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도를 수행하는 이가 무슨 방편으로 그 마음을 바르게 할 것인가. 나는 일찌기 듣건대 옛날 어느 나라 왕이
온 나라에서 밝고 지혜스러운 이를 뽑아 대신을 삼으려고 하였다. 그 때 왕은 권방편인 한량없는 지혜를 써서 어떤 총명하여 널리 통달하고
그 뜻이 크고 온아하고 무섭게 보여도 사납지 않아 덕과 명예가 구족한 이가 없었다.
왕은 짐짓 그가 어떠한가를 시험하려고 하였다.
이에 일부러 그에게 중한 죄를 씌워 볼 양으로, 딴 신하에게 명령하기를 『그로 하여금 발우에 기름을 가득히 담아 받쳐들고
북문으로부터 남문으로 돌아서 성과 이십리쯤 떨어진 조희원(동산이름)까지 가도록 하여, 가사 기름을 가지고 가다가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보고 할
것 없이 곧 그 머리를 베어 오라,』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사 그 사람이 조희원 까지 가다가 내
명령대로 기름을 흘리지 않으면 그 사람을 마땅히 나와 같이 공경하고 중도에 흘리면 곧 머리를 베라고 하였네
(93)
그 때 신하는 왕의 엄중한 명령을 받고, 발우에 기름을 가득히 담아 주었다. 그 사람은 두 손으로 받쳐들고, 몹시 걱정하여 곧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 기름은 그릇에 가득한데, 성 주변에는 사람도 많고, 행길에는 수레와 말과 구경꾼들이 메워졌으니, 마치 물은
안정되어 있지마는 바람이 불어서 그 물에 파도를 일으키듯이,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하면서 마음이 편안치 못한 체 물러나서
다시 속으로 생각하였다. 「나에게 두려움이 없도록 격려하여 주는 이는 한 사람도 없으며, 이 기름 그릇을 받쳐들고는 오히려 일곱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인데, 어떻게 몇 리를 가겠는가.」 그 사람은 걱정되고 심란하여 거취를 걷잡지 못하면서 혼자 속으로 두려움을 품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코끼리와 말 수레를 보건대 바람이 물 위에 부는 것도 그와 같아 뜻에 공포
품어 도달치 못할까 두려운데 어떻게 이 일을 끝까지 마칠 것인가 하네
(94) 그는 다시 속으로 결심하기를
「지금 내가 죽을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지마는 가사 능히 발우를 들고가다 기름을 흘리지 않고 저 동산에만 당도한다면 이에 살것이니,
마땅히 한결같은 계획을 세워서 만일 시비하는 이가 있더라도 움직이지 않고 오직 기름 발우만 생각하여 뜻을 딴 데 두지 않아야 될 것이다.」
하면서 서서히 걸음을 걸었다. 때에 모든 신하와 군사 및 구경하는 수 없는 백천 사람들이 따라 구경하기를 마치 구름이 일어나
태산을 둘러 싼 듯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발우 받드는 그의 마음 견고한데 길가에 약간 구경하는 이들
여러 사람 삥 둘러 따르는 모양 저 강과 바다에 큰 구름 일듯하네
(95) 그가 이에 발우를 받쳐들었을 무렵
소문이 널리 퍼지자 모르는 이가 없이 수 없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이 사람의 의복과 형체와
거동을 보건대, 틀림없이 죽을 죄수이다.』 이에 이 소식이 그의 집에까지 전해졌다. 그의 부모와 종족들은 듣고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아들 있는 곳에 이르러 울부짖고 슬퍼했지마는 그 사람은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부모 형제와 처자 및 모든 친족들을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기름 발우에 두어 딴 생각이 없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아들 울면서 눈물 샘 솟듯하고 그 아비
갖가지로 슬피 탄식하는데 두려움을 품어 부모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뜻을 잡아 발우를 가졌네
(96) 여러
사람들은 서로 의논하면서 이렇게 두 세번 외쳤다. 그때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구경하느라고 수다스러운 고함소리가 진동하며, 서로
치닿고 몰려 땅에 자빠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서로 딩굴고 짓밟혀 몸둘 곳도 없었지마는, 그 사람은 마음이 단호하여 여러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러 사람 고함소리 끊일 새 없고 앞 뒤로 서로 몰려 몸둘 곳도 없지만
기름 발우 받쳐 들고 쳐다보지 않기를 우박이 쏟아져도 허공은 아무렇지도 않듯하네
(97) 구경꾼들은 다시
떠들썩하기를 『저기 나타나는 여인은 단정하고 아름다운 위의와 얼굴이 온 나라에서 둘도없어 마치 흰 달이 별 가운데서 독특하게 밝은 듯
하며, 그 색체가 마치 연꽃과도 같아 큰 길 거리를 거닐으면 늠름한 상호와 남보다 뛰어난 얼굴이 저 옥녀와도 같다. 또한 도리천
호리(도리천왕의 후비 이름)왕후의 단정하고 아름다움을 제처 인민들이 공경치 않는 이가 없듯이 지금 그 여인의 훤칠함도 그와 같아 여덟 가지 춤과
청아한 음성을 듣는 이가 모두 기뻐한다.』 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인의 그 거동 얌전하고
노래와 춤 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그 마음 환희를 품어 일체 사람을 감동 시키네 파고 드는 노래 소리와
간들거리는 그의 몸매 빠르지도 또 더디지도 않으며 의복도 자연스럽고 가지런 하네 일곱 가지 미묘한 소리와
오십 가지 기특한 재주 노름 삼계에 모두 청정하고 궁상의 곡조 서로 화창하네 몸은 머리로 부터 발 까지 보배
영락으로 장엄했으며 말은 아름답고 온아하며 마치 감로가 내린듯 하네
법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