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제7권은 제28 제자삼품수행품(弟子三品修行品), 제29 연각품(緣覺品), 제30 보살품(菩薩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도 수행을 시작한 이라면 누구나 보살의 과위를 성취할 때까지 수행을 중단하거나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살의 수행 목적은 시방 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데 있다.
28, 제자삼품수행품(弟子三品修行品)
(349)
높고 큰 부처님 적이 거룩하시고
위신은 가히 헤아릴 수 없으며
도법으로 때 따라 화도하셔
모든 시방을 제도하시네
생사의 더러움을 보시고
법교를 나타내 보이시어
시작하고 끝나는 괴로움 비판하시고
열반을 찬탄하였네
제자의 근기를 분별하여
따라 그 행을 보이시고
점차로 트이고 도유하시어
매우 편안한 데 이르게 하시네
(350)
만일 행을 닦으려면 시작하고 끝마치는 환난과 지옥의 고독과 축생의 괴로움과 아귀의 고통과 인간의 근심과 하늘위 덧 없음을 이루 견디지 못할 것임을 보아야 한다.
이리 저리 두루 도는 것이 마치 수레 바퀴와 같아, 나고 눌고 병들고 죽음과 배고픔으로 목마르고 차갑고 더움과 사랑의 갈라짐과 원수의 모임과 근심하고 슬퍼하는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러 겁으로 쫓아 지나오면서, 부모와 떠나고 형제와 떠나고 처자와 떠나, 슬피 울고 흘리는 눈물은 사해보다 넘고 어머니의 젖을 마신 것은 오강과 사독의 흐름 보다 지나며, 혹은 아비가 아들을 여의고 혹은 아들이 아비를 여의며, 혹은 형이 아우를 여의고 혹은 아우가 형을 여의며 , 혹은 남편이 아내를 여의고 혹은 아내가 남편을 여의어 ,위, 아래로 뛰바뀐 것을 이루어 기록할 수 없다.
수행하는 이가 온갖 괴로움의 뿌리와 어리석음의 근원을 관찰하여 모두 꺼리고 싫어하여야 한다.
다만 이 생사의 괴로움을 해탈하려고 할진대, 낮과 밤으로 정진하여 여도의 이치를 놓지 않고 함이 없음을 구할것이니, 이에 전생의 한량없는 겁으로 쫓아 왔다 갔다 나고 죽었던 것과, 모여 쌓인 몸의 뼈가 수미산 보다 지냈던 것과 그 뇌가 땅에 맥질하여 가히 온 천하를 두를듯 하였던 것과, 죽은 숫자가 삼천세계를 두르듯 하였던 것과, 그 피가 흘리고 떨어뜨려져 고금 천하에 쏟아진 비 보다 많았던 것을 저절로 보게 된다.
수행하는 이는 혼자 천만 겁 동안 이 같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곤액을 관찰한 까닭에, 집을 떠나 수염을 깎고 머리칼을 깎으며, 정신에 오로지하여 도를 구하고 세간의 영예를 받지 않기를 마치 밝은 이가 죽은 시체의 모양을 탐하지 않듯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행을 닦는 이는
생사와 지옥의 고통과
축생과 아귀의 고액과
하늘 위와 세간 여읠 줄을 보네
생사의 돌고 구르는 것이
마치 수레 바퀴와 같아서
부자와 형제가 떠나고
아내와 자식과 떠나며
슬피 울어 흘린 눈물은
사해의 물 보다 넘고
어머니의 젖 마신 것은
다섯 강 보다 지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 집을 떠나
정진에 오로지하여 도법을 위하고
세속의 영애 바라지 않기를
저 밝은 이 독을 버리듯 한다
(351)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가하기를
『내가 미혹되어 온지를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모이고 여의고 근심되고 억울한 고통을 스스로 깨닫지 못함이 마치 몹시 취한 이와 같아,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고 그릇된 말과 지나가는 소리로 혼자 진리를 삼았으며 사랑에 집작됨이 마치 아교와 같아 능히 스스로 제도치 못하였으니, 정진을 행하여 세속을 멀리하고 도를 가까이 하겠다
고 하여야 한다.
비유컨데 어떤 사람이 멀리 딴 나라에 놓아 상업으로 이익을 구하였다.
거기에 간지 오래 되지 않아 큰 병이 유행되어 사망하는 이가 열에서 하나도 남지 않고 죽은 시체가 낭자하여 그 냄새를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또한 훌륭한 의원도 없고 좋은 약으로 치료할 수도 없었다.』
그 사람은 그 나라에 갔던 것을 공포하고 뉘우쳐,
「가사 오지 않았다면 이런 환난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
고 아침 저녁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그 걱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사 나의 병이 나아서 한번 본국에 가게 된다면,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겠다.」
고 하였다.
그 사람은 마침 어떤 훌륭한 의원을 만나 약을 마시고 침을 맞고 뜸질하여 병이 점차 낫고 기력이 건강해졌다.
바로 본국에 돌아와 가족들과 서로 만나자, 스스로 겪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액을 진술하였다.
『이제 부터는 감히 다니지도 못하겠고 저 나라에도 가지 못하겠으니, 한낱 밥을 어디서 구하겠는가.
그러나 스스로 편안하면 그만이니, 어찌 딴 사람들과 접촉할 나위가 있겠는가.』
라고, 그 다음부터서는 저 나라의 이름만 들어도 떨고 두려워하여 집을 나오지 않고 그 몸만 지켰던 것이다.
(352)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이 오도의 괴로움과 음난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의 병폐와 생사의 쉬임 없음을 보아, 아침 저녁으로 정진에 오로지하고 선정에 들어 도를 생각하며, 세존의 가르침을 얻어 열반을 찬탄하고 생사를 비판한다면 이 훌륭한 의원이 된다.
좋은 약을 마시어 병을 제거하였다는 것은 부처님의 경법으로 삼독을 버림을 말함이요, 죽은 시체가 낭자하다는 것은 오음과 육쇠를 말함이다.
그 나라에 갔음을 뉘우쳤다는 것은 혼자
「여러 겁으로부터 지나오면서, 두루 도는 생사와 애욕에 집착하고 마음이 어수선하여 고·집·멸·도의 진리를 보지 못하였으므로, 깨달음의 경지를 얻어야 괴로움을 두려워하고 몸을 싫어하여 열반을 이룰 터인데, 능히 교에 돌이키지 못하고 그대로 불 타는 속에 있었으니 불세존의 나타내 보이신 본래 무를 기대하여야 이에 마땅히 앞으로 전진하여 물러가지 않음을 얻고 나아감과 멈추어 자재로 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멀리 장삿 길을 떠나
딴 나라에 갔다가 병을 만났는데
여러 사람 사망하여 열에 하나 나았고
죽은 시체 낭자한 채 묻어 줄이 없었네
마음으로 그 나라에 온 것을 뉘우쳐
내 어찌 불행히 이 재앙 만나는가 하다가
훌륭한 의원 만나 그 병이 나아서
곧 본국에 와서는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네
생사의 환난 두려워함도 그와 같이 하여
오도의 돌고 도는 괴로움을 보고
혼자 도를 깨닫지 못한 본래 잘못 꾸짖어
생사의 괴로움을 몹시 걱정하면서
한결 같은 정진으로 열반을 구할 것이니
세간의 모든 공포 제도하려고 할진대
시작하고 끝마치는 곤액 시체처럼 여기어
한결같은 뜻으로 함 없는 성에 향하라
(353)
수행하는 이가 목숨이 아차 다하게 되면 해탈을 얻지못하고 도로 사도에 돌아가 헤어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여 마땅히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내>가 있다고 억측하는 것은 저 세간 범부들의 삼보와 어긋나고 어둔 데도 빠짐이다.
비유컨데 옛날 여러 장사꾼들이 멀리 다니면서 삶을 영위하느라고, 넓은 벌판과 사람 없는 곳을 헤매게 되었다.
길을 걷는 데 피로가 심하여 졸다가 누워 자느라고, 시간도 지키지 못하고 또한 병기도 단속치 못하였다가, 갑자기 많은 도적이 몰려 왔음에도 깨닫는 이가 없어 활과 화살을 쓰지 못하고 도적에게 살해를 당하였다.
그 가운데 힘 센 이가 곧 도망쳐 벗어나서, 배고프고 피로한 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계획을 세워 용맹스러운 반려를 구해 가지고, 다시 먼저 길로 쫓아 장사하여 이익을 구하는데 언제나 어두워지면 곧 휴식하여 시간을 지키고 밤에 걷게 되면 활과 화살을 정비하였다.
