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은 쿠샨왕조의 제 3대왕인 카니쉬카(Kanishka)왕 시대(143-152 or 78)에 승가라찰(Sa?gharaksa, 衆護)스님이 편찬하였다. 경전이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아난다가 기억하고, 이것을 결집회의에서 추인하여 확정하고, 불자들이 암송으로 전해내리다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경전은 개인 편찬자가 있을 수 없다. 이 경전에 개인 편찬자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은 이 경이 아주 후대에 성립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후대에 성립된 경전들도 개인의 이름을 편찬자로 달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후대에 성립한 경전들은 대승사상을 담고 있거나 종합적인 경우가 많다.
이 경전의 산스크리트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서력기원 284년에 인도스님 축법호(Dharmaraksa, 231-308)가 한문으로 번역했는데 7권 30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행경(修行經)〉, 〈순도행경(順道行經)〉, 〈유가차부미경(偸迦遮復彌經)〉, 〈도지경(道地經)〉이라고도 한다. 이 경전은 제목대로 수행의 방법(道)과 단계(地)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경전의 최대 특징은 대소승 불교의 수행방법과 단계를 총합하여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데에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불교수행은 대승의 보살행으로 통합된다. 그래서 이 경전은 대승불교 수행의 기본지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승의 보살행을 실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닦아야 할 전 단계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대승불교를 위한 전제는 근본불교와 초기불교의 교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실천이다. 특히 이 경전은 오온무아설을 비롯하여 아함(阿含)에 담겨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근본교설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자기수행을 위한 방법으로서 관법(vipassana, 위빠싸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수행자가 일체의 번뇌를 극복하고 해탈의 자유를 성취하려면, 욕망은 물론 다른 모든 행들까지 포기하고 오로지 계율을 지키며 꾸준하게 적절한 관법을 수행해야 한다.
(불교신문-윤영해의 경전 다시 읽기 中에서)
제1권에는 제1 집산품(集散品), 제2 오음본품(五陰本品), 제3 오음상품(五陰相品), 제4 분별오음품(分別五陰品), 제5 오음성패품(五陰成敗品) 등이 들어 있다. 모름지기 번뇌를 떠나고자 한다면 수행을 닦아야 하며, 무행(無行)과 행(行)을 설명하고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수행의 길을 가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5음(陰)을 분석하고 번뇌의 근원이 바로 5음에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2권은 제6 자품(慈品), 제7 제공포품(除恐怖品), 제8 분별상품(分別相品)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행을 닦는 사람은 성내는 마음을 버리고 언제나 자비심을 베풀어야 한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비심을 베풀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 과보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또한 수행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없애는 방법과 수행자의 다양한 마음의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제3권에는 제9 권의품(勸意品), 제10 이전도품(離顚倒品), 제11 효료식품(曉了食品), 제12 복승제근품(伏勝諸根品), 제13 인욕품(忍辱品), 제14 기가악품(棄加惡品), 제15 천안견종시품(天眼見終始品), 제16 천이품(天耳品), 제17 염왕세품(念往世品), 제18 지인심염품(知人心念品), 제19 지옥품(地獄品) 등이 들어 있다. 수행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굳은 의지이다.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통도 이겨 낼 수 있는 강인한 의지와 믿음이 없이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것이 불도 수행임을 비유 설화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수행의 최종 목표인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도된 모든 망상을 버리고 공의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제4권에는 제20 권열품(勸悅品)과 제21 행공품(行空品)이 들어 있다. 수행하는 이는 모름지기 기쁜 마음으로 신심을 가지고 정진해야 한다. 모든 번뇌와 고통을 떠난 열반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의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제5권에는 제22 신족품(神足品)과 제23 수식품(數息品)이 들어 있다. 불도 수행의 결과 얻을 수 있는 신통한 힘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수행법의 하나로서 수식관(數息觀)을 설명한다. 또한 4사(事)와 37조도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제6권에는 제24 관품(觀品), 제25 학지품(學地品), 제26 무학지품(無學地品), 제27 무학품(無學品) 등이 들어 있다. 5음(陰)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은 고(苦), 공(空), 무상(無常)한 것임을 쉽게 깨닫도록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수행의 각 단계마다 달라지는 번뇌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마지막 제7권은 제28 제자삼품수행품(弟子三品修行品), 제29 연각품(緣覺品), 제30 보살품(菩薩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도 수행을 시작한 이라면 누구나 보살의 과위를 성취할 때까지 수행을 중단하거나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살의 수행 목적은 시방 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데 있다.
