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권에는 제22 신족품(神足品)과 제23 수식품(數息品)이 들어 있다. 불도 수행의 결과 얻을 수 있는 신통한 힘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수행법의 하나로서 수식관(數息觀)을 설명한다. 또한 4사(事)와 37조도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22, 신족품(神足品)
(237)
청정한 그 마음 흐르는 생과 같고
비구다운 구족한 덕 꽃과 같으며
괴로움을 해탈한 지혜 시원한 바람 같으시니
길이 푸르던 불수(佛樹)에게 예배하기 원합니다
때를 응하여 얻으신 적정(寂定)
마치 산을 움직일 수 없는 듯
밝게 보심이 평등하여 저울과 같아
티 제하고 더러움 없애게 하시며
경의 뜻과 적정과 관법으로
세간에 비추어 나타내시니
마음을 거두어 스스로 목숨 바치고
삼계에서 거룩하신 분께 머리를 굽힙니다
(238)
수행하는 이가 혹은 적정을 먼저 얻고 다음 관법에 들기도 하며, 혹은 관법을 먼저 얻고 다음 적정에 들기도 하나니, 가사 먼저 적정에 들었다가 관법에 이르러도 곧 해탈을 얻고, 먼저 관법에 들었다가 적정에 이르러도 또한 해탈을 얻게 된다.
무엇을 고요라 하며 무엇을 자세히 관찰함이라 이르는가.
그 마음이 딱 멈추어 움직이지도 않고 어수선하지도 않고 방탕하지도 않는 것은 이 고요한 모양이요, 곧 그 행으로 인하여 속으로 바른 법을 보고하는 일을 살피어 본래 무(無)와 그 형체를 보는 것은 이 바른 관찰의 모양이다.
비유컨대 금을 파는데 사려는 사람이 와서 금을 보고도 좋다 나쁘다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이 적이 되고, 금을 본 다음 어느 나라에서 나온 것과, 은이나 구리가 섞인 것을 분별하여 그 진짜와 가짜의 자마황금을 가려내는 것은 이 관이 된다.
또한 사람이 풀을 베는데, 왼 손으로 풀을 잡고 오른손으로 낫을 드나니, 그 적은 손으로 풀을 잡은 것과 같고, 그 관은 낫으로 베는 것과 같고, 그 관은 낫으로 베는 것과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마음 더러움이 없어
움직이지 않음을 적이라고 하고
마음으로 두루 살피는 것을
이 관이라 이른다
손으로 풀을 잡은 것은 적이요
낫으로 베는 것은 관이 되나니
그러므로 적정은
미묘하여 해탈을 얻는다
(239)
수행하는 이가 사람의 뼈와 몸이 앞에 있거나 뒤에 있거나 평등하게 보고 눈을 떳거나 눈을 감았거나 평등하게 보는것은 이 적이라 이르고 문득 머리와 몸이 곧을 달리한 것과 손과 발이 각기 분류된 것과 골절·사지가 각기 딴 곳에 흩어진 것을 생각하는 것은 이 관법이라 이르며, 이 뼈와 몸이 사대로 반연하여 자란 것과 음식·애욕·졸음·죄와 복의 인연을 쫓좇아 나는 것이 모두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과 몸 아님과 깨끗지 못함과 휴패에 돌아가 모두 소유가 없다고 보는 것은 이 관법이라 이른다.
요를 들어 말하건대, 보고도 살피지 않는 것은 이 적정이라 이르고, 그 본래 무를 분별하는 것은 이 관법이라 이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뼈를 보고도 살피지 않고
마음 흐리지 않음을 적정이라 하며
그 몸 머리 손 발을 분별하고
살피려는 뜻냄을 관법이라 한다
(240)
수행하는 이가 무슨 까닭으로 정진에 오로지하여 적정에 들기를 구하는가.
수 없는 방편을 내어 적정에 이르려 함이니, 이제 그 요를 들어 해설하건대, 두가지로 인하여 이루게 된다.
즉 첫째는 악로관(惡露觀)이요, 둘째는 나고 들이는 숨을 지키는 수식관(數息觀)이다.
무엇을 부정관(不淨觀)이라 이르는가.
처음 마땅히 일체를 자념하여 편안케 하기를 발심하고, 이 마음을 일으킨 다음에는 바로 묘지 사이에 앉아 죽은 사람을 보기를 하루 내지 일주일까지 한다.
혹은 몸뚱이가 팅팅하고 그 빛깔이 검푸른 채 문드러지고 썩어 냄새가 나는 곳에 벌레가 먹는 것을 보기도 하며, 또한 살은 없고 피.고름만 더러운 것을 보기도 하며, 그 마디와 힘줄이 얽힌 속에 하얀 뼈가 여기 저기 흩어져 몹시 싫은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해 묵은 뼈가 가루가 되어 땅에 있는 채, 빛깔이 푸르퉁퉁한 것에 마음을 두고 익히 생각하여 보기도 하나니, 그 보는 바를 따라 걸음 걷고 나아가고 멈추고 눕고 일어나고 경행하는데 품어 두고 잊지 않아야 한다.
만일 한가하고 고요하여 사람 없는 곳에 이르면 가부를 틀고 앉아 저 묘지 사이에서 보았던 시체의 모양을 살펴 한결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악로를 보려면 묘지에 갈것이니
묘지에 가서 죽은 시체를 보며
고요하여 사람의 소리의 소리 없는 데서는
자기몸 보기를 저 시체와 같이 한다
(241)
수행하는 이가 만일 이 관법을 잊었으면 다시 가서 보고 돌아와 본래 자리에 앉아 덧 없다는 관법을 지어, 나가고 들어오고 나아가고 멈출 적마다 일찌기 마음에 여의지 않으며, 아침과 저녁마다 게으르지 않기를 한 달 내지 일년까지 한다.
다시 이 날 보다 더 초과하여 정진에 오로지 하고 폐지하지 않아, 경행하고 앉았고 일어나고 자고 깨고 멈추는 때와 혼자 있거나 혹은 대중과 같이 있을 적에는 늘 마음에 여의지 않으며 병 났거나 건강할 적에도 늘 뜻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다만 덧 없음과 괴로움과 공과 몸 아님으로 선정을 삼을 뿐이 아니라 보는 바가 진실하여 허망에 따르지 않아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인연관을 하다가 잊었으면
거듭 묘지 사이에 가서 살피며
오로지 덧 없음과 괴로움만 볼 것이 아니고
그 마음 물러가지 않아야 제대로 볼 것이다
(242)
묘지 사이에서 보았던 시체 모양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여 처음부터 잊어버리지 않듯이, 스스로 몸을 보는데도 또한 그렇나니, 죽은 사람의 모양이나 나의 몸을 보는것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만일 딴 남자나 여자의 크고 작은 이를 보는데도, 단정하고 예쁘든지 추루하든지 벌거 벗었든지 옷을 입었든지 영락을 장엄했든지 장엄함이 없든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피어 마치 죽은 시체와 다름없이 보나니, 부정관으로 적정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늘 악로를 마치 여러 흐르는 물이 모두 바다에 돌아가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몸과 죽은 시체와 크고 작은 것을
똑같이 악로처럼 보아 다름없으며
마음이 늘 한결같이 버리지 않기를
여러 흐름이 큰 바다에 들듯 해야 한다
(243)
이때 수행하는 이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미 이를 자재 하였으므로 마음이 나와 어긋나지 않고 다시는 의혹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즉시 기뻐하고 좋아하여 수묘함을 이루며 잡은 뜻을 굳게 세워 다시는 욕에 따르지 않아야 한다.
만일 여인을 보면
「이는 뼈가루요 좋은 얼굴이 아니라 하며, 진실한 진리를 살피어 본래의 훈습하였던 욕이 더러움인 줄을 알며, 뜻과 빛을 여의고 여러 악을 짓지 않는 것이 첫째 선이라.
다섯 가지 가리움을 다섯 가지 덕을 구족하며, 모든 생각을 여의고 여러 착하지 못한 욕 악법을 멀리하며, 그 마음이 한결 같고 고요하고 안정하여 기뻐하고 안온하는 것도 이 첫째 선이다.
이것을 적정법이라 이르나니, 이렇게 구하여지는 것은 악로관으로 인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뜻의 자재함이 저 활을
마음대로 끌어당기듯이
여인의 가죽과 뼈를 보고도
뜻 제지하여 욕을 따르지 않으며
더러움을 여의어 마음이 청정하고
몸이 여러 악에서 벗어나
세간에 있어 자재를 얻고
기꺼히 선정을 얻는다
(244)
이 첫째 선에서 이에 번뇌가 있는 것은 모든 번뇌를 아주 다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렇게 수행하는 이는 첫째 선에는 멈추었지마는 그대로 범부이며, 불제자라고 억측하지 마는 그대로 밖에서 있는 것이요, 집에 들어오지는 못한 셈이다.
마치 외선들이 욕을 멀리 여의었다고 하면서도 끝내 끊지 못하는 것과 같나니, 불제자의 수행이 아닌것이다.
