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경수 보살이 제불에게 경례하고 대중의 가르침을 받들고 간략히 요의칠회(要義七會)에서 말씀하신 바를 묻고, 삼보장(三寶藏)에 신순(信順)하며, 법법이 끊어짐이 없게 하고, 세상의 명리를 위하여 하지 않으며, 법으로 하여금 오래오래 머물게 하고자 하여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위에서 이미 인(因)과 과(果)와 현(賢)과 성(聖)의 일체 공덕장을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이 대중에 십사 나유타인이 있사오나, 누가 능히 이 자리를 일어나지 않고 수학(受學)하고 수도(修道)하되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실행하고 차제로 보살위에 들어가는 자 이겠습니까?"
때에 석가모니불이 정상의 육계(頂 )에서 일체 부처님의 광명과 일체 보살의 광명을 놓으시고, 다시 시방으로 각각 백억 불국토에 계신 부처님과 보살들을 모으셨다. 일체가 다 모이고 나자 곧 이 대중 속에 있는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보현(普賢)보살.법혜(法慧)보살.공덕림(功德林)보살.금강당(金剛幢)보살.금강장(金剛藏)보살.선재동자(善財童子)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대중 속에 경수(敬首)보살이 능히 삼관법계(三觀法界)와 제불의 자성청정도(自性淸淨道)와 일체 보살이 닦는 바의 명관법문(明觀法門)을 묻는 것을 보았느냐? 너희들 일곱 보살은 각각 백만의 대중을 거느리고 마땅히 이같은 법문을 받아서 관하고 배워야 하리라. 불자여, 내가 이제 다시 거듭 이같은 명관법(明觀法)을 설하리니, 이른바 육입차제(六入次第)의 도이니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 모든 도를 닦으며 대중에게 계칙(戒勅)하여 수용하고 복행(伏行)하도록 할지니라.
불자여, 만약 일체 중생이 처음으로 삼보의 바다에 들어감에는 믿음으로써 근본으로 삼고, 부처님의 집(佛家)에 머물러 삶(住在)에는 계(戒)로써 근본을 삼느니라. 불자여, 처음 행하는(始行) 보살은 혹은 믿음이 있는 남자(信男)나 믿음이 있는 여자(信女) 가운데 모든 근이 갖추어지지 않은 황문(黃門).음남(淫男).음녀( 女).노비(奴婢).변화(變化)의 사람이라도 계를 받게 해야 하나니, 모두 마음이 있어서 진리의 길로 향할 수 있는 연고니라. 처음으로 발심 출가하여 보살의 위를 이으려고 원하는 이는 마땅히 먼저 정법계(正法戒)를 받을지니라. 계는 일체행 공덕장의 근본이며, 바로 불과(佛果)의 길을 향하는 일체 행의 근본이니라. 이 계는 능히 모든 대악(大惡), 이른바 칠견(七見)과 육착(六着)을 없애는 정법명경(正法明鏡)이니라.
불자여, 이제 모든 보살을 위하여 일체 계의 근본을 결(結)하리니, 이른바 삼수문(三受門)이니라. 섭선법계(攝善法戒)는 팔만사천법문이며, 섭중생계(攝衆生戒)는 자비희사(慈悲喜捨)이니 교화가 일체중생에 미치어 모두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섭율의계(攝律儀戒)는 십바라이(十波羅夷)이니라.
불자여, 수계(受戒)에 세 가지 받음이 있나니, 첫째는 제불보살이 현재하시는 앞에서 받음에 진실상품(眞實上品)의 계를 얻으며, 둘째는 제불보살의 멸도 후 천리 내에 먼저 수계한 보살이 있으면 법사가 되어서 내게 계를 교수하실 것을 청하고 내가 먼저 발에 예하고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해야 하느니라. '대존자(大尊者)를 청하여 스승으로 모시오니, 저에게 계를 내리소서.'라고하면 그 제자는 정법계(正法戒)를 얻나니 이것이 중품(中品)의 계이니라. 셋째는 불멸도후 천리 안에 법사가 없을 때에는 마땅히 제불보살의 형상 앞에서 호궤합장(胡 合掌)하고 스스로 서원하여 수계할지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라. '저 아무개가 시방의 부처님 및 대지(大地)의 보살 등에게 아룁니다. 제가 일체 보살의 계를 배우겠습니다.'고 하면 이것이 하품(下品)의 계이니라.두 번째와 세번째도 또한 이와 같이 설하느니라.