이상과 같이 수많은 번뇌와 역경을 이기고 보살의 수행을 완성하는 것이 곧 부처의 지혜를 깨닫는 것이며, 그것이 곧 공의 이치를 깨달아 불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경에는 보살의 수행을 통해서 불도를 완성하는 길이 각 단계마다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대승 불교 수행의 기본 지침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부처님 원래 나타나심으로부터
밝고 밝아 햇빛 보다 뛰어나시고
덕을 쌓음이 매우 높으시어
제왕의 종족보다 수승하시네
하늘들과 신선들이
한결 같은 정진 용맹히 이르고
많은 배움과 온갖 이치 통했어도
모두가 최상에게 예배드리네
천인과 용과 귀신들도
세상에 있으면서 정진하였으나
삼계에서 견줄 이 없는
세존을 받들어 모시네
견줄데 없는 지혜로 제도하여
생사의 두려움을 없애 주시는
부처님과 바른법과 여러 스님
이 삼보는 공덕이 더 높을 이 없네
이(부처의)깨달음의 눈을 관찰하라
평등한 법문을 진실히 연설하고
뜻을 모아 거룩한 교법 선포하시니
마치 단 이슬 뿌리는 듯 하다네
혹은 오로지 수행하는 이가
이 세속에서
온갖 종류의 시끄러움과
생사의 괴로움 편안치 못함과
세속의 티끌에 빠진 것이
마치 썩은 수레 진흙에 빠져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듯 함을 살피고
마땅히 경법의 이치를 쫓을지어다
마치 꿀벌이 꽃을 모으듯
세간을 가엾이 여기므로 이를 연설하여
오로지 수행도지경을 듣고서
유의법 없애고 무위법에 들게 하였네
(1)
이에 마땅히 수행도지경을 강논한 것은 대체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는 모든 뜻에 맞지 않는 번뇌가 모였기 때문이다. 해탈을 얻으려는 수행자가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서 청정한 법을 끝까지 이루려고 할진대, 뜻이 물러가지 않아야 드디어 감로를 받아 여러 환난을 끊게 되나니, 그 보호를 받을데 없고 의지할데 없는 이로서 다만 마땅히 일체 모든 욕구를 버려야 한다.
그러므로 수행하여 번뇌를 여의려고 하는 이는 항상 마땅히 정진하여 이 경을 받들어 행하여야 한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고 늙고 죽는 근심에 떨어져서
몸과 마음의 일으키는 바로 여러 괴로움 있나니
그를 제도하여 물러가지 않으려면
수행하는 도 배우기를 싫어하지 말라
(2)
무엇을 무행(無行)이라 이르고 무엇을 가행(加行)이라 이르며, 무엇을 수행이라 이르고 무엇을 수행하는 도라 이르는가.
