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수행하는 이가 음난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희박하고 번뇌에 훈습하지 않아서 거기에 농락된 바 없을지라도, 도덕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거룩한 진리를 보지 못하면서도 저 혼자
얻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빛·소리·내음·맛·닿임·법에 방탕하고 五음에 집착하여 하는 일에 판단치 못하는 마음과 뜻을
스스로 경계하여 가사 마음이 五음의 번뇌에 따르지 않는다면 도를 얻을 줄 알 것이요, 만일 그 마음이 어수선하여 모든 정욕에 따른다면 바로
돌이켜 두려워하고 다시 정진을 가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목동이 늪에서 소를 먹이는데, 그 소가 뛰고 달려 남의 벼를 짓밟았다.
목동은 그 주인이 알까 두려워하여 소를 끌고 집에 돌아와서 때려주었다. 이튿날 다시 나와서 소를 먹이는데, 거짓 쳐다보지 않는 체
하면서, 다시 남의 벼를 침범하는가 않는가를 살피었다. 때에 소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먹어야 하는 이가 보지 않는다고 다시 남의
벼 이삭을 먹는다면, 이제는 그 주인이 보고 다시 때릴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두려움을 품고 감히 다시 침범치 않았다.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이 스스로 다섯 감관을 경계하여 정욕에 따르지 않는다면 도를 이룰 줄 안다. 만일 六쇠(衰)로 조차 곧
돌이켜 스스로 제어하고 三도(塗)의 괴로움과 생사의 환난을 보아 밤낮으로 정근하기를 보다 만 갑절이나 더한다면, 얻지 못하였다는 것은 마땅히
이루게 되고 이미 이루면 방탕하지 않게 된다.
13,인욕품(忍辱品) (128) 가사 사람이 때리고
꾸짖을지라도 도를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꾸짖는 것이 다만 소리가 들릴 뿐이요, 진리를 헤아린다면 모두 공하고
무(無)하여서 마침 일어났다가 바로 없어지는 것이다. 비유컨대 문자가 그 명칭은 각기 다르지마는 글자를 낱낱이 헤아린다면 아무 소리도
없는 것과 같고 또한 한 장님을 시켜 보아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고 백장님을 시켜 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듯이, 꾸짖는 것도 그와 같아 한 마디도
따져지지 않고 백천 마디도 따져지지 않으므로 모두 공하고 무한 것이다. 또한 부모와 온 집안과 친한 이들이 모두 나를 칭찬할지라도 죄다
공하고 무한 것이다. 곧 의례히 이런 관법을 짓는다면 비유컨대 어음(語音)이 틀리는 오랑캐들이 아무리 나를 꾸짖고 욕할지라도 바람과
메아리와 소리와 같아 모두 공한 것이다.」 라고 이렇게 관해야 한다.
14, 기가악품(棄加惡品) (129)
가사 수행하는 이가 선정에 들었을 적에 누가 와서 몽둥이로 때리고 칼과 돌을 가져 그 몸에 가할지라도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이름과 빛도 모두 공하고 때림과 맞는 것도 죄다 소유가 없는 것인데 본래 어디로 조차 생겨났을 것이며, 성내는 법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성낼 것인가. 내가 숙세에 착하지 못하여 이런 환난을 당하는 것이지 가사 이름과 빛 조차도 없다면, 곤액을 만날 까닭도 없는 것이다.
내가 만일 성내어 그 사람에게 갚자고 보면, 여러 원수가 매우 많으므로 죄다갚지 못할 것이다. 비유컨대 독사와 백개의 발이 돋친
벌레와 벼룩과 이와 모기와 등애와 거미와 벌같은 것들이 사람을 괴롭힘에 낱낱이 갚을 수 없듯이 밖에 있는 모든 걱정거리는 능히 제거한다 하여도
몸속에 들어 있는 四백 네 가지의 병과 여든 가지의 벌레는 어떻게 제거하겠는가.」라고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속 마음을 조복하여 모든
번뇌를 멸하고 그뜻을 고요하게 하는 것을 수행이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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