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경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앞에서 의상(義相)이 무엇인가고 말한 것은, 이른바 십주.십행.십회향.십지.무구지.묘각지의 의상이니 이제 마땅히 설하리라.
불자여, 이 금강해장영락경(金剛海藏瓔珞經) 중에서 현성(賢聖)의 모습과 뜻을 해석하리라. 뜻(義)은 체(體)로부터 나오며, 체는 보살의 체이이며, 의는 공덕이라 이름하느니라. 이와 같은 두 가지 법은 일체 보살을 체로 하고, 의로 하기 때문에 체의(體義)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발심주(發心住)란 이 사람이 처음에 구박(具縛)의 범부인 상태로부터 아직 삼보성인(三寶聖人)을 알지 못하고, 아직 호오(好惡)의 인(因)과 과(果)를 알지 못하며, 일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느니라. 불자여, 알지 못하는 처음의 범부지로부터 불보살의 교법을 만나 그 속에서 마음으로 일념의 믿음을 일으켜 문득 보리심을 일으키면, 이 사람은 그 때 주전(住前)으로써 신상(信想) 보살 또는 가명(假名) 보살 또는 명자(名字) 보살이라고 이름하느니라. 그 사람은 간략히 십심(十心)을 행하나니, 이른바 신심(信心).진심(進心).염심(念心).혜심(慧心).정심(定心).계심(戒心).회향심(廻向心).호법심(護法心).사심(捨心).원심(願心)이니라. 다시 십심(十心)을 행하나니, 이른바 십선법(十善法).오계(五戒).팔계(八戒).십계(十戒).육바라밀계(六波羅蜜戒)이니라. 이 사람이 다시 십선(十善)을 행하면서 일겁 이겁 삼겁(三劫)에 십신(十信)을 닦으면 육천(六天)의 과보를 얻느니라. 십선에 삼품(三品)이 있으니 상품(上品)은 철륜왕(鐵輪王)으로서 일체를 화도하며, 중품은 속산왕(粟散王), 하품은 인중왕(人中王)이니 일체 번뇌를 구족하면서 무량한 선업을 지어 모으며, 물러가기도 하고 나아가기도 하지만 만약 선지식을 만나서 불법을 배우되 혹은 일겁 이겁 동안 하게 되면 바야흐로 주위(住位)에 들어가느니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항상 삼계에 침몰하여 나올 수 없나니, 퇴분(退分)에 머무는 선근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불자여, 발심주란 이것이 뛰어난 진분선근(進分善根)의 사람이니라. 만약 일겁(一劫).이겁.일항(一恒).이항.삼항의 부처님 처소에서 십신심을 행하고 삼보를 믿으며, 항상 팔만사천의 반야바라밀에 머물러 일체의 행과 일체의 법문을 다 습수(習受)하여 행하고, 항상 신심을 일으켜 사견(邪見)과 십중(十重)과 오역(五逆)과 팔도(八倒有爲와 無爲의 네 가지 顚倒)를 짓지 않으면, 난처(難處)에 태어나지 않고 항상 불법을 만나 문혜(聞慧)를 광다(廣多)히 하고 방편을 많이 구하며 비로소 공계(空界)에 들어가 공성(空性)의 지위에 머물게 되므로 이름하여 주(住)라고 하느니라. 공리(空理)의 지심(智心)으로써 고불(古佛)의 법 가운데 일체 공덕을 배우면서 스스로 마음에 짓지 않고 또한 일체공덕을 생하지 않기 때문에 지(智)라고 하지 않고 다만 주(住)라고 할 수 있느니라.