그 무행이란 음난과 성냄을 일으켜 권속과 제천(諸天)과 국토를 침해하려고 하며, 벗을 손해하고 계율을 파괴하며, 악한 말을 익히고 착하지 못함을 쫓으며 학문을 좋아하지 않아 스스로 가벼이 하고 스스로 거만하며 집착된 생각을 일으켜 삿된 곳에 나아가고 모든 행이 항상(常)하다고 억측하며, 몸과 경계를 탐닉하여 여색을 가까이 하여 방탕하고 게으르며, 정욕에 집착하여 성냄과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하며, 숱한 인연이 많고 욕구가 많음으로써 사람들이 싫어하여 멀리 피하며, 제가 멋대로 옳다고 하면서 방심하고 흐릿하며, 정진을 잃어 늘 공포를 품고 감관(感關)의 문을 안정치 못하여 여러 세속일에 휩쓸리며, 말을 많이 하여 법도가 없고 자기의 장점을 늘어놓으면서 도리어 삿된 말을 의논하며, 삐뚤어진 일을 말하기 좋아하고 그른 법을 따라서 도의 뜻에 멀어지는 것을 이 무행이라 이르나니, 이를 함(爲)이 없는 데서는 가히 행하지 않아야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성냄과 탐욕을 내어 남의 목숨 침해하려 하고
늘 몸이 있다고 애착하여 부정한 생각을 품는다
삿된 지혜로 도리어 온갖 더러움만 따른다면
부처님은 이를 행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셨다
(3)
무엇을 가행이라 이르는가. 성냄을 일으키지 않고 침해하기를 생각지 않으며 착한 벗을 가까이 하고 계율을 받음이 청정하며, 도로서 말하고 학문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가벼이 하거나 거만치 않고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空)과 몸이 없음을 헤아려서 옳은 데 거처하며,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아 그 방탕함을 끊고 정진에 뜻하여 번뇌를 없애며, 음식을 적게 하고 절제할 줄을 알아 몸의 행을 닦으며, 밤과 낮으로 깨우치고 마음을 거두어 들여 잊지 않아서 의심도 두지 않고 공포도 품지 않으며, 감관의 문을 안정하여 여러 장애되는 인연을 두지 않고 말하는 바가 곧아서 평등히 해탈하며 한가한 곳을 좋아하여 진리 그대로를 보며, 체득하지 못한 법은 늘 생각하여 두고 모든 체득한 법은 좋게 지니고 잊지 않아서 법화(法華)의 이치 채취하기를 기꺼워하며, 모든 입고 먹는 데는 만족할 줄을 알고 경법에는 뜻을 두어 만족하게 여기지 않으며, 덧 없음을 헤아리고 세간의 탐구하는 모든 생각에 좋아하지 않음을 말함이다.
함(爲)이 없는 도란 하는 바가 고요함을 말함이니 이러한 이들은 함이 없음에 가까우므로 이것을 삿된 행이라 이른다.
행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바로 열반의 도를 말함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청정한 계율로 <나>없다는 생각을 좋아하되
오직 경의 뜻만을 듣고 착한 벗을 따르며
진리를 본 교법대로 행하는 것을
부처님은 함이 없는 법이라 말하시며
옳은 데 나아가고 여러 법을 생각하되
갖가지 생각을 안정시켜 괴롭거나 싫어함 없고
이에 덕의 무더기를 강설하여
여러 감관 안정함을 열반의 도라 한다
(4)
무엇을 수행이라 이르고 무엇을 행이라 이르는가.
능히 따라 행하고 닦아 익히고 따라 받드는 것이 이 수행이 되고 닦고 익을 것을 이 행이라 한다.
무엇을 수행 할 도라 이르는가.
오로지 적정(寂靜)한 도에 정진하는 것이 이 수행 할 도이다.
그 수행하는데 세 가지 계품이 있나니, 첫째는 범부요, 둘째는 배워서 도에 향하는 이요, 세째는 배울 것 없음(무학)이 이다.
이른바 범부의 수행이란 새로운 학문이나 묵은 학문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이들을 위하여 수행도지경을 말한 것이요, 그 배울 것 없는 이는 이미 통달하였나니 다시 무엇을 말하겠는가.
(5)
저 이른 바 수행도지경은 적정한 관법(觀法)을 말함이다.
무엇을 적정한 관법이라 이르는가. 사문의 네 덕과(德果)에 나아감을 말함이다.
무엇을 네 덕과라 이르는가. 남음이 있는(有餘) 열반의 경계에 이름을 말함이다.