불자여, 이 세 가지는 세 종류의 수계를 섭수하나니, 과거불이 이미 설하셨고, 미래불이 마땅히 설할 것이며, 현재불이 지금 설하느니라. 과거 모든 보살이 이미 배웠고 미래의 모든 보살이 마땅히 배울 것이며, 현재의 모든 보살이 지금 배우나니 이것이 제불의 정법계이니라. 만약 일체불 일체 보살이 이 법계문에 들어가지 않고 무상도과(無上道果)와 허공평등지(虛空平等地)를 얻는다면 그런 이치는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바로 정계(正戒)를 설하리라. 선남자 선여인이 마땅히 수계하려고 할 때에는 먼저 과거세진과거제(過去世盡過去際)의 모든 부처님께 예경드리고, 미래세진미래제(未來世盡未來際)의 모든 부처님께 예경드리고, 현재세진현재제의 모든 부처님께 예경할지니라. 이와 같이 세 번 예경드리되, 법과 승에도 또한 그렇게 하느니라.
불자여, 다시 공경히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믿음(四不壞信)을 받고, 사의법(四依法)에 의지하여 '지금으로부터 진미래제에 이르기까지 이 몸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현성승(賢聖僧)에게 귀의하고 법계(法戒)에 귀의합니다'라고 세 번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다음에는 마땅히 삼세의 죄를 회과(悔過)해야 하느니라. '만약 현재의 신구의에 대한 십악죄(十惡罪)는 원하옵건대 필경에 미래제가 다하도록 일으키지 않으며, 미래의 신구의에 대한 십악의 죄는 원하건대 끝끝내 미래제가 다하도록 일으키지 않겠사오며, 만약 과거의 신구의에 대한 십악의 죄는 원하건대 끝내 미래제가 다하도록 다시 일으키지 않겠습니다.'고 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회과하여 마치고 삼업 청정하기가 깨끗한 유리(琉璃)의 안팎이 서로 밝게 비침과 같이 되면 곧 십무진계(十無盡戒)를 주나니, 너희들이 잘 들을지니라."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살생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음행을 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남의 것을 훔쳐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술을 팔아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재가(在家)나 출가(出家) 보살의 허물을 말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자기 것을 아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화를 내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자기를 칭찬하면서 남을 헐띁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의 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미래제가 다하도록 그 중간에 짐짓 삼보장(三寶藏)을 비방해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범하면 보살행이 아니며, 사십이 현성의 법(四十二賢聖法)을 잃어버리나니 범하지 않고 능히 지키겠느냐?'고 물으면 그 수계하는 이가 대답하기를 '능히 지키겠습니다'고 말해야 하느니라.
불자여, 이 열 가지 무진계(無盡戒)를 다 받으면 그 수계자는 사마(四魔)를 다 지나 건너며, 삼계의 고를 초월하고 세세생생에 이 계를 잃지 않으며, 항상 수행하는 사람을 따라서 내지 성불(成佛)하게 되리라.
불자여, 만약 과거 미래 현재의 일체 중생 가운데 이 보살계를 받지 않는 이는 정식(情識)이 있는 이라고 하지 않으며, 축생과 다를 바가 없으며, 사람이라고도 하지 않으며, 항상 삼보(三寶)의 바다를 떠나게 되어 보살이 아니요, 남자가 아니며 여자가 아니며, 귀신이 아니며 사람이 아니니라. 이름하여 축생이라고 하고, 사견(邪見)이라고 하고, 외도(外道)라하여 인정(人情)에 가깝지 않으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지라. 보살계에는 미래제가 다하도록 수법(受法)은 있으나 사법(捨法)은 없나니, 범하는 일이 있더라도 잃어버리지는 말지니라.
만약 사람이 있어서 와서 받으려고 원하면 보살법사는 먼저 위하여 해설하고 독송하여 이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열리고 의지가 풀려서 즐거워(樂着)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 그런 연후에 받게 할지니라.
다시 법사가 능히 일체 국토 가운데서 한 사람을 교화하고 출가시켜 보살계를 받게 하는 것은, 이 법사는 그 복이 팔만 사천의 탑을 만드는 것보다 뛰어나니라. 하물며 다시 두 사람 세 사람 내지 백천 사람이랴? 복덕의 과보가 칭량할 수 없으리라. 그 스승은 부부 육친이 서로 스승이 되어서 줄 수가 있으며, 그 계를 받는 이는 모든 부처님 국토의 보살의 수 속에 들어가 삼겁의 생사 고통을 뛰어넘으리라. 이런고로 마땅히 받아야 하나니, 있으면서 범하는 것은 없으면서 범하지 않는 것보다 수승하나니, 범하는 일이 있어도 계를 받은 이는 보살이라 이름하고 범하는 일이 없어도 계를 받지 않은 이는 외도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일분(一分)의 계를 받은 것이 있어도 보살이라 하고, 내지 이분 삼분 사분 십분을 구족하면 수계(受戒)한다고 이름하느니라.