그러므로 첫째 선을 구하기가 몹시 어려운 것이요, 그나머지 세 선은 점차 앞으로 굴러 쉬운 것이다.
비유컨대 활쏘기를 배우는 이가 저 멀리 큰 과녁판인 표를 세워 놓고 오랫동안 익혀야 이에 맞추는 것이므로, 익히기를 쉬지 않았어야 교묘히 한 낱 털도 뚫듯이 첫째 선도 배우는데 정근하여야 이에 이루나니 그 나머지 세 선은 배우기 쉬운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첫째 선을 배우는 데는
정근하여 이루기 몹시 어렵지만
그 나머지의 선이란
방편으로서 쉽게 이른다
마치 활 쏘는 법을 배우는데
처음은 매우 맞추기 어렵지만
이미 능히 큰 과녁을 맞춘다면
눈을 감고도 한 낱 털도 맞추리
만일 첫째 선의 적정만을 이루었다면
아직 범부라 마땅히 가르쳐야 하므로
불제자가 아니고 밖에 서 있는 셈이니
저 애욕 여의었다는 외선과도 같다
(245)
수행하는 이가 이미 자유자재를 얻어 네 기지 선을 따라 이룬 다음 신족관(神足觀)을 얻으려고 한다면
「죄다 공하다.」고 보아야 한다.
즉 모든 뼈마디와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이마와 목과 갈비와 척추와 손과 발과 가슴과 배 및 모든 털구멍을 허공과 같이 본다.
이런 관법을 지은 다음에는 스스로 그 몸의 마디마디 연결된 것이, 마치 연꽃 줄기와 뿌리의 구멍처럼 보이거나, 또는 허공처럼 보이고, 다음에는 몸이 마치 풀포대기처럼 보인다.
점차 이렇게 보아가면 곧 모양의 생각을 여의고 오직 공의 생각만 있게 된다.
이미 공의 생각을 얻으면 다시 빛의 생각이 없어지며 혹은 공의 생각을 익히는데 그 몸이 보일지라도 집착하는 바가 없게 된다.
몸을 보려고 하면 저절로 보이고 보지 않으려고 하면 또한 보이지 않으며 허공을 보려고 하면 보이고 보지 않으려고 하면 또한 보이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모두 평등하면, 뜻이 그속에 있음이 마치 젖과 물이 합한 것처럼 마음은 몸을 여의지 않고 몸은 마음을 여의지 않나니, 그 뜻을 견고히 하여 마음으로 몸을 들어 그 자리에서 떠나게 한 다음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空)에 두어야 한다.
마치 사람이 저울을 가졌을 적에, 저울추를 평등하게 하고 수와 양과 근을 평등하고 나서 손으로 물건을 들어 달듯이, 수행하기도 그와 같아 스스로 그 몸을 떠받들어 놓은 마음을 한결 같이 하여 공을 생각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행을 닦은 이는
신족통으로 하늘에 날으나니
몸의 모든 뼈마디 털구멍이
모두 공한 것으로 보며
<나>를 여의어 억측하지 않고
한결같은 생각 공을 좋아하나니
큰 저울로 물건을 헤아리듯
몸 드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246)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 익히여 행하면 곧 성취하게 된다.
처음 몸을 들적에 땅과의 떨어진 거리가 개미만하다가 굴러 참깨만하고 점차 콩만하다가 드디어 대추만하게 한다.
이렇게 들기를 익히면 범천에도 또한 정거천 같은 모든 천궁에도 이르고 수미산을 환히 통과하여도 걸림이 없으며, 땅 속에 들어가도 흔적이 없고 나와도 구멍이 없으며, 공중에 노닐으면서 앉고 눕기도 하고 걷고 멈추기도하며 몸 위에서 불이 나오고 몸 아래서 물이 나오기도 하며, 몸 위에서 물이 나오고 몸 밑에서 불색 빛을 나타내어 해처럼 밝게 비추고 능히 한 몸을 변화하여 수 없는 몸을 만들며, 소와 말과 용과 코끼리와 나귀와 노새와 낙타와 범과 이리와 사자로 변화하여 나투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잠간 동안에 널리 부처님 세계에 노닐으다가도 훌쩍 돌아오나니, 이는 신족의 경계를 통달한 변화이다.
이 신족은 네 선으로 인하여 이룬 것이요, 그 네 선은 부정관과 수식관으로 인하여 이룬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악로와 수식과 선정을 전념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볍게 날기를 배우고 익혀
저 바람처럼 걸림이 없이
몸을 솟아 범천에 이르러
모든 천경 죄다 구경하며
날아 허공에 다니기를
구름처럼 거침이 없으며
땅에 들기를 물에 들어가듯 하고
공중에 있기를 땅에 있듯하며
몸에서 저절로 나는 불
마치 해의 광명과도 같고
몸 밑에서 쏟아지는 그 물이
서리·이슬 내리듯 한다
정진하여 신족을 얻고
자재하여 걸릴 것 없이
범천도 멋대로 오르는데
어찌 더구나 다른 데일까
다른 세계에 가려고 하면
가볍게 날아 곧 이르나니
제석의 던지는 금강처럼 빨리
갔다 오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변화를 자재로 하여
수 없는 모양 나투나니
제석의 오락하는 환술처럼
신족의 낙도 또한 그러하다
부처님 경법인 감로의 못에 노닐음이
코끼리가 꽃 샘에 들어간 듯 하나니
나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그 뜻 모두 말하여
이 신족통 이룸을 읊어 칭탄하노라
23, 수식품(數息品)
(247)
위신은 밝게 비추어 햇빛과도 같으시고
도의 자취는 거룩하여 천제보다 넘으시며
얼굴빛은 단정하여 왼 달과 같으신데
여러 어둠 제하고 모든 번뇌 멸하시며
입으로 말하신 법 말씀 감로와 같고
수묘한 말씀 십선을 찬탄하셨나니
돈독히 믿어 함께 세존께 귀의하옵고
부처님 비길데 없는 이께 조아리기 원하오며
온갖 경 보기를 바다에 들어간 듯
선정을 얻어 모든 번뇌 없애고서
감히 부처님 제자라 억측하옵고
이에 가장 안온한 이께 머리 굽힙니다
(248)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어찌 번뇌를 없애어 첫째 선에 이른다 이르고 어찌 세존의 제자라 이르는가.」고 하여야 하며, 또한 수행하는 이가 선을 행하되 번뇌가 있으면 마땅히 이런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내가 첫째 선에 번뇌를 그대로 두었나니, 번뇌를 두고 첫째 선을 행한다면, 범천에 날지라도 그 복이 희박하고, 만일 거기서 수명을 다하면 마땅히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및 인간에 떨어질 것이다.」고 이런 무리들은 아무리 범천에 있을지라도 진실히 살핀다면, 마침내 악로와 해탈치 못한 까닭이다. 왜 그러는가.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사 처음 배운 이가 번뇌 있는 선 얻는다면
그런 수행은 마치 새는 그릇과 같아서
범천에 있다가도 다시 고쳐 나나니
마치 무늬 옷이 비 맞아 퇴색함과 같다
(249)
비유컨대 나라 왕에게 어떤 대신이 있었는데, 중한 죄를 범하였다.
왕은 옥리에게 분부하였다.
『먼저 오독으로 다스리고 이에 수갑을 채워 깊은 옥에 가둔 다음, 떨어진 옷을 입히고 거친 밥을 먹이며, 풀 방석으로 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의 집 사람으로 들어가서 서로 보지 못하게 하며, 냄새나는 뒷간과 가까운 방을 주어라.』
옥리는 가르침을 받고 곧 왕의 명령을 따라 법대로 다스리려고 하였다.
그는 과거에 조그마한 공부로 왕에게 은혜를 베푼 적이 있었다.
왕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 사람을 옥리에게 보내어 이르기를
『그 사람을 아직 내보내어 넉달 동안 자재롭게 오락하면서 권속과도 함께 서로 위로하고 축하하게 하였다가 넉달을 마친 다음 도로 옥에 가두라.』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신하가 왕의 법을 범했는데
왕은 옛 은혜를 생각하고 석방을 시켜
하고픈 것 마음껏 하고 오락하다가
다음 다시 옥에 가두라고 일렀다
(250)
옥리는 가르침을 받고 왕의 분부대로 거행하였다.
그는 벗어나서 목욕하고 의복을 차린 다음 여러 친구들과 함께 나가 구경도 하고 오욕을 멋대로 하였다.
그러나 서로 오락하면서도 한편 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여러 친구들과 오욕을 멋대로 하다가 어떻게 이것을 버리고 도로 옥에 나아갈 것인가.」고 하였다. 이어 세 때로 탄신하였다.
「다시 고문을 당하고 떨어진 옷을 입으며, 거친 밥을 먹고 풀 방석에 누워서, 소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 있을 터이니, 어찌 애닯지 않은가.