어찌 남음 있는 열반이라 이르는가. 마땅히 그 함(爲)이 없는 경계에 이를 것을 말함이다.
어찌 마땅히 함이 없는 경계에 이를 것이라 이르는가. 여러 괴로움의 근본이 일체 끊어짐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일체 극심한 번뇌를 버리려고 할진대 늘 마땅히 정진에 전념하여 딴 행을 일으키지 않고 교법과 계율을 헐지 않아 적정한 관법을 세워야 한다.
가사 수행하는 이가 계율을 헐고 교법을 헐어버린다면 적정한 관법에 이르지 못하고 공부가 허사가 된다.
비유컨대, 사람이 나무를 마찰하여 불을 구하는데 자주 쉬면 한결같지 못하여 마침내 불을 얻지 못하게 되고, 이미 불을 얻지 못한다면 그 공력이 허사가 되듯이, 그 게으른 마음으로 도를 구하려는 것도 또한 비유가 그와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항상 적정을 얻어 선정을 행하고
마땅히 교만과 가벼이 함을 버리며
받들어 수행하기를 실수하지 말아서
어둔 밤에 환한 안목으로 다니듯 하라
이렇게 행하는 이는 나아갈 길을 볼 것이요
지혜가 이 같으면 정진에 나아갈 것이니
바른 법을 받들어 게으르지 않아야
이에 고요하여 위 없는 도를 이루리
여러 현묘하고 미묘한 일을 환히 보고
대덕들의 말한 교법을 모아 살피건대
이 경의 큰 훈시를 적정한 관법이라 했나니
그러므로 내가 여러 경에서 뽑아 연설하노라
2. 오음본품(五陰本品)
갖가지 경을 따라 분명한 이치 모아서
늙고 죽지 않는 감로(교법)를 세웠나니
귀로 들은 바를 밝은 이는 행하여
청정한 지혜로 번뇌를 제거하며
삼매에 들게 되면 마치 햇살과 같고
또한 달이 떠서 여러 별 비추듯 하며
이미 도세(度世)하는 법 얻어 가르침을 맡게 되면
그 훌륭함 한량없어 가을 달과 같으리
가지가지 종류로 생겨나는 과일처럼
즐거움과 근심이 모든 갈래 되었으나
부처님은 五음으로 본래 무(無)를 알으셨나니
마땅히 여러 경을 보아서 그 근원을 쫓으리라
(6)
도를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오음의 근본을 알아야 하나니 빛[色]과 느낌[受]과 생각[想]과 지어감[行]의 의식(識)을 이 다섯 가지 쌓임(陰)이라 이른다.
성[成]에 비유컨대 갖가지 집이 동서와 남북으로 합하여야 성이 되듯이 빛도 또한 그와 같아 다만 한 가지 빛으로서 빛의 쌓임이 되는 것이 아니며 느낌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 등도 또한 그와 같아 다만 한 가지 의식의 쌓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빛은 열 가지 들임[入]이 있는 것과 혹은 빛을 보는 법이 있으므로 이 빛의 쌓임이 되고, 팔백 가지 느끼는 즐거움이라 이르고,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 등의 쌓임도 각기 八백 가지가 있으므로 이에 쌓임이라 이르나니, 五음의 근본을 알기를 마땅히 이렇게 하여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빛과 느낌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은
다섯 가지 쌓임의 일어나는 바이니
저 큰 성에 비유하건대
갖가지 집이 있듯이 빛도 그러하여
한 가지 빛으로서 빛이 되는 것이 아니고
대체 열 가지 빛의 들임[入]이 있으며
느끼는 즐거움도 八백 가지가 있고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 등도 또한 그렇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법이
갖가지가 합쳐서 쌓임[陰]이 되는 줄 아나니
한 가지 뿐이 아님을 분별하여 아는 것이