그러므로 보살에게는 십중(十重) 팔만위의계(八萬威儀戒)가 있나니라. 십중계는 범하는 일이 있으면 참회할 수가 없으나 거듭 계를 받게 할 수는 있느니라.(?????) 팔만위의계는 모두 경계(輕戒)라고 하며, 범하는 일이 있으면 대수(對首)에게 회과(悔過)하여 회멸(悔滅)케 할 수가 있느니라.
일체보살의 범성계(凡聖戒)는 모두 마음을 체(體)로 하느니라. 그러므로 마음이 다하면 계도 또한 다하고, 마음이 다하지 않으면 계도 다하는 일이 없으므로 육도 중생이 계를 받아 얻을 수 있으며, 다만 법사의 말을 요해할 줄만 알면 계를 잃지 않느니라.
불자여, 삼세겁 가운데 모든 부처님이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나도 지금 이 나무 아래에서 십사억 사람을 위하여 주전(住前)의 신상(信想) 보살이 처음 수계하는 법을 설하리라.
불자여, 이 신상 보살은 십천겁(十千劫)에 십계법(十戒法)을 행하고 마땅히 십주심(十住心)에 들어갈지니라. 불자여, 마땅히 먼저 모든 대중을 위하여 보살계를 받게 하고, 그러한 연후에 영락경(瓔珞經)을 설하여 함께 보고 함께 실행하게 할지니라."
이 때 대중 가운데 백억 사람이 있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불계(佛戒)를 수지하였나니, 그 이름은 범타수왕(梵陀首王)이며 무수한 천자와 함께 십계를 수행하여 만족하고, 초주의 위에 들어갔다.
"불자여, 다시 이 주(住)에서 백법관문(百法觀門)을 수행하나니, 이른바 십신(十信).십진(十進).십발취(十發趣).십승(十乘).십금강(十金剛).십수희(十隨喜).십계(十戒).십원(十願).십호(十護).십회향(十廻向)이니라. 이 백법관으로써 삼계는 공이고, 가명(假名)으로서 모두 공이며, 일체법은 아(我)가 없고, 인(人)이 없고 수(受)가 없고 인(因)이 없어서 모두 정성(定性) 없다고 달관하면 곧 열 세 가지 결박을 소멸하게 되나니, 이른바 칠견(七見)과 육착(六著)이니라. 실상(實相)과 같아서 초행위(初行位)에 들어가느니라.
불자여, 다시 이 행에서 천법명문(千法明門)을 관하여 닦게 되나니, 이른바 십신(十信)과 내지 십향(十向)까지 전전하여 법에 들어가느니라. 법의 무아(無我), 법의 집(集), 법의 기(起), 법의 도(道), 법의 멸(滅)이 모두 사람이 받는 일 없으며, 온갖 법이 허공과 같고 환(幻)과 같고 건달바성(乾達婆城)과 같고, 염(焰)과 같아서 일체법이 무상(無相)하여 백천 생멸(生滅)이 다 불가득이므로 초회향위(初廻向位)에 들어가느니라.
불자여, 다시 이 향(向)에서 밝고 밝게 서로 비추는 지혜로써 상사평등관(相似平等觀)을 배우느니라. 관(觀)은 무득(無得)이라 이름하며, 무득은 가득(假得)이니라. 비유하면 연등(然燈)에 심지가 타고 있는 것은 처음의 불꽃이 아니고, 처음의 불꽃이 있는 속에 타는 것도 아니며, 또한 처음 불꽃을 떠나서 있는 것도 아니며, 처음 불꽃이 없을 때 그 속에 타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며 그 다음도 또한 이와 같듯이, 바로 유위제법(有爲諸法)은 이제(二諦)가 모두 서로 옮기므로 거짓(假)으로 짐짓 탄다[燒]고 이름하느니라. 그러므로 알라. 처음 불꽃은 지금에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 타는 것은 처음이 아니니라. 지금 타는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에 있어 바야흐로 있는 것이니라. 처음의 불꽃은 지금이 아닌 연고로 지금에 타는 것은 없느니라. 지금 타는 것이 없다면 지금 타는 것은 거짓으로 타는 것[假燒]이니라. 평등관을 얻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초심(初心) 있는 가운데 얻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역시 초심이 없는 가운데 얻음이 있는 것도 아니니, 뒤의 마음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처음 마음은 지금 마음이 아니며, 지금 일어남은 처음 일어남이 아니니라. 지금 일어남은 처음 일어남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에 바야흐로 있는 것이며, 처음 마음이 지금의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에 얻을 수가 없느니라. 지금에 얻을 수 없으므로 지금에 얻는다는 것은 거짓 얻음[假得]이니라. 중도제일의제의 마음은 생각생각에 적멸하여 만법명문(萬法明門)에 드느니라. 십신(十信)에서 내지 십향(十向)에 이르기까지 자연히 평등의 도(道)에 흘러들지만, 일상(一相)을 얻는 일 없고 진실하게 일조상(一照相)을 관하여 초지(初地)의 도(道)에 들어가느니라.