벼룩과 이와 모기와 등애의 물림을 받을 것이며, 그 속에서 여름에는 너무 더웁고 겨울에는 참혹히 차거운 것이 싫으며, 밤에는 쥐가 찍찍거리고 달아나는가 하면 캄캄하기가 칠흑과 같으며, 더럽고 깨끗지 못하여 피 흘려 땅을 덮었으며, 머리칼이 헝크러진 채로 백천 가지 고문을 당하여 혹은 귀를 베기도 하고 코를 끊기도 하고 손과 발을 끊기도 하며, 더럽고 깨끗지 못하여, 마치 묘지 사이에 있는 듯 그 고통을 가히 말할 수 없음에도 의례히 그런 더러운 무리와 같이 있게 될 것이다.」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넉달이 다 되자 그 신하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다가
도로 옥에 가서 고문을 당할 터이니
당할 액의 고통 한량 없다고 한다네
(251)
또한 다시 죄인들의 구속당한 것을 보면, 그 죄에 걸린 이는 모두 도 아닌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음난하고 도둑질도 하였으며, 남의 남녀를 가만히 겁간하고 남의 집에나 모든 곡식 광에 불을 질르기도 하였으며, 남을 독해하고 거만한 짓을 좋아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남자나 여자를 죽이고 또는 소를 훔쳐 잡아먹기도 하였으며 모든 고을과 성을 노략질하고 국가를 해치려는 나쁜 생각을 품기도 하였던 것이다.
다시 그 오독으로 매 때리는 것을 보면, 손과 다리와 귀와 코가 피에 더럽힌 바 되었기도 하며, 혹은 머리가 찍히고 다치고 터져서 고름과 피가 스며나오기도 하며, 혹은 극심한 고문을 당하고 신체에 종기가 나서 수 없는 파리가 모두 몰려들어 몸에 붙은 채 피곤하게 땅에 누워 있는 모습이 마치 올빼미나 돼지와도 같으며, 혹은 새로들어오는 이는 낯과 눈과 손과 발이 모두 문드러지고 파상된 채 질겁하고 두근거리는 걱정을 가히 말할 수 없이 딱 주착하여 감히 꼼짝을 못하기도 한다.
혹은 여위어서 뼈만 앙상하고 얼굴빛이 추루하여 마치 아귀와 같기도 하며, 혹은 오랫 동안 옥에 있었던 까닭에 기운이 막혀 팅팅 부었고 머리칼이 헝크러지고 손톱이 길다랗기도 하며, 혹은 그 속에서 날마다 나가기를 관망하기도 하며, 혹은 혼자 「나는 이 속에서 나갈 기한이 없으니, 다시 답답하게 여길 나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또한 새로 들어오는 이는 혹은 교살을 혹은 고문을 혹은 맞기도 하며, 혹은 입으로 말을 하기도 하고 혹은 형체를 얽기도 하며, 혹은 죽은 사람과 한자리에서 같이 있게 하기도 하며, 혹은 끌어내어 뒷간 위에 눕혀 놓기도 하는가 하면 혹은 길 거리에 나타나면서 크게 고문을 당하지 않는 이도 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악한 사람 몹시도 많아
그 더러움 싫증이 나며
못난 이와 함께 있는 그 모양
마치 돼지 떼가 모인 듯 하며
울부짖고 눈물 흘리는 그 모습
저 귀신과 한집에서 사는 듯 하나니
그러므로 대신은 걱정하기를
어떻게 차마 다시 옥에 들어갈 것인가 한다네
(252)
또한 모든 죄수들은 옥 속에 있으면서 각기 나라왕을 도둑이라 말하기도 하며, 혹은 미곡음식 같은 것과 꽃·향·기악·남녀의 일을 말하기도 하며, 혹딴 나라의 습격하는 일을 말하기도 하며, 혹은 딴 나라의 습격하는 일을 말하기도 하며, 혹은 왕의 쌓은 행을 찬탄하기도 한다.
혹은 「왕이 악하고 나라 다스리기를 정치답게 못하여 적이 와서 침범하므로 이렇듯 나라를 잃게 되었다.」말하기도 하며, 혹은 「왕이 죽으면 새로 왕이 되는 이가 있어 대사령을 내릴 것이다.」말하기도 하며, 또한 여자가 임신하였다가 해산하게 되어 옥에서 벗어나기도 하며, 혹은 만일 성에서 불을 내어 모두 타고 옥문이 열리면 우리가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공의도 한다.
만일 괴상스러운 새나 까치가 날아와 옥문이나 옥벽에 멈추어 우는 것을 본다든지, 꿈 속에 당에 올라가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거나 또는 용궁에 들어가거나 연 못에 떨어져 배를 타고 건너는 것이 보인다면, 「오래지 않아 일체 고통을 해탈하게 될 것이다.」고 스스로 낙관하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왕의 법을 범한 이가
이야기로 서로 권유하고
마음을 모아 기꺼하면서
해탈 얻기를 희망하네
저 소떼가 골짜기에 떨어지듯
액의 함정도 또한 그와 같나니
그 때 대신은 생각하기를
복 없는 이가 몹시 불쌍하다고 하네
(253)
그 때 신하는
「내가 어떻게 다시 그런 도적들의 지꺼리는 말을 들을 것인가.」고 생각하자 옆에서 서로 가르쳐 주는 이가 있었다.
『만일 옥리가 묻거든 마땅히 이렇게 대답할 지어다.
아무리 중한 고문이라도 십사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요. 몸도 점차 단련 되어 몹시 아프지 않을 것이다.
가사 몸뚱이를 조각조각 쪼개고 칼을 목에 댈지라도 망녕되게 내가 이 죄를 범하였다고 말하지 말며, 아무 곳에 감추어 두었다고 말하지 말며, 아무게가 나의 도당이라고 끌어넣지 말며, 혹은 달래어 물을지라도 믿지 말며 옥졸이 그대를 위협할지라도 삼가 굴복하지 말며, 만일 고문을 당할지라도 겁내지 말라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리 저리 서로 권유하여
그에게 대할 방법 가르치면서
옥리가 묻는 그 말을
어떻게 대답할까 궁리하네
대신은 권속과 함께
다시 옥고를 생각하여
모든 오욕을 즐기면서
마음속으로 걱정을 품네
(254)
또한 죄수들은 이렇게 더러 이르기도 한다.
『그대들은 보지 못하였는가.
남들은 부모와 형제와 친속을 버리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본국을 떠나 멀리 가서 덤불과 나무숲과 험난한 빈 벌판을 걸으면서 그 몸을 돌아보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서 재물을 구하는데 우리는 수고를 겪지 않고 보물을 얻었다.
그러므로 마땅히 이 고문을 참아서, 재물이 딴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남의 재물을 겁탈한 것이요
얻은 바가 자기 것이 아닌데
목숨 아껴 재물 잃치 않으려다
또 다시 곤액을 당하네
(255)
신하는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어떻게 차마 옥졸이 앞에 나타나 호통치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라고 하였다. 옥졸은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본래 직녀의 세 별로서 파란 숙세적에 지옥왕한테 예속 되었다가 이십구일 밤중에 태어났다.
너희들은 듣지 못하였느냐.
내가 갖 태어났을 때 나라에는 여러 환난이 있어 시끄럽고 편안치 못하였으며 모든 괴변이 일어나 공중에 무너지는 소리가 나고 땅이 진동하였으며, 동과 서에서 붉은 기운이 보이다가 갑자기 어두워지고 독수리와 까마귀와 까치와 여우와 이리와 들짐승과 올빼미가 묘지 사이에 나타나 사람 고기를 생으로 먹었다.
또한 모든 귀신과 도깨비와 구환과 혼귀와 반족과 여신들이 함께 기꺼이 날뛰면서, 나에게 <이 옥졸의 태어남은, 정말 우리들을 위한 것이다.
가사 자라나서 남자와 여자를 많이 죽여 묘지 사이에 버린다면, 우리가 마땅히 죽은 사람의 피와 살과 비게와 뇌수를 얻어 음식을 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대를 보호하여 목숨을 자라도록 한다>고 하였다.
나는 갖 태어났을 때 이런 구호가 있었던 까닭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비가 없고 말이 무디며
까닭없이 원수를 품나니
그는 옥졸의 말 생각하고 뜻이 슬퍼
쾌히 오락하면서도 이를 걱정한다네
(256)
옥졸은 또한 중얼거렸다.
「나는 맨 주먹으로도 치지 못할 것이 없어 견줄이가 있지 않으니, 어찌 당할 이가 있겠는가.
나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 맨 주먹으로 수 없는 남자와 여자를 죽였고 또한 손과 발과 귀와 코와 머리를 끊었으며, 눈알을 손으로 뽑아 칼을 쓰지 않으며, 모든 죄수을 세워 놓고 주먹으로 쥐어 박으며, 머리에 추루한 창애를 씌우고 대 테를 메어 형틀에 올려 놓고 오독으로 다스린다.