도적들은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감히 맞서 겨루지도 못하고 당하기 어려울 줄 알고 곧 저절로 물러갔던 것이다.
어두움이라 함은 어리석음의 그물을 말함이니,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지어감을 이루어 의식과 집착과 이름과 빛과 육입과 느끼는 즐거움과 느끼는 사랑을 내게 되며, 몸을 받아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슬픔·고통 등의 뜻에 맞지 않는 행이 있게 된다.
(354)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수행을 말함이요, 피로가 심하여 누워 잤다는 것은 덧 없음과 괴로움과 몸 아님을 깨우치지 못함을 말함이요, 시간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것은 깊은 경의 이치를 생각치 않음을 말함이다.
병기를 단속치 못하였다는 것은 대자와 대비의 지혜에 따르지 않아 스스로 구제하려는 데 급하고 중생을 생각지 않음을 말함이요, 도적에게 위험을 당하였다는 것은 선정에 머물고 공에 들지 못하여 오음과 육쇠에 미혹한 바 되고 네 가지 전도에 떨어져 덧 없음을 덧 있다 이르고 괴로움을 즐거움이 있다 이르고 몸 아님을 몸이 있다 이르고 공을 실제가 있다고 일러, 목숨이 다하면 하늘에 낳다가 그 복이 다하면 세상에 돌아와 삼도를 여의지 못함을 말함이다.
힘 센 이가 도망하여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아라한을 얻었음을 말함이요, 곧 용맹한 반려를 구하여 다시 삶을 영위하였다는 것은 열반에 이르러 아라한의 한계를 알고도 구경에 이르지 못하였다가 부처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다시 큰 뜻을 일으켜 보살이 됨을 말함이요, 무리와 더불어 반려를 삼아 서로 따라 걸었다는 것은 여섯 도무극과 모든 평등행을 말함이다.
밤에 병기를 정비하고 시간을 지켜 다녔다는 것은 대자와 대비로 공행을 분별하여 의착하지도 않고 끊지도 않음을 말함이요, 도적이 저절로 물러갔다는 것은 생멸 없는 법인과 걸림 없는 지혜로 삼계를 공하다고 보아 생사에 두려워하지 않고 ,일체 네 마군이가 모두 항복함을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수행하는 이가 목숨이 다하면
혹 삼악도에 들까 두려워하여
<나>를 억측하지 말고
삼보에 목숨 바쳐야 한다
옛날 어떤 장사꾼들이 있어
멀리 떠나 재리를 구하는데
졸고 또한 누워 자다가
악한 도적의 해 당하였다
그 가운데 용맹한 이가 있어
힘써 도망쳐 벗어나게 되어
집에 돌아와서는 곤액 만났다가
이제야 편안함을 얻었다고 말하였다
이미 나한의 도를 얻어
스스로 그 한계 알고도
능히 열반에 들지 못하면
생사에 걸림이 된다
다시 용맹스런 반려를 규합하여
병기 단속하고 때 지켜 다니므로
도적이 보고 감히 맞서지 못하여
바로 물러나 제 소굴로 돌아갔듯이
함 없는 경계에 이르러
열반의 한계를 알고
보살의 뜻을 일으켜
대자와 대비를 행하며
깊은 공행을 분별하여
의착도 꾼음도 없이
돌고 도는 생사를 해탈하면
삼계의 환난이 있지 않으리
(355)
수행하는 이가 법을 받들어 네 평등심에 들고도 큰 자비가 없다면 마치 조그마한 용이 능히 한 고을에만 비 줄 뿐 두루하지 못하여 아무리 인민을 위하지마는 그 윤택함이 모자라듯이, 나한의 행하는 네 평등심도 그와 같다.
만일 바다의 큰 용은 널리 온 천하를 비 주어 윤택하지 않은 바 없듯이, 보살·대인의 대자와 대비는 널리 중생에 미쳐 제도치 않은 바 없으며, 부처님 천중천의 보시는 마음도 그와 같으시어 나타내어 보이신 한계가 열반만한 것이 없나니, 점차 앞으로 나아가면 큰 도에 이르러 본래 미혹을 알게 된다.
(356)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세 아들을 두었다.
아버지는 어릴적으로 부터 길러 장대함에 이르게하는 데 의식과 의약을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아버지는 점차 나이가 많아 기력이 쇠약해지자, 모든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불효하도다. 너희들 낳고 길러 성숙한 사람이 되게 하였는데, 나의 나이가 이미 늙었어도 공양하여 그 젖 먹여 기른 은혜를 갚으려고는 하지 않고 도리어 나에게 핍박하여 재물과 의식을 요구하니, 무슨 까닭이냐. 마땅히 현관에 알려서 너희들을 치살 하겠노라.』
모든 아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듣고, 곧 두려움을 품어 아버지에게 목숨 바치어 다짐하였다.
『저희들 형제가 어리석었던 탓으로 의리를 알지 못하여 부모의 길러 주신 은덕을 돌아보지 않고 애중히 여기심만 바라고 믿어 스스로 잘못을 살피지 못하였다가 이제 엄격한 명령을 들었사오니, 곧 마땅히 명령을 받들고 효도를 수행하여 딴 사람 보다 뛰어나겠으며, 아침과 저녁으로 게으르지 않아 우리 조상을 욕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 모든 아들은 각기 삶을 영위하여 바다에 들어 보배를 캐고 모든 칠보를 얻었다.
이에 부모를 공양하는 지극한 효도가 높고 넓어, 오직 두 어버이만을 생각하고 제 몸을 돌아보지 않았다.
마침 빛나는 큰 구슬을 얻었는데, 이름은 조명이었다. 바로 가져다가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버지는 그 조명주를 보자 하얗던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빠졌던 이가 도로 생겨나며, 훌륭한 장자가 되어 멀고 가까운 데서 모두 우러러 보았다.
이를 이른바 아버지가 사랑하면 아들이 곧 효도 한다는 것이니, 제자가 수행하는데 어찌 큰 자비가 없겠는가.
아버지가 세 아들을 두었다는 것은 마음과 뜻과 의식을 말함이요, 아들을 길렀다는 것은 음난하고 성낼 어리석음이 삼계에 의착 하였음을 말함이요 옷과 밥은 오음 육쇠와 십이인연의 속박을 말함이요, 아들이 자라매 이어 공양을 바랐다는 것은 모든 정욕에 만족한 줄을 알지 못함을 말함이다.
아버지가 현관을 찾아가 알리려고 하자 두려워 하였다는 것은 덧 없음을 깨닫고 육입을 끊으려함을 말함이요, 아들이 그 명령을 받고 효도를 받들어 행하겠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목숨 바침을 말함이요, 세 아들이 고쳐 효순 하였다는 것은 보시와 지계와 지혜에 근본임을 말함이다
바다에 들어 칠보를 얻었다는 것은 칠각의에 이르러 아라한의 도를 이룸을 말함이요, 드디어 효도가 지극하여졌다는 것은 제자의 한계를 알아 열반의 경계에 이르고 다시 큰 뜻을 일으켜 보살도를 행함을 말함이요, 조명주를 얻어 아버지가 다시 젊어졌다는 것은 현재에 뜻을 안정하여 시방 부처님을 뵈옵고 걸린 바 없음을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 날 어떤 사람이
세 아들을 낳아서
길러 나이 장대케 하였는데
그 대로 아비한테 의식 구하네
아비는 세 아들에게 말하길
나의 나이 매우 늙었으니
너희 마땅히 아비를 공양 할것인데
이미 장대했어도 나의 힘만 바라느냐
너희들을 현관에게 알려서
오독으로 매 때리게 하겠다고
아들은 아버지 명령을 듣고
곧 효도를 받들어 행하였다
곧 바다에 들어 칠보를 구하여
존엄한 아버지를 공양하고
또한 조명주를 얻어서
아버지 다시 젊어지게 하였네
세 아들은 마음과 뜻과 의식을 말함이요
정욕에 만족한 줄 알지 못한
아버지가 꾸짖자 다시 효순한 것은
보시 지계와 지혜의 도를 말함이다
일곱의에 따라서
나한 열반 이루며
크고 깊은 불교를 받고
다시 보살핌을 일으키며
도덕이 매우 크고 높아
시방이 부처님을 뵈옵고
4대의 몸에 걸리지 않음이
마치 허공이 걸림 없는 것과 같네
(357)
비유컨데 옛 날 어떤 거북이가 바다로부터 나와 노닐면서 뚝에 까지 이르렀는데, 어떤 큰 여우가 추격하여 그 목숨을 뺏으려고 하였다.
