도로 살아나 예와 같아
악한 뜻으로 서로 다투나니
쌓인 죄 쉴 사이가 없다」
이 세간 사람들
살해를 좋아하면
상 지옥에 떨어져
본래 행 따라 죄를 받는다
그러므로 이렇게 행한 이는
오래도록 지옥에 있으면서
서로 수 없이 목숨을 빼앗나니
죽었다가 다시 나도 예와 같다
세간에서 죄를 범한 이는
상지옥에 떨어지나니
비유컨대 파초와 같이
죽었다가도 곧 되살아난다
(151)
죄인이 만일 흑승(黑繩)지옥에 떨어지면, 그 때 옥귀가 모든 죄인을 잡아 뜨거운 철 판자에 늘어놓고 불이 저절로 튀기는 쇠사슬과 쇠톱을 가져온다.
다음 그 몸뚱이를 바로 묶어 세우고 톱을 가져 머리로부터 발 까지 백천 조각으로 끊고 켜기를, 마치 목공이 모든 목재를 끊고 켜듯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옥귀가 염왕의 명령을 받들고
쇠사슬로 묶어 톱으로 켜는데
그 톱 위 아래 불이 훨훨 타 올라
사람 잡아 땅에 놓고 쪽쪽이 켜네
(152)
옥귀는 다시 도끼로 그 몸을 쪼개며 아울러 자귀로 깎고 끌고 뚫는다.
비유컨대 목공이 목재를 쪼개는 데, 혹은 네 모로 혹은 여덟 모로 만들듯 죄인의 몸을 다스리는 데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옥귀가 죄인의 악행 따라서
도끼 끌과 자귀 톱과 노끈으로
죄수를 목공처럼 켜고 쪼개어
마치 사람의 집 새로 짓듯한다
(153)
때에 옥귀는 불에 달군 쇠사슬로 그 몸뚱이를 얽매어 살이 끊어지고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뼈에 사뭇치고 뇌수에 닿게 하며, 갈비와 척추와 허벅다리와 정갱이와 머리와 목이 손과 다리가 각기 곳을 달리하게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지가지 고문하는 그 고통
흑승지옥에 서이니
가죽 벗기고 도끼로 쪼개기를
저 목공의 집 짓는 것처럼 한다
각기 그 몸을 갈라서
피 흘러 샘 솟듯 하며
뼈와 살로 곳이 다르게 하나니
지독한 고통 어찌 다 말하리
염왕의 옥귀가
이렇듯 그 몸 부수나니
저의 죄 다하지 못한 까닭에
고름과 피 그렇듯 흐르네
(154)
그 합회 지옥에 떨어지면 죄의 소치로서 죄인을 앉히고 못을 가져 그 무릎에 박은 다음, 다시 온 몸에 박는다.
그리하여 몸은 으서지고 뼈와 살도 모두 그리워하며, 모든 마디는 갈라져 각기 곳을 달리하게 된다.
그 목숨이 끊어지려고 하는 곤난을 가히 말할 수 없는 찰나, 바람이 저절로 불어 와서 모든 못을 뽑고 예와 같이 회복 되었다가, 또 다시 못을 가져 그 몸에 박나니, 그와 같은 괴로움을 가히 헤일 수 없는 백천만 해 동안 겪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 없는 백천개의 못이
비처럼 공중에서 쏟아져
그 몸 부수길 밀가루 빻듯 하나니
본래 죄로 인하여 이런 곤액 만난다
(155)
다음에는 철 방망이와 철 공이와 새까만 코끼리와 크나 큰 산이 그 몸을 짓눌러, 마치 감자를 찧고 포도를 짜듯하나니, 뇌수와 비게와 피와 살 같은 깨끗치 못한 것이 모두 저절로 흘러 나오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코끼리 방망이와 산더미가 쏟아지며
그 몸을 철통에 넣어 찧고 부수나니
옥귀를 보고 죄다 두려워하는데
그 몸 부수기를 저 감자처럼 한다
(156)