또한 베로 그 손가락을 묶고 기름을 발라 불로 태우며, 기름을 머리칼에 붓고 불을 놓아 태우며, 풀더미를 그 몸뚱아리에 얽어 놓고 불로 태우며, 입을 찝고 입술을 끊고 낯 가죽을 벗기며, 입으로 그 손가락 씹기를 마치 채소 씹듯하며, 만일 사람을 매로 칠적에는 대막대와 가죽 채찍을 사용하며, 좋아라고 날뛰면서 바늘로 손가락을 찔르며, 노끈으로 옆구리와 배를 졸라매고 머리는 기둥에 동여맨다.」라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가 즐기지 애고 다시 옥에 갈것을 두려워함은
그와 같은 고문이 몹시도 두렵고
옥졸이 가끔 와서 형벌을 말함에서이니
이런 걱정 있으므로 불안해 하네
(257)
옥졸은 또한 중얼거렸다.
「나는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것도 없고 구경꺼리와 노래 소리도 듣기 좋아하지 않으며, 가사 사형수가 있으면 북을 치면서 군사로 포위하고 시가에 나가서 내가 죄다 목을 베는데, 아무리 군사를 거느린 용맹한 장수와 높은 체하는 호귀라도 나의 맨 주먹을 마치 마구 부수는 코끼리 어금니처럼 무서워하며, 강포한 역적이 착한 사람에게 거만하면 내가 목을 모조리 졸라매는데, 그의 부모와 형제와 친속들이 울부짖으면서 잠깐만을 애걸하여도 내가 들어주지 않았으며, 또한 어떤 죄수의 아비가 고함치고 날뛰기를 마치 호랑이처럼 하기에 내가 굴복시켜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였다.」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는 여러 친구와 오락은 하면서도
옥졸의 말하는 형벌을 생각하여
마치 사람이 좋은 술을 마시고는
취해 지꺼리고 또한 날뛰는 듯 하다
(258)
옥졸은 또한 중얼거렸다.
「나는 악기가 있어 눈에서 독이 발사하므로 눈을 부릅떠 사람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고 머리가 쪼개지기를 마치 어름이 부서지는 듯 하여, 남자나 여자들이 보고 두려움을 품지 않는 이가 없다.」고 옥졸은 아무리 사람 모양은 가졌지마는, 귀신이나 도깨비 짓을 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린 다음 곧 살아지는 것이다.
그는 다시 그런 고통을 당할 때가 다가오자, 아무리 궁전에 앉아 오욕으로 오락은 하지마는, 어찌 즐거울리가 있겠는가.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와 같은 고통은
깨끗지 못하고 더러움 뿐
누가 마땅히 기뻐하면서
의젓이 걱정이 없겠는가
마치 죄수가 죽음에 다달아
꽃을 구하여 머리 위에 꽂듯
왕으로부터 가출옥 얻었지만
도로 다시 형벌을 받게 되었네
(259)
수행하는 이도 혼자 생각하기를
「범천에서 환생하면 마땅히 악도에 돌아와서 태에 의탁하고 숙장의 위. 생장의 아래 있어 부정한 때와 다섯 그물에 속박될 것이다.」라고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행하는 이 번뇌 있는 선 얻으면
이는 꼭 반절을 얻은 셈이므로
범천에 태어나기는 하지마는
능히 오래 도록 편안치 못하나니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목숨이 다해 악도에 돌아감이
마치 사람이 가출옥 받았다가
기한 되자 도로 고문 받는 것 같다고
(260)
비유컨대 어린이가 참새 한 마리를 잡아서 괴롭게 하느라고 길다란 실로 발을 매어 놓고 날라가게 한다면 저혼자 벗어나 다시는 곤액을 만나지 않을상 싶어, 과일 나무나 맑은 못에 나아가 먹이를 멋대로 하고 편안하여 걱정이 없었으면 하지마는 실이 다 풀리자 잡아당기면 되돌아와서 잡히는 고통이 먼저와 다름없듯이 수행하는 이도 이렇게 혼자 생각하여야 한다.
「아무리 범천에 이르지마는 마땅히 욕계에 돌아와 괴로움이 그와 같을 것이다.」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끈으로 참새의 발을 매었다면
날아가 실 다 풀려 당길 때 되돌아오듯
수행하는 이도 이렇듯 범천에 올랐다가
다시 욕계에 돌아와 괴로움을 여의지 못한다
(261)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네가 가서 번뇌 없는 선정을 얻으면 수고스럽고 무서운 길을 벗어나 불제자라 이름하고 음식을 자재로 하며, 어리석고 망녕되지 않아 망설임을 벗어나며, 바른도에 있어 첫째 선정을 얻으며, 경에 의지하여 바르게 보는 진리에 들 것이다.」고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 말하였다.
이미 첫째 선정을 얻어서
번뇌 없고 널리 행하여도
오히려 시작하고 끝남을 해탈키 어렵나니
마땅히 정진하여야 도를 얻으리
(262)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여러 좋고 나쁜 것을 보아 이에 첫째 선정을 이루었지마는 본래 뼈만을 얻었을 뿐이요, 그 모양은 덧 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이 아닌 것이어서 사대로 인하여 나는 것이다.」라고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첫째 선정 몸으로 인하여 이루었으므로
사대를 해탈해야 한결 같은 행 이루고
덧 없고 괴롭고 공함으로 <나>를 해탈할 것이니
이렇게 보아야 한결 같은 정진이다
(263)
수행하는 이가 활용하는 마음 살피기를 생각할 것이니 그 마음의 근본도 또한 덧 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이 아니요, 사대로부터 이루어지므로 모두 인연을 따라 서로 구르고 끌려 재앙과 복을 내게되며, 마음의 의지하는 것도 그 모양이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나> 없음에 돌아가 사대로 인하여 이루어지며, 내가 받아들인 오음의 모양도 공하여 소유가 없고, 십이인연의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 연결함도 이와 같다.
욕계의 모든 쌓임과 색계의 쌓임과 무색계의 쌓임도 이와 같아 죄다 유약한 것이다.
삼계의 공함을 보건대, 그 근본이 깊고 삿되어 바른 것이 없이 진동하고 타는 것 뿐이니, 쌓임이 없다고보는 이는 모두가 고요하고 뜻이 맑아 함이 없는데 나아가고 딴 생각이 없어져 열반에 이르게 된다.
이때 마음이 유순하고 수행이 억지가 아니면, 이에 진시한 진리를 보아 바로 아나함을 이루고 다시 물러가지 않으며, 구경에 이르러 욕계의 괴로움을 해탈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음의 생각하는 바 죄다 유순하고
뜻의 집중하는 바 그 몸에다 두어서
오음의 과거·미래·현재의 근본 깨우쳐
모두 공과 무함을 보면 거룩한 이라 이른다
(264)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오랫동안 오음에 가리움이 되어 더럽고 부정한 것에 속임을 받았었다.」고 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짖궂은 깡패 아이들이 병을 꾸미어 그 속에 부정한 것을 담고 그 마개를 막은 다음 위에다 꽃을 흩어 뿌리고 향으로 훈습하여 어떤 농사꾼의 아이에게 주면서
「너는 이 병을 가지고 아무 동산으로 가거라. 이 속에는 석밀 및 좋은 술을 담았으니, 꼭 가지고 우리를 기다려라.
우리는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공양할 것을 준비하여 같이 먹도록 할 터이니, 굳게 지니고 실수치 말아라. 그대의 수고한 대가를 보아주겠다.」고 하였다.
농사꾼의 아들은 단단히 믿어 병을 안고 기뻐하면서 속으로 혼자 생각하기를 「이제 마땅히 마음껏 먹고 오락을 해 보겠다.」고 하면서 그 동산에 이르렀으며, 파리가 그 위에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그대로 기다린지 몇 시간이 흘러 한낮이 지난 뒤에는 뱃 속이 주리고 목이 타는데 이상하게도 오지 않아 근심됨이 말할 수 없었다.
이에 해가 저물어지자 나무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아도 오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에서 내려와 다시 여러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그만 어두어져 버렸다.
그는 속으로 혼자 생각하기를
「생각컨대 성의 문이 닫쳤고 여러 사람들도 오지 않을 터이니 이제 이 석밀과 좋은 술과 꽃병은 이미 내것이다. 마땅히 팔아서 스스로 부자를 이룰 것이며, 응당 먼저 맛보겠다.」고 하면서, 손을 깨끗이 씻고 병마개를 열고 보니 병속에는 모두 부정한 것만 담겨졌다.
그제야 모든 짓궂은 깡패 아이들이 저를 속인 줄 확실히 알았듯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이 이미 거룩한 진리를 보고서야 이에 스스로 오랜적 부터 이 오음에 속았음을 깨우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생사에 얽매인 여러 중생
오음에 속인 바 되어
괴로움과 즐거움 번갈아 겪으면서
<나>와 <남>과 수(壽)가 있다고 억측한다
오락에 속은 줄 수행한 다음
스스로 속임 당한 줄 아나니
마치 누가 꾸민 병을 차지하였다가
열어 보고야 속임을 알았듯
(265)
비유컨대 어떤 재보가 풍부한 도사가 며느리를 맞았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워 맞지 않는데가 없었다.