거북이는 여우가 오는 것을 깨닫고 머리와 네 발을 그 껍질 속에 감추었다.
여우는 멈추어 기다리면서
「가사 머리와 발을 매어 놓기만 하면, 내가 마땅히 움켜 먹겠다.」
고 하였다.
자라는 꼼짝도 않고 있으므로 여우는 지쳐서 놓고 가버렸다.
자라는 큰 용왕에게 찾아가 그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하고 용의 몸과 같이 되기를 구하고야 이에 두려움이 없듯이, 능히 오음을 제어하여 마군이의 농락이 되지 않아야 열반의 도를 얻는다.
용이 되었다는 것은 보살도에 들어 네 마군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중생을 구제함을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라가 머리와 발을 움츠리듯
두려워하지 않는 나한도 그러하며
날개를 얻어 용의 몸 되었듯
보살도 또한 그와 같다네
(358)
비유컨데 어떤 사람은 멀리 나가 재물을 구하되 추위와 더위를 겪으면서 큰 이익을 얻으려고 하다가 때로는 어떤 곳에 도적을 만나 그 사업을 잃기도 하며, 또한 어떤 밝은 사람은 그냥 본 지방을 앉아 교묘한 방편으로 한량 없는 이익을 얻어 사방을 공급하기도 하듯이 공을 쌓고 덕을 쌓아 덧 없음과 괴로움과 공과 몸 아님을 헤아리고, 바깥 온갖 물건의 성과 패를 관찰하여, 혹은 선정을 얻어 나한도를 이루고 다시 뜻을 일으켜 보살도를 구하는 이도 있다.
혹은 통달한 이는 사대가 공하여 안팎이 있지 않음을 알고 큰 자비의 행으로 시방을 가엾이 여겨 아무리 제도한 바 있어도 제도한 바 없다고 하며 도가 멀고 가까운 처별이 없고 혜해탈로 가장 위를 삼으며, 평등각을 얻고 과거 미래 현재가 없이, 마치 허공과 같은 이도 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이 먼 데 장사하듯
제자도 또한 그와 같이
공력을 쌓아 악로를 관찰하고
온갖 것의 덧 없음을 살피며
보살도 마치 저 밝은 사람이
이익을 구하되 먼 데 가지 않듯
생사 없애고 열반 얻어
평등각을 이룬다네
(359)
수행하는 이가 생사를 두려워하고 삼계의 환난을 싫어하며, 괴로움을 두려워하고 몸을 싫어 하면서도, 본래 무를 알지 못하여 재빨리 환난만 초월하려 하고 중생을 생각지 않는다.
비유컨대 군대가 무너지면 모든 못난 사람들은 오직 자기만 구제하려 하고 위험한 액을 구제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런 마음이 있는 이는 부처님께서 위하여 삼독의 번뇌를 제거할 것과 열반의 쾌락을 말씀하시어 어둠을 여의고 밝음에 나아가게 하신다.
(360)
비유컨대 도사가 많은 장사꾼을 거느리고 먼 길을 걷는데, 크나 큰 빈 벌판이어서 물과 꿀이 끊어졌다.
장사꾼들은 울부짖어 탄식하기를
『길은 멀고 먼데 어떻게 능히 하겠는가. 영원히 곤궁하게 되었다.』
그 때 도사는 총명하고 널리 배웠으며 또한 도술이 있었다.
장사꾼들의 속으로 마음 먹는 것이 길 걷기를 걱정하고 싫어하는 줄 알고 바로 중간 지점에 어떤 나라의 성읍과 인민과 토지가 풍락하고 오곡이 풍부한 것을 거짓 지어 놓았다.
장사꾼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서로 의논하기를
『어찌 이렇게 유쾌한가. 본래 너무 지쳤던 까닭에 어느 때에나 이 화난을 벗어나 인간(人間)에 당도할 것이냐고 하였는데, 마침 이런 생각을 두자 바로 이 성에 이르게 되었으니, 마땅히 다시 무엇을 두려워 하겠는가.』라고
그 때 모든 장사꾼은 바로 그 국토에 멈추어 유쾌히 서로 오락하고 음식을 멋대로 하면서 마음껏 휴식 하다가 싫증이 나자, 성곽도 없어지고 국토가 보이지않았다.
장사꾼들은 모두 괴상하게 여겼다.
「무순 까닭에 이러한가」
도사는 대답하기를
『그대들이 걱정하고 싫어하면서, 길이 너무 멀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고 하기에, 내가 일부러 성곽과 국토와 인연을 화작하여 휴식케 하였던 것이요, 그대들이 싫증을 내기에 일부러 없애버린 것이다.』
고 하였듯이, 부처님 말씀도 그와 같아 제자가 수행하는 데 시작하고 끝마치는 괴로움을 두려워하고 (생사의 괴로움을 말함)삼계의 환난을 두려워하여 재빨리 멸도에 들려고 하기 때문에, 위하여 나한의 도를 나타내 보이시어 손쉽게 얻도록 하시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도유(導誘)하여 생사를 해탈하고 삼독(毒)을 다하게 하시며, 함(爲)이 없는 도를 얻어 스스로 통달하고 성취하고 구족하게 하시며, 멸도할 때에 다다르면 부처님께서 앞에 멈추어 큰 도를 나타내신다.
이는 아직 통달이 되지 못하였으며 위 없는 정진(正眞)한 도를 일으키게 하심이니 생멸(生滅) 없는 법인을 얻어 일체지(一切智)에 다 이르러야 이에 통달이 되는 것이다.
비유컨데 어떤 나라에 삼액(厄)을 만났다.
무엇이 세 가지냐. 첫째는 도적, 둘째는 흉년, 세째는 질병(迭病이다.
여러 사람들은 흩어져 딴 나라로 달아났다가 오랜 뒤에 나라가 안정 되자 혹은 돌아오는 이도 있고 혹은 삼액의 환난을 두려워하여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이도 있었다.
(361)
부처님 말씀도 그와 같아 그 나라는 삼계를 말함이요, 삼액을 만났다는 것은 삼독의 번뇌를 말함이요, 버리고 딴 나라로 갔다는 것은 나한을 말함이요,나라가 안정되자 돌아왔다는 것은 보살이 생멸 없는 법인과 깊은 일체지(智)를 얻고 삼계에 도로들어 일체를 제도함을 말함이요,삼액을 만날까 두려워하여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나한이 함이 없음을 얻었으나 삼난(難)의 곳을 두려워하여 능히 돌아와 중생을 해탈시키지 않음을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데 여러 장사하는 이
크고 넓은 벌판을 걷다가
피로하여 당도치 못할까 걱정함므로
이에 도사가 성곽을 화작하였네
여러 사람이 멈추어 쉬이면서
편안히 날과 달을 보내다가
그 마음 싫어짐을 알고서
바로 없애어 나타내지 않았네
부처님 세존께서도 그와 같이
생사의 환난 두려함을 보시고
바로 위하여 영원함이 없음을 나타내어
삼계의 괴로움 해탈케 하시며
반열반에 다달을 때에는
큰 도의 교화를 보이시어
생멸 없는 법인 체득하고
널리 일체를 제도케 하시네
또한 비유컨데 큰 나라에
갑자기 삼액의 환난 만나
각기 흩어져 딴 나라로 갔다가
나라 안정되자 돌아오기도 하고
생사의 환난 두려워 오지 않기도 했나니
그러므로 제자도 그와 같아
돌아오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보살의 시방을 화도함일세
지혜인 방편 가져 화도하여
각기 그 곳을 얻게 하기를
마치 큰 배의 사공이
왔다 갔다 쉼이 없듯이
불세존도 그와 같아
법신으로 왔다 갔다
일체에 두루 돌아
햇빛처럼 온통 비치네
29, 연각품 (緣覺品)
(362)
그 연각으로 쫓아 스스로 요달(了達)치 못함은 이미 위 없는 정진한 도의 뜻을 일으켰어도, 선우(善友)와 가까이 하여 참다운 법을 받지 않고, 혼자 멋대로 행하기 때문이다.
가사 여섯 도무극(度無極)의 가르침을 받들지라도 모두 생각(想)을 두며, 존호(尊號)와 삼십이상(相)과 팔십종호(種好)와 위신(威神)의 존중함을 얻으려고 할지라도 좋은 방편을 요달치 못하여 부처님의 나타내신 색신(色身)을 도리어 몸이 있다고 억측하므로, 문득 연각에 떨어지게 된다.