그 몸을 철통에 넣고 돌리면서 짜기를 마치 삼씨 기름 짜듯하기도 하며, 절구 속에 넣고 공이를 들어 찧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옥귀가 자비를 두지 않아
돌려 짜고 절구질 하여
죄인에게 고통 주기를
저 삼씨 기름 짜듯 한다
(157)
그때 죄인들은 멀리 크나 큰 산을 보고는 두려운 김에 그 골짜기 속으로 말려들어 구원을 바랐지마는 거기서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마침 그 골짜기에 들어가서는 저희들끼리 말하기를
『이 산은 숲이 짙으니, 마땅히 여기서 멈춰 있자.』고 하면서, 각기 공포를 풀고 모든 숲 사이에 있는 찰나 산이 저절로 합쳐져 그 몸을 부숴버린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러가지 쌓인 죄와 재앙
본래 자기가 지은 바이니
그때 모든 죄인들은
모두 산골짜기 찾아 드네
마침 산골짜기에 들어가자
그 산 저절로 합쳐져
죄인의 몸 부숴버릴 때
그 소리 몹시 비참하네
소·양 돼지와 사슴·새들 해치고
자비 없이 남의 목숨 빼앗으므로
합회지옥 떨어져 그 고통 수 없나니
남의 목숨 해치다가 이런 괴로움 받는다
(158)
또한 멀리 불이 타는 것을 발견하고는 죄인들은 말하기를 『저기는 지세가 평탄하고 풀과 나무가 푸르러 마치 유리와도 같으니 마땅히 그리로 가야 이에 편안할 것이다.』고 하면서 곧 달려가 불을 거슬러 수목 사이에 앉았는데, 사방에서 불이 일어나 그 몸을 둘러싸고 태운다.
그 고통이 지독하여 울부짖고 슬퍼하면서, 동·서와 남·북으로 달아나 그 불을 피하려고 하지마는 가는 데마다 걸리어 제 몸을 구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손·발톱 머리칼은 저절로 길고
타고 데는 고통에 빛이 변했으며
바람은 불어 몸과 혀를 말리는데
옥저를 보고는 질겁을 하네
수없는 여러 주인
불 꽃에 타졌으며
연기에 쏘이고 불에 데이기를
나비 등불에 날아드는 것 같다
(159)
또한 멀리 철잎과 수목을 발견하고는 서로 말하기를『저 수목이 매우 좋고 풀이 푸르며 샘 물이 흐르니, 우리 함께 그리로 가자.』고 하면서, 수 없는 백천 모든 죄인들이 죄다 수목 사이에 몰려들어 혹은 나무 밑에 앉았기도 하고 혹은 멈춰섰기도 하고 혹은 누워 자기도 하는데 뜨거운 바람이 四방에서 일어나 나무가 흔들리고 칼 같은 잎이 그 몸에 떨어져 가죽을 벗기고 살을 베이며, 뼈와 뇌수를 부수고 옆구리와 가슴과 등을 상하며, 목을 끊고 머리를 끊고 머리를 깨뜨린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력을 믿고 중생을 해치다가
지옥에 떨어져 살겠다고 하지만
사방에 뜨거운 바람 일어 철잎 떨어뜨리면
마치 싸움하는 소 서로 상하듯 한다
(160)
그때 철나무 사이에서 느닷 없이, 그 입은 쇠와 같아 고기 피로 음식을 삼는 까치와 까마귀와 보라매와 독수리 떼가 나타나 사람의 머리 위에 앉아, 눈깔을 빼어 먹고 머리를 깨뜨려 뇌를 씹어 먹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사람은 전세에서
세력 믿고 중생 해쳤으므로
철잎이 몸 위에 떨어져
갈르고 끊는다네
몹시 무서운 까마귀와 보라매
사방에서 나타나 사람을 치며
머리에 앉아 눈깔을 빼고
뇌를 헤쳐 쪼아 먹는다
(161)
그때 크나 큰 철잎 지옥 속에서 느닷없이 까맣기도 하고 혹은 하얗기도 한 개들이 나타나 짖고 옹그리면서 죄인에게 달려들어 공격하려고 한다.
