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원사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2권 8. 분별행상품(分別行相品) -2

(51)
도를 수행하는 이가 어떻게 하여야 정진이라 하는가.
가사 행하는 이가 공과 무를 오로지 하여 마음에 여의지 않는다면 이 정진이라 한다.
가사 들불이 점차 앉은 자리에 까지 번져 의복 및 머리와 눈을 아울러 태울지라도 마땅히 속으로 생각하기를
「불이 나의 머리를 태우고, 또한 뼈와 살과 피부까지 태워서 내 몸이 죽게 될지라도 끝내 행을 버리지 않겠다」
라고 해야 한다.
왜 그러는가.
아무리 내 몸을 태울지라도 타질 나위가 없다. 다만 몸 속에 있는 음욕 성냄 어리석음의 불은 삼악도 가운데 굴러 나고 죽으면서 나의 몸을 태워, 수 없는 세상을 지내도록 해탈을 얻어 도덕에 이르지 못하게 함이다.
아무리 온 몸을 태울지라도 굳이 구할 수가 없고, 다만 마땅히 음욕 성냄 어리석음의 불을 애써 끌 것이니, 멸도를 이미 얻었다면 다시 물러가지 않고, 몸이 이미 없다면 안팎 모든 불의 환난이 없을 것이다.

(52)
이 음욕 성냄 어리석음은 소홀히 다뤄서는 가히 멸하지 못하나니, 비유컨대 반딧불로 구리쇠를 녹이려고 한다면 끝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으므로 마음 잡음이 견고하고 일체 방편을 내어야, 이에 음욕 성냄 어리석음의 병을 없앨 것이라.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도덕에 정진을 기우려
마땅히 몸을 아끼지 말아서
마치 코끼리가 그 몸을 씻을 적에
깨끗히 목욕하고는 땅 위에 눕듯 해야 하며
가사 급한 곤액이 미치고
우뢰와 번개가 몰려와도 놀라지 않아서
마치 시든 꽃을 사람이 아끼지 않듯
번뇌 버리기를 그와 같이해야 한다

(53)
도를 수행하는 이가 어떻게 하여야 지혜라 하는가.
한적한 곳에서 선정을 행할 때를 알고 마땅히 관(觀)할 때를 알며, 지혜로 살필 때를 알고 법을 받아들일 때를 알며, 정의(定意)와 정수(正受)할 때를 알고 선정으로 조차 일어나는 더디고 빠른 때를 알며, 자기 마음의 소유한 선과 악을 분별하기를, 비유컨대 훌륭한 의원이 한다. 뱃 속의 병을 알듯 해야 마땅히 그 마음을 조복하여 방탕하지 못하게 하기를, 비유컨대 코끼리가 구덩이나 샘에 빠지려고 한다면 기르는 이가 잘 이끌어서 빠지지 않게 하듯이 도를 수행하는 이가 바깥 집착을 끊기도 또한 그와 같이 해야 한다.

(54)
마음이 모든 생각을 반연하여 쏠리는 바를 알기를 비유컨대 밝은 이가 음식물의 알맞는 바를 알듯이 하고 또한 조리사가 임금의 구미에 즐겨하고, 즐겨하지 않음을 알듯이 해야 한다.
방편으로 일체를 해탈하는 나아가고 멈출 갈래를 분명히 알기를 마치 금 다루는 기사가 금의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듯이 해야 한다.
가사 도를 행하는 이가 밝은 지혜를 여이어 도의 갈래에 분병치 못하고 마음에 두려움을 품거나, 옳은 것을 그르다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한다면, 지혜를 이루지 못한다.
가사 도를 행하는 이가 첫째 선정을 얻었어도 둘째 선정에 이르러 스스로 두려워한다면, 선정을 잃게 되나니, 이는 선정에 굴릴 줄을 알지 못함이다.

(55)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괴이하다. 미혹함이여,」라고만 하고 있으면, 본래 선에 응함이 있을지라도 도리어 마음이 어수선하여 곧 달아나게 된다.
마음을 기쁨에만 두고 선정의 뜻을 여읜다거나, 마음을 한계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지않아 그렇듯 의심만을 품으면, 곧 선정을 잃게 된다.
이룬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 하고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룬 것이라 한다면, 어떻게 선정의 뜻을 분명히 알겠는가.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잡아야, 첫째 선정에 들어 마음이 멸진정에 있을 것이니 마침 이 행을 지으면, 둘째 선정에 든다.
이른바 미혹이라 함은 오랫 동안 세속 일에 훈습하였으므로 바른 진리를 알아서 모든 번뇌를 다하지 못함이니, 진리에 분명치 못하고 뜻에 번뇌가 있는 까닭이다.
둘째 선을 구하면서 마음을 능히 제어하지 못하면 선정을 구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행하는 이가 마땅히 이런 잘못을 알아야 한다.
가사 행하는 이가 밝아서 이런 미혹을 짓지 않으면, 선정을 잃지 않으리니, 이것을 지혜라고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사 몸의 모든 법을 분명히 깨우친다면
곧 그 뜻의 돌아가는 갈래를 알것이니
방편을 내어 마음의 나아가는 바 제지하기를
비유컨대 쇠 갈구리로 하얀 코끼리 조복하듯 하라
그 삼매의 뜻을 분명히 알고
또한 고요히 관찰함을 분명히 하여
항상 지혜스러워 망설임이 없고
도덕에 멈추어 법의 가르침대로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