매우 중히 여기고 사랑하여 그 뜻을 어기지 않고 잠깐동안이라도 서로 떠나게 되면 스스로 죽을 것만 같이여겼다.
그 때 나라 가운데는 길이 막혀 십이년동안 오가는 이가 없었는데, 마침 장사꾼들이 먼 지방으로부터 몰려들어 이웃 나라에 머무르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도사는 아들에게 일렀다.
『너는 저기에 가서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오라』
아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듣고 근심되고 좋지 않아 마치 화살로 염통을 쏘는듯 하여 친한 벗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줄 모르는지 지금 아버지는 나에게 멀리 떠나 장사를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침 이 명령을 들으니, 내마음이 찢어질 듯하다.」
지금 나는 마땅히 스스로 물에 빠지든지 높은 산에 올라서 스스로 깊은 골짜기에 떨어져 죽어야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이 젊은 이 아내를 사랑하고
애욕이 몹시도 왕성한데
아버지 명령을 생각하고
속으로 큰 걱정 품었네
그 마음 괴로워 죽으려고 하면서
어떻게 사랑하는 아내 떠날까 하나니
그의 몹시도 고통스러운 마음
저 산 코끼리를 잡아 맨 듯하다
(266)
친구는 그 말을 듣고 일렀다.
『아들을 낳음은 가문을 맡기려는 것이니, 사방으로 나아가 재물을 구하여 아버지를 공양하여야 한다.
가사 수고하지 않으면 어떻게 생활을 할 것인가. 하늘위에 산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편안치 못한 터인데 더구나 인간이겠는가.』
그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라 여러 사람들의 권유를 받으면서 곧 슬픈 눈물을 흘리고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행장을 차려 떠났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친구와 지식 있는 이들의 권유를 받고
아버지 명령대로 행장차려 떠나지만
신랑의 마음이 아파 마치 화살을 맞은 듯
속으로 아내 생각하여 몹시 섭섭해하네
(267)
그는 마음으로 늘 아내를 생각하여 일찌기 회포에 떠나지 못하고 재빨리 물건을 사서 곧 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 보니 그렇듯 오래 되지는 않았다.』고 기뻐하였다.
그는 낮이나 밤이나 아내를 생각한 나머지 마침 집에 이르자 먼저 아내의 거처부터 물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사로 생활을 구하여 가고 오는데
늘 속으로 사랑하는 아내 생각다가
이미 집에 당도하자 먼저 묻기를
지금 나의 아내 어디 있느냐고 하네
(268)
그의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여 속으로 근심을 품었는데 숙명적 복이 희박한 탓인지,점차 중한 병을 얻어 목숨이 숨쉴 동안을 다투고 있었다.
몸에는 온갖 종기가 나서 피와 고름이 흐르며, 한열병이 들고 다시 #$@병까지 얻었으며 배가 팅팅하고 입이 마르며, 기가 오르고 몸이 뜨거우며 낯과 손과 발이 부었는데 수없는 파리떼가 모두 그 몸에 붙었으며, 머리칼이 헝크러 졌고 여읜 그 모습이 마치 아귀와 같아 풀 방석에 누웠고 입은 옷은 떨어졌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남편은 한 마음으로 사랑했는데
숙명의 재앙으로 복이 희박하여
수없는 병 얻어 상 위에 누웠고
좋은 자리 떠나서 땅에 뒹구네
(269)
사이에 그 남편은 안에 들어와 다시 아내의 있는 곳을 물었다.
종은 수줍은 듯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아뢰었다.
『낭군이시여, 아씨는 아무 누각 위에 계십니다.』
그는 바로 누각에 올라가 보니 변한 빛이 미증유(未曾有)였다.
추악한 그 얼굴을 가히 눈으로 볼 수 없어 모든 애욕과 정의가 영원히 없어지고 실오라기와 털 끝만한 즐거움도 없이 죄다 싫어져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얼굴을 보건대 탐탁지 않아
마치 죽은 시체 묘지에 버려진 듯
여위어 뼈만 앙상하고 살이 없어
저 물에 빠진 모래처럼 빛을 잃었네
(270)
수행하는 이도 또한 그와 같이 애욕을 싫어하고 악로관을 일으켜 적정을 구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행하는 이 애욕 여의어
오욕락 싫어하기를
마치 누구의 아내 수 없는 병 앓고
상 위에 누웠는 것 보듯 해야 한다.
(271)
무엇을 숨 세고 뜻 지킴을 수행하여 적정을 구한다 이르는가. 지금 마땅히 숨 세는 법을 해설하겠노라.
무엇이 숨세는 것이 되고 무엇이 안이 되고 무엇이 반이 되는가. 내 쉬는 숨이 안이 되고 들이쉬는 숨이 반이 되나니, 숨의 나고 들임을 따라 딴 생각 없애는 것을 숨의 나고 들임을 센다고 한다.
어찌 숨 세고 뜻 지킴을 수행하여 능히 적정을 이룬다 이르는가.
숨 세고 뜻 지키는데 네가지 일이 있고 두가지 티 없어야 하며 열 여섯가지 특승이 있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행하는 이 적정을 구하려면
나고 드는 숨을 알며
두 더러움 없애고 네 일을 깨우치며
특승한 열 여섯 변이 있어야 한다
(272)
무엇을 네가지 일이라 이르는가. 첫째는 숨세는 것을 말하고 둘째는 숨이 서로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하고 세째는 멈춤과 관법을 말하고, 네째는 돌이킴과 깨끗함을 말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땅히 숨 세고 서로 따르게 하여
곧 세간의 온갖 물건을 관찰하고
돌이킴과 깨끗한 수행으로 그 마음 제어할 것이니
마땅히 이 네 가지로 뜻을 안정해야 한다
(273)
무엇을 두 가지 티라 하는가. 숨을 세는데 혹 길거나 혹 짧은 것이 이 두가지 티가 되나니 이 두 일을 버려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사 숨 세는 데 길고 짧으면
뒤바뀌어 차례가 없나니
이 안과 밖으로 뜻을 지켜
두가지 티를 버려야 한다
(274)
무엇을 열 여섯 가지 특승이라 이르는가.
세는 숨이 깊음을 알고 또한 숨이 짧음을 알며, 숨이 몸을 움직임을 알고 또한 숨이 화해함을 알며, 기꺼운 만남을 알고 또한 편한 만남을 알며, 마음의 나아가는 데를 알고 또한 마음의 유순함을 알며, 마음의 깨닫는 바를 알고 또한 마음의 기뻐함을 알며, 마음의 조복됨을 알고 또한 마음의 해탈됨을 알며, 덧없음을 보아 알고 또한 욕이 없음을 알며 적정을 보아서 알아 도의 갈래를 보아 아는 것이니, 이 숨을 세는 데 열 여섯 가지 특승함이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특히 숨세는데 길고 짧음을 분별하고
능히 숨 셀적에 몸 움직임을 깨우치며
그 행을 화해하여 몸을 안정케하고
이렇게 기꺼워하고 또한 즐겨하며
편안함 깨우침을 여섯째라 이르고
뜻의 행을 일곱째라 이르며
마음으로 화해케 해야 하고
몸의 행을 여덟째라 이르며
그 뜻의 깨닫는 바를 알고
이로 인해 기쁨을 얻으며
마음을 조복하여 안정케하고
행을 따라 자재케하며
덧 없음 욕과 적정 같은
이 세 가지를 관찰하며
행의 나아갈 바 아는 것을
이 열 여섯 가지 특승이라 한다
(276)
무엇을 숨세는 것이라 이르는가.
만일 수행하는 이가 한가하고 사람 없는 곳에 앉으면 뜻을 잡아 어수선하지 않게한 다음 내고 들이는 숨을 세어 열 번째까지 이르게 한다.
하나로부터 둘까지 이르다가 마음이 어수선해지면 마땅히 다시 하나 둘로부터 세어서 아홉까지 이르게 해야 한다.
가사 마음이 어수선해지면 마땅히 숨을 다시 셀 것이니 이를 수식이라 이른다.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 밤낮 없이 한달이든지 일년이든지 숨 세기를 익혀 열 번째 숨까지 이르도록 마음이 어수선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재로 움직이지 않음 저 산과 같아
나고 드는 숨 세어 열 까지 이를 것이니
낮과 밤과 해와 달로 게으르지 않고
이렇게 수행하여 숨 세기를 지켜야 한다
(277)
이미 숨을 세어 안정되었으면 마땅히 서로 따르게 함을 수행해야 한다.