죄인들은 슬피 울면서 혹은 사방으로 피해 숨기도 하고 혹은 무서워서 꼼짝 못하고 있기도 하는데, 개가 달려들어 바로 죄인을 잡아 놓고 머리를 뜯어 피를 마시고 다음에는 살과 뇌를 씹어 먹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입 벌리면 이빨 정히 하얗고
옹그리며 짓는 소리 몹시 무서운데
혀를 빼물고 입술을 핥으면서
강제로 달려들어 사람을 해친다
칼한테 그 몸을 상하고
새 짐승의 먹이가 되어
고통과 해침을 당하는 것은
세력 믿고 살생한 데서 걸렸네
(162)
그때 죄인들은 개의 먹이가 되고 새와 까마귀의 상해를 당하자, 두려워서 바삐 도망치다가, 다시 큰 길이 여덟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것은 모두 날카로운 칼인데도 모르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우거진 풀이 푸르렀고 가지가지 수족이 있으니, 마땅히 그리로 가자.」고 하면서, 날카로운 칼날 위로 가다가 그만 발을 끊키고 피가 흘러 낭자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들은 경과 율을 받고도
법 다리를 파괴하였으며
계율에 따르는 이를 본다면
억지로 계율 법하길 시사하였네
쫓기어 큰 길로 가다가
칼날에 그만 발을 끊겨
발 밑을 모두 상하고는
궁도에 빠져 자재하지 못한다
(163)
그 때 멀리 나무 높이는 사십리쯤 되고 가시의 길이는 한 자 여섯 치쯤 되는 덤불을 발견한다.
그 가시는 빽빽하고 불이 저절로 튀기는데도, 죄인은 속으로 생각하기를「저 수목에 가지가지 꽃과 열매가 좋으니, 모두 함께 가자.」고 하면서 철나무 사이에 당도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멀리 철나무를 보건대
가지 마다 매우 좋지만
날카로운 가시 톱니처첨 나서
혹은 위로 혹은 아래로 향하였다.
죄인들은 그 것을 보고
이 과일 나무라고 하나니
숙세에서 죄를 짓고
재앙을 범한 데서이다
(164)
그 때 찰나가 나타난다.
얼굴은 무섭게 생겼고 손·발톱과 털은 길다랗고 입은 의복은 추악스럽고 머리 위에서 불이 튀기는데, 몸둥이를 가져 죄인을 치면서 나무에 올라가라고 시킨다.
죄인은 두려워하여, 눈물이 흘러 뒤범벅이 되면서도 죄다 시키는 대로 시행하게 마련이며, 그 아래로 향한 가시는 모두 그들의 몸을 관통하여, 몸이 상하고 피가 흘러 낭자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몸뚱이에 빛은 숯덩이 같고
추악한 눈을 부릅 뜬
염왕의 사자가 몽둥이를 들고
그들을 모두 두들긴다
전세에 쌓았던 죄와 재앙
남의 아내 범하기 좋아함이니
나의 숙세 과오라고 청하면서
가시에 몸을 찔려 피를 흘린다
(165)
그때 죄인들은 옥귀가 빗발치듯 쏘아대는 화살을 맞고 울부짖어 슬퍼하는데, 내려오라고 시키면 문득 위로 향한 가시가 몸을 관통하여 고기 꾸러미처럼 되고, 다시 올라가라고 시키면 죄인들은 모두 손을 끼고 똑 같이 애걸하면서, 옥귀에게 목숨 바치고 용서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시 나무로 조차 오르거나 내려 오면
염왕의 옥귀가 거슬러 찌르게 하며
쏘는 화살을 맞고는 손을 끼고
불쌍히 여겨 용서해 주기를 구한다
(166)
그 때 옥귀가 애걸하는 것을 보고 더욱 성내어 마구 때리면서, 다시 올라가라고 시키면, 몸이 온통 상하여 슬피 부르짖으면서도 도로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염왕의 옥귀가 찌르고 때리므로
벗어나길 애걸하되 더욱 더 성내나니
마침 가시에 찔려 몸 온통 상했는데
먼저처럼 도로 올라가라고 명령한다
(167)
저 철나무 주변에는 큰 가마솥 두개가 있는데 마치 크나 큰 산과도 같다.
옥귀는 바로 죄인들을 잡아 철 가마솥에 넣고 삶는데 끓은 모양이 혹은 올라가기도 하고 혹은 내려오기도 한다.