행하는 이의 생각할 바이다
3. 오음상품(五陰相品)
온갖 것에 서로 모으고 연결되어
지혜를 여의고 부처님 교법을 놓게 하며
어리석은 데 훈습하고 분명치 못하게 하기를
저 나무에 가지와 잎이 수라하듯 하라
꽃이 다섯 잎으로 생겨서 분포하였듯
공교한 방편 없는 종류 또한 그렇다
마땅히 五음이 이 같음을 알아야 하나니
지혜란 이는 지혜로 이를 밝게 아느니라
족성(族姓)가문에 태어나신 부처님
강논하시는 법 말씀 꿀·이슬 같고
또한 한참 피어나는 연꽃과도 같으므로
여러 비구(比丘) 꿀벌처럼 꽃맛[華味]을 채위하네
그(부처님)지혜의 깨달음 솟은 해보다 더하고
초월함이 다시 연꽃 보다 수승 하시며
또한 청정하여 집착된 바 없으시니
그러므로 세존께 머리 굽혀 귀의하네
그(부처님)모양 맑고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며
적정히 생각을 없애어 선정을 얻고
일찌기 물러가거나 타락함이 없으셨나니
그러므로 제도하여 함이 없는 데 이르셨네
자비심으로 어떤 곳이라도 모습을 보이시어
여러 어리석은 중생들 가르치기를
몸소 행한 그대로 하셨나니
나도 지금 그분을 우러르는 까닭에
오늘 중생을 위하여 이 경을 강설하노라
(7)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오음의 모양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오음의 모양을 각기 아는 것인가.
광명이 있는 것도 빛이 되고 모양이 있는 것도 또한 빛이 되며, 손으로 갖는 것도 또한 빛이 되고 딴 사람에게 보이는 것도 또한 빛이 된다.
즐거움을 익히는 것이 느낌이 되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도 또한 느낌이 되나니, 이를 느낌이라 한다.
의식하는 모양이 생각이 되나니[남자다][여자다]또는 기타 여러 물건이라고 의식하는 것을 이 생각이라 한다.
조작하는 바 있음이 지어감이 되나니, 선한 일이거나 또한 선치도 악하지도 않는 일을 조작하는 것을 이 지어감이라 한다.
깨우치는 모양이 의식이 되나니, 선하거나 선하지 않거나 또는 선도 아니고 선 아님도 아닌 것을 깨우침을 이 의식이라 한다.
그러므로 오음의 모양을 각기 알아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五음은 편안치 못하고 더러움이 많다고
부처님의 말씀하신 경법 틀림없나니
말씀하신 그대로 따라 행하여
五음의 갖가지 모양을 분명하라
4. 분별오음품(分別陰品)
감로가 내려 한참 타는 불을 끄듯
오음의 모든 괴로움의 근본 소제하시고
그 지혜의 광명 햇빛 보다 더하시니
삼계에서 받들고 나도 또한 저의 하네
부처님 능인께서 깊은 지혜의 힘으로
청정한 지혜를 환히 깨달으시어
아시는 바를 따라 이치를 나타내시고
불법을 모아서 곳에 따라 말씀하시네
마땅히 분별하여 그 강설을 듣고
곧 나타내 보이시는대로 따라 뜻을 안정하며
五음의 근본 일어나는 데를 환히 분별하고
널리 여러 이치를 이끌어 잘 생각하라
(8)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오음의 근본을 환히 분별하여야 한다.
어떻게 오음의 근본을 환히 깨우친다고 이르는가.
비유컨대 네 거리 길에 떨어진 진주 꾸러미를 어떤 사람이 보았다면 속으로 기꺼워하여 가서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즉 그 사람이 눈으로 진주 꾸러미를 본 것은 이 빛의 쌓임[陰]에 속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뜻은 이 느끼는 쌓임에 속하고 막 보았을 적에 이 진주 꾸러미를 차지하려는 것은 지어감의 쌓임이 되고 진주의 꾸러미라고 분별하는 것은 이 의식의 쌓임이 된다.
