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제4권 21. 공행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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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4권 공행품-2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4권 21. 공행품(空行品) -2

(206)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 풍을 보고는 곧 혼자 생각하여야 한다.
저「바깥 풍이 똑 같지 않아 혹은 거세고 혹은 미세하며 때로는 알맞고 때로는 너무 더워서 부채질하며, 혹은 먼지를 불어 휩쓸기도 한다.
거세고 어수선한 바람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회오리 바람은 허공에 거슬러 있어 하늘과 땅을 무너뜨리고 수미산을 뽑아 둘이 서로 부딛쳐 모두 파괴되게 하며, 아래로부터 위로 높이 나부끼다가 다시 내려 불어 서로 충돌하고 부수어 모두 먼지와 같이 만든다.」고 몸을 헤아리건대, 하나 뿐이요 크거나 적은 것이 있지 않으나, 바람은 이미 많고 또한 크고 작기도 하므로 안의 풍이나 바깥 풍을 보아도,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왜 그러는가. 모두 소속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땀과 더위를 씻는 부채 바람과
사람 몸 속의 회오리 바람과
허공의 여러 바람도 또한 <내>가 없나니
이것을 곧 바깥 풍이라 이른다

(207)
수행하는 이가 아무리 사대를 모두 능히 분별하여 아는 법을 놓지 않았을지라도 몸의 공을 알지 못하면 곳에 따라 하는 일에 몸이 있고 또한 <내>가 있다고 억측하게 된다.
본래 무를 보았다면 안의 사대나 바깥 사대를 헤아려 보아도 모두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며, 빛과 받아들임과 생각과 지어감과의 식안에 의착하거나 또는 밖에 의착함이 없는 것이다.
왜 그러는가. 그 마음과 뜻과 의식도 안에 있지 않으며, 받아들임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도 또한 몸의 사대와 서로 연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마땅히 살펴야 할 이 네 종류를
지혜 없는 이는 늘 의심 품나니
수·상과 행·식이 안에도 연결치 않았는데
어찌 바깥 네 종류와 서로 의착 하였겠는가

(208)
가사 수행하는 이가 의심됨이 있으면 마땅히 본래 근원을 살필 것이니, 능히 그 근본을 알면 곧 진리를 알게 마련이다.
비유컨대 나무를 심어 열리는 열매가 이 본래 종자는 아닐지라도 또한 근본을 여의지 않듯이, 일체가 그와 같아 사대를 얻고 오음이 있으므로, 태에 의탁하여 마음과 정신을 이루며, 모양이 탁한 타락과 같았다가 곧 식육처럼 생겨 점차 어린 아이의 몸을 이루며, 어린 몸으로 부터 문득 중년에 이르게 된다.
이 갖가지 종류가 본래대로 부터 일어나서 이미 성취한 몸이 처음 합한 몸은 아닐지라도 또한 처음을 여의지 않는다.
처음 태의 정기로부터 점차 형체를 이루어 중년에 이르러서는, 정신이 있는 곳에 사대가 구성되어 날마다 점차 자라게 된다.
본래 무를 본다면「내」가 있지 않아서 네 종류「四大」와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며, 정신이 있는 곳에 점차 몸을 이루고 그 무의 정신도 또한 굴러 커지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안 마음으로 조차 결과가 생김이
저 나무가 종자로 부터 나듯하여
마음은 나무의 인과(因果)와 같고
바깥 종류 또한 그와 같다
그 <몸>도 또한 그러하여
마음으로 인하여 여러 생각 나나니
그 바깥 종류에 마음 두지 않으면
어찌 능히 여러 생각이 있겠는가