비유컨대 인간에서 큰 가마솥에 팥(小豆)을 넣고 삶는데, 끓는 모양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듯하여, 가마솥에 넣고는 천만억년 동안 삶으면서, 지독한 고통으로 다스린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사 나라에 어른 되어서
만 백성을 강제하였다면
이에 지옥계에 이르러
백억 햇 동안 고문을 당한다
화탕 지옥에 떨어져
솥에 삶으며 당하나니
불을 질러 삶기를
마치 팥 삶듯 한다
(168)
쇠 가마솥에서 벗어나 멀리 흐르는 하수를 보고는 서로 말하기를「저 하수가 넘실거리어 위신이 있어 보이고 물의 파도 출렁거리어 여러 꽃들이 따라 내려오며, 양쪽에 섰는 나무는 그 잎이 푸르러 하수를 덮었고 밑은 모두 유사(流沙)가 깔려서 그 물이 맑고 시원할 것이니, 그리로 가서 물도 마시고 목욕도 하여 피로를 풀자.」고 하면서, 양쪽에 가시덤불이 났는데도 죄인들은 알지 못하고 그 하수에 들어가 보니, 모두 이 끓는 잿물이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들은 전세에 뭇 벌레를 해친 까닭에
피와 살 다 떨어지고 뼈와 뇌만 앙상하며
서늘하다는 물 가서 보니 끓는 잿물
몹시 깊고 뜨겁고 끓어 솟아 오르네
(169)
죄인이 비회 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버리칼과 털과 손톱·발톱과 이빨과 뼈와 살은 각기 딴 곳으로 흘러 버리고, 몸뚱이에 얽혔던 힘줄만 흐름을 따라 오르내린다.
마침 거기서 벗어나기를 구하면, 옥귀가 갈구리로 건져 뜨거운 땅에 뉘어 놓은 다음, 바람이 불어 와서 몸을 다시 예와 같이 만들어 놓는다.
옥귀가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으며 무엇 하러 왔느냐.』고 죄인들은 대답하기를
『가고 온것은 알지 못하지마는 헤아리건대 양간 백천억 햇 동안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얻지 못하여 배고프고 목마르다.』라고 한다.
옥귀는 갈구리를 가져 갈구리로 그 입을 벌린다음 달군 철 덩이를 넣고 또한 녹인 구리쇠 물을 입 속에 부어 죄인의 목구멍을 태우고 뱃 속의 五장을 죄다 녹게 한다.
그 물이 창자로 내려갈 적 마다 지독한 고통을 가히 말할 수 없지마는, 과거 죄악이 다하지 못한 까닭에 죽어지지도 않는다.
하수와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두 지옥이 있는데, 첫째 이름은 규환이요,
(170)
둘째 이름은 대규환이다.
철로 만든 성벽에다 망대는 일백 자쯤 되고 성첩은 견고한데, 죄다 철망으로 그 위를 덮었다.
죄인들은 서로 말하기를
『이 성이 크고 좋으니, 함께 가서 구경하자.』고 한다. 마침 그 가운데 들어가서는 다시 각기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미 무서운 고난을 벗어났으니, 다시는 여러가지 고통이 없을 것이다.」고 하면서, 기뻐하여 뛰놀고 모두 만세를 부른다.
혹은 낯으로 땅을 치기도 하고 혹은 낯을 우러러 누웠기도 하며, 혹은 졸다가 넘어져서 낯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사방 담 밖으로 부터 불이 저절로 일어나 모든 망대와 성첩이 타고 여러 철망과 문이 죄다 타며, 성안이 온통 불바다가 되어 죄인의 몸을 태우는데, 여기 저기 서로 번져 마치 타오르는 횃불과도 같고 또한 번쩍 거리는 번개와도 같고 또한 깔려 있는 불과도 같다.
몸을 태우는 지독한 이 고통이 마치 코끼리를 불화살로 쏠적에 고함치는 그 고통을 가히 말할 수 없듯 하여 몇 백년 동안을 겪은 다음, 이에 동쪽 문이 열리게 된다.