비유컨대 어떤 남자가 큰 바다를 보려고 하다가 저수지 및 여러 강하(江河)에 당도하자, 거기서 보배를 구하여 수정(水精)과 조그마한 명월주(明月珠)를 얻고는, 스스로 금강(金剛)의 훌륭한 광명을 얻은 체 하듯이, 보살심으로 부터 물러가는 이는, 여래(如來)의 나고 드는 법이 없음과 공하여 몸이 없음과 도가 과거·미래·현재의 삼세가 없음을 깨우치지 못하여 공을 보고도 진실이라 일러 공행(空行)을 요달치 못하며, 겨우 삼계를 해탈하고 능히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여 위로는 부처님에 미치지 못하고 아래로는 제자 보다 넘어서 중도(中道)에 멈추고 만다.
비유컨데 어떤 사람이 천제(天帝)를 보려고 하였다가 변방(邊方)의 왕을 보고 그 것이 천제라고 이르듯이, 정각(正覺)을 배우려고 하다가, 뜻을 제한하여 깊은 지혜를 알지 못하고 도로 연각에 떨어지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363)
만일 이런 마음을 둔다면, 부처님은 곧 연각법을 보이여 도유하신다.
비유컨대 어떤 장자가 나이도 매우 늙었고 또한 그 아들도 많았다.
그 크나 큰 집이 오래된 까닭에 기둥이 썩었고 그 속심에서 불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모든 아들은 방탕히 오락에 빠져 그런 재앙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 때 아버지는 생각하기를
「이 집이 오래된 까닭에 기둥 속심에서 불이 일어난다면, 기둥이 꺽이고 집이 넘어져 사람을 깔려 죽일까 두려우니, 마땅히 어떻게 할 것인가.」
고 하면서, 방편으로 도유하여 불의 환난을 벗어나게 하려고 애썼다.
아버지는 곧 밖에 모든 기악을 차리고 사람을 시켜 아들들을 불렀다.
『마땅히 너희에게 각기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마니주(摩尼珠)를 주겠노라.』
모든 아들은 저 멀리 기악 소리가 들리고 또한 아버지의 명령을 들었으므로, 죄다 집에서 뛰어나와 아버지의 처소로 나아갔다.
아버지는 모든 아들에게 각기 보배 수레와 좋은 말을 주는데 평등하여 치우치지 않았다.
『아까 존엄하신 아버지께서 저희들을 불러 나오라고 하시면서 각기 온갖 보배를 주마고 하시더니 이제는 무슨 까닭에 주시는 바가 똑 같이 한 가지 뿐입니까.』
장자는 대답하기를
『우리 집이 오래된 까닭에 기둥이 썩었고 그 속심에서 불이 일어나게 되었다.
나는 기둥이 꺽이어 너희들을 깔려 죽일까 두려워하여 일부러 기악을 차리고 너희들 불러낸 바 이제야 나의 마음이 안정 되었다.
모두 이 나의 아들이므로 평등히 애념하여 죄다 보배라고 하였다.』
라고 하였다.
(364)
부처님 말씀도 그렇듯이, 그 묵은 집은 삼계를 말함이요, 기둥이 썩어 넘어지려고 한다는 것은 삼독의 환난이 생사에 두루 도을 말하미요, 기둥 속심에서 불이 일어난다는 것은 모든 생각(想念)을 말함이요, 장자는 여래를 말함이요, 모든 아들의 방탕하다는 것은 삼계의 애욕에 착함을 말함이다.
기악을 차렸다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하신 죄와 복을 말함이요, 모든 아들을 불러내어 각기 주겠다는 것은 삼도(道)의 교(敎)를 나타냄이요, 모든 아들이 모두 나오자 아버지가 보배를 평등히 주었다는 것은, 대승(大乘)이란 삼도가 있지 않아 멸도에 다다랐을 때에야 이에 요달하는 것임을 위하여 나타냄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데 어떤 장자에게
모든 아들이 매우 많은데
오락에 스스로 미혹 되어
묵은 집에 그대로 의착하였네
기둥이 썩어서 넘어지려 하고
속심에서 불이 일게 됫음으로
아버지는 집이 넘어져
모든 아들 깔릴까 두려워하여
일부러 모든 기악을 차리고
아들을 나오게 하여 똑 같이 주듯
부처님 세존께서도 그와 같아
연각으로 조차 뜻 이루게 하시고
멸도할 때에 다다르면
부처님이 그 앞에 멈추어
위하여 한 법교인 대승이
평등하여 다름 없음을 나타내시네
(365)
수행하는 이가 뜻을 일으켜 큰 도를 구하려고 하면서 본래 무를 요달치 못하면, 부처님의 색신(色身)인 삼십이상과 팔십종호가 사람 가운데 거룩하신 것에만 의착하게 된다.
비유컨데 어떤 사람이 듣기를
「사방을 통솔하고 있는 성제(聖帝)의 명호(名號)는 전륜왕(轉輪王)인데, 사천하를 맡았고 칠보를 두었으며 아들 천 사람이 있어 힘이 모두 용맹스러웠다.
성은 넓고 또한 길은 동에서 서까지 사백팔십리요, 남에서 북까지 이백팔십리이며, 그 가운데 큰 궁전이 있어 지방이 사십리요, 네 보배 상좌(床座)가 있다.
인민은 풍성하고 오곡은 풍부하여 그 쾌락함이 그지없으며, 기악의 소리는 십이부(部)가 있고 부인(夫人)과 채녀(採女)는 팔만사천이 되며, 모든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육만사천이 되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의 수도 또한 그와 같다.
(366)
왕은 사덕(德)이 있다.
무엇을 사덕이라 이르는가.
장자와 범지(梵志)와 범부와 백성이니, 모두 성제 공경하기를 마치 아들이 아버지 받드듯 하고 왕도 애념하기를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어여삐 여기듯 하며, 왕의 교화를 받들어 행하여 멀고 가까운 데서 귀명하기를 마치 사람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의지하여 살듯 한다.
또한 사덕이 있다.
추위도 없고 더위도 없으며, 처음부터 주리고 목마름도 없고 나서부터 일찌기 병이 없음이니, 본래 복으로서 이룬 바이다.」
라고 그 사람은 들은 다음 그 성스러운 교화를 사모하여 성제를 뵈오러 곧 출발하였다.
길에서 몹시 피로하던 찰나 어떤 이도(異道)를 만났다. 그를 따라 어떤 큰 성으로 들어갔는데, 인민과 우거진 수목과 흐르는 물에 그 즐거움을 이루 말할 수 없음을 보고 「이 성곽이 바로 성제의 나라이다.」라고 여기면서 그 국토에 머물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리 즐거워도, 귀신의 처소인 줄은 깨닫지 못하였다.
그 때 천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휴식(休息)이었다. 곧 그 사람을 보고
『이는 성제의 처소가 아니요, 곧 귀신의 나라이다.』
라고 해설하여 주었다.
그는 기꺼워하면서 친근히 받들어 모셨듯이, 가사 뜻을 일으켜 보살도를 배울지라도 깊은 이치를 요달치 못하고 공을 분별치 못하여 세간에 부처님이 없다고 하며, 한가한데 드나들고 나무 밑에 앉아 온갖 물건의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이 오래지 못함을 관찰할지라도 본래 무(無)를 알지 못하고 연각을 얻어 스스로 이루었다고 하다가 반열반에 다달아 부처님이 앞에 멈추어 위하여 큰 법의 심묘한 가르침과 십이인연의 본래 뿌리가 없음을 나타내시면 근본과 끝이 공하여 과거·미래·현재가 없음을 깨우쳐 대자와 대비로 삼계를 보지 않고 열반의 생각(想)을 없애고야 이에 정진한 도를 이루어 일체를 해탈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데 어떤 사람 성왕을 뵈오려다
딴 성을 보고 도리어 그 나라라고 여겨
모든 적은 나라 왕이 전륜성왕 사모하듯
거기서 오락하면서 매우 신통하다 하였네
저 휴식천왕이 찾아가 보고
귀신 국토 해탈시키기 위해
훌륭한 전륜성왕이 아니라고 하자
그제야 놀라면서 스스로 잘못을 알았네
곧 떠나 성제의 나라에 나아가
위신과 덕 높고 큰 것을 보고는
내 어두워 모르고 오래 미혹했다 하면서
바로 성제를 받들어 항상 시종하였네
큰 도를 배우려다가 도달치 못하고
도로 연각에 떨어짐도 그와 같나니
다음 부처님의 성묘한 행 받고야
이에 위 없는 정진한 도에 이른다
광명어린 부처님의 위덕
그 덕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며
평등심을 가져 일체에 더하시어
삼독의 이름조차 제거케 하시며
길이 생사의 괴로움 해탈하고
지혜로 인해 도를 이루시어
청정함이 햇빛과 같아
삼계의 어둠을 환히 비추시네
30, 보살품 (菩薩品)
(367)
수행하는 이가 이에 혼자 생각하기를
「사람이 생사에 있어 마치 수레 바퀴가 오르고 내려 되풀이하면서 땅을 떠나지 않듯이, 시작하고 끝마침도 그와 같아 왔다 갔다하는 환난을 삼계를 떠나지 않나니 모두 이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본래 무를 요달치 못하고 사대가 있다고 억측하여 진리를 삼는다.」
고 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요술쟁이의 변화한 허깨비를 보고 그것이 사람이라고 하여 허깨비인줄을 알지 못하듯이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 <나>에 탐착하고 몸과 목숨이 있다고 억측하여 그 몸의 지· 수· 화·풍을 깨우치지 못한다.
