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에 경수보살이 부처님에게 말씀드렸다.
"부처와 보살의 둘은 최초에 비추는 지혜가 무엇으로부터 생기나이까? 적조와 조적의 뜻은 어떠한 것입니까? 이제 법성(二諦法性)을 하나로 할까요 둘로 할까요? 유(有)라고 할까요 무(無)라고 할까요? 제일의제는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여, 유제(有諦).무제(無諦).중도제일의제(中道第一義諦)란 이것이 일체 제불보살의 지모(智母)이니라. 내지 일체법도 또 제불보살의 지모니라. 그 까닭은 제불보살은 법에서 나는 연고이니라. 불자여, 이제(二諦)란 세제(世諦)는 유(有)이므로 불공(不空)이며, 무제(無諦)는 공(空)이므로 불유(不有)이니라. 이제(二諦)가 항상 그러한 연고로 불일(不一)이며, 성스럽게 비추면 공이므로 불이(不二)이며, 부처가 있거나 부처가 없어도 법계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불공(不空)이며, 제일(第一)은 둘이 아니므로 불유(不有)이며, 부처가 없음과 부처가 있음이 법계의 두 가지 모습이므로 불일(不一)이며, 제법은 항상 청정하므로 불이(不二)이며, 제불은 도리어 범부를 위하여 존재하므로 불공(不空)이며, 무가 없기 때문에 불유(不有)이며, 공이 실재한 연고로 불일(不一)이며, 본제가 불생인 연고로 불이(不二)이며, 가명(假名)인 제법의 모습은 파괴하지 않으므로 불공(不空)이며, 제법은 곧 제법이 아니므로 불유(不有)이며, 법이 법이 아니므로 불이(不二)이며, 비법이 아니므로 불일(不一)이니라.
불자여, 이제(二諦)의 뜻은 하나가 아니면서 또한 둘도 아니며(不一亦不二), 항상함이 아니면서 또한 단멸함도 아니며(不常亦不斷), 오는 것도 아니고 또한 가는 것도 아니며(不來亦不去),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라(不生亦不滅). 또한 이상(二相)은 곧 이것이 성스러운 지혜의 둘 없음이니, 둘이 없기 때문에 제불보살의 지모(智母)이니라.
불자여, 시방의 무극찰토(無極刹土)에 있는 모든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이 말씀하셨나니, 내 이제 이 대중을 위하여 간략히 명월영락경(明月瓔珞經) 가운데 이제(二諦)의 요긴한 뜻을 설하리라."
그 때 경수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불보살의 대방편과 평등한 지혜로써 모든 법계를 비추는 것은 돈등각(頓等覺)입니까 점점각(漸漸覺)입니까? 무명장(無明藏)과 마음은 하나입니까 다른 것입까? 겁량(劫量)의 멀고 가까움은 다시 어떠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여, 그대는 과거 칠불의 법 중에서 이미 하나하나 물었기 때문에, 이제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만 이 대중 십사억 사람을 위하여 이들이 이 법 중에서 문득 결료(決了)를 얻게 하기를 원하는 까닭에 이와 같이 물었느니라.
불자여, 내가 이제 십사억 대중을 위하여 금강의 입으로써 결정요의(決定了義)를 설하리라. 불자여, 내의 옛날 회중에 일억팔천의 무구(無垢) 대사가 있었느니라. 즉좌에서 법성의 근원에 이르고 당장에 둘이 없는 일체법의 일합상(無二一切法一合相)을 깨닫고, 법회에서 나와서 각각 시방계에 앉아 보살영락대장(菩薩瓔珞大藏)을 설하였느니라. 때에 앉아 있던 대중 일억팔천이 세존을 뵙는 것을 돈각여래(頓覺如來)라고 이름하느니라.
각각 백보로 장엄한 사자후(獅子吼)의 자리에 앉으시니, 때에 무량 한 대중들도 또한 한 자리에 앉아서 등각여래(等覺如來)가 영락법장(瓔珞法藏)을 설하심을 들었느니라. 이런고로 점각(漸覺)의 세존은 없고 다만 돈각여래(頓覺如來)만이 있나니, 삼세의 제불이 설하시는 바와 다름이 없이 지금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설하느니라.
불자여, 그대가 앞에서 '무명과 마음이 하나인가'라고 말한 것은 그 일이 그렇지 않느니라. 만약 요해하는 것과 무명의 제견(諸見) 하나의 모습(一相)이라면 마땅히 얽힘이나 풀림이 없고, 범부와 부처가 둘이 아니리라. 왜냐하면 번뇌가 동일체상(同一體相)이기 때문이며, 함께 일심과 생멸이 동시로써 별개가 아니고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불자여, 만약 얽힘과 풀림(縛解)이 하나의 모습이라면 사대(四大)가 하나일 것이고, 육미(六味)가 마땅히 다르지 않을 것이니라. 그러나 크기가 다르고 맛이 다르기 때문에 얽힘과 풀림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니라.