(209)
비유컨대 바깥 종류는 금을 생산하였는데, 다음 공사는 구리와 철을 발굴하기도 하고, 혹은 놋쇠와 차거와 마노와 유리와 수정과 산호와 호박과 석영과 금강과 금정같은 여러 보배를 발굴하기도 한다.
바깥 종류가 이같은 여러 진귀한 보배를 생산하듯이, 안의 종류(안의四대)를 헤아리건대, 태 속에서 처음 생겨난 두 고기뭉치 같은 것을 눈이라 이르고 그 눈 가운데 보일 수 있는 광명을 눈깔이라 이르나니, 눈 가운데 까만 자위는 안을 반연하였고 눈깔은 바깥 모양을 보아서 안팎이 서로 맞드러야 의식이 된다.
의식은 무엇을 일으키는가. 받아 들임과 생각함과 지어감을 말함이니, 눈으로 조차 받아 들임과 생각함과 지어감이 생기는 것이다. 귀와 코와 입과 뜻도 또한 그렇게 된다.
안팎 모든 종류도 평등하여 다름이 없이 안의 마음으로 조차 일어나며 받아들임과 생각함과 지어감도 본래 안으로 조차 일어나고 밖으로 말미암지 않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모든 바깥 종류가
금은 같은 것을 생산하듯이
안의 종류도 또한 그와 같아
두 고기 뭉치가 눈을 이루었다
눈으로 조차 빛깔을 보고
빛깔로 인하여 의식을 이루며
마음으로 조차 모든 생각 일으키나니
안에서 자재한 것을 의식이라 한다

(210)
수행하는 이가 혹은
「내가 이른 바 안의 종류에서 초월함이 있는가.」라고 그런 의심을 내어야 하며, 혹은 혼자
「이른 바 안의 종류를 어둔 사람들은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여 그 마음이 삿된 데 돌아가고 잘 난 체 하는데 들어가며, 자신을 보는 데도 <나>와<몸>이 있다고도 하고 혹은 <내>가 안의 종류에 있다고도 하며, 딴 사람의 몸을 보는 데도 또한 그러하다.
보는 바가 그렇기 때문에 능히 초월하지 못할 뿐이 아니라 사람 몸의 사대와 오음과 오쇠(衰)와 육입(入)도 알지 못하고 도리어 몸을 내것이라. 남의 것이라.」고 하나니, 이 안팎을 억측하는 것은 세속 범부의 말이다.
「내가 세속 말을 따르거나 혹은 따르지 않거나 다퉈 의논하는 이가 있겠지마는 도를 배우는 사람은 일찌기 모양을 억측하지 않는다.」라고 깨달아야한다.
나는 무엇에 수승함이 있으며
능히 안의 종류에서 초월하였는지
저 어리석은 이는 이렇듯
지혜 없고 삿된 소견을 따라
더하고 감함이 있는 사대를 말하나니
대체 세속의 하는 말들이요
지혜 있는 이는 그렇듯
분별하여 차별없는 줄을 안다네

(211)
수행하는 이가 보고 아는 것이 분명하여 청정한 지혜를 이루면, 가사 안의 종류를 이 「내것이다」고 하는 것도 항상 자재를 얻어 억제하며, 나아가고 물러감을 마음대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없음을 아는 이는 어찌 자재를 얻지 못하겠는가.
안의 사대는 쇠하고 늙어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희어지며, 손·발톱이 길고 이가 빠지며, 얼굴은 주름지고 피부가 쭈그러지며, 모양은 추루하게 변하고 힘줄과 맥이 늘어지며, 살은 마르고 뼈는 풍·한·열이 몰려들어 서로 착잡하고 고르지 못하여 농혈(膿血)이 탁해짐을 걱정하게 된다.
바깥 사대를 헤아리건대 또한 그와 같아 혹은 땅이 패이고 산이 무너지고 골짜기가 무너지기도 하며, 지·수·화·풍이 혹 더하고 혹 감하기도 하여 자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몸>이 없어야 이로 쫓아 안팎 모든 종류가 <나>도 없고 <나>도 아님을 알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생노와 병사가 이르러도
오히려 자재하지 못하며
바깥 종류도 또한 그와 같아
무너지고 패이고 늘 더하고 감한다
안의 종류도 여러가지로서 몸을 이루었고
바깥 종류도 또한 갖가지이니
진실이 바른 진리를 본다면
곧<내>가 없는 줄을 알으리