불자여, 다시 이 지(地)에서 바르게 일조지(一照智)를 관하는 가운데 백만 아승지의 공덕문에 들어가느니라. 일상관(一相觀) 중에서 일시에 행하여 내지 제십지(第十地)에 온갖 마음이 적멸하여 자연히 무구지(無垢地)에 흘러드느니라.
불자여, 다시 이 지에서 일조지(一照智)로써 일체의 업인업과(業因業果)를 요해하되 법계를 하나로 관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지혜로써 일체 중생의 식(識)이 처음 일상(一相)을 일으켜 연(緣)에 머무는 것을 아느니라. 제일의제(第一義諦)에 수순하여 일어남을 선(善)이라 하고 제일의제에 배반하여 일어남을 혹(惑惡)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이 두 가지로써 주지(住地)로 하기 때문에 생득(生得)의 선(善), 생득의 혹(惑)이라고 하느니라. 이 두 가지 선과 혹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후의 일체 선악을 일으키느니라. 일체법의 연(緣)에 따라서 선과 혹의 이름이 생기고, 지어서 선을 얻고 지어서 혹을 얻지만 마음은 선도 아니고 혹도 아니니라. 이 두 가지를 따라 이름을 얻기 때문에 선과 혹의 두 가지 마음이 있느니라. 욕계의 혹을 일으키는 것을 욕계주지(欲界住地)라고 이름하고, 색계의 혹을 일으킴을 색계주지(色界住地)라고 이름하며, 심혹(心惑)을 일으키므로 무색계주지(無色界住地)라고 이름하느니라. 이 네 가지 주지(住地)로써 일지(一地)의 번뇌를 일으키므로 시기(始起)의 사주지(四住地)라고 하느니라. 이 사주지 앞에 다시 법이 일어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무시(無始)의 무명주지(無明住地)라고 하느니라. 금강지(金剛智)로써 이 처음으로 일으키는 일상(一相)의 끝이 있음을 아느니라. 그러나 또한 그 최초의 앞에 법이 있는지 법이 없는지 어떤지 알지 못하지만, 생득(生得)의 일주지(一住地)와 작득(作得)의 삼주지(三住地)를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부처님 만이 시작을 알고 끝을 알 수가 있느니라. 이 무구(無垢) 보살은 일체지로써 가지런히 자지(自地)를 알고 항상 제일의제 속에 머물면서 자연히 묘각해지(妙覺海地)에 흘러 들어가느니라.
불자여, 이 묘각지 중에 머물러 오직 화(化)라고 이름지을 수 있는 것을 나타내나니, 헤아릴 수 없는 뜻이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이름이 있느니라. 그 가운데 일체(一體)를 출생하면 이른바 묘과(妙果)가 상주청정(常住淸淨)하여 허공과 같아서 생각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며, 이름으로 헤아릴 수 없고 이름으로 들어갈 수 없으나 과분(果分)은 얻을 수 있느니라.
불자여, 내가 보살의 차제에 육입법문(六入法門)의 무량공덕을 설하였노라. 이와 같은 육입법문에는 일체 보살이 들어가지 않는 이가 없나니,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십사 억의 사람이 있음을 보지만 모두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 육입법문에 들어가느니라.
불자여, 내가 지금 처음으로 득도했을 때에 이 나무 사이에서 십세계해(十世界海)의 법문을 설하였는데 구십억인이 있어서 역시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었니라. 또 보광당에 이르러 십불국토를 설함에 백만억의 사람이 있어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었니라. 또 제석당(帝釋堂)에 이르러 십주(十住)를 설함에 오백만의 사람이 있어서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었니라. 또 염보당(焰寶堂)에 이르러 십행(十行)을 설함에 천만인이 있어서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느니라. 다시 제사천법광당(第四天法光堂)에 들어가 십회향(十廻向)을 설함에 십하사(十河沙)의 사람이 있어서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느니라. 또 제육마니당(第六摩尼堂)에 이르러 십지(十地)를 설함에 백만 항하사의 사람이 있어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느니라. 또 기원림(祇洹林)에 이르러 입법계품(入法界品)을 설함에 십이 항하사 사람이 있어서 이 육입명문에 들어갔느니라. 또 이 제팔의 회좌(會座)에 이르러 시방 무극대중과 경수보살의 일체대중을 위하여 육입명문을 설하였느니라. 일체대중이 수지하는 것이 하나이어서 둘도 없고 다름도 없느니라.
법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