불자여, 치지주(治地住)란, 항상 공심(空心)을 따라 팔만사천 법문을 맑혀서 청정하고 깨끗하므로 치지주라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일체 행을 장양하기 때문에 수행주(修行住)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부처님의 집(佛家)에 태어나 있으면서 종성(種性)이 청정하기 때문에 생귀주(生貴住)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무량선근을 많이 배우기 때문에 방편구족주(方便具足住)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제육 반야를 성취하기 때문에 정심주(正心住)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무생필경공계(無生畢竟空界)에 들어가 마음마음마다 항상 공.무상.무원을 행하기 때문에 불퇴주(不退住)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발심으로부터 전도된 생각을 내지 않고 사마(邪魔) 일으켜 보리심을 파괴하지 않기 때문에 동진주(童眞住)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불왕(佛王)의 가르침을 따라서 깨달음(解)을 내고 마땅히 불위(佛位)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법왕자주(法王子住)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위의 아홉가지에서 공을 관하고 무생심(無生心)에 최상을 얻기 때문에 관정주(灌頂住)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불자여, 관정심(灌頂心)에서 더욱 나아가 오음의 법성공위(法性空位)에 들어가 다시 팔만사천의 반야바라밀을 행하기 때문에 십행(十行)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여기에서 비로소 법공(法空)에 들어가 외도의 사론(邪論)에게 넘어뜨려지지 않고 정위(正位)에 들어가므로 환희행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항상 일체 중생을 화도하고, 모든 중생을 법으로서 이익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익행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법의 실성(實性)에 법인심(法忍心)을 얻어서 아(我)가 없고 아소(我所)가 없으므로 무진한행(無瞋恨行)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항상 공덕에 머물러 중생을 화도하는 것을 나타내므로 무진행(無盡行)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목숨을 마칠 때에 무명(無明)의 귀신에게 어지럽히거나 혼탁되지 않으며 바른 생각(正念)을 잃어버리지 않으므로 이치란행(離癡亂行)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태어날 때마다 항상 불국토 속에 태어나므로 선현행(善現行)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아(我)에 있어 아가 없고 내지 일체법이 공이므로 무착행(無著行)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삼세 불법 중에 항상 경순하므로 존중행(尊重行)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법을 설하여 다른 사람에게 주고 움직이면 사물의 법도가 되므로 선법행(善法行)이라 하느니라. 불자여, 이제(二諦)는 여(如)가 아니고 상(相)이 아니고 비상(非相)이 아니므로 진실행(眞實行)이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불자여, 진실심에서 중생공(衆生空人空)과 무아공(無我空法空)에 들어가지만 이공(二空)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느니라. 일관상 일합상(一觀相一合相)으로써 백만억의 반야바라밀의 공관을 학습하므로 앞 뒤의 온갖 마음을 회역(廻易)하고, 관(觀)이 오직 밝고 밝아 적멸하고 상지명관법(上智明觀法)을 장양하므로 인을 돌려서 과로 향하게 하느니라. 또 무량한 마음을 버리지도 않고 받지도 않나니 십회향법(十廻向法)이 이와 같으니라. 불자여, 항상 무상심(無相心) 가운데서 육도(六道)를 행하여 과보에 들어가되 받음이 없이 온갖 받음(諸受)을 받아 회역전화(廻易轉化)하기 때문에 구호일체중생이중생상회향(救護一切衆生離衆生相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일체법을 관하지만 다만 수(受)가 있고 다만 용(用)이 있고 다만 이름(名)만 있어서 생각생각에 머물지 않으므로 불괴회향(不壞廻向)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삼세 제불의 법을 일체시에 언제나 행하므로 등일체불회향(等一切佛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대원력으로써 일체 불국토에 들어가서 일체불을 공양하므로 지일체처회향(至一切處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상주(常住)의 삼보로써 앞의 사람에게 수여하기 때문에 무진공덕장회향(無盡功德藏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상선무루선(相善無漏善)을 습행(習行)하되 둘이 아니므로 수순평등선근회향(隨順平等善根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선악의 부모가 둘이 없어 일상일합상임을 관하기 때문에 수순등관일체중생회향(隨順등觀一切衆生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항상 유무의 이제(二諦)가 일체법과 일합상임을 비춤으로 여상회향(如相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제법이 둘이 아니며, 반야는 무생(無生)이며, 이제(二諦)가 평등하여 과거일합상이며, 현재일합상이며 미래일합상이므로 무박해탈회향(無縛解脫廻向)이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일체법은 제일의제중도무상(第一義諦中道無相)이어서 일체법이 모두 일조상(一照相)임을 깨닫기 때문에 법계무량회향(法界無量廻向)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이 서른 가지 마음의 뜻과 해석(義釋)이 무량 무변하나니, 일체 범부의 지혜로는 능히 헤아릴 수 없으며, 오직 시방의 제불(諸佛)과 일체 보살이 유로(遊路)하시는 바이니라.