(212)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마음이 어찌 오래 전 부터 사대가 모두 공한 것임에도, 도리어 (내것)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구름도 없는 무더운 여름 철에 넓은 벌판에 나가 노니는데 저 멀리 아지랑이만 보였다.
그 때 대지는 뜨거워서 마치 숯불을 흩어 놓은 것 같고 물은 이미 떨어져 풀과 나무가 모두 말랐으며, 모래 땅에도 한낮 불꽃이 몹시 내려 쪼이었다.
어떤 장사꾼이 여러 반려를 잃고, 혼자 뒤에 처져 걷는데, 머리 위에는 삿갓도 없고 발 밑에는 신도 없으며 낯과 몸뚱이에는 땀이 흐르고 입과 입술이 탔다.
신체를 찌는듯 하는 이 더위에 입을 벌리고 혀를 빼문채 몹시 지치고 목말라하면서, 사방을 둘러 바라보다가 그만 마음이 흐려져서 저 멀리 아지랑이를 보고 속으로 여기기를 「그 물이 여기서 멀지 않아 물결이 일어나는듯 하고 그 주변에는 가지가지 종류의 수목이 있어 오리와 기러기와 원앙새가 모두 그 속에서 노니는 듯 하니, 내가 마땅히 저기에 가서 그 물 속에 들어 잠겼다가 나오면 몸의 때와 더위 및 심한 갈증과 피로가 풀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힘을 다하여 아지랑이가 있는 데로 뛰어 달리다 보니 몸은 더욱 시달리고 목마르며, 피로에 휩쓸려 기운은 떨어지고 마음은 흐려졌다. 곧 이어 생각하기를 「나는 물이 가까운 줄 알고 몇 리를 달려 왔는데, 물 있는 데를 알지 못하겠으니 이게 무슨 까닭일까.
본래 보였던 것은 진실로 이 하수였는데 나의 눈이 흐린 것이나 아닐까.」고 하면서, 드디어 다시 앞으로만 나아갔다
해는 기울어 저물고 때는 바야흐로 시원해져, 아지랑이도 보이지 않고 그 물도 없어졌다. 그제야 곧 속으로 깨닫기를 「이는 심한 더위로 인하여 나의 목이 몹시 탔기 때문에 저 멀리 아지랑이를 보고 그를 물로 잘못 알았다.」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멀리 해의 심한 불꽃을 보고
이 흐르는 물결이라 하였나니
갈증이 심한 그 까닭에
그를 하수라고 생각함이다
때가 저물어 시원해지자
다시 진실히 살펴보고는
이에 이 아지랑인 줄 알고
속아서 물이라 하였다고 한다

(213)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나도 본래 그렇듯 정욕에 갈구하여 쫓아가기를 쉬이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집착하다가 도리어 스스로 태움을 당하였었으며, 의심된 생각에 흐려지고 어리석은 그물에 가리워짐이 마치 아지랑이에 속임을 당하듯 하였다.
내가 오래 전부터 <내 것>이라고 하였지마는 지금은 이미 깨달아서 보는바가 진실하고 먼저의 생각과 소견은 이에 이미 제거되었으므로, 지금 육분(分=지 수 화 풍 공 정신)을 보아도 <내>가 있지 않다.
한낱 털과 머리칼에도 영원히 소유가 없음을 보았는데 더구나 몸 가운데와 털구멍의 모든 물건이겠는가.
몸의 한낱 털에도 갖가지의 설명이 있음을 알았는데 더구나 일체를 강론함이겠는가.」
고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몸을 보고 <내>가 있다 하였고
어리석음과 갈구에 태움을 당하였다가
이 육분이 <내 것>이 아님을 알았나니
이런 마음 두는 이는 도덕과 부합하리

(214)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다시 생각하기를
「어리석은 이는 밝지 못하여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내어 이 것이<나>라고 하나니, 그 뜻으로 생각하는 것은 여러 생각과 삿된 행이다.」
고 하여야 한다.
처음 일어나는 것을 염(念)이라 이르고 다음 일어나는 것을 행(行)이라 이르나니, 이렇게 생각한 다음, 마음 속에서 바람이 움직여 입으로 말을 일으키게 되고 사대의 몸에 의착하여 <내>가 있다고 억측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모두 공하여 <내>가 없고 다만 오음의 종류와 육입의 근본뿐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몸을 둠으로 인하여 「사람이다, 남자다, 장부다, 못난이다」고 하게 된다.
보고 숨쉬고 이빨을 가진 무리들은 뜻이 안으로부터 움직이므로 바람으로 인하여 소리를 내고 혀로 인하여 말을 하게 된다.
비유컨대 높은 산에서 큰 물이 흘러내리면 그 진동하고 창쾌한 소리를 다니는 이가 모두 듣는 듯, 또한 깊은 산 속에 메아리가 부르는 이를 따라 응하듯이, 사람의 혀 끝에 나오는 말도 본래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이 또한 그 와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종류에 의착하여 온갖 법을 생각함은
본래 삿된 생각에서 뜻을 일으킨 것이니
성장된 몸으로 인하여 말내게 되고
갖가지 소리를 냄도 저 산과 내 같다