그들은 본래 길이 험난하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항상 두려운 마음을 품고 도적을 두려워하여 사방을 관망하다가, 저멀리 모든 언덕과 여러 돌과 풀과 나무를 보고는「많은 도적 수천백 기(騎)가 나타났으니, 마땅히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면서 제 각기 흩어져 달아나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그 가운데 도사는 여러 사람들을 불러 놓고 일렀다.
『쓸데없이 이 곳을 떠나 그 물과 장(將)도 없는 몹시 곤란한 데 가지 말지어라.
혹은 궁액을 만나 몸과 목숨을 건지지 못 할 것이요, 혹은 몹시 곤핍하여 다시 돌아온다면 왔다 갔다 하다가 이미 지쳐서 피로만 더욱 더하고 재물을 죄다 잃을 것이니, 마땅히 어디에 의지할 것인가.
(368)
벌거벗어 살이 어는 한이 있더라도, 마땅히 믿을 때를 구해야 하므로, 호부(豪富)한 이를 조차 목숨 바치고 구원을 빌려야 한다.
또한 스스로 마음을 안정하고 함께 서로 화합한 다음 사람을 시켜 정탐(偵探)하여, 가사 도적이 없다면 바로 전진할 것이요, 가사 덤벼든다면 마땅히 뜻을 굳게 하고 함께 싸워 무너뜨리도록 해야 한다.
왜 그러는가.
한 사람이 죽기로 나서면 열 사람이 당치 못하고 열 사람이 죽기로 나서면 백 사람이 당치 못하고 백 사람이 죽기로 나서면 천 사람이 당치 못하고 만 사람이 죽기로 나서면 온 천하를 휩쓸게 될 것이다.
이에 여러 사람들은 가르침을 받은 다음 다시 흩어져 달아나지 않고 모두 멈추어 단속하면서, 사람을 시켜 가만히 정탐하여 보니 오직 풀과 나무와 와륵(瓦勒)같은 것만 보이고, 도적은 영원히 없었다.
여러 사람은 기꺼워하여 이에 앞으로 나아가 모두 말하기를
『도사께서는 온 천하에 둘도 없다. 명달한 지혜가 참으로 세간에 있는 이가 아니다.』
라고 하면서 , 나아가고 멈추는 행동을 모두 그 지시대로 조차 감히 어기지 않았다.
보살 대인의 수행도 그와 같이 일체의 도사(道師)가 되어 삼계가 공한 것을 알아 일체를 변화(化)와 같이 여기고 오음을 눈흘림과 같이 여겨 생사를 얻지 않아 그 몸을 멸하고, 시방을 개화(開化)하여 바른 길을 보여주며, 보살의 깊고 멀어 짝할 이 없음을 찬탄하고, 두루도는 삼계에 생사를 해탈한다.
제자는 이미 뜻이 적이 항상 두려움을 품고 재빨리 몸을 멸하려고 하여 일체에 미치지 못하고 또한 구경이 아니어서, 의례히 도로 물러가지마는, 밝은 사람은 처음 뜻을 일으킴으로 부터 이에 인하여 보살교를 듣고 모두 위 없는 정진한 도의 뜻을 일으킨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 대사의 수행은
일체가 공함과 몸이 변화와 같음과
인연으로 합하여 얻은 이 몸이
마음 바르지 못해 삿된데 따름을 아네
비유컨데 장사하는 이 먼 길을 걷다가
저 멀리 나무를 보고 도적이라 하여
마음에 각기 두려움 품고 달아나는데
도사가 설득시켜 마음이 이에 안정되듯
보살도 그와 같이 본래 무를 알고
일체의 도사가 되어 널리 법을 말하여
제자에게 큰 도의 심묘함을 보이기를
저 햇빛 솟자 뜬 구름없이지 듯 하네
(369)
보살은 도를 배워 점차 앞으로 다함 없는 지혜에 이르고, 여섯 도무극으로 인하여 공행(空行)을 분별하여 공을 쌓고 덕을 쌓은지 수 없는 겁을 지내어 이에 부처님 도를 얻게 된다.
비유컨대 사람이 젊어서 벼슬 길에 나아가, 처음은 빈궁하였다가 점차 큰 부자도 되고 증위(烝尉)가 되었다가 드디어 영장(令長)도 되며, 이천석(千石)에 나아갔다가 점차 주목(州牧)과 사정(正)과 공경대신(公卿大臣)에도 이르고, 점차 제왕과 전륜성왕과 제석(帝釋)·범왕(梵王)에도 이르듯이, 보살도를 배우는 차례도 또한 그 비유와 같다.
점차 뜻을 일으켜 보시와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로 조차 육정(情)을 조부하고 삼독과 오음·육쇠의 번뇌를 제거하여, 공과 덧없음과 원 없는 법에 향하고 물러가지 않음에 이르러 일을 구족한 일생보처(一生補處)를 이루게 된다.
마치 거울을 고루는데 잘 씻어진 평등한 철(鐵)을 가져 점차 갈아 미세하게 된다면, 다시 밝음을 재듯이, 점차 여섯 도무극을 익히고 행하여 이루 헤일 수 없는 겁 동안 공을 쌓고 덕을 쌓는다면, 저절로 부처님을 이루고 구방을 트여 제도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치 사람이 젊어 벼슬에 나아가
승위 및 영장과
이천석 주목에도 이르고
사정에서 공경과
해 달과 제석에도 이르듯
보살도 또한 그와 같다
점차 공덕을 쌓고
여섯 도무극을 받들어
행을 구족하고 부처님에 이르러
구방 사람을 개화하여
죄다 매우 편안한 데 이르게 한다
(370)
보살은 선정을 배워 오로지한 정진과 한결같은 마음으로 점차 번뇌를 제거하여 그 뜻을 화도한다.
비유컨데 어떤 사람이 바다에 들려고 하여 날과 달을 걸쳐 안으로만 나아가고 물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주림과 추위를 만날지라도 일찌기 요동치 않았으며, 먼 거리의 수고로운 곤액을 헤아리지 않고 걷기를 쉬이지 않았다.
드디어 바닷가에 이르러 사람들과 같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 보배를 채취하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삼난(難)이 있는 줄 알았지마는 겁내지 않고 큰 용왕의 거처하는 궁에 이르러 가장 미묘한 여희명주(如喜明珠)를 구하여 궁핍한 이를 공급하려고 했다.
용왕은 구슬을 주면서 일렀다.
『일체에 보시하고 아끼지 말지어다. 여러 사람이 이고아명을 힘입어도 감소(減消)되지 않느니라.』
그는 은혜를 힘입어 구슬을 얻고 바로 돌아오자, 온나리가 편안함을 얻지 않은 이가 없었다.
(371)
보살도 그와 같다. 평등심으로 도를 행하고 자비와 희사(喜捨)로 중생을 제도하려 들며, 한결 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되, 그 계시는 방향을 오로지한 정신으로 향하고 일찌기 게으르지 않아, 칠일이든지 심일이든지 삼월이든지 일년 까지 이르며, 세속 생각을 하지 않아 한결 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에게 향하고 아울러 중생을 교화하며, 끝 없는 대승교범에 올라 시방 부처님을 뵈옵고, 가르침을 받으며 삼매정(昧定)을 얻어 요동치 않고 일체를 위하여 법을 강설하나니,
마치 용왕으로 부터 여의주를 얻어 널리 중생에게 미친 것과 같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하늘 위에 옥녀(玉女)가 있어 단정하고 수호하다는 말을 듣고 가서 보고싶은 뜻이 간절하였지마는 신족(神足)이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 생각하여 눕고나 일어나 다 잊지 않아 많은 세월이 되도록 일찌기 딴 생각을 두지 않다가, 문득 꿈 속에 가서 그의 앉고 일어나고 나아가고 멈추는 모양을 보았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아무리 방향에 계시는 부처님을 향하여 많은 세월이 되도록 쉬이지 않고, 삼매 정을 얻어 행이 게으르지 않아 여러 겁 동안 싫어하지 않으면 저절로 부처님을 이루고 보살도를 행하여 대자와 대비로 일체를 가엾이 여긴다.