비유컨대 사람이 앞에서 걷는다면 뒤에 따르는 이가 있든지 또한 그림자가 따르듯이 수행도 그와 같아 숨의 나고 듬을 따르고 딴 생각이 없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숨 세어 뜻이 안정되며 자재를 얻나니
드나드는 숨 세는 것이 수행이 되고
그 마음 서로 따르면 어수선하지 않나니
숨 세어 마음 조복함을 「서로 따르게 함」이라 이른다
(278)
수행하는 이가 이미 서로 따르게 함을 얻으면 이 때는 마치 소먹이 하는 이가 한 쪽에 멈춰있어 저 멀리 소가 먹는 것만 보듯이, 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처음 숨 셀적으로부터 다음 구경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죄다 관찰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소먹이하는 이 저멀리 멈춰서
늪 위에 있는 소 떼를 관찰하듯
숨 세길 조어함도 또한 그렇듯 하고
뜻 지킴도 그와 같이함을 관법이라 한다
(279)
수행하는 이가 이미 관법을 이루었으면 마땅히 돌이킴과 깨끗함을 행할 것이니, 마치 문지기가 문 위에 앉아 나가고 들어가는 사람을 보아 모두 알듯이 행하는 이도 마땅히 그와 같이 마음을 코 끝에 매어두고 숨 세기를 보아 그 나가고 들어옴을 알아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문을 지키는 이가
앉아 드나드는 사람을 볼적에
한 곳에 멈춰 움직이지 않아
사람 숫자를 모두 살펴 알듯
마땅히 한 마음으로 숨을 세어
그 나고 드는 숨을 볼 것이니
수행을 이와 같이 한다면
숨 세어 돌이킴과 깨끗함 이루리
(280)
무엇을 세는 것이 길다고 하는가. 마침 숨이 이르지 않았는데도 미리 세는 것이니, 숨이 코 끝에 이르지 안았는데 둘이라고 세는 것을 이 세는 것이 길다고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숨이 오히려 이르지 않았는데
나고 돌아오는 숨을 세면서
하나를 셀 차례에 둘이라고 한다면
이는 세는 법을 이루지 못함이다
(281)
무엇을 세는 것이 짧다고 이르는가. 두번째의 숨을 하나라고 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숨이 코에 이르렀다가
두 번째 배꼽에 이르렀는데
두 번째 숨을 하나라고 한다면
이는 곧 세는 법을 실수함이다
(282)
어찌 숨을 셀적에 긴 것을 안다고 하는가.
수행하는 이가 처음 숨을 셈으로부터 숨의 더디고 빠름을 따라 관찰하여 그 갈래를 헤아리고, 나고 드는 한도를 알아야 하나니, 이것이 숨의 셈을 앎이라, 세는 숨의 짧음을 아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이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숨을 셀적에 긴가를 알며
돌이키는 숨도 이 같이 아나니
가사 이렇게 관찰한다면
이 숨의 길고 짧음을 안다고 이른다
(283)
어찌 숨을 셀적에 몸의 움직임을 안다고 이르는가.
몸의 모든 숨을 죄다 관찰함이다. 들이는 숨도 또한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 적에 몸의 화해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처음 숨을 일으킬 때 만일 몸이 게을러지고 졸음의 번뇌가 있어 몸이 무거우면 곧 제거한 다음 한결 같은 마음으로 숨을 세는 것이다. 돌이키는 숨을 세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기쁨 만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숨을 셀때 기쁨이 이름이다 들리는 숨도 이와 같이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편안한 만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처음 숨을 셀 때 편안함을 얻음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마음의 나아가는 데를 곧 안다고 이르는가.
숨 세기를 일으킬 때 모든 생각을 관찰함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유순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처음 숨 세기를 일으킬 때 생각을 분별하여 세는 숨을 조어함이다. 들이쉬는 숨도 또한 이와 같이 한다.
(284)
어찌 숨을 셀적에 마음의 깨닫는 바를 곧 안다고 이르는가.
처음 숨 세기를 일으킬 때 모든 관법을 식별하여 숨을 셈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기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처음 숨을 셀때 만일 마음이 즐겁지 않으면 기쁘게 하기를 힘써 내는 숨을 조절함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마음의 조복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가사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으면 굳이 조복하여 적정케 한 다음 숨을 셈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마음의 해탈됨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만일 숨을 낼 적에 뜻이 진실로 해탈치 않았으면 조복하여 해탈치 않았으면 조복하여 해탈케한 다음 내는 숨을 셈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덧없음을 보아 곧 안다고 이르는가.
모든 숨이 모두 덧 없음을 보아 내는 숨을 셈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285)
어찌 숨을 낼적에 욕이 없음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숨의 일어나고 멸함을 보아 이렇듯 욕을 여윔이니, 이는 곧 욕 여윔을 내는 숨에서 보아 앎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 적에 적멸을 보아 곧 안다고 이르는가.
숨을 낼때 멸진을 봄이니, 이는 내는 숨에서 적멸을 보아 곧 앎이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한다.
어찌 숨을 셀적에 도의 갈래를 보아 곧 스스로 안다고 하는가. 숨의 나오고 멸하는 곳을 봄이니, 그런 뒤에야 마음이 곧 번뇌를 여의게 된다.
번뇌를 여의어 욕을 없애고 삼계를 버리면 뜻이 곧 해탈하나니 이 뜻을 호지하면 이 숨을 셈이 된다.
이렇게하여 내는 숨과 들이는 숨이 열 여섯 가지 특승의 설명이 된다.
행하는 이가 내고 들이는 숨을 관찰함은 적정을 구하기 위한 까닭에 마음을 멈추게 하나니, 그 적정에서 두가지 일을 얻게 된다 첫째는 범부요, 둘째는 부처님 제자이다.
어찌 범부가 적정을 구하는가. 마음을 멈추어 오음의 번뇌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286)
무슨 까닭에 모든 번뇌의 환난을 제거하려고 하는가. 첫째 선정을 얻으려는 것이다.
무슨 까닭에 첫째 선정을 구하려고 하는가. 오신통을 얻으려는 것이다.
어찌 부처님 제자가 적정을 구하는가. 구하는 것은 온난을 얻으려고 함이다.
무슨 까닭에 온난을 구하는가. 정위를 이루려고 함이니, 오음이 공하여 죄다 <내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을 이 정위라 이른다.
무슨 까닭에 정위를 구하는가. 네 진리를 보아 법인에 따라 향하려는 것이다.
무슨 까닭에 법인을 따라 구하는가. 세간의 최상법을 구하려는 것이다.
무슨 까닭에 세간의 최상법을 구하는가. 모든 법이 죄다 괴로울뿐임을 알아서 삼십칠 조도품(助道品)을 분별하려는 것이다.
무슨 까닭에 모든 법이 괴로움뿐임을 알려고 하는가. 팔지(地)를 얻으려는 것이다.
(287)
무슨 까닭에 팔지에 뜻하는가. 사람으로서 도의 자리를 이루려는 것이다.
어찌 범부가 숨 셈으로 인연하여 적정에 이르게 된다고 하는가. 마음을 숨 세는데 두었으므로 한결 같은 뜻이 어수선하지 않고 딴 생각이 없음이다.
이런 까닭에 그 숨 셈으로부터 적정에 이르게 되고 그 방편으로부터 모든 오음의 번뇌를 모두 소제하게 된다.
이 때는 가사 그 숨이 나가고 들어올지라도 항상 마음과 함께 그 생각을 반연하게 된다. 들이는 숨도 이와 같이 된다.
만일 내고 들이는 숨에 나아가는 바를 관찰하면 이 행이라 이르고 마음 속이 기쁘면 이 환희라 이르고, 뜻에 맞으면 이 편안이라고 이르고, 마음이 첫째 자리를 얻으면 이 안정된 뜻이라 이르고, 다섯 번뇌를 제거하면 마음 소기 따라 해탈하고 이로부터 집착을 여의게 된다.
어찌 집착을 여의었다 이르는가. 모든 생각과 애욕과 착하지 못한 법과 행을 버림이다.
이와 같이 기쁘고 편안하며, 마음이 안정됨을 얻으면 다섯 번뇌를 끊게된다.
(288)
그 숨 세기로 인하여 오덕을 구족하게 되고 오덕으로 인하여 첫째 선정을 얻게 된다.
이미 첫째 선정을 얻어 익히고 행하여 놓지 않으면 첫째 선정이 안온하고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게 된다.
신통을 구하려면 신족에 뜻할 것이니 하늘 눈으로 환히 보며 하늘 귀로 환히 들으며 본래의 생을 알며, 남의 마음을 알며 뜻대로 자재하게 된다.
비유컨대 금 다루는 기사가 자마금을 가져 자재로 조작하여 영락과 반지와 팔찌와 발자개 같은 것을 뜻대로 만들듯이 이미 네 선정을 얻으면 자재함이 그와 같나니 이것이 다섯 신통이다.
어찌 부처님 제자가 내고 들이는 숨을 세어 적정을 얻는다 이르는가.
