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권에는 제24 관품(觀品), 제25 학지품(學地品), 제26 무학지품(無學地品), 제27 무학품(無學品) 등이 들어 있다. 5음(陰)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은 고(苦), 공(空), 무상(無常)한 것임을 쉽게 깨닫도록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수행의 각 단계마다 달라지는 번뇌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24, 관품(觀品)
(302)
두 눈썹 사이의 백호상
그 밝은 햇빛보다 빛나고
또한 곤이가 공중에 날으는듯
멀고 가까운데 안 보임이 없으시다
그 몸은 사자와도 같으시고
천제의 모양보다 초월하시며
어깨와 가슴은 넓고 좋으시니
불세존께 머리 굽히기 원합니다.
팔뚝은 정중하고 발은 평만하며
세존의 배꼽은 물 도는듯 하시고
무릎과 장딴지는 그 기둥과 같으시니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머리굽힙니다
눈은 길고 좋아 푸른 연꽃과 같고
몸의 솜털은 공작과도 같으시며
마음은 늘 멈추어 적정에 두시나니
저는 부처님에게 귀명하옵기 원합니다
(303)
수행하는 이가 무엇을 관법이라고 이르는가. 만일 한가한데 이르면 혼자 나무 밑에 앉아 오음의 근본을 살피되 괴로움과 공과 덧 없음과 몸 아님과 빛·느낌·생각·지어감·의식과 몸의 본래 없어서 오십오사에 탐착할 것도 없고 또한 곳도 없는 진리를 여실히 봄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인욕을 행하고 관법을 얻어
오음의 근본 일어나는데 살피며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보아서
오십오를 분별하고 해설한다
(304)
무엇을 오십오사라 이르는가.
이 몸은 물거품과 같아 가히 손으로 잡지 못하며, 이 몸은 바다와 같아 오욕을 싫어하지 않으며, 이 몸은 강물이 큰 바다에 돌아가는 것과 같아 늙고 병들고 죽음에 나아가며, 이 몸은 똥과 같아 밝은 지혜 있는 이의 버리는 바이며, 이 몸은 모래성과 같아 마멸되어 돌아가며, 이 몸은 변방 경계와 같아 원수와 도적을 많이 겪으며, 이 몸은 귀신의 나라와 같아 보호할 이가 없으며, 이 몸은 뼈에다가 살과 피를 발라 놓은 것같으며, 이 몸은 뇌수에다가 힘줄을 얽어 세운것 같으며, 이 몸은 궁벽한 곳과 같아 음난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들어 있으며, 이 몸은 빈 벌판과 같아 어리석은 이가 미혹하게 된다.
(305)
이 몸은 험난한 길과 같아 언제나 좋은 법을 잃으며, 이 몸은 노름꾼과 같아 백팔 애착이 조립 되었으며, 이 몸은 깨뜨러진 그릇과 같아 늘 번뇌가 흐르며, 이 몸은 꽃 병과 같아 그 속에 부정만 가득하며, 이 몸은 똥통과 같아 아홉 구멍에서 늘 흐르고 있으며 이 몸은 시궁창과 같아 온통 더러우며 이 몸은 환술로 어리석은 사람을 미혹하는 것과 같아 바른 진리를 식별하지 못하며, 이 몸은 마늘과 같아 몸과 마음을 태우고 독치하며 이 몸은 썩은 집과 같아 음식만 부패시키며, 이 몸은 구멍과 같아 깨끗하고 더러운 것이 나가고 들어올 뿐이다.
이 몸은 마른 꽃과 같아 쉽게 늙음에 이르며, 이 몸은 이슬과 같아 오랫 동안 유지하지 못하며, 이 몸은 종기와 같아 부정한 것이 흘러 나오며, 이 몸은 장님과 같아 빛의 근본을 보지 못하며, 이 몸은 집과 같아 사백 네 가지 병이 모여 있으며, 이 몸은 통과 같아 모든 더러움이 새고 여러 때가 모였으며, 이 몸은 상자에 독사가 들어 있는 것과 같으며, 이 몸은 맨 주먹으로 어린이를 속이는 것과 같으며 이 몸은 무덤과 같아 사람이 보고 무서워하며, 이 몸은 독사와 같아 늘 성냄의 불이 타오르며, 이 몸은 전복된 나라와 같아 십팔결이 말미암는 것이다.
(306)
이 몸은 묵은 궁전과 같아 사매가 들끓는 것이며, 이 몸은 동전을 밖에는 금을 발라서 가죽 주머니에 싸놓은 것 같으며, 이 몸은 빈 마을과 같아 육정만이 들어있는 것이며, 이 몸은 아귀와 같아 늘 음식만 탐구하며, 이 몸은 들 코끼리와 같아 늙고 병들고 죽음에 넘어지며, 이 몸은 죽은 개와 같아늘 가리워져 있으며, 이 몸은 적과 같아 늘 원수를 품었으며, 이 몸은 파초와 같아 견고하지 못하며, 이 몸은 파괴된 배와 같아 육십이 소견에 속인 바 되었으며, 이 몸은 음난한 소굴과 같아 선과 악을 가리지 않는다
이 몸은 썩은 누각과 같아 착한 생각을 무너뜨리며, 이 몸은 목구멍병과 같아 그 속에 더러운 것만 들어 있으며, 이 몸은 이익됨이 없고 속과 겉으로 환난만 있으며, 이 몸은 주인 없는 무덤과 같아 음난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침해만 받으며, 이 몸은 구제할 이가 없이 늘 위험만 만나며, 이 몸은 보호할 이가 없어 여러 병만 몰렸으며, 이 몸은 돌아갈 데가 없어 죽음이 핍박하며, 이 몸은 저 거문고가 줄로 인하여 소리나는 것과 같으며, 이 몸은 저 북이 가죽과 나무로 싸고 덮여져서 따져 보면 본래 빈 것과 같으며, 이 몸은 배기와 같아 견고함이 없으며, 이 몸은 잿 성이 바람과 비에 파괴되는 것과 같아 늙고, 병들고 죽음에 돌아가게 되나니, 이 오십오사로 몸의 더러움을 관찰한다.