(372)
옛날 어떤 사람이 그 눈이 어두워 햇빛을 보지 못하므로 마음 속으로 걱정하기를
「아무리 밝은 해가 있어도 나의 눈이 어두운 능히 보지 못하니, 마땅히 어떻게 할 것인가.」
고 하다가 신기한 의원을 만나 감로를 마시고 곧 속병이 없어지자, 그 눈이 밝아져 햇 빛도 환히 보이고 팔방과 위, 아래와 모든 인민들을 살피듯이, 처음 큰 뜻을 일으켰을 적에는 육입과 오음과 삼독을 제거하지 못하여 능히 시방의 든 부처님을 보지 못하였다가, 보살을 성취하고 깊은 법교를 받으므로 부터 네 평등심을 행하고 삼계의 공한 것을 알며, 문득 삼매를 얻어 시방의 부처님을 보고 정의(定意)로 조차 일어나 중생을 구제한다.
비유컨데 보배를 수정(水精)위에 얹어 놓거나, 또한 그릇에 유리(琉璃)를 담는다면 유리 빛이 그릇과 똑 같은 모양을 만들듯이, 보살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딴 뜻을 두지 않으면 곧 정의를 얻고 시방 부처님을 보나니, 부처님의 위신과 본래 덕의 소치(所致)로서 불 세존을 보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데 어떤 사람 바다에 드는데
일찌기 게으르지 않고 이에 이르러
사람과 같이 배 타고 용왕한테 가
큰 보배인 여의주를 구득하여
일체에 보시해 힘입지 않은 이 없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 네 가지 은혜 행하며
대자와 대비로 큰 도를 행하고
한 마음과 정진으로 삼매문에 든다네
마치 누가 하늘에 옥녀 있다는 말 듣고
아침 저녁으로 생각다가 꿈에 보았듯
보살도 그와 같이 평등하게 정진하여
시방 부처님 보임이 두루지 않음 없다네
또한 눈 어둔 이 햇빛을 그리워하다가
훌륭한 의원 만나 눈이 곧 밝아지듯
보살도 그렇게 오로지 부처님꼐 향하여
일찍기 쉬이지 않고 물러가지 않는다
마치 보배를 수정에 얹어 놓으면
서로 반사하는 빛 비추어 않음 없듯이
보살도 그와 같이 삼매 정을 얻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두루 교화한다네
(373)
보살은 공을 쌓고 덕을 쌓아 일체를 제도하려고 하므로, 보기를 아들과 같이 하고, 보기를 자신과 같이 하여 다름이 없다.
오도(道)가운데 사람이 되어 괴로움이 한량 없어도 심하게 여기지 않으며, 아무리 오도의 나고 죽는 환난과 지옥의 고통과 아귀의 고독과 중생의 괴로움과 하늘 위와 인간의 사작하고 끝마치는 고액을 겪을지라도 마음이 요동치 않으며 큰 자비와 네 은혜 행하기를 싫어함이 없고 시방을 구제하여 모든 생각(想覺)을 해탈케 한다.
비유컨데 다 이 처음 나올 때는 조그마한 염소 뿔과 같다가, 날마다 점차 커져 드디어 원만하게 되고 광명이 널리 비추어 여러 별 보다 독특하게 빛나듯이, 차례로 도를 배워 보살이 되는 법도 보시와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로 조차 수 없는 겁을 지나며서 노력을 다하여 몸과 마음이 서로 응하고 말과 행이 서로 맞으며 시방 사람 생각하기를 마치 부모와 같이하여 친하거나 소박함이 없다.
(374)
비유컨데 나무를 심으면 점차 움이 생기고 다음 줄기와 마디와 갖와 잎과 꽃과 열매가 생기듯이 점차 행하는 것도 그와 같아, 처음 뜻을 일으키므로 부터 부처님에게 향하기를 좋아하여 기꺼운 마음을 얻고 오로를 쉬이며, 여섯 도무극의 법을 성취하고 좋은 방편과 기멸없는(無起滅) 법인과 부처님의 일체지(一切智)에 들며, 법륜(法輪)을 굴러 별도를 나타내 보이고 큰 법을 분포(分布)하여 중생으로 은혜를 힘입게 한다.
비유컨데 사람이 큰집을 지으려면 먼저 주위를 평평하게 만든 다음 점차 그 터를 다듬고 자꾸 그 담을 쌓아 높고 크게 만든다.
재목으로 들보와 기둥을 짜서 견고케 하고 기와로 덮으며, 진흙으로 양토를 발라 완성한 다음에 백토(白土)로 맥지 한다면, 하얀 벽(壁)과 빨간 기둥이 엄연히 높고 크게 된다.
그런 뒤에 친족과 집안 사람과 선우(善友)와 마을 사람들을 빠짐 없이 초청하고 음식과 풍악을 차려 원만히 즐기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 쌓은 행이 한량없어도 수고롭게 여겨 싫어하거나 게으르지 않으며, 저 중생이 오도에 구르고 생사에 두루 도는 것이 마치 마자(磨子)처럼 안정치 못함을 보고 큰 자비와 가림 없는 지혜를 일으켜 일체를 구제하려고 한다.
마치 허공이 덥히지 않는 데 없듯이 도덕을 이루어 의젓이 삼계에 처하고 새로운 몸 삼십이상과 팔십종호를 보이어 대중이 보고 기껍게 하며, 시방 사람들을 위하여 사자후(獅子吼)를 지어 일체가 소리를 듣고 복종치 않는 이가 없게 하여, 각기 본래 마음을 따라 삼승(三乘) 의 행을 이루게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처음 뜻을 일으킨 보살이
모든 시방을 자념(慈念)하기를
부모와 아들과 자신 같이 하여
평등으로 하고 다름이 없다네
점차 일으켜 행하는 자취가
저 나무 움으로 부터 줄기와
가지 잎 마디 열매에 이르러
그 가꾼 공력 허망하지 않듯이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
점차 도를 받들어 행하여
공덕이 원만함을 이루고
평등하여 가장 길상(吉祥)하라네
마치 크나 큰 집을 지을 적에
주위를 고르고 터와 담 다스려
자꾸 쌓아 높고 크게 만들며
지붕을 덮고 방원(方園) 바르게 한 다음
친족과 마을 사람 초청하여
음식과 풍악 차려 즐기듯이
보살도 중생을 구제하되
도의 광명으로 해탈케 한다네
(375)
어찌 초월한 행이라 이르는가.
마침 도의 뜻을 일으켜 물러가지 않음과 기멸(起滅)없는 법인에 이르고, 더욱 구족하고 성취하여 아유안(阿惟顔)에 이르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에 함께 행하면서도 보살만이 혼자 그러는가.
삼계가 공함과 오음이 처소가 없음과 네 진리가 근본이없고 생각(想)을 반연하여 생겨남과 십이인연이 어리석음으로써 뿌리가 됨을 알기 때문이다.
어리석음의 뿌리를 관찰한다면 또한 처소가 없고, 집착과 욕구하는 바 있는 것을 이 어리석음이라 이르나니 지혜 있는 이는 본래 무를 요달한다.
비유컨데 요술장이가 변화한 사람을 돌이켜 관찰할때 사람이 있다고 보이지 않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 삼계의공을 살피기를 마치 아지랑이와 꿈과 허깨비와 파초(芭蕉)와 깊은 산 속에 메아리가 다만 이름만 있고 가히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한다.
(376)
옛날 어떤 사람이 혼자 꿈 속에 어떤 나라 가운에 많은 인민과, 그 왕은 몹시 엄격하여 모든 신하가 받들어 섬기는 데 감히 뜻을 어기지 못하는 것과 오곡이 풍성한 것과, 무늬옷을 입고 기악으로 오락하는 것이 보였다.
그 사람은 보고 기꺼워하여 구경 삼아 그 나라 왕을 가서 보았다.
왕은 곧 내세워 대신을 삼고 관지과 종과 토지와 집과 칠보를 주므로 ,날뛰면서 좋아함이 한량없었다.