그러므로 오음이 한 꾸러미의 진주와 같아, 한꺼번에 모두 일어나 갖가지 지어감을 조작하나니 저 마음을 따라 나오는 것도 또한 한 꾸러미의 진주와 같아, 한꺼번에 모두 일어나서 필경 五음에 따르게 되고, 일체 모든 받아들이는 감각[入]도 또한 이와 같아, 눈으로 보이는 빛이 모두 오음에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귀의 소리와 코의 내음과 혀의 맛과 몸의 닿임과 마음의 법,(마음속에 네 가지 쌓임이 있어 빛 없는 쌓임이 된다)이것이 오음의 근본을 분별함이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다함 없는 덕으로서 분별하여
곳에 따라 경의 뜻 말씀하셨으나
탐욕하는 이 매혹하여 가르침을 받지 않으므로
내가 지금 법대로 따라 이어서 말하노라
5. 오음성패품(五陰成敗品)
밝은 지혜 비할 데 없는 세존이시여
밑[底]없는 데 따라서 그 즈음[際]얻으시고
참 경계인 그지 없는 언덕 뛰어나시니
세존께 조아리고 한량 없음을 찬탄합니다
강논하시는 바 마치 해와 달 같아
제자에게 비추심이 그렇듯 하시며
환히 번뇌를 알으시고
두려움 없애기를 마른 꽃처럼 하시며
모든 것의 일어남과 멸함을 보시고
오음의 성하고 패함을 알으셨나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 머리 조아리고
나에게 말씀하신 거룩한 법 듣자오리
(9)
도를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오음의 일어나고 소멸되는 변천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오음의 일어나고 소멸됨을 안다고 이르는가.
비유컨대 사람이 목숨이 다하려고 할 적에는 수명이 핍박된 까닭에 사람의 몸 가운데 사백 네 가지의 병이 점차 앞뒤로 찾아 들게 된다.
또한 어수선한 꿈에 상서[瑞]와 궤변이 나타나 놀래고 두려움을 품어 보이기도 하며, 꿈에 꿀벌과 까마귀와 까치와 보라매와 독수리 떼가 자기 이마 위에 모여 보이기도 하며, 대중들이 당(堂)위에 모여 오락함이 보이기도 하며, 자신이 푸르거나 노랗거나 하얗거나 새까만 빛깔의 옥을 걸치고 털이 더벅한 말에 달리면서 외쳐보이기도 하며 꿈에 큰 개[狗]를 베[枕]거나 또는 원숭이를 베고 흙 위에 누워 보이기도 하며, 꿈에 죽었던 사람이나 짐승 잡이나 뒷간 치는 이와 같이 한 그릇에서 음식을 먹든지 한 수레를 타고 같이 놀아보이기도 하며 혹은 삼씨 기름[麻油]이나 지방질(脂肪質)이 있는 제호(우유의 한종류)를 가져 스스로 그 몸뚱이에 뿌리든지 또는 먹는 것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
(10)
혹은 뱀이 그 몸뚱이를 감은 채 거꾸로 끌려 물 속으로 들어가 보이기도 하며 혹은 자신이 기꺼워 뛰놀고 허벅다리를 치면서 깔깔 웃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스스로 화려하게 꾸민 모습이 잿더미에 떨어지거나 또는 몸뚱이에 재를 맥질하거나 다시 그것을 거두어 먹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개미[蟻]가 그 몸뚱이에 오르내려 보이기도 하며, 혹은 소금을 씹던 개와 원숭이가 무엇에 쫓기다가 각기 서로 물어뜯는 것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갖 시집온 여자나 또는 사당(祠堂)귀신이 보이기도 하며 집이 무너지거나 사당과 절이 무너져 보이기도 하며 쟁기로 수염과 털을 칼로 삼아 밀어 보이기도 한다.