그리하여 수없는 백년 죄인들은 모두 문으로 몰려 나오는데, 마침 문에 당도하자 바로 닫치고, 서로 부딪쳐 땅에 자빠진 모양이 마치 크나 큰 나무가 넘어진듯 하며, 서로 굴러 짓눌린 모양이 마치 나무를 쌓아 놓은듯 하지 마는, 과거 죄악이 다하지 못한 까닭에 죽어지지도 않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서운 규환지옥에 떨어져
구원을 바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듯
죄인도 그 같이 쌓아놓고 태우네
이렇듯 태우는 고통 지독하여
고함 치고 사방에 흩어 달아나며
늘 옥귀가 무서워서
공포에 떨고 있네
옥졸에게 애걸을 하여도
한사코 돌려 보내지 않으므로
규환지옥에 갇혀 있어
악한 죄로 지독한 고통 받네
수 없이 받는 지독한 고통
불한테 타서 몹시 괴로우며
한량 없는 괴로움 말할 수 없어
죄인들 울부짖고 아우성 치네
(171)
그 때 죄인들은 규환지옥을 벗어나면 다음 크나 큰 아비 지옥에 들어가게 된다.
옥귀는 바로 모든 죄인을 적발하여 다섯가지 독으로 다스리는데, 그 신체를 벌려 마치 소 가죽 펴듯 해놓고, 큰 철못을 그 손·발과 염통에 박으며, 또한 그 혀를 뽑아 백개의 못을 박고는 그 발 부터 머리까지 가죽을 벗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몸을 저 소 가죽처럼 벌려 놓고
크나 큰 철못을 가져 박으며
양설(兩舌) 죄를 지었던 탓으로
철못 가져 그 혀를 무너뜨린다
몸 가죽 벗기고 땅에 끌기를
마치 사자가 꼬리를 끌듯 하니
이렇게 헤아려 보건대
고통 받음이 한량 없네
(172)
이에 옥귀는 죄인을 적발하여 철 수레다 채었다.
옥귀는 수레를 모는데 자갈을 가져 입에다 물린 다음, 왼 손으로 고삐를 잡고 오른 손으로 몽둥이를 들어 치면서, 동·서와 남·북으로 달리게 한다.
죄인들은 수레를 끄느라고 피로가 극심하여 혀를 빼물다가 몽둥이를 얻어맞고, 신체가 파상 되어 모두 피를 토하고 땅에 쓰러져 가슴을 부둥켜안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죄인을 철 수레에다 채어
옥귀가 몰고 달리게 하며
몸을 쳐서 피를 토하길
저 말이 쌈터에서 창을 맞은듯
만일 믿음없고 착한 사람 가벼이 여기면
스스로 죄악 범하고 법에 걸리나니
재앙과 죄에 끌려 아비지옥에 들어가
수 없는 모든 고통을 받게 된다
(173)
아비 지옥에는 숯불이 저절로 죄인의 무릎까지 닿는데, 그 불이 광대하여 몇 리인 줄을 헤아릴 수 없다.
그 때 죄인들은 헛된 생각이 일어나 도리어 굽은 길을 쫓아가면서도, 이 좋은 데라고 지꺼리다가 바로 불 속에 들어 그 가죽과 살과 힘줄과 혈맥을 태우게 된다.
그러다가도 발길을 돌리려고 하면 예와 같이 회복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때 숯불이 무릎까지 타올라
몹시 번지는데 바람 다시 불어 와
죄인의 다니는 발 가죽을 태우나니
옳은 것을 버리고 삿된 것에 든 죄 이렇게 된다
(174)
이 지옥을 벗어나면 멀지 않는 거리에 비회 지옥이 있는데, 넓이와 길이를 헤아릴 수 없고 그 밑이 몹시 깊다.
죄인들은 보고 이것이 목욕하는 못인 줄로 알고 서로 말하기를
『저기 있는 목욕하는 못 가운데 푸른 연꽃이 나서 五색 꽃이 찬란하니, 마땅히 함께 가서 씻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여 갈증을 풀자.』고 하면서, 죄다 물 속으로 들어가다가 저 밑에 까지 흠뻑 빠져버리게 된다.
그 속에서는 모든 벌레가 있는데, 그 입이 철침과 같아 고기로 음식을 삼는다.
이에 죄인의 몸뚱이를 뚫고 피부를 파괴하는데, 발로부터 뚫고 들어가서 머리 위로 나오므로, 눈과 귀와 코와 입에서 모두 벌레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본래 죄를 마치지 못한 까닭에 죽어지지도 않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죄로 인하여 받는 지독한 고통
그때 죄인들 아비옥에 들어가
고통에 울부짖고 뉘우쳐 하는데
그 밑은 몹시 깊기도 하다네
죄만 범하고 한 가지 착함도 없어
이 염왕의 지옥에 떨어졌나니
이 모든 죄인의 무리들
침에 찔리고 벌레한테 물리네
탄화(炭火)및 아비지옥에 떨어지고
일체 더러운 비시옥에 묻히며
유하(流河) 지옥에 떨어짐이 죄의 탓이니
숙세의 재앙으로 죽어지지도 않는다
(175)
이에 두 지옥이 있나니 소자(燒炙)였다.