불자여, 일체 보살이 범부일 때에 일체의 결(結)을 구족하였으나, 끊을 때는 추분( 分)이 먼저 없어지고 세분(細分)이 뒤에 없어지느니라. 만약 일심과 번뇌가 하나라면 응당 밝고 어두움에 둘이 있을 수 없나니, 불자여, 다시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범부 선심(善心) 속에 오히려 불선(不善)이 없이 없거늘, 하물며 무상심(無相心) 가운데 무명이 있을까보냐.
불자여, 또한 선악이 일심이라고 하는 것은 이것이 병사왕( 沙王)의 나라에 있는 외도(外道) 안타사(安陀師一因外道의 一派. 梵天으로부터 出生한 安茶(a a卵)를 日月星晨과 天地衆生의 根本으로 하는 설. 外道小乘涅槃論에 나온다.)의 게송에 '밝음과 어두움이 하나의 모습이며, 선과 악이 일심이다(明暗一相 善惡一心)'고 것을 두고 하는 말일 뿐이니라.
불자여, 내 법의 바른 뜻은 선악을 동일하게 행하면 속박이 있고 해탈이 있으며, 범부가 있고 부처가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느니라. 억겁에 상속하고 동일하게 행하더라도 선악이 동일심이 될 수 없나니, 고불(古佛)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무상(無相)의 지화(智火)가 무명의 어두움을 소멸한다'고 하셨느니라. 또한 선악의 둘은 다른데 동일과라고 하는 것도 역시 허황되어 있지 않느니라. 일체의 선은 불과(佛果)를 받고, 무명은 유위생멸의 과를 받나니, 그러므로 선과는 선인(善因)에서 생기고 악과는 악인(惡因)에서 생기므로, 선은 생멸의 과를 받지 않고 오직 항상 부처님의 과를 받는다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만약 범부와 성인의 일체 선(善)은 모두 무루(無漏)라고 이름하며, 누과(漏果)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누과를 받는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여 선을 행하고 악을 등지게 하기 위해서 연인(緣因)이 되어서 유위의 과보를 일으키는 것이지 무루(無漏)로 되는 것이 아니니라. 인(因)이란 무명과 업의 과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삼수삼고(三受三苦)라 하나니, 고고(苦苦).행고(行苦).괴고(壞苦)와 고수(苦受).락수(樂受).사수(捨受)이니라. 두 가지 수는 선의 연인에 대한 과이고, 고수는 악의 인과이니 일체개고(一切皆苦)이며, 무명을 근본으로 하느니라.
불자여, 그대가 앞에서 '일체보살의 행도(行道)의 겁수에 멀고 가까움'이라고 말한 것은, 비유하면 일리(一里) 이리(二里) 내지 십리(十里)의 돌이 있어 방광(方廣)도 또한 그러하니라. 천의(天衣)의 무게가 삼수(三銖)인데 인간계의 일월세수로 삼년에 한번씩 스쳐서 이 돌이 곧 다 없어지는 것을 일소겁(一小劫)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또는 일리 이리 내지 사십리(四十里)도 소겁(小劫)이라 하느니라. 팔십리(八十里)의 돌에 방광도 또한 그와 같은데 범천의 옷의 무게가 삼수인 것을 가지고 곧 범천계의 백보광명주(百寶光明珠)를 일월세수로 하여 삼년에 한 번 스치는데 이 돌이 곧 없어지는 것을 중겁(中劫)이라 하느니라. 또 팔백리의 바위에 방광도 또 그와 같은데, 정거천의 옷의 무게가 삼수인 것을 가지고 곧 정거천의 천보광명(千寶光明)의 거울을 일월세수로 하여 삼년에 한 번 스침에 이 돌이 곧 없어지는 것을 일대아승지겁(一大阿僧祗劫)이라 하느니라.
불자여, 겁수(劫數)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일리 이리 내지 십리의 돌이 다함을 일리겁(一里劫) 이리겁(二里劫)이라 하고, 오십리의 돌이 다함을 오십리겁이라 하고, 백리의 바위가 다함을 백리겁이라 하느니라. 천리의 돌이 다함을 천리겁이라 하고, 만리의 돌이 다함을 이름하여 만리겁이라 하느니라.
불자여, 일체현성이 이 수량에 들어가 일체법문을 닦고 시절이 오래고 가까움에 따라 불과(佛果)를 얻고 그 수가 백겁이 되어 곧 등각을 얻느니라. 만약 일체중생이 이 수에 들어간다면 불과를 얻는 것이 멀지 않을 것이며, 만약 들어가지 않은 이는 보살이라 이름하지 않느니라.
불자여, 법문이란 이른바 십신심이니, 이것이 일체 행의 근본이니라. 그러므로 십신심 중에 하나의 신심에 십품(十品)의 신심이 있으면 백법명문이 되며, 또 이 백법명심 중에서 일심에 백심이 있으므로 천법명문이 되고, 또 천법명심 중에서 일심에 천심이 있으므로 만법명문이 되나니, 이와같이 늘여 나아가서 무량한 명(明)에 이르며, 더욱 전전하여 상상(上上)의 법에 승진(勝進)하므로 명명법문(明明法門)이 되느니라. 백만 아승지공덕과 일체 행이 다 이 명문(明門)에 들어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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