(215)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다시 생각하기를
「이 네 종류의 몸은 <내>가 없고 서로 굴러서 해로움만 더한다.」
고 하여야 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재보가 수 없이 많은데 네 원수가 있었다.
네 원수는 궁리하기를
「이 사람은 큰 부자로서 재보가 구차하지 않고 토지와 가옥과 기물이 한량 없으며, 남녀 종들이 모자라는 바 없고 종족과 친우도 또한 많은데, 우리들은 가난하고 또한 세력이 없어 능히 이 원수를 갚을 수 없었다.
마땅히 방편을 써야 이 사람을 욕보이겠는데, 마땅히 어떻게 그 방편을 이룰 것인가.」
고 하다가 이렇게 단정하였다.
「늘 그 사람과 가까이 하여야 가히 원수를 갚을 것이다.」
고 그때 네 원수는 거짓으로 찾아가 목숨 바쳐 귀의하는 체 하고 각기 말하기를
「우리들은 당신을 위해서 시키는 대로 달려가 시행하여 종들의 구실을 감당하겠으니, 하고자 하는 일을 명령하여 주시기 원합니다.」
고 하였다.
부자는 곧 죄다 친절히 믿고 좌우에 있을 것을 받아 주었다.
네 원수는 공순함을 다하여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손을 끼고 조심 스럽게 모든 중대한 일을 저희들이 먼저 해치워 몹시 고된 것도 회피하지 않았다.
그 때 부자는 이 원수의 공경하고 순종하고 청정하며 그 말이 화평하고 그 마음을 낮추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매우 사랑하여
「이 네 사람은 나의 친한 벗이라도 그 보다 더할 수 없다.」
고 하면서, 자리에 앉을 때 마다 곧 잘 칭찬하여 말하기를
「이는 나의 친우요 또한 형제나 자손과 다름없으니, 이들이 하려고 하는 것에는 무엇이든지 내가 막지 않겠다.」
고 하였다.
이런 말이 있은 다음부터, 음식을 먹을 적에는 그릇을 같이 하였고 나가고 들어올 적에는 수레를 함께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까이 하려고 수 없는 심부름에
아만 없애고 명령 거역치 않으며
그 집 식구처럼 마음을 낮추고
뜻을 순종하여 기쁘게 하였다
어찌 이렇게 하였겠는가
그들은 본래 원수로서
세간에서 맺힌 혐의가 있던 까닭에
짐짓 의탁하여 친우인 척 하였다

(216)
그 때 부자는 이 네 원수를 친절히 하여, 일찌기 서먹한 마음이 없었다.
다음 무슨 일이 있어서 이 네 사람과 함께 본 고장을 떠나 딴 지방을 가게 되었다.
그들은 가만히 공모하기를
「이 사람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원수였는데, 지금 다행히 여기서 우리들 수중에 떨어지게 되었다.
지금 가는 길은 벌판이어서 주민들도 있지 않고 그전부터 상해를 당한 이가 한, 두사람 뿐이 아니었다.
또한 이 길은 성과도 동떨어졌고 고을을 가기에도 아주 멀며, 앞뒤에 사람도 없고 주변에 수비하는 이도 없으며, 또한 짐승 먹이는 이 나무하는 이 사냥하는 이도 없다.
지금은 마침 한낮이어서 사나운 짐승들도 자취를 감추는데, 어찌 더구나 사람이 다니겠는가. 지금 매우 적당한 기회이다.」
라고 하였다.
그 때 네 원수는 부자의 머리채를 잡아 땅에 떨어뜨려 놓고 그 가슴 위에 올라앉아, 각기 그의 죄를 문초하였다.
첫째 원수는「네가 어느 때 나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고, 둘째 원수는 「네가 나의 형을 죽였다」고 하고, 세째 원수는「네가 나의 아들을 죽였다」고 하고, 네째 원수는「네가 나의 손자를 죽였다」고 하면서
「지금 너를 만났으니, 조각조각 쪼갤 것이며, 마땅히 너의 머리를 끊어서 쪼개고 부수어 버릴 터이다.
너의 본래 마음을 살펴볼지어다. 먼저 소행을 도무지 생각지 않느냐, 너는 지금 죽어서 염나옥에 갈 것이다.」
고 말하였다.
그 때 부자는 그제야
「이들은 나의 원수인데, 도리어 친한 벗으로만 알았었구나.
처음 나한테 와서 붙을 적에 나는 사랑하고 믿어서 음식과 좋은 것을 아끼지 않았고 자식과 똑 같이 여겨 나의 소득을 모두 그들 앞에 넘겨주려고 까지 하면서 오래 전부터 나를 살해하려고 했던 것을 나는 깨닫지 못하였었구나.
지금 나의 머리채를 잡아 땅에 떨어뜨려 놓고 나의 온갖 죄를 문초하며, 나의 귀와 코와 손과 발과 손가락을 끊으며, 가죽을 벗기고 혀를 자르니, 이제야 너희들이 나의 원수인 줄을 진실히 알겠구나.」
라고 깨달았던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들이 함께 찾아 와서
원수가 착한 벗인척 하여
말은 고와도 마음은 독을 품었나니
재로 타오르는 불 가리움과 같다
믿게 하느라고 아무 준비도 없더니
나를 잡아 염소 다루듯 하기에
그제야 속으로 깨닫고 보니
이 원수요 친우가 아닐세