그 때 오귀는 모든 죄인을 잡아 조각 조각 쪼개어 철판 위에 올려 놓고 불로 볶으며 석쇠에다 엎어놓고 불로 굽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크나 큰 고된 옥에 떨어져
태우고 굽고 볶으고 삶나니
죄에 걸리고 재앙을 당하고서
본래 행한 악인 줄 식별한다
칼로 조각조각 쪼개어
헤일 수 없이 파괴하며
철판에 올려 놓고 볶으며
석쇠에 엎어 놓고 굽는다
태우고 굽고 볶으고 삶을 적에
그의 허물과 번뇌 밉살스럽나니
수 없는 그들의 당하는 혹독
마치 부엌에서 고깃 국 끓이듯
만일 어진 이를 해쳤다면
큰 불 속에 던져지고
계율 범하고 법을 파괴 했다면
큰 코끼리한테 짓밟히네
성질을 강패하게 부리어
늘 중생 해치길 좋아하고
먹는 것이 가리는 바 없다면
성지기와 옥귀로 태어나네
(176)
도를 수행하는 이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렇듯 헤아린다면 나의 몸이 장차 여덟개 죄옥과 십육부에 떨어지지나 않을 것인가.
또한 내가 전세 수 없는 생으로 부터 이 악도를 번갈아 겪으면서 그때 능히 거룩한 도를 마치지 못하였었다면 마땅히 다시 그 속에 떨어질 것이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역악(逆惡)을 범하였다면, 왕은 곁에 신하에게 분부하여, 이른 아침에 창으로 일백군데를 찌르고 한 낮에 일백 군데를 찌르고 저녁 무렵에 일백 군데를 찌르게 할 것이다.
그 사람은 하루에 삼백 군데를 찔리고는, 몸이 모두 파상 되어 하나도 성한 곳이 없고 그 아픈 고통의 극심함을 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고통이 있을지라도 지옥의 고통과 비한다면, 그 보다 수 없는 백 천 만억의 갑절이 더하므로 서로 비교가 되지 애아서, 그렇듯 지옥의 고통이 더 괴로운 것이다.」고 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러 악 범했다가 여기에 끌려들어
고문 당하는 그 고통 밉살스럽나니
이런 고통 보고서 진리를 생각하고
늘 정진하여 빨리 또 이루워야 한다
(177)
수행하는 이가 이런 배울 자리를 세워 마땅히 기뻐함을 버리고 그 마음을 견고히 해야 한다.
만일 뜻이 경솔하다면 마땅히 스스로 제어하기를 마치 수레를 모는 이가 고삐를 잡고서 수레를 몰듯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타는 숯불과도 같아
일찌기 쉴 새가 없이
늘 이런 고통 만나나니
밤·낮 그 혹독 헤일 수 없다
날카로운 창한테 찔리는 것보다
지옥의 고통 백 갑절 더하나니
그런 여러 고통 헤아리건대
지옥의 고통과 비해 털 끝만도 못되리
(178)
수행하는 이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나의 몸이 이 환난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기뻐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스스로 제지하여 다시 날뛰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이렇게 뜻을 세운다면 능히 행을 오로지 하여 착한 법에 들게 되나니 행하는 이가 이렇게 조심하고 두려워하여야 아침, 저녁으로 그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렇듯 쇠망함을 보건대
나무 열매 저절로 떨어지듯
또한 죄의 번뇌를 보건대
크나 큰 산과도 같이 쌓였네
이 더러운 괴로움을 보건대
제가 범하여 악도에 떨어졌나니
정진에 오로지하고 행을 닦아서
기뻐함을 버리고 날뜀을 조복해야 한다
악도를 보건대 어둡고 괴로운데
부처님의 경법 해와 같이 비추시어
여러 환난 없애고 이를 따라 강논케 하셨나니
내 지금 경법대로 기록하여 경솔을 없애게 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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