수행하는 이가 고요히 사람이 없는 곳에 앉아서 마음을 거두어 흩어지지 않게 하고 입을 다물며 정진에 오로지하여 내고 들이는 숨을 관찰하는데 숨이 코에서 굴러 목구멍에 이르렀다가 드디어 배꼽 속에 이르게 하고 다시 배꼽에서 도로 코로 나오게 하되 마땅히 내는 숨이 다르고 들이는 숨이 같지 않음을 관찰하여 뜻으로 숨을 따르게 하며, 내고 들임을 조절하여 마음으로 어수선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289)
이 숨을 셈으로 인하여 뜻이 안정하고 적정함을 얻어 이 중간에 딴 생각을 영원히 없애고 오직 부처님과 법과 성중(聖衆)의 덕과 고·집·멸·도등 네 진리의 뜻 만을 생각하므로 곧 환희를 얻게 되나니 이것을 온난이라 이른다.
비유컨대 사람이 불을 불면 뜨거운 기운이 낯에 향하되, 불이 낯에 닿는 것은 아니고 다만 기운뿐이다.
그러나 불의 뜨거운 자체는 가히 불어서만이 일으키지 못하듯이 마땅히 이렇게 알고 보면 온난도 그와 같은 것이다.
무엇을 온난법이라 이르는가.
쉽사리 구족하지 못할 선본이 대체 아홉 가지가 있나니, 즉 하(下)의 유화(柔和)와 미(黴)의 유화와 승(勝)의 유화가 있으며, 중(中)에서 하와 중에서 중과 중에서 상의 유화가 있으며, 상에서 하와 상에서 중과 상에서 상의 유화가 있다.
저 하의 유화와 미의 유화는 이 온난의 선본이라 이르고, 그 중에서 하와 중에서 중과 중에서 상의 유화는 이 정위의 선본이라 이르고, 그 하에서 상과 중에서 상과 상에서 상의 유화는 이 유순법인(柔順法忍)이라 이르며, 상에서 중과 상에서 상의 유화는 이 세속에서 거룩한 법이라 이르나니 이 아홉 가지가 선본의 이치이다.
그러므로 세속일과 모든 번뇌를 다 수행치 못하였다가 만일 온난의 행을 얻어 숨 세는 생각을 지닌다면 이로부터 생각이 한결 같게 된다.
(290)
만일 숨을 돌이킬 적이라면 뜻이 그 숨을 따라 딴 생각이 없고, 만일 숨을 낼적이라면 숨의 나가고 돌아옴을 알아 마음이 불·법과 성중과 고·습과 멸·도에 들고 또한 그 마음이 온난에 있어 더욱 수승하게 되나니 이 것을 정위라고 이른다.
마치 사람이 높은 산 위에 머물러 사방을 관찰하면, 혹은 산에 올라오는 이도 있고, 혹은 도로 내려가는 이도 있듯이, 혹은 거룩한 도에 드는 이도 있고, 혹은 범부의 자리에 드는 이도 있나니, 수행하는 이가 이미 정위를 얻고서 범부의 자리에 드는 것은 몹시 걱정스러울 일이다.
비유컨대 산 물이 흘러 그 구비가 거세고 파도가 가로 질르는데, 건너려는 사람이 물 속에 들어 헤엄쳐서 저쪽 언덕에 이르려고 하다가 돌아치는 파도에 저지되어 중류에 있게 되면 이미 피곤함이 극심하여 드디어 파도에 휩쓸려 그 밑에 빠지고 말 것이니, 그 사람은 반드시 죽을게 의심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요, 저쪽 언덕에 있는 사람들이 대신 걱정하듯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다.
(291)
이미 밝은 스승을 만나 아침·저녁으로 깨우쳐 가부를 틀고 앉으며, 나쁜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으며, 풀방석에 앉아 그 몸을 고되게 하고 도리어 흐름에 휩쓸리게된 것은 정욕에 투입하고 마음이 한결같지 못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생각의 흐름에 빠짐이니 어떻게 도의 밝음을 얻을 것인가.
그러므로 마땅히 수행하는 이를 대신하여 걱정할 일이다.
또한 어떤 도사가 많은 재보를 싸가지고 빈 들판 험난한 길을 지나서 자기 집에 이르려고 하다가 갑자기 악한 도적을 만나 재물을 잃는다면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마땅히 수행하는 이를 위하여 걱정하는 것도 그와 같다.
비유컨대 농사꾼이 오곡을 심어 열매가 무성하여 벨 무렵을 당하였는데, 갑자기 우박과 서리가 내려 오곡의 열매를 없애고 오직 풀만 남았다면, 그 사람이 걱정하듯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이미 정위를 얻고도 범부의 자리에 들게 된다면 마땅히 걱정할 일이다.
이미 정위를 얻고도 다시 타락하는 것은 혹은 나쁜 벗을 만나고 애욕을 생각하여서이며, 혹은 부정을 정으로 알고 정을 부정으로 알아서이며, 혹은 멀리 노닐기를 좋아하고 정진에 한결같지 못하여서이며, 혹은 장구한 병이 걸렸거나 또는 흉년을 만나 주리고 곤궁하여 입에 풀칠을 잇지 못하여서이며, 혹은 집안 일과 부모와 형제와 아내와 자식과 친속들을 생각하여서이며, 혹은 거처하지 못할 시끄러운 가운데 앉아서이다.
(292)
이미 정위를 얻고도 도의 과를 이루지 못하면 쇠하고 늙음이 장차 이르러 마음이 드디어 흐려지고 갑자기 중한 병을 얻어 목숨이 다하려고 한다면 일찌기 독실히 믿었던 불·법과 성중과 고·집과 멸·도를 영원히 다시 믿지 않아 마땅히 익혀야 할 정을 도리어 놓고 마땅히 관찰해야 할 것을 관찰하지 않으며, 또한 정진을 게을리 하여 본래 생각하였던 법을 영원히 다시 생각지 않게 되나니 그러므로 그 정위로 조차 타락함이라.
어찌 정위에서 물러가지 않는다 이르는가.
일찌기 믿었던 바를 날로 더욱 믿으며, 본래 정하였던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하며, 관찰하던 바를 잃지 않아 늘 살피고 정진하여 먼저 보다 더욱 증장하며, 생각하던 법을 오로지 정진하여 놓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정위에서 물러가지 않게 된다.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 그 정진에 오로지하고 마음과 생각을 한결 같이하여 각기 구경법을 생각하며,일찌기 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아 새 것과 옛 것에 염착(念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곧 내는 숨이 다르고 들이는 숨이 같지 않음을 알게 되며, 내고 들이는 숨이 다르므로 그 마음으로 하여금 생각을 내게하는 것이다.
앎과 소견이 이 같으면 모든 생각이 없어지나니, 이것을 중에서 중과 중에서 상의 법인을 얻었다 이른다.
(293)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 없고 이 관법을 지어 앞의 뜻과 뒤의 뜻이 일찌기 착란치 않아 분별 하고 살핀다면 마음이 어찌 왔다 갔다 하겠는가. 이것이 상에서 중과 상에서 하의 유순법이라 이른다.
가사 그 마음이 선정에 한결같기를 좋아한다면 뜻이 흔들리거나 어수선하지 않나니 이것을 상에서 중의 유순법인이라 이른다.
그 법인은 어디에 따르는가. 네 진리에 따르고 진리에 멈추는 것이다.
마음이 이와 같으면 드디어 청정을 이루게 되므로 이를 신이라 이르고, 아무리 이를 얻고 신의 근본은 이루지 못하였을지라도 이 신을 얻어 입과 마음이 견고해지므로 이를 정진이라 이르고, 아직 능히 정진의 근본을 이루지 못하였을지라도 뜻이 모든 법에 향하게 되므로 이를 한결같은 마음이라 이르고, 생각의 근본을 이루지 못하였을지라도 마음과 뜻이 한결 같으므로 이를 안정된 뜻이라 이르고, 선정의 근본을 이루지 못하였을지라도 모든 법을 관찰하고 그 뜻을 분별하므로 이를 지혜라 이른다.
지혜의 근본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이 오음을 억측하여 모든 감관에 향함이요, 도의 근본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생각을 두어 소유를 억측함이요, 안정된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소견이 어수선함이니, 이것을 상에서 중과 상에서 상인 세속의 거룩한 법이라고 한다.
(294)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빛의 일어나고 멸하는 곳과 느낌.가.뜻을 분명히 알 것이니, 일어나고 멸하는 근본을 관찰하고 그 과거와 장래의 인연을 살펴 원 없는 선정을 행하며 따라 해탈문에 들고 생사의 괴로움을 살펴 「이 오음은 걱정뿐이다」고 헤아리면 의심이 없어지게 된다.
이 때는 고법인(苦法忍)을 얻었으므로 이미 괴로움의 근본을 봤고, 혜의 안목을 얻었으므로 십결을 제거하게 된다.
무엇이 열 가지냐.
첫째는 몸을 탐락함이요, 둘째는 귀신에 홀림이요, 세째는 삿된것을 봄이요, 네째는 망설임이요, 다섯째는 계율을 잃음이요, 여섯째는 의심함이요, 일곱째는 애욕이요, 여덟째는 성냄이요, 아홉째는 난체함이요, 열째는 어리석음이다.