또한 자기 몸이 다시 지옥과 아귀 가운데 들어 아귀의 몸이 되어 그 무리들 가운데 울부짖어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에 올라 칠보로 꾸민 궁전에서 옥녀와 서로 오락하는데, 문득 꿈을 깨고 보니 얻었던 바가 보이지 않으므로, 곧 혼자 오도가 꿈과 같고 일체가 본래 무하여 가히 얻을 수 없는 것임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를 분별하는 지혜는 물러가지 않음을 얻고 처소없는데 이르며, 방편인 지혜를 구족하고 큰 도를 밖에 배워 마음은 허깨비와 같고 오음·육입은 여러 신하와 같다고 관찰하며, 빛·소리·내음·맛·닿임·법과 오도에 쌓여 있는 바가 모두 저 사람의 꿈속에서 깨어난 것과 같아 보아도 보이는 바 없고 또한 꿈과 생각(想)도 없게 되나니, 이것을 초월하여 다함 없는 이르고 굳히 차례를 반연하지 않는다고 이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의 몸 및 오음을
관찰컨대 처소 없고
네 진리와 열 두 가지 인연
일체가 죄다 요술과 같다
마치 그가 밤중에 꿈 속에서
어떤 큰 나라의 쾌락함을 보았고
왕의 대신이 되어
풍류와 호부로 즐겼으며
지옥 아귀에 들어가서
나귀 되어 그 속에서 울부짖고
하늘 위 칠보궁전에 올라서
즐기다가 깨고 나니 않보이듯
지혜 있는 이 삼계와 오음을
죄다 꿈과 같이 관찰하여
처소 없는 데 요달하고
기별 없는 법인 체득하며
도법이 멀고 가까운 차별 없고
허공처럼 처소가 없으며
마음이 비고 본래 무를 알아서
갑자기 해의 큰 광명처럼 된다네
이 경지에 이른 지혜는
얻음도 잃음도 없고
도가 과거 미래 현재가 없이
이에 본래 무(無)뿐임을 깨닫는다.
(377)
무엇을 초월한 행이라 이르는가.
사람이 본래 하나(一)임을 알지 못하고 이에 <나>라는 것을 일으켜, 마침 집착하자 곧 속박 되게 마련이다.
속박 되었기 때문에 해탈을 구하나니 집착하지 않고 속박됨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해탈을 구하겠느가.
비유컨데 오사(事)인 구름과 안개와 티끌과 연기와 재가 허공에 덮였어도 능히 저 허공의 때가 되지 못하듯이 마음은 본래 허공과 같고 오음의 독은 오사와 같나니, 마음이 본래 가리우지도 않고 모양도 없음을 깨우쳐 지혜가 걸림이 없다면 깊은 법안에 들게되므로 차례를 반연하지 않게 된다.
(378)
비유컨데 어떤 사람이 일찌기 범부(凡夫)가 되었을 적에 집이 곤궁하여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다가 드디어 단월에게 걸식한 다음, 한 좋은 마음을 일으켰다.
「나의 몸이 전생에 능히 보시하지 못한 죄로서 지금 가난하여 옷은 몸을 가리우지 못하고 음식은 입을 채우지 못하는데, 더구나 복을 짓지 않고 부처님으로 인하여 먹을 것을 구하게 되었다. 가사 내가 재물만 있다면 널리 보시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성중에게 그 모자라는 것을 공급하겠다.」
라고 그 때 새존은 모든 성중과 각기 물러가신 뒤였다.
그 걸사(乞士)는 혼자 꾸짖었다.
「내가 본래 복이 희박하여 능히 덕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런 곤궁을 만났다」
라고 이렇게 생각한 다음 나무 그늘 밑에 누웠다.
해가 이미 한낮이 되자 딴 그늘은 모두 옮겼어도, 그가 누웠던 나무 밑 그늘은 구르지 않았고, 몸의 모든 때가 죄다 제거되어 위덕이 저절로 나타났다.
그 때 나라 왕이 죽자, 마땅히 어진 사람을 얻어 임금으로 모시려고 온 나라에 물색하여 빠진 데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 결사의 초월한 덕과 나무 그늘이 덮여 마치 큰 일산과 같음을 보고 돌아가 여러 신하에게 보고 하면서 그위 위덕을 칭찬하였다.
인민이 모두 기뻐하면서, 수레를 장엄하여 받들어 맞아 나라 왕으로 모셨다.
그는 왕이 되어 널리 덕화를 일으키고 부처님과 성중을 공양하였던 것이다.
(379)
사람도 생사의 오도의 괴로움과 오음·육입과 십이인연에 얽매었다가, 부처님의 깊은 법과 본래 무의 지혜를 들으면 대자와 대비를 일체에 더하여, 아무리 사람을 제도하려고 할적에도 사람이 있다고 보지 않고 제도하고도 제도한 바 없다고 하여 <나>를 보지 않아 삼계가 메아리와 같고 일체가 <내>가 없이 평등하여 허공과 같아서 곧 지혜와 물러가지 않음과 생멸 없는 법인과 아유안(阿惟顔)에 뛰어들게 되나니, 이를 덕이 있으면서도 얻은체 함이 없다고 이름한다.
(380)
비유컨데 해가 솟으면 여러 어둠이 모두 소제 되듯이 돌이켜 평등을 이루면 기대하는 바가 없어 집착도 있지 않고 또한 해탈할 것도 없게 된다.
비유컨데 금산(金山)이 자연히 조작하는 바가 없으므로, 금을 구할 줄 아는 이는 바로 얻고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
사람도 본래 청정하여 때가 없다면, 이 지혜를 깨달아 바로 도의 문에 들고 걸림이 없어서, 마치 허공처럼 저절로 청정한 것이요, 청정케할 이가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사람 오래 동안 빈궁하여
성중을 조차 결식하다가
문득 혼자 돌이켜
내가 전생에 죄의 번뇌 쌓았다고 꾸짖어
바로 공경스런 뜻 일으켜
중생을 어여삐 생각하여
내가 만일 왕이 된다면
만 백성에 보시하겠다고 하면서
이에 나무 밑에 누웠음에
그림자가 그 형체 가리웠다
사자가 여러 신하에게 말하여
죄다 와서 받들어 맞아
세워 나라 왕으로 모셨는데
이에 부처님과 성중을 섬겼듯이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
초월하여 본래 청정 해료(解了)하고
쌓은 덕 높고 커서
모든 중생 제도하며
오서가 허공을 더럽히지 못하듯
마음의 청정함이 보배의 옥과 같으며
오도의 고액을 구제하고
생사의 공포 제거 하여
마치 보름 달이
별 가운데 혼자 밝듯 하다네
(381)
옛날 어떤 사람이
「부처님은 앎이 없이 어떠하시며 몸이 어떠한 모양이시며 말씀은 어떠한 갈래인가.」
를 가서 뵈오려고 하였다.
아아난다(阿難)가 멀리서 보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에게 사뢰었다.
『저 멀리 오는 이는 이 어떤 사람입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시었다.
『아아난다야, 전에 없었던 사람이니라.』
그 사람은 곧 앞으로 나아와 부처님을 뵈오려고 하였으나 보이지 않았다.
부처님 몸은 갑자기 자리에 아주 계시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람은 혼자 생각하기를
「일부러 와서 부처님을 뵈오려고 하여도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관찰하여야 할것인가.」
고 하다가, 문득 다시 깨우쳤다.
「세존의 법신은 본래 모양이 없으신데 우리 사람들을 위하여 그 몸을 나타내시었다.
비유컨데 사람이 깊은 산에서 부름을 따라 메아리가 응하고 대답으로 인하여 소리가 있듯이 법신도 처소가 없나니, 무순 연유로 뵈오려 하는가.」
마침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문득 생멸없는 법인과 아유안을 얻고 안팎이 없이 평등하여 허공과 같음을 깨우쳐 정각에 뛰어 들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사람이 뜻 일으켜
부처님 세존을 뵈옵고
세존은 어떠하신 분이며
말씀하시는 법 어떠한가 하였네
아아난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부처님은 전에 없었던 이라 말씀하시고
거룩한 몸 갑자기 나타내지 않으므로
어디에 계시는지 괴이하게 여기면서
곧 혼자 지혜로써
불신은 노닐으는 데도 없고
공(空)과 지혜로 도에 멈추어
나타내 보이심 두루하지 않은 데 없으며
도법은 메아리가 응하듯 하고
마음은 평등하여 원수가 없다고 알았나니
이치 알기를 이와 같이 하는 이는
허공처럼 덮지 않음 없으리
(382)
처음 뜻을 일으킨 보살은 일체를 구제하려고 할적에, 사대의 몸이 인연으로 합쳐 이루어져, 마치 허깨비와 같고 또한 빌린 물건과 같아, 나의 소유도 아니고 또한 딴 사람의 소유도 아니며, 또한 목재로 만든 기관목인(機關木人)과 같아, 경계를 대함으로서 움직인다고 관찰한다.