(11)
혹은 치아(齒牙)가 저절로 땅에 떨어지거나 또는 하얀옷을 걸쳐 보이기도 하며 혹은 자기 몸이 벌거벗은 채 걸어 다니거나 삼씨 기름을 몸에 바른 채 흙 속에 뒹굴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가죽이나 풀로 만든 떨어진 옷을 입어 보이기도 하며 혹은 딴 사람이 낡은 수레를 타고 그 문 앞에 당도하는데 맞아드려 보이기도 하며, 혹은 여러 갑전(甲煎=향의 이름)향을 피우는데 권속들이 가져다가 그 몸을 장엄하여 보이기도 하며, 혹은 죽은 조상들이 검푸른 얼굴빛으로 나타나 앞에서 부르고 잡아끄는 것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
(12)
묘지(墓地)사이에 노닐면서 꽃과 보배구슬을 주어 모으거나 또는 빨간 연꽃이 목 위에 떨어져 보이기도 하며, 크나 큰 강속에 떨어져 물에 떠내려가거나 또는 밑 없는 五호(湖)와 九강(江)에 거꾸로 떨어져 보이기도 하며 혹은 그 몸이 짙은 숲 속에 들어갔는데 아무 꽃과 열매는 없고 가시덤불에 몸을 찔리거나 또는 와석(瓦石)이 그 몸뚱이에 짓눌려 보이기도 하며 혹은 마른 나무에 온통 가지와 잎은 없는데 그 위에 올라 혼자 놀음놀이하여 보이기도 하며, 묘단(廟壇)에 들어가 혼자 두드리고 춤춰 보이기도 한다.
(13)
혹은 깊은 숲 속에서 혼자 기꺼워 껄껄 웃어 보이기도 하며, 혹은 마른 나무 가지를 꺽어 짊어지고 다니거나 또는 깜깜한 집에 들어가 나올 곳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산악과 바위틈에 끼어 나올 곳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산악과 바위틈에 끼어 나올 곳을 알지 못함을 보이기도 하며 혹은 산이 무너져 자기 몸뚱이를 짓눌러서 구슬프게 울부짖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여러 코끼리가 갑자기 달려와서 그 몸을 짓밟아 보이기도 하며, 혹은 흙먼지로 그 몸뚱이와 머리를 맥질하여 보이기도 하며, 혹은 떨어진 옷을 걸치고 벌판에 다녀 보이기도 하며, 혹은 범을 타고 날쌔게 달리거나 또는 나귀와 개를 타고 남쪽으로 여행하거나 또는 무덤 속에 들어가 숯 덩이를 거둬 모으고 머리칼을 긁어 보이기도 하며, 스스로 그 머리에 마른 꽃을 꽂고 태산(太山) 염왕(閻王)에게 끌려 들어가 문초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에 있을 적엔 편안함이 많다가
목숨이 다할 적에야 두려워하며
역마에 중상한 바 되어서
곤핍하게 자재하지 못하네
속은 더운데 근심만 이르고
꿈은 산란해 공포를 품나니
마치 악한 사람에게 쫓기 듯
근심과 두려움 그와 같네
(14)
그 환자는 꿈에서 깨어나 속으로 공포를 품고 몸을 떨면서 헤아렸다.
[목숨이 다할 것은 진실로 의심할 여지가 없구나, 지금 나의 꾼 꿈은 예전에 없었던 것이다.] 라고, 뜻이 질겁한 까닭에 옷과 털이 쭈삣해지며, 병은 드디어 위중하고 진통하여 편안치 못하다.
비유컨대 사나운 코끼리 떼가 몰려 와서 파초(芭蕉)를 짓밟듯이, 병이 덮쳐 상(床)에 누워 있으면서 궁색한 나머지 딴 계책은 없고 곧 의원을 구해 드리라고 한다.
형제와 친족들은 이렇듯 위중함을 보고 사람을 시켜 의원을 청하러 보냈다.