이 열 가지를 버리고 이미 이 마음을 얻으면 곧 번뇌없는데 향하여 바른 소견에 들고 범부의 자리를 벗어나 거룩한 도에 머무르며, 지옥과 축생과 아귀의 죄에 범하지 않고 끝까지 헛되이 죽지 않아 마침내 도의 자취를 이루게 된다.
(295)
원 없는 삼매에 들어 정수를 행하면 이미 해탈문을 향하여 일어나지 않은 악법은 다시 생겨나지 않아서 모든 악이 저절로 다하고 일어나지 않은 법념은 마땅히 일으켜서 일으킨 선법이 구족함을 이루게 된다.
마음이 이미 이와 같아 하고싶은 대로 하는 것은 자자(自恣)라 이르고, 뜻이 한결같은 것은 이 자재의 정의라 이르고, 이 차례대로 따라 믿고 생각하고 정진하고 관찰하고 호지하는 것은 이 믿음이라 이르고 그 행을 생각하는 것은 이 자자 삼매라 이르나니, 오로지 도에 정진하여야 신족을 얻는다.
가사 몸과 입과 뜻이 견고하기를 수행하면 이 정진의 정이라 이르고, 뜻을 마음과 의식에 오로지하면 이 뜻의 정이라 이르고, 도의 이치에 들려고 하면 이 계율을 살피는 정이라 이르나니, 이 인연으로 사신족을 이룬다.
이미 사신족을 얻은 것은 이 믿음의 근본이라 이르고, 몸과 마음이 견고한 것은 이 정진의 근본이라 이르고 바른 법을 생각하는 것은 이 뜻의 근본이라 이르고, 그 마음이 한결같은 것은 이 선정의 근본이라 이르고, 능히 법을 분별하여 나아갈 바를 아는 것은 이 지혜의 근본이라 이르나니, 이 까닭에 다섯 근본을 구족함이다.
(296)
그 온난을 믿는 것은 이 믿음의 힘이라 이르나니, 정진의 힘과 뜻의 힘과 적정의 힘과 지혜의 힘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능히 이 오력을 성취하여 모든 법에 미치는 것은 이 마음의 각의라 이르고, 모든 법을 분별하고 구하는 것은 이 법의 각의라 이르고, 몸과 마음이 견고한 것은 이 정진의 각의라 이르고, 마음으로 기쁨을 품어하고 싶은 것을 얻은 듯한 것은 이 희(喜)의 각의라 이르고, 몸과 뜻이 유순에 의지하여 어수선하지 않는 것은 이 신의 각의라 이르고, 그 마음이 적정에 오로지한것은 이 선정의 각의라 이르고, 그 마음이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멸하고 뜻이 원대로 되는 것은 이 호의 각의라 이르나니 이 까닭에 일곱 각의를 이룸이다.
가사 모든 법의 이치를 분별하여 관찰하면 이 바른 소견이 되고, 모든 생각하는 바가 삿된 원이 없으면 이 바른 생각이 되고, 몸과 뜻이 견고하며 이 바른 방편이 되고, 마음이 경의 이치에 향하면 이 바른 뜻이 되고, 그 마음이 한결 같으면 이 바른 선정이 되고 세 가지가 죄다 청정하면 곧 바른 명과 말과 업이 되나니, 이에 팔정도의 행을 이룸이다.
(297)
이 팔정도 가운데 바른 소견과 바른 생각과 바른 방편, 이 세가지는 관법에 속하고, 그 바른 뜻과 바른 선정이 두 가지는 적정에 속하나니, 이 관법과 적정 두 가지는 마치 두 마리 말이 한 수레를 끌고 가는 것과 같다.
번뇌와 한결같지 못한 심법이 없으면, 곧 삼십칠품에 들고, 이 삼십 칠품법을 구족하므로 곧 괴로움을 알게되니 이렇게 비량한다면, 바로 둘째 번뇌없는 마음을 얻음이라.
이때 「지금 욕계에도 오음의 괴로움이 있고, 색계와 무색계에도 또한 그러하여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괴로움을 알고 인에 따르는 지혜를 성취하였다고 이르나니, 이 세째 번뇌없는 마음을 세움이다.
이미 이 행을 얻어 괴로움을 본 까닭에 십팔결을 제거하고 벌써 색계를 지나 무색계를 초월하여 지혜에 따르므로 곧 네째 번뇌없는 마음을 얻나니, 이미 네째 번뇌없는 마음 얻으면 곧 삼계의 괴로운 번뇌를 해탈하고, 바로 혼자 「내가 이미 환난을 해탈하여 여러 번뇌가 있지않고 괴로움을 해탈하였다.」고 깨우치게 된다.
(298)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괴로움의 근본이 어디로 말미암은 것인가. 본래 사랑으로부터 집착의 그물이 생겼나니, 이전부터 사랑에 훈습하여 지금까지 환난을 만났었다.
영원히 사랑의 뿌리를 뽑으면 여러 번뇌가 없어질 것이니, 고난스러운 사랑과 즐거워하는 뜻이 어디로 부터 있을 것인가.」고 한다면, 이는 습을 알아서 없애는 법인이라 이르나니, 이 다섯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욕계의 모든 습과 집착을 제거하면 곧 칠결을 버리어 욕계의 모든 환난을 뽑을 줄 아나니, 이 여섯째 번뇌없는 마음이 된다.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색계의 근본은 본래 어디로부터 일어난 것인가. 진실히 그 근원을 관찰하건대 욕으로부터 일어나고 낙은 사랑으로부터 생기어, 흐뭇한 뜻으로 기꺼워하게 된다.」고 한다면, 이 일곱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이 행으로 인하여 색계와 그 무색계의 모든 십이결을 해탈하고 마음이 지혜에 따라 훈습하면, 성인의 무리에 드는 초과라 이르나니, 이 여덟째 번뇌없는 마음이 된다.
(299)
이 때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삼계를 보아 고·습을 제거하고 욕에 애착함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안온이라 이르고 적멸을 좋아하여 흐뭇한 뜻으로 달갑게 여기면 이는 멸진혜의 법인이라 이르나니, 이 아홉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이미 이 뜻을 얻고 본래 멸진을 보아 욕계 칠결의 속박을 제거하면 이 열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만일 혼자 생각하기를 「색계 및 무색계에 의착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는 적정이라 이르나니, 이 열 한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모든 십이 의결을 제거하여 이미 이 환난을 해탈하면 곧 멸진혜를 얻나니, 이 열 두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300)
이 때 혼자 생각하기를
「미증유를 얻었음이 마치 불세존께서 법을 알으시 듯 하여 이에 이도의 이치로부터 욕계의 괴로움을 알아 곧 버리며, 습으로부터 나를 알아 습을 여의고 멸진에 이르렀다.」고 한다면, 이로 인하여 도혜의 법인에 들게 되나니 이 열세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이때 도로서 욕계를 보아 팔결을 버리면, 이를 버린 다음에는 마땅히 이 법혜 일으킴을 얻나니, 이 열네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이 때를 맞추어 속으로 생각하기를
「미증유를 얻었다.」고 한다면, 이 도행으로서 색계와 무색계의 괴로움을 해탈하고 모든 습을 제거하여 멸진을 증득하나니, 이 열 다섯째 번뇌 없는 마음이 된다.
뜻이 그 도로부터 색계와 무색계의 십이결을 제거하여 이 결이 이미 제거되면 곧 도혜(道慧)를 일으키므로 이 열여섯째 번뇌없는 마음이 되나니, 때에 따라 십팔결을 제거하고 또한 십상결(想結)을 버리게 된다.
(301)
왜 그러는가.
마치 강과 하수에서 얻은 한 방울의 물처럼 구경의 도는 강과 하수의 물과 같고 아직 제거하지 못한 그 나머지는 한 방울의 물과 같기 때문이다.
이에 도의 자취를 이루어 마침내 성현에 이르며 일곱번 돌이켜 하늘에 나고 일곱번 돌이켜 인간에 나는데도 영원히 괴로움의 근본을 다하게 된다.
수행하는 이가 이같은 비량으로 여러 번뇌의 뿌리를 뽑고 생사의 흐름을 끊으면 마음이 기꺼워 이미 삼도를 해탈하고 오역을 범하지 않으며, 이도(異道)를 여의고 그 선지식을 만나며, 외도를 조차 희망하지 않고 중우의 덕을 기대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일곱번 돌이켜 나는 환난을 겪지 않으며 일찌기 계율을 범하지 않고 수 없는 밝음을 보아 낮과 밤으로 기쁘게 된다.
비유컨대 사람이 흉년 든 곳을 피하여 풍년든 나라에 이르듯, 험난한 데를 벗어나 편안함을 얻은듯, 옥에 매였다가 벗어남을 얻은 듯 병이 나아서 마음으로 기뻐 뛰노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아 반 수의로 인하여 적멸을 얻나니, 적정을 구하려면 이렇게 익혀 행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졸음과 또한 게으름을 깨우쳐
몸에서 숨 나오는 때 분별하며
들이는 숨 수행해 돌이키고 깨끗함 생각하면
이를 몸과 숨의 그 수행이뤘다 이른다.
법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