불자여, 그대는 앞에서 어떤 것을 지(地)라고 이름하는가고 물었거니와, 불자여, 지(地)는 '지닌다'고 이름하나니 일체 백만 아승지 공덕을 지니느니라. 또는 생(生)이라고 이름하나니, 일체 인과를 이루기 때문에 지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범부의 행을 버리고 부처님의 집에 태어나서 보살위(菩薩位)를 잇고 성중 속에 들어감에 사마(四魔)가 무너뜨리지 못하고, 유무의 양 끝을 평등하게 서로 비추고 큰 믿음이 비로소 만족하며, 무생중도제일의제관(無生中道第一義諦觀)을 습학(習學)하느니라. 그 위로 이지(二地) 삼지(三地) 내지 십일지(十一地)에 이르러 밝게 법문을 관하고 심심법류수 중에 적멸하고 일상무상이신무방(一相無相二身無方)하여 불토(佛土)에 통동(通同)하므로 환희지(歡喜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정무상선(正無相善)으로써 중생공(衆生空)에 들어가 만불의 세계에 육통변화를 나타내고, 공으로써 무위(無爲)와 동등하므로 이구지(離垢地)라 하느니라.
불자여, 광혜신인(光慧信忍)하여 고불(古佛)의 도을 수습하나니, 이른바 십이부경이니라. 수다라(修多羅).기야(祇夜).비가라나(毘伽羅那).가타(伽陀).우다나(憂陀那).니타나(尼陀那).아바다나(阿波陀那).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사타가( 陀伽).비불략(毘佛略).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우바제사(憂波提舍) 등 이러한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하고 광광변통(光光變通)하므로 명지(明地)라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크게 무생에 수순하여 인(忍)을 일으키고, 일체법 이제(二諦)의 상을 관하여 위로 부처님의 공덕을 관하고 아래로 육도 중생을 관하여, 대자관(大慈觀)으로 법을 설하여 기쁨을 주고, 대비관(大悲觀)으로써 삼고(三苦)의 중생을 구제하고, 대희관(大喜觀)으로써 전인(前人)이 기쁨을 얻음을 기뻐하고, 대사관(大舍觀)으로써 일체 중생을 모두 평등에 들어가게 하는 일곱 가지 관법에 들어가므로 염지(焰地)라고 하느니라.
불자여, 순인(順忍)으로 도를 닦고 삼계의 무명(無明).의(疑).견(見) 등의 일체가 모두 공 아님이 없으므로 팔변(八辯)의 공덕과 오명론(五明論)에 들어가나니, 이른바 팔변이란 사변(四辯)과 인.과.내도.외도변(因果內道外道辯)이며, 오론(五論)이란 내(內).외(外工巧明).방도(方道醫明).인과(因果因明).귀사(鬼師聲明)이니 이 모두를 통달하지 않음이 없으므로 난승지(難勝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위로 제법에 수순하여 과거의 일체법과 일합상이며, 현재의 일체법과 일합상이며, 미래의 일체법과 일합상이어서, 법계 인연의 적멸이 둘이 아님을 관하기 때문에 현전지(現前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무생인(無生忍)의 제법관(諸法觀)은 번뇌가 있음도 아니고 번뇌가 없음도 아니며, 일생(一生) 일멸(一滅) 일과(一果)와 삼계 최후의 일신(一身)이라도 한 번 들고 한 번 나옴에(一入一出) 무량공덕을 모으고, 항상 상지(上地)를 향하면서도 생각생각이 적멸하기 때문에 원행지(遠行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이러한 까닭에 보살은 무생관(無生觀)으로 삼계의 과보가 변역하는 과를 버리고 사용하는 가운데 인무상(忍無相)의 지혜에 들어가며, 유에서 나와 무에 들어가 무상(無相)을 화현(化現)하고 스스로의 몸에서 당과(當果)를 보느니라. 이 때 제불(諸佛)이 이마를 만지며 설법해 주시고 몸과 마음이 따로 행하되 사의(思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지(不動地)라 하느니라.