어리석은 이가 보면 이 사람이라고 이르겠지마는 지혜스런 이가 본다면 나무로 만든 것이요, 사람이 아니듯이 일체 삼계가 모두 공하여 그와 같다.
빛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과 십이인연이 본래 오고 감이 없어, 마치 물 속에 그림자와 같아 모양과 이름이 없나니, 이렇게 행하는 이는 법의 성에 뛰어 들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처음 뜻을 일으킨 보살이
사대가 본래 공함을 알아
생사의 열반 보기를
일체 꼭같이 여기어
마치 남의 물건 빌렸음에
으례히 도로 돌려 주듯이
<나>와 <남>을 억측하지 않고
모든 흐릿한 것을 제거하여
마음과 뜻과 의식을 보지 않아
밝은 도 강과 바다 보다 넓으며
삼계는 허깨비와도 같고
오도는 아지랑이와 같은 진리를
보살은 받아 풍송하며
여러 악한이도 부처님 종자가 있으므로
모든 알지 못한 이를 화도하되
법신은 구르고 움직이지 않네
(383)
혹은 지혜 있는 이는 저절로 뜻을 일으켜 여래의 행을 말씀에 의하지 않고서 정각에 이르나니, 마치 해의 광명이 한꺼번에 널리 두루는 것과 같다.
공의 이치를 아는 이는 도와 세속의 관법이 없고 평등함이 허공과 같아 영원히 무엇이라고 이름할 수 없다.
비유컨대 빈 벌판 더러운 진흙 속에 종자를 뿌리지 않았어도 저절로 푸른 연의 줄기와 꽃이 나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 애욕의 가운데와 삼계의 환난에 있어도 갑자기 지혜를 해탈하여, 생사를 보지 않고 열반에도 멈추지 않아 일체를 교화하여 매우 편안한 데 이르게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에 뜻을 일으킨 보살이
공의 이치 분별하여 근본과 끝 알고
도법에 들어 모자라는 바 없이
지혜 구족하고 신통을 얻기를
마치 연꽃이 더러운 진흙에 나듯이
여래의 뜻 일으키고 보살을 이루어
일체 중생의 무리 교화하고
범문에 머물어 정각을 이루면
저 진흙 속에 난 청정하고 좋은 연꽃
네 종류 빛깔로 네 가지에 비유했나니
차례를 초월하여 아유안에 이르고
용맹으로 조복하여 수능엄에 든다네
(384)
보살의 닦는 도는 비유컨대 날으는 새가 공중에 날아 걸리는 바 업고 공중으로 땅을 삼아, 공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
보살도 그와 같아, 뜻을 일으키는 순간에 문득 도의 혜에 들어 좋은 방편도 쓰지 않고 마음이 평등하여 주착한 바 없으며, 생사를 여의지도 않고 열반을 좋아하지도 않아, 모두 더하거나 감함이 없다.
비유컨대 다섯 가지 각기 다른 빛깔이 모두 그 풀과 나무에 반연하고 풀과 나무의 생겨나는 뿌리는 모두 땅에 반연하며, 땅 밑에는 물이 있고 물 밑에는 바람이 있으며, 바람은 공중을 반연하여 섯는 것과 같다.
이렇게 헤아린다면 모두 소유가 없어 마치 뜬 구름이 갑자기 기운으로 생기는 것과 같나니, 하물며 이르는 데도 없을 뿐이겠는가.
보살은 이 같이 삼계의 공을 앎으로 마치 바람처럼 주착하는 바 없다. <내>가 있다고 억측하면 곧 삼계가 있는 것이요, <내>가 있다고 보지 않으면 어찌 저가 있다고 억측하겠는가.
밝지도 않고 어둠도 없으며 청정함도 없고 청정하지 않음도 없으며, 문득 본래 무에 들어도 또한 나가고 들어옴도 없는 것이다.
(385)
비유컨대 옛날 어떤 조그마한 벌레가 마음에 금강을 품고, 바닷 가에 있는 크나 큰 염부수위에 멈추었다
그 나무는 높이가 사천리쯤 되는데, 자꾸 흔들려 능히 스스로 안정치 못하였다.
그 나무의 신은 물었다.
『그대는 무슨 까닭에 흔들려 안정치 못하느냐.』
나무는 대답하였다.
『벌레가 나의 위에 있기 때문에 안정치 못하노라.』
신은 또한 물었다.
『무슨 까닭에 크나 큰 금시조가 그대 위에 있었어도 흔들리지 않더니, 조그마한 벌레가 위에 있는데 자꾸 떨리느냐.』
나무는 대답하였다.
『이 벌레는 아무리 조그만 하여도 뱃속에 금강을 품었으므로 내가 능히 이기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흔들리노라.』
그 조그마한 벌레는 뜻을 일으킨 보살을 말함이요, 그 큰 나무는 삼계를 말함이요, 나무가 흔들려 안정치 못하다는 것은 뜻을 일으킨 보살이 깊은 지혜와 먼 아유산에 뛰어 이를 적에 삼천 대천 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함을 말함이요, 그 금시조가 위에 멈추어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모든 제자로 아무리 사도를 이뤘으나 능히 감응한 바 없음을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작은 벌레 큰 나무에 멈추어도
떨리고 안정치 못해 다섯 갈래로 흩어지듯
보살 대사도 그와 같아
뛰어난 행 성취하면 삼천세계 진동하며
그 마음 견고함이 금강과 같아
일체 생사의 환난 해탈하며
제자는 마치 금시조와 같아
삼계에 있어도 감응한 바 없다네
(386)
보살은 해탈로서 깊고 미묘한 데 들고 차례를 좇지 않아, 마치 사람이 느닷없이 임금이 되듯 하나니, 범부도 본래 무를 깨우치면 마음이 평등하여 허공과 같고 처소가 없어져 아유안에 이르게 된다.
옛날 허공에 갑자기 약나무가 있었다.
가지와 잎은 널리 팔우와 위, 아래를 덮었고 그 기운은 온 천하에 떨쳐 모든 독한 풀과 나무의 악한 기운이 제거되었으며, 온 천하를 길러 모든 크고 작은 사람들을 죄다 편안케 하였으며, 땅의 높은 데는 낮게 만들고 낮은 데는 높게 만들어 온 천하가 평평하여 시내와 골짜기와 산과 언덕이 없었으며, 칠보가 저절로 있고 감로가 쏟아지므로, 크고 적은 인민들은 제 마다 이렇게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우리가 본래 복이 있음으로 모든 환난을 여의어 나가고 들어오는 걸음걸이에도 두려운 바 없고 악한 짐승과 도적의 고통이 없으며, 약 나무가 저절로 나서 힘입은 이가 모두 편안하고 바람과 비가 계절에 맞아 오곡이 풍등하며, 낮 빛이 화열하고 의식이 알맞아 여러 괴로움이 없다」고, 마치 크나 큰 나무가 갑자기 공중에 나서 널리 온 천하를 비추듯이, 만일 범부가 생사의 가운데 있다가도 느닷없이 깊은 지혜를 해탈한다면, 참다운 본래 무에 이르러 걸림이 없게 된다.
(387)
기운이 온 천하에 비쳤다는 것은 저 보살이 큰 광명을 놓고 부처님을 이루어 일체사람의 음난하고 성내는 어리석은 번뇌를 제거함을 말함이요, 길러 편안케 하였다는 것은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도의 이치를 받들어 행하게 함을 말함이요, 높고 낮은 데를 평평하게 하였다는 것은 오독의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평등한 지혜를 얻게 함을 말함이요, 칠보가 저절로 있다는 것은 일곱 각의를 말함이요, 감로가 쏟아졌다는 것은 보살이 법을 강논함을 말함이요, 인민이 편안하고 오곡이 풍등하였다는 것은 생사를 끊어 오신통을 얻고 드디어 큰 이치를 이르러 아유안에 멈춤을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이 느닷 없이 나라왕이 되듯이
보살 대사도 또한 그와 같아
깊은 지혜 해탈하여 다함 없는데 이르고
부처님 도 이루어 시방을 제도하며
마치 허공에 생겨난 크나 큰 약 나무
뿌리 줄기 가지 잎 사방으로 분포해
팔우와 위와 아래의 방위를 비추며
땅을 평평케 하고 오곡을 풍족케 하듯이
생사에 얽매었던 범부의 몸으로도
문득 깊은 법 해료 하면 은혜를 유표해
시방 사람으로 삼도를 해탈케 하고
평등한 마음으로 일체에 감로를 뿌리리
법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