(307)
이 몸은 사기이며 허망이며 반복한 것이어서, 친우를 믿지 않고 자비를 놓아 친하고 소박함이 없다.
비유컨대 꿈과 허깨비와 그림자와 메아리와 아지랑이가 갑자기 변화하여 나타나듯, 또한 원수가 늘 공경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호의를 사듯하여, 목욕하고 머리 빗고 음식먹고 의복 입고 평상과 와구를 안론하여 곳에 따라 편리만을 구하다가 사람을 이끌어 곤궁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 환난에 향하게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몸은 늘 음식을 먹고
오욕을 멋대로 하며
편안케 하여 친우인듯 하지만
진실히 살펴 보면 곧 원수일세
구제할 이 없고 보호할 이 없으며
항상 허망하고 반복함을 품으며
사람을 이끌어 환난에 이르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에 들게 하네
(308)
사람이 죽은 뒤에는 모두 의례히 썩고 문드러지며, 개 짐승의 먹이가 되고 혹은 태우거나 마른 뼈가 땅에 흩어지게 마련이다.
마땅히 수 없는 법을 인하여, 이몸 보기를 마치 종기처럼 또는 몸에 박힌 화살을 뽑지 않은 것처럼 또는 죄를 범하고 시가에서 사형을 당하는 것처럼하여, 몸의 여러 괴로움 나면 죽는 것을 살펴야 한다.
탐착하는 바 있는 것을 빛이라 이르고, 몸에 보드라움과 만나는 바가 편안하고 위험한가를 살피는 것을 느낌이라 이르고, 깨우쳐 앎이 있음을 생각이라 이르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행이라 이르고, 모든 갈래를 분별하는 것을 의식이라 이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헤아리건대 눈은 주로 빛을 관찰하고
이 몸은 본래 인연으로 얻었으며
보드라움 같은 것으로 행을 이루었나니
빛 없는 마음으로 여러 덕을 살펴야 한다
(309)
비유컨대 강가에 저수지가 있는데 여러 코끼리가 몰려들어 씻고 목욕하고 마시며, 그 속에 있는 푸른 연의 꽃과 줄기를 뜯어 먹고는 다시 돌아갔다.
그 때 발자국이 진흙과 모래 위에 환히 나타나 크고 작기도 하며 넓고 길기도 하였다.
사냥꾼이나 소와 염소를 먹이는 이나 나무를 메고 꼴을 짊어진 이나, 길 가는 이가 그 발자국을 본다면 말하기를
『많은 코끼리 떼가 이 곳을 지나갔다』고 할 것이다.
아무리 코끼리는 보지 못하였지마는 그 발자국만은 보았으므로 코끼리 떼가 그 곳에 지나간 줄을 알듯이, 모양이 없는 쌓임의 느낌·생각·지어감·의식과 변천이 있는 보드라움의 느낌·생각·지어감·의식도 그러한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강변 저수지 모래 위에
다닌 발자국이 있으므로
코끼리 놀던 자취를 보고
코끼리 떼 지나간 줄 아나니
이렇게 헤아리건대 닿임으로부터
법과 의식과 생각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나 일어나고 멸하는
인연을 비춰 나타난다네
(310)
그러므로 빛이 없는 여러 생각도 모두 빛에 의지하여야 빛의 법이 있나니, 비유컨대 두 갈대가 서로 의지하여 섯는 것과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빛 없음도 의지하는데 많고
빛 있음도 빛 없는데 의지하나니
저 가지가 나무에 붙었듯
이름과 빛도 또 그와 같다
(311)
그 빛없음은 빛있는데 의지하여 분별하게 피고, 빛있음도 또한 의지할 데가 없으므로 빛없는데 의착하게 된다.
비유컨대 먼저 북이 있은 다음 소리가 나는 것이지마는, 소리와 북이 각기 다르고 같지 않아서, 북이 소리가 아니고 소리가 북이 아닌 것이다.
이름과 빛도 그와 같이 각기달라 합하지 않지마는,서로 굴러 의지하여야 이에 이루는 바가 있고 그 빛없는 쌓임도 자제하지 못하여 제힘으로 만이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장님이요, 한 사람은 앉은뱅이 었다.
같이 딴 나라에 가는데 장님은 눈이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않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않은뱅이는 두 발이 없어 능히 걷지 못하였다.
장님은 앉은뱅이에게 말하기를 『나는 눈이 보이지 않고 발은 능히 걸을 수 있지마는 눈이 몹시 어두워 동과 서를 식별하지 못하며, 그대는 앉은뱅이어서 능히 걷지 못하지마는 이미 눈이 있으므로 그 나아가고 멈추는 걸음걸이의 갈 바를 볼 수 있으니, 지금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서로 의지하여 저 나라에 가고 싶다.』 고 하면서, 앉은뱅이는 장님의 등에 업히어 출발하였다 이는 앉은뱅이의 위력도 아니오, 장님의 공덕도 아니듯이 빛의 법도 그와 같아 능히 독립하지 못하고, 빛 없음도 또한 그러하여 이리 저리 서로 의지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법 생각컨대 독립치 못하나니
그 빛 있는 법 빛 없는 법도 그러하여
세간에 있어 서로 굴러 의지하는 것이
장님과 앉은뱅이 의지해 걷는 것 같다
(312)
그 이름과 빛이 서로 굴러 의지하는 것이 마치 북과 소리와 같고, 또한 활줄과 화살이 서로 의지하여 합하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듯이, 온갖 물건도 그와 같아 인연으로 조차 이루므로, 세력도 없고 자재하지도 못하여 죄다 연기(緣起)로 조차 일을 이에 일으키는 것이다.