(217)
수행하는 이도 이렇듯 그와 평등히 보아야 한다.
「내가 본래 지 수 화 풍 네 가지가 <나>에 속하였다고 혼자 여겼는데, 이제 진리를 살펴 깨닫고 보니, 이 원수로서 뼈만 쇠사슬처럼 서로 연결되었다.」고
왜 그러는가.
만일 몸의 수가 더하고 감하면 냉병의 일백한 가지 고통을 일으키나니, 본래 몸으로부터 나와서 도리어 제 몸을 위태롭게 하며, 만일 몸의 화가 움직이면 열병의 일백 한 가지 환난을 일으키나니, 본래 몸으로부터 나와서 도리어 스스로 위태롭게 하며, 만일 풍이 일어나면 중병의 일백 한 가지 통증을 얻으며, 만일 지(地)가 동하면 여러 여러 가지 병이 모두 일어나나니, 이 사백 네 가지 병이 함께 일어나는 까닭이다.
모두 이 원수요, 죄다<내>가 아니므로 진실로 싫어하여야 하나니, 밝은 이는 일찌기 이를 버리어 탐하고 좋아하지 않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불은 본래 나무에서 나는 것인데
마찰시킨 뒤엔 나무를 도리어 태우나니
네 가지 종류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몸을 편안치 않고 위태롭게 한다
밝은 이는 항상 진리를 보고
그 근본을 살피나니
이 안의 사대가 공한 것이어서
그 원수뿐임을 어찌 좋아하겠는가

(218)
수행하는 이가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네 가지 종류를 보아도 진실로<내것>이 아니니 마땅히 공의 종류는 어떠한 것으로서 공이 몸에 있는 것인가. 몸이 공에 있는 것인가 보아야겠다.」고 하여야 한다.
무엇을 공의 종류라 이르는가. 공은 두 가지가 있나니 안의 공과 바깥 공이다.
무엇을 안의 공이라 이르는가.
즉 몸 가운데 공은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몸과 마음과 가슴과 배와 창자와 밥통 똥 오줌 구멍 같은 것이요, 뼈 가운데 모든 공은 여러 맥박의 뛰는 것이니 이를 안의 공이라 이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연(蓮)의 모든 구멍 처럼
몸의 공도 또한 그와 같나니
뼈와 살과 가죽이 유동하는
몸 안의 공과 차별이 없다

(219)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한다.
「몸 가운데 모든 구멍을 모두 공이라고 할진대, 이 공으로 부터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을 것이요, 공과 더불어 합하지도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왜 그러는가.
뜻은 마음을 따라 일어나고 뜻과 뜻의 서로 계속되는 것은 본래 대로 따라 남으로 그 뜻이란 스스로의 마음을 보거나 딴 사람의 마음을 보는 데도 마음이 없어야 이에 공하여 의착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세가지 통달(達)된 지혜로 과거 미래 현재를 살펴도 모두 소유가 없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안의 공을 살펴도 영원히 몸이 없나니, 그러므로 안의 공에도 <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안의 종류를 본들 어디에 있겠는가
영원히 <나>를 얻지 못함이 먼지와 같나니
그러므로 몸의 공(空)과 심(心)과 의(意)와 식(識)이
검은 그림자 그 이름만 있는 것과 같다

조회수 : 1421 , 추천 : 4 , 작성일 : 2005-08-13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