불자여, 다시 위와 같은 관으로써 불화(佛化)를 온갖 빛(光光)으로 드러내고 무생인(無生忍)의 도에 들어가 일체 불신(佛身)을 나투기 때문에 묘혜지(妙慧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보살이 이 때에 중도제일의제와 대적인하품(大寂忍下品) 속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행처(行處)를 행하고 천보상(千寶相)의 연꽃 위에 앉아 부처님의 수기(記位)를 받고 부처님의 화공(化功)을 배우고, 이습(二習)을 끊고 조복하여 큰 믿음을 성취하느니라. 진제(眞際)와 한가지로 법계에 평등하고 이제(二諦) 일상(一相)의 일체 공덕을 갖추고 중생의 근(根)에 들어가 무량한 영락의 공덕을 일시에 평등하게 일체 형상을 나투기 때문에 법운지(法雲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보살이 그 때 대적문중품인관(大寂門中品忍觀)에 머물러 공행(功行)이 만족하고, 대산대(大山臺)에 올라 백천삼매에 들어가 부처님의 의용(儀用)을 모으지만, 다만 누과(累果) 무상한 생멸만이 있느니라. 온갖 마음이 무위(無爲)하여 행(行)이 십지를 지나고, 요해(了解)하는 것이 부처님과 한가지 되어 부처의 자리에 앉느니라. 그 지혜는 두 가지의 상무상(常無常)과 일체의 법경(法境)을 보나니, 마땅히 알라. 부처님과 같이 됨을 이름하여 부처님을 배운다고 하느니라. 하지(下地)의 일체의 보살은 이 보살에 있어서 따로 알 수가 없나니, 부처에 있어서는 보살이라고 이름하고, 아래 보살에게 있어서는 부처라고 이름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보살이 대변력(大變力)으로써 주수(住壽) 백겁 만겁에 부처님의 교화를 현작(現作)하되, 비로소 태어나고, 도를 얻고, 법륜을 전하고, 무여멸도에 들어가고, 팔법륜(八法輪聲聞.緣覺의 二乘을 爲하여 有作의 四諦를 說하고, 菩薩을 爲하여 無作의 四諦를 說한다는 뜻)을 설하는 것이 부처를 닮았으되 부처가 아니며, 모든 것이 부처와 같기 때문에 나아가고 멈추는 위의가 일체법과 같으니라. 이 백천삼매 중에 머물러 이와 같이 부처의 행을 하기 때문에 금강삼매에 들어가며, 일상무상(一相無相)하고 적멸무위(寂滅無爲)가 되기 때문에 무구지(無垢地)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여, 묘관상인(妙觀上忍)은 대적무상(大寂無相)이라. 다만 일체 중생의 연으로 선법(善法)을 생함으로써 또한 스스로 일체공덕을 가지기 때문에 불장(佛藏)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또한 일체법을 고요히 비추면서(寂照) 부처로터 이하의 일체보살은 조적(照寂)하나니, 이런 까닭에 불자여, 내가 옛날에 제4선(第四禪) 중에서 팔억의 범천왕을 위하여 여래는 무심무색(無心無色)으로서 또한 일체법을 적조(寂照)한다고 설하였느니라.
불자여, 내 이제 간략히 뜻(義句)을 설하고 이 대중을 위하여 선법행(善法行)을 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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