수행하는이가 이렇게 업의 근본을 살핀다면, 일어나고 멸함이 있는듯 하여도 본래 소유가 없어 느닷 없이 저절로 나타났다가 다시 멸하며, 생겨남이 없는 것이 생겨나고 일어남이 없는 것은 일어나 모두 덧없는 데로 돌아간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음이 본래 공에 속하여
의지하는 행위 유약하므로
인연으로 합쳐 이루어
이리 저리 서로 의지한다
일어나고 멸함이 덧 없고
흥하고 쇠함이 뜬 구름과 같나니
몸과 마음과 생각과 법도
그와 같이 모두 파괴된다네
(313)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네 가지 일로 그 덧없음을 관찰해야 한다.
첫째는 일체 생겨나는 온갖 물건이 모두 덧 없는데 돌아가는 것이요, 둘째는 그 일어나는 바가 모여 쌓이지 않는 것이요, 세째는 온갖 물건이 멸진하면서도 또한 감쇠하지도 않는 것이요, 네째는 사람과 물건이 모두 파괴에 돌아가면서도 또한 멸진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겨나지 않는것은 생겨나고, 멸진하지 않는것은 멸진하나니, 모든 온갖 물건을 보는데, 마땅히 일어나고 멸함과 보존하고 망하는 것을 이렇게 관찰해야 한다.
이렇게 관찰하는 이는 알지 못하는 바 없고 능히 죄다 보이어 깨우치지 못하는 바 없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과 물건이 아무리 생겨나지만
모아 쌓이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또한 모든 모양을 여의지도 않아
아무리 없어져도 멸하지 않는다
아무리 없어져도 서로 연결하여
모두 네 인연으로 말미암나니
온갖 물건 관찰하길 이렇게 하면
초월하여 처음과 나중을 해탈하리
(314)
수행하는 이가 혼자 오로지 생각하기를
「동·서와 남·북에 소유한 온갖 물건은 모두 덧없는데 돌아가고 요동하여 안정치 못하며, 마침 일어났다가 곧 멸하여 공에 나아가지 않는 것이 없나니, 처음 남으로 부터 덧 없이 늙고, 병들고, 죽음의 환난 만이 늘 몸에 따른다」라고 하여야 한다.
이렇게 관찰하는 이는 삼계에 의착하지 않고 사생을 좋아하지 않으며, 오식에 주착함이 없고 그 마음이 범부의 처하는데 들지 않으며, 가사 고쳐 날지라도 삼결을 제거하나니, 첫째는 음난을 탐함이요, 둘째는 계율을 범함이요, 세째는 의심함이다.
곧 도의 자취를 이루어 함이 없는데 나아가기를 비유컨대 흐르는 물이 모두 바다에 돌아가듯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물건의 일어남을 관찰하여
모두 초월하기를 생각할 것이니
애욕에 속박된 바가
일체 모두 덧 없는 것일세
도세법 얻으려고 하는 이
모든 욕착 모두 여읜다면
이를 도의 자취라 이르나니
함이 없는 궁극에 흘러 향하리
(315)
수행하는 이가 관찰하는 것이 이 같다면 스스로 그몸 관찰하기를 저 독사처럼 여겨질 것이다.
비유하여 말하건대 성에서 불이 났는데 그 성안에는 대중의 도사인 어떤 부자가 있었다.
그는 집이 타서 넘어지는 것을 보고 몹시 근심되어, 속으로 생각하기를
「무슨 방편을 써야 그 속에 요긴한 물건을 꺼낼 것인가」고 하였다.
곧 돌이켜 생각하였다.
「내가 한 상자 가운데 여러 보물을 담아 아무 방에 저장하였는데, 좋은 명월주(明月珠)와 값진 보물이 모두 가득하여 그 값이 끝이 없으며 그 나머지도 헤아릴 수 없다」고 하면서, 속으로 걱정을 품었다.
「이에 앞으로 나아가려 하다가 불이 타오르는 것을 보고 무섭기도 하지마는 보물을 탐내어 몸과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불 속에 뛰어들어 보배 상자가 있는곳에 이르렀는데, 그 주변에는 독사 담긴 상자가 있었다.
그 때 독사는 한참 타는 불이 무서웠고 연기에 그 눈을 쏘였으며, 마음이 산란하여 스스로 깨닫지도, 진실히 살피지도 못하고, 그만 독사가 들어 있는 상자를 잘못 가지고 달려 나오는데, 도둑이 그 뒤에서 추격하여 뺏으려고 하였다.」
그는 도둑이 쫓는 것을 보고 빨리 달렸다.
도둑은 쫓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외쳤다.
『이렇게 너를 쫓아가서 너를 살해할 터이니 가사 상자를 놓고 가면 살기를 바랄 것이요, 가사 놓지 않으면 목숨을 측량치 못할 것이다.』
도사는 도둑의 추격이 가까와짐을 보고, 재보를 잃고도, 또한 목숨까지 건지지 못할까 염려하기를
「내가 마땅히 상자를 열고 그 가운데 요긴한 것만 꺼내어 품안에 넣고, 나머지는 놓고 물러가야 이에 편안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고쳐 생각하고 상자를 열어 보니 오직 독사만 보였다.
그제야 보배가 아니고 이 독사임을 알았던 것이다.
(316)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이미 도의 진리를 체득하면 일체의 모양이 모두 독사와 같이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관법에 이르게 되나니, 관법을 구하려 하는 이는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불이 몹시 타오르는데
사람이 요긴한 물건 꺼내려다가
도리어 독사 담긴 상자를 가지고
그것이 진귀한 보물인 줄 알았네
상자를 열어 보니 페악스러운
독사만 가득히 담겼으므로
그 때야 바로 버리면서
보물이 아닌 줄 알았네
수행하는 이도 그렇게 헤아려
진리를 보고 본래 무를 알며
네 가지 진리를 알아서
몸을 네 독사처럼 불지어다
이렇듯 진리 보기를 행하여
항상 도덕을 생각하면
함이없는 경지를 체득하여
괴로움을 제거하고 편안을 얻으리
스스로 제도하여 해탈문에 들고
남의 모든 더러움도 없애게 되나니
그러므로 분별하고 말하여
덧없는 법을 관찰케 하였노라
25, 학지품 (學地品)
(317)
선의 힘에 용맹하시고
낯빛 금과 같으시며
신족이 빠른 바람보다 초월하여
이르는 지방에 자재히 노닐으시네
몸의 덕은 다함 없음을 이루셨고
조복하여 능히 인욕하셨으며
계율선정 안온을 즐기시나니
중생이 귀의하여 조아리기 원하네
걸음은 반듯하고 어둔 번뇌 없앴으며
그 덕은 그지 없고 소원은 안정되시어
견줄 이 없고 언제나 집착 없으시나니
거룩함 더할데 없는이께 귀의하기 원합니다
교묘한 방편으로 활을 삼아
이에 삿된 원적 항복하시며
번뇌와 모든 더러움 제거하셨나니
귀의하여 한 마음으로 예배하기 원합니다
(318)
수행하는 이가 이미 도의 자취를 얻어 모든 오락이 모두 덧없는데 돌아가는 줄을 보고도 능히 번뇌를 다 제거하지 못하기도 한다.
왜 그러는가. 빛·소리·내음·맛·닿임·생각을 보기 때문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도의 자취를 성취하여서
지혜로 오락의 덧 없음을 알고도
애욕 보기를 저 겁 많은 말처럼 하여
마음으론 집착 않지만 끊지는 못한다네
(319)
비유컨대 어떤 범지(梵志)의 아들이 깨끗한 것을 스스로 좋아하는데, 집 뒤에 나갔다가 갑자기 그 손가락을 더럽히고, 금 다루는 기사(技師)에게 찾아가서 말하였다.
『이 손가락을 더럽혀 깨끗지 못하니 불로 녹여주시오.』
기사는 만류하였다.
『그런 마음을 내지 말지어지다. 딴 방편으로 이 부정한 것을 제거할 수 있나니, 백토(白土)로 문지른 다음 물로 씻으면 된다.
가사 내가 불로 태운다면, 그가 능히 견디지 못할 것이요. 불의 독기가 그 몸에 닿는다면 다시 먼저 보다 더 할것이다.』
범지의 아들은 듣고 곧 성냄을 품어 기사를 꾸짖었다.
『자기 마음으로 남을 헤아리지 말지어다. 자기가 능히 견디지 못하므로 남더러 견디니지 못한다고 하는가.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으로서,손에 때가 끼어 감히 길에 나다니지도 못하겠고,남이 나한테 접촉하든지 내가 남한테가까이하기가 두려워서이다.
(320)
나는 삼경(經)의 근본을 배웠고 또한 육예(藝)를 알며, 말을 배워 수응할 바를 알고 능히 온갖 일을 살피고 이치와 차례와 귀결을 분별하며,삼광(光)과 천문(天文)과 지리(地理)를 식별하고 육십사상(相)을 배워 사람의 녹명(祿命)과 부귀와 빈천과 거처와 전택(田宅)을 알며, 온갖 새의 말을 깨우쳐 미리 재변(災變)을 안다.
(321)
또한 딴 나라에서 원적이 많아 이 국토를 위태롭게 하려고 그 때 태양에 재앙이 비치고 바람과 비가 도수(度數)를 잃고 변괴스럽게 나타나는 별이 미인처럼 울긋 불굿한 모양과 남자 여자와 소·말과 닭 ·염소와 같은 모양을 분별하며 오곡의 가물고 장마지고 귀하고 천한 것을 알며 ,그 별의 움직이고 멈 추는 거동을 알아 그 장마와 가뭄에 소모 됨이 많고 적을 것을 분별한다. 큰 물에 어디가 파괴 될것을 점치고 일월식의 나고 드는 변화를 보며, 만일 임신하였으면 그 남자와 여자를 분별하고 군사에 전투를하는 법을 깨우쳐 깊히 예와 지금을 알며, 五성(星)과 형혹(熒惑)의 범한 분야와 12시와 낮과 밤의 분각을 살피며, 능히 의술의 풍·한열병과 소소한 상처에 무엇으로 치료 할 것을 깨우친다.
(322)
해와 달의 따라 다니는 길과 그 빛의 변한 바가 모두 어떻게 될것과 산이 무너지고 땅이 진동하고 별이 떨어지는 변괴와 모든 별의 소속을 알아 천신(天神)을 받들며, 이전 사람들의 학술을 모두 능히 분별하여 통달치않음이 없고 혜성의 나타나는 것을 점쳐 무슨 징조임을 헤아리는데, 어찌 부정한 것을 내 손가락에 붙여두겠는가. 머뭇거리지 말고 마땅히 내 말대로 따라 이 손가락의 더러운 것을 제거할지어다.』
기사는 듣고 화젓가락을 빨갛게 달구어 그의 손가락을 뽑았다.
그 소년은 뜨거운 고통을 능히 견디지 못하고 손가락을 빼어 입에 물었다.
기사는 크게 웃고, 소년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스스로 총명하고 널리 배워서 옛을 탐구하고 지금을 알아 통달치 않은 것이 없으며, 청정하여 티가 없다고 자랑하고도, 어찌 방금 부정한 손가락을 가져 입속에 넣느냐.』
(323)
그 소년은 대답하기를
『아픔을 당하지 않았을 때는 손가각의 부정한 것만 보았다가, 마침 화독을 당하고 보니, 곧 손가락의 더러운 것을 잊었다』고 하였다.
도의 자취를 얻은 이도 그와 같아, 오랫동안 훈습한 것이 애욕의 번뇌에 있었으므로, 잠깐 동안은 정욕을 여의었다가도 마침 여색을 보면 음난한 뜻이 동하는 것이다.
왜 그러는가. 모든 번뇌를 조금 제거하였을 뿐, 다 안정되지 못한 까닭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색욕을 보면 본래 훈습한 것이어서
아무리 이치 알아 도의 자취 이뤘지만
머리에 생각 꽃을 꽂고 계속 향기를 맡나니
물이 바다로 돌아가듯 뜻의 욕심도 그렇다.
(324)
도의 자취를 얻은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마땅히 음욕에 익히지 않아서 딴 범부가 정욕의 더러움을 말할지라도, 욕심 없음을 좋아하여 타오르는 것을 멸진하고 오로관(惡露觀=해산부가 아래로 끊임 없이 흘리는 혼탁한 물을 관하는 것)을 익히어 낮과 밤으로 놓지 않겠다.」
고 하여야 한다.
이렇게 익히는 이는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이 적어지고 왕환도(往還道)를 얻어, 한번 세상에 돌아오는데 괴로움의 근원을 끊게 된다.
그러나 왕환도를 얻으면 모든 애욕의 일어남이 없이 청정하고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은 희박하지마는, 마음은 오히려 꾼지 못하여 아직 번뇌의 환난이 있다.
비유컨대 어떤 남자의 아내가 얼굴이 단정하여 티끌이 없고 모든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으므로, 남편은 매우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아무리 이런 얼굴은 가졌지마는 이 음귀요 사람이 아니어서, 오직 사람의 피와 살로 음식을 삼는다.
(325)
어떤 사람이 남편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아내는 나찰이어서, 피와 살로 음식을 삼느니라.』
남편은 믿지 않았다가 여러 차례 말하므로, 드디어 남편도 속으로 의심을
품고 시험해 보려고 하여, 밤에 거짓으로 누워 코를 골면서 자는 척 하였다.
아내는 남편이 잠든 줄 알고, 가만히 일어나 성을 넘어 묘지 사이를 찾아갔다, 남편은 바로 그 뒤를 쫓았다.
아내는 옷과 모든 보배 치장을 벗어 한 쪽에 치워 놓고, 낯 빛을 흉악스럽게 변하여 입에서 커다란 어금니가 생기고, 머리 위에 불이 타오르며, 빨간 눈은 불빛과 같아, 몹시 무섭게 생긴 것이 죽은 사람에 앞으로 가까이 하여 손으로 그 살을 훔쳐 씹어 먹는다.
남편은 이런 것을 보고야 이 사람이 아니요 귀신인줄 알고, 곧 집으로 돌아와 평상 위에 누웠다. 아내도 바로 돌아와 남편의 평상에 다가와서 이전과 같이 눕는다.
그 남편이 아내의 장엄한 영락과 단정한 얼굴을 보았을 적에는 이에 친절히 하였다가도, 가사 묘지 사이에서 죽은 사람의 살을 씹어먹던 것을 생각한다면 마음이 곧 싫어지고, 또한 공포를 품었을 것이다.
왕환도를 얻은 이도 만일 겉 모양의 단정하고 아름다움을 본다면 음난한 뜻이 동하다가도, 가사 오로의 더러움과 부정을 말한다면 음난한 뜻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몸 변하는데 갑옷 벗듯 하여
음귀의 모양으로 묘지에 찾아가
죽은 시체 씹기를 밥 먹듯 하므로
남편은 그제야 나찰인지 알았네
(326)
왕환도를 얻은 이가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욕계에 三결(結)이 이미 희박하여지면 그 나머지는 저절로 없어질 것이며 거룩한 진리를 얻으면 저 애욕의 더러움이 괴로움은 많고 편안함 적은 것을 보아서 의례히 욕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저 범부들은 정욕에 뜻 두기를 마치 쉬파리가 죽은 시체에 붙듯 하나니, 나는 무슨 방편으로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모두 멸하여 여지가 없게 할것인가. 번뇌를 다한 선정을 얻은 다음에야, 편안하기가 정거천과 같을 것이다」
라고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왕환도를 얻어
한번 환생하는 동안 수행한 이는
욕의 옳지 못한 줄은 보았어도
그대로 두고 영원히 끊지 못하였다
그러나 음욕의 불이 아무리 왕성하여도
능히 그 마음을 위협하지 못함은
오로관을 지어
욕 미워하길 저 나찰 같이 함일세
(327)
비유컨대 사람이 한참 무더위를 만나, 능히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부채를 구하여 부치며 물에 씻고 목욕하기를 생각하듯이, 왕환도를 얻은 이도 그와 같이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보고 몹시 뜨겁게 여겨 돌이키지 않는 도를 염구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두 길상의 도를 이루었어도
욕을 영원히 제거하지 못했나니
번뇌 없는 선정 얻어야
행이 곧 범천과 같으리
그 몸에 모든 열을
시원한 물로 제거하듯이
가서 돌아오지 않는 도 구하여
이를 얻으면 맑고 시원하리
(328)
이 때 수행하는 이가 오로관을 지어 영원히 색욕 및 모든 성내고 어리석음을 해탈하여 진실히 오음을 쫓아 일어나고 멸하는 것을 보고, 멸진으로 선정을 삼아 지견이 이와 같으면, 바로 오결을 끊어 번뇌의 쌓임이 없어지고 돌이키지 않는 도를 얻어 세상에 돌아오지 않으며, 애욕을 해탈하여 모든 결림과 음귀의 환난이 없을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애욕과 질병의 곤액 해탈하고
늘 오로를 보아 모든 환난 제거하여
공포를 여의고 괴로움을 멀리한다면
세째번인 돌이키지 않는 도 이루리
(329)
맑고 서늘함을 얻어 모든 열이 있지 않으면, 색욕을 보아도 언제나 부정으로만 보이어 더러움을 알게 된다.
비유컨대 먼 데 있는 장사꾼이 몹시 피로한 체 이십구일 어두어 달 빛도 없는 밤중에 성까지 당도하였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돌아서 남쪽 성벽에 이르러 보니, 그 밑에는 빗물이 고인 큰 못이 있었다.
행장을 풀고 주변에 멈춰 서나니, 죽은 사람의 시체와 닭과 개와 코끼리와 뱀 같은 것이 죄다 물에 뜨기도하고 혹은 잠겼으며, 백천만의 벌레는 그 시체 속에서 뛰놀고, 털과 머리칼은 물 위에 떠다니며, 성 안의 쓰레기와 더러운 물은 모두 그 곳에 쏟아져 있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성 곁에 있는 크나 큰 못 물
눈으로 볼 수도 없는데 더구나 마시겠는가
먼 데서 온 장사꾼 성문이 닫혀서
대중이 함께 이 못 가에 멈추었네
(330)
그 때 여러 사람 가운데 아주 먼데 사는 이가 있어 처음 부터 일찌기 이 국토에 온 적이 없으므로 아무 사정을 식별치 못하였다.
몹시 피로하고 배고프고 목마른 나머지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 씻기도 하고, 마음껏 마시기도 하여 배를 불리고 나와서 누웠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사람 처음으로 이 나라에 왔으므로
물에 들어 목욕하여 모든 열을 씻으며
수신에 제사하고 마셔 갈증을 풀며
몹시 피로하여 그대로 누워 잔다네
(331)
이튿날 일찍 일어나자 때는 새벽녘이 되었고 피로도 풀렸다.
이에 잠이 깨어 그 물을 보니 오로처럼 부정하여 혹은 그냥 그대로 달아나거나 또는 눈을 감고 쳐다보지 않는 이도 있으며, 혹은 저절로 코를 싸쥐거나 또는 억지로 토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그제야 물이 더러워 부정한 줄을 알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세째번 도를 얻으면
욕락이 편안치 못한 줄을 보고
선정에 들어 환난이 없어서
욕을 더러운 물처럼 여기리
(332)
이 때 수행하는 이도 선정을 좋아하고 애욕을 살피기를, 저 장난꾼이 부정한 물을 싫어하듯 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사람이 어렸을 적에는 저 혼자 똥을 가져 희롱하다가, 나이가 점차 들어서는 먼저 희롱하던 것을 놓고 다시 딴 것을 좋아할 것이요, 나이가 늙을 막에 이르러서는 모든 낙을 죄다 놓고 법으로 혼자 좋아하듯이, 수행하는 이도 이미 돌이키지 않는 도를 얻으면, 또한 그와 같아 모든 생사와 오도의 낙이 마치 어린이의 희롱처럼 보여서, 더욱 굴러 정진하여 처음과 나중을 해탈하려 하고 생을 즐겨 구하지 않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데 어린 아이가
땅에서 부정한 것 희롱타가
나이가 들어 자라서는
희롱 놓고 딴 낙으로 구르나니
수행하는 이 또한 그와 같이
삼계에 제도하기를 구하여
이에 드디어 정진하면
네 가지 도를 구족하리
(333)
비유컨대 먼 나라에 있는 여러 장사꾼들이 동쪽으로부터 와서 성 밖의 동산에 머물렀다.
그 때 그 성안에는 어떤 아첨 잘 하는 이가 있어 변덕스럽고 믿음성이 없었다.
이에 거짓 음식과 꽃과 향과 기이한 의복을 마련하여, 도사앞에 나아가 문안 드렸다.
『먼 데서 오시는 길에 다른 탈이 없었음을 많이 축하하오며, 배고프고 목마르듯 바란지 오랜 세월에 이제야 받들어 뵈옵게 되었기에 지금 이 소소한 음식을 드리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받아주시오.』
도사는 곧 받아 들었다.
그는 이어 말하였다.
『아예 성에 들어오실 바에는 저에게 크나 큰 집이 있어 그 가운데 좋은 방이 마련되었고 알맞는 물건이 구족하며, 집 안에 샘도 있고 뒷간이 동떨어져 있으며, 모든 수목이 줄을 지었고 기물이 갖추어 있아오니, 위광을 굽히시고 위덕을 굽히시어, 성에 들어 오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여 속인 다음 곧 그대로 사라졌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사람 아첨과 속임수를 품어
먼 데서 오는 여러 장사꾼 보고는
도사를 받들어 맞으면서
음식 공양한 다음 말하길
저에게 집이 있어
높고 크고 매우 좋다고
그 사람 믿음성 있게
속여 말하고 바로 사라지네
(334)
그 때 성 안에 어떤 훌륭한 장자가 있어 그가 도사를 속이는 것을 죄다 듣고, 곧 스스로 나가 도사를 맞으면서 일렀다.
『저 사람을 믿고서 그의 집에 계시려고 하지 마시오. 더러운 떠돌이 물은 그 집 뒤에 있고 똥· 오줌과 똥물 같은 더러운 것은 온통 앞으로 향하여 흐릅니다.
그러므로 가히 머물러 계시지 못할 것이다.』
도사는 듣고 장자에게 대답하였다.
『아무리 집에 냄새가 날지라도 가히 방편을 내어 향을 피우고 꽃을 흩어 뿌리면, 그 더러운 것을 제거할 것입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자는 친절을 품고서
일부러 도사한데 찾아 와
말하기를 그 집 주위에는
더럽고 깨끗지 못하다고 하네
도사는 이 말을 듣고
돌이켜 대답하기를
아무리 더러워도 방편을 내어
향 피우고 모든 꽃 흩겠다고 하네
(335)
그 때 장자는 도사에게 일렀다.
『또한 딴 어려운 것이 있읍니다. 모든 페악한 벌레가 그 물 속에 가득하여 살과 피로 음식을 삼으며, 가사 주린 놈은 당신의 주머니를 뚫고 간수한 물건을 씹어 파괴할 것입니다.』」
도사는 대답하였다.
『내가 마땅히 그의 먹을 것을 따라 주어서, 물건을 뚫지 않게 하겠읍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많은 악한 벌레 집에 있어
살과 피로 음식을 삼아도
내 능히 모자란 대로 주겠다고
도사는 이렇게 장자에게 대답하네
(336)
장자는 도사에게 일렀다.
『그 집 네 구석에는 네 마리 독사가 있어서 흉악스럽고 싸우기를 좋아하므으로 가히 가까이 하지 못하나니, 무슨 방편으로 이 독사를 안돈 시키겠읍니까.』
도사는 대답하였다.
『내가 능히 깨우친 약과 신주를 베풀어 범하지 못하도록 하겠읍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네 마리 독사 그 집에 있어
독을 품고 서로 해치려 하는데
온갖 약이나 신주를 가져
그의 원결 없애겠다고 하네
(337)
이에 장자는 다시 도사에게 일렀다.
『또한 큰 어려운 것이 있읍니다. 담도 저렇듯 오래 묵어서 의례히 무너질 것이요, 벽도 찌그러져서 위험스러우니 가히 의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도사는 대답하기를
『만일 이런 어려운 것이 있다면 내가 능히 거처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무너지지 않도록 할 방편도 없다.』고
왜 그러는가. 만일 무너지면 목숨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 지은지 오래 되어 무너지려하나니
가사 넘어지면 가히 보호치 못하므로
도사는 장자에게 대답하기를
이런 우려 있다면 처하지 않겠다고 하네
(338)
그 때 도사는 그 집의 모든 위험한 흠결을 갖추어 듣고 또 스스로 목도한 다음 마음이 아주 멀리 떠나 의지 하기를 즐겨하지 않았다.
돌이키지 않는 도도 그와 같아, 세존의 가르침을 들어 거룩한 진리를 살펴 안다면 시작하고 끝마치는 생사의 환난을 즐겨하지 않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돌이키지 않는 도 얻어 모든 괴로움 여의고
수행하여 한량 없는 편안을 구하며
생사를 생각지 않아 털처럼 여기기를
마치 도사가 그 집에 처하지 않듯 하네
(339)
비유를 해설컨대 저 집은 사람의 몸을 말하고, 더러운 물은 아홉 구멍의 늘 흐르는 부정을 말하고, 물 속에 가득한 벌레는 몸 가운데 팔십 종류의 벌레가 늘 몸 속의 살과 피와 뼈와 뇌를 먹는 것을 말하고, 평평한 땅에 쌓아진 담은 몸을 공양하는 데 음식으로 공급함을 말하고, 그 네 마리 독사는 몸의 지·수·화·풍 사대를 말하고, 집이 썩고 위험하여 낮이나 밤으로 무너지려고 한다는것은 늙고, 병들고 죽음을 말하고 그 수행은 낮과 밤으로 방편을 내어 여러 환난 해탈하려는 것을 말하고, 그 도사는 돌이키지 않는 도를 말함이다.
수행하는 이가 정진에 오로지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삼계를 모두 불 타는 것으로 보아, 눈으로 모든 모양이 죄다 덧없는데 돌아가고 흉패를 여의지 못하는것 관찰하기를, 마치 도사가 그 집의 위험한 것 보듯 해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독사가 독을 품고 폐악하여
가까이 할 수도 없는 체
각기 네 구석에 산다는 것은
사람 몸의 사대를 말함이요
썩어 넘어지려 한다는 것은
몸에 더하고 감함이 있어
항상 만나는 여러 괴로움인
늙고 병들고 죽고 곤궁함을 말함이요
성 안의 아첨하는 사람은
번뇌 있는 선정의 지혜를 얻은
그 사람의 탐욕에 빠지고
사랑에 걸림을 비유함이요
계율을 지닌 장자는
스승이 집착없는 자비로서
항상 수행하는 이를 구제하여
여러 고난 도탈케 함을 말함이다
비유컨대 저 많은 장사꾼
그 가운데 있는 도사와 같이
불자로서 감로를 복응하면
집착없는 도를 얻으리
스승은 수행하는 이를 위해서
괴로움과 공과 덧없음과 몸 아님을 강설하여
저 삼계란 요동하여
편안치 못함을 진실히 보게 하셨네
(340)
마땅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무학의 자리에 이르기를 구하고 진실히 보아 집착을 없애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연설하시어
능히 일체 괴로움을 제도케 하셨나니
나는 부처님의 모든 경을 살펴
무학의 자리를 찬탄하여 말하노라
26, 무학지품(無學地品)
(341)
저 왕이 놓은 술 취한 코끼리
사납고 어금니 몹시 날카로우며
독기를 품은 모든 용도
모두 화도하여 조복케 하시고
여러 공포의 환난 구호하여
늘 자재를 얻게 하시나니
저는 시방 한량 없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예배 드립니다
모든 하늘·용·귀신들도 거룩하고
길상한 이를 받들고
모든 인민들도 목슴을 바쳐
죄나 공경하고 해탈을 얻으려
여러 성의 으뜸인 이에게 머리 굽히기 원한다네
(342)
수행하는 이가 무학의 자리에 이르면, 처음과 나중을 좋아하지 않아 이미 좋아하는 바 없으며, 삼계에 탐착하지 않아 색계와 무색계를 초월하고 일체 속박을 끊으며 , 오근·오력 및 모든 부처님의 깨달은 말씀을 생각하고 멸진을 보아 적정을 삼나니, 이를 영원한 선정이라 이른다.
이렇게 관찰한다면 색계와 무색계를 여의어 경솔하고 스스로 큰 체 함을 멀리 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음을 무학 자리에 멈추면
모든 각의(覺意)를 깨우치고
생사의 괴로움을 제어하여
공포 없애고 좋아하는 바 없으며
모든 환난 다하여 남음이 없고
보는 바 여실한 진리여서
경솔과 혼자 큰 체 함을 제하고
어리석음도 또한 이렇듯 소제하네
(343)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이제 이미 아라한을 이루어 집착 없음을 얻었고 모든 번뇌를 영원히 다하여 깨끗한 행을 닦았으며, 하는 일을 이미 판결하여 무거운 짐을 벗엇고, 스스로 이로움을 얻어 생사를 끊었으며, 평등한 지혜를 얻어 구덩이를 뛰어넘고 더러운 잡초를 제거하듯 번뇌가 있지 않으며, 성현의 종자를 이루어 이미 여기나 저기를 제도할 줄을 마땅히 알겠다.」
고 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행하는 이 무학의 자리에 멈추면
움직이지 않아 거룩한 도 이루어
이미 스스로 이로움을 얻고
괴로움을 제도하여 늘 편안함을 얻으며
한참 무더위에 물 근원이 말라
영원히 흐르는 물 없어지듯
공경히 받들고 경솔함을 여의나니
이것을 집착한 바 없다고 이른다
(344)
이 오음을 끊었으므로 사람 가운데 가장 위가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오음을 끊고서
육신통을 구족하며
모든 번뇌를 제거함이
물로 옷의 때 씻은듯 하며
생사의 환난을 여의고
제도에 의하여 편안함을 얻나니
이것을 가장 위인 정사로서
번뇌를 없앴다고 이른다
(345)
이를 아라한으로서 집착 없음을 얻었다고 이르나니, 응당 하늘 옷을 입고 신궁(神宮)에 거쳐하며, 자전(紫殿)에 노닐으고 음식을 자재로 하며, 갖가지의 음악을 항상 즐기면서 기뻐하고 뛰놀다가 문득 자리로 부터 일어나서 입으로 퍼뜨리기를
『지금 나의 몸이 열 가지 힘을 가진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고 하게 된다.
이것을 얻은 이는 하늘 위와 인간 일체의 중우(衆祐)가 되므로, 모두 받들어 공경하며, 하늘 종자를 더하고 아수라를 버리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한 네 덕으로 육신통을 이루고
인욕의 지혜로 최상을 구했으며
불교에 따라서 구경을 이루나니
그러므로 무학의 자리를 강설한다
27, 무학품(無學品)
(346)
방편으로 모든 괴로움 이기고
길이 모든 애욕 해탈하며
이미 생사의 괴로움 여의고
번뇌를 멸진하였네
해가 솟아 구름을 제거하듯
오로지 모든 애욕의 번뇌 여의며
부처님 거룩한 도에 귀의 하옵고
고통 없이 길이 편안하다네
이미 모든 감각의 경계 해탈하길
비유컨대 사람이 옥에서 벗어난듯
또한 저 자마황금은
불에도 아무렇지 않은듯 하네
열반에 이르기를 결정하여
일찌기 몸을 받지않고
부처님께서 감로를 주셨나니
저는 머리 굽혀 예배드리기 원합니다
(347)
수행하는 이가 남음 있는 열반의 경지에 멈추면, 옛 것을 마치므로 새 것을 짓지 않고 다시 몸을 받지 않으며, 모든 빛·소리·내음·맛·닿임에 있어 일체 집착을 여의고, 다시 갖거나 놓음이 없어 괴로움의 뿌리를 다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도무극(道無極)을 얻으면
길이 욕구하는 바 없고
남음 있는 열반의 자리에 서서
헌 것 마치고 새 것 짓지 않으며
빛과 소리와 내음을 두지 않고
모든 맛과 닿임을 끊나니
비유컨대 저 연꽃이
더러운 물에 더럽히지 않은듯 하며
모든 감관이 이미 안정되여
모든 입의 미혹에 따르지 않기를
금이 철과 섞이지 않은듯이
영원히 생사를 여의고
인연의 집착이 없이
이에 길이 편안하므로
이를 고요한 행이라 이르나니
뿌리 괴로움의 다함 일세
(348)
비유컨대 쇠를 빨갛게 달구어 망치로 두들기면 그 위의 때가 없어진 다음에는 점차 도로 식어져 그 뜨거운 불 기운이 쏠렸던 줄을 알지 못하듯이,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 가사 남음 없는 열반의 경지에 이르러 멸도를 얻는다면 점차 괴로움을 해탈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를 (수행도지경)이라 이름한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망치로 달군 쇠 두드리면
불꽃이 튀기다가 다시 곧 식듯이
그 수행하는 법도 또한 그와 같아
멸도를 얻으면 곳(處)을 알지 못하리
비유컨데 비가 와서 거품이 일었다가
그 거품 없어지면 곳을 알지 못하듯이
가사 행하는 이 멸도를 얻으면
길이 그 향하는 데를 알지 못하리
제천과 신선과 용과 인민들도
멸도를 얻지 못하면 어디에 이를 것인가
수행하는 이도 덧 없음과 공을 헤아려
총명한 지혜로 멸도를 얻어야 한다
가사 수행하는 이가 이를 얻어서
감로를 헤아린다면 이 보다 넘을 이 없나니
이에 깨달아 길이 안온하게 되고
멸도를 얻어 남음 없는 데 이르니
불세존께서 이를 비유해 말씀하시길
저 달군 쇠 두드리면 불꽃이 튀기듯
점차 멸도에 향하는 이는
정신의 나아가는 바를 자기도 모른다고
이미 멸도의 도를 얻은 이는
이렇듯 평등히 해탈하고
부처님 지혜에 밝은 이는
그 정신 편안해 움직이지 않으며
이미 모든 더러움을 제도해
생사와 혼자 큰 체 함을 여의고
저 욕심 없음을 이룬다면
청정하여 맑은 못과 같으니
이 도지경을 받들어 행하면, 점차 해탈을 얻어 함이없는 경계에 이르게 된다 .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함이 없는 경계에 이르러 멸도를 얻으려면
길이 흐림을 여의고 감로를 얻을지니
마땅히 이 도지경을 강설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쫓아야 어둔 데 횃불을 얻으리
지금 말한 이 경을
가사 듣는 이가 있다면
부처님께서 응당 그 길을 지시 하시어
항상 편안함이 다함 없으리
배움이 이와 같은 이는 곧 구경을 얻나니 도의 자리를 수행하면, 마음이 허공과 같아 오신통이 자재하고 처음과 나중을 두려워하지 않아 영원히 꺼져버린 등불과 같이 된다.
법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