그런데 심부름 간 사람 마저 몸뚱이는 때가 묻고 의복은 떨어졌으며, 털과 손 발톱은 길로 떨어진 일산을 받쳤으며, 발 버선은 헤어지고 나무 신은 파괴되었고 낡은 수레를 탔으며, 얼굴빛은 까맣고 두 눈깔은 푸른 채 자주 손으로 수염과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수레를 끄는 소는 혹은 푸르고 혹은 까맣고 또한 아주 하얗기도 한데, 급급히 의사를 부르면서 수레에 오르기를 독촉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이 다니며 노닐 적엔
오직 쓸 데 없는 것만 좋아해
하고픈 것을 멋대로 하면서
의사란 염두도 내지 않았다가
마침 몸에 중한 병 걸리자
위중하여 상 위에 누웠나니
그러고서 이에 의원을 청하여
그 병을 고치려 애가 닳네
(15)
때에 의원은 속으로 [환자가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왜 그러는가.
{이 괴이한 상판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심부름 온 사람의 복색과 언어(言語)를 살피건대, 찢어진 삿갓을 받쳤고 수염과 손·발톱과 털은 산란하며, 또한 청한 날짜도 나쁘다.
사일이나 육일이나 십이일이나 십사일은 흉한 성수(星수)를 범하였고 좋은 시간을 잃어서 신선과 옛적 성인들도 꺼리(忌)는 날이므로 이 날짜에 청하러 온 이는 모두 좋지 않다.}고 하면서, 기분이 언짢았다가 다시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무리 이 흉악한 성수는 만났지마는 혹은 가히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 그러는가!
{아무리 병에 걸렸을지라도 그 본명(本命)만 다하지 않았다면 가히 방편으로 조절하여 치료할 것이요, 만일 대(對)가 이르렀다면 능히 치료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날자와 성수의 길흉만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역일(歷日)을 쫓아 좋은 시일(時日)만을 구하려들지 않는다.
신선은 늘[본명만 다하지 안했다면 마땅히 방편을 내어서 중병, 한병이나 혹은 횡사(橫死)할 이라도 다스릴 것이요, 만일 본명이 다했다면 어쩔 도리가 없이 아무리 가서 다스려도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생각하였다.
의원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곧 일어나 떠나려고 하였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유컨대 사람 둘이 있어서
함께 출발해 바다로 들어가는데
혹은 저 언덕에 이르기도 하고
혹은 중간에서 그치기도 하듯이
질병 바다에 떨어진 것도
그 비유 또한 그와 같아서
혹은 때 따라 병이 낫기도 하지만
죽는 이도 또한 숱하게 많네
(16)
이에 의원이 이미 환자의 집에 이르자, 요망한 현상이 나타나고 흉악한 소리가 들린다.
즉 잊어버리고 불타버리고 파괴되고 절단되고 깍아 재키고 끌어내고 공포에 떨고 끌려가고 우왕 좌왕하고 구속당한 현상이 있으니, 마땅히 다시 치료하지 못하고 죽고야 말 것을 점치겠으며, 남쪽에서는 여우가 울고 혹은 까마귀와 올빼미 소리가 들리고 혹은 어린 아이가 흙 가루로 맥질을 하기도 하고 또는 벌거벗은 채 마주 서서 머리칼을 움켜잡고 있으며, 부서진 병(甁)과 동이[盆]및 모든 기물들이 보였다.
이런 변괴를 본 다음 앞으로 나아가 환자를 살펴보니 곤경에 빠진 채 상위에 누워 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의원이 환자의 모양을 점쳐 보니
놀래고 질겁해 불안에 떨고 있으며
안절 부절 상 위에 누워서
가쁘고 심한 열이 피부를 사르듯 하네
(17)
의원은 이 같음을 보고 곧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모든 의서(醫書)의 처음과 끝을 낱낱이 참고하건대 이는 죽을 상판이다.
기색은 창황하고 속 눈썹은 산란하며 신체는 노랗고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오며, 눈은 어두어 침침하고 콧구멍은 뻔하며, 얼굴은 빛을 잃은 채 소리와 냄새가 들리지 않으며, 입술은 끊어지고 혓바닥은 마른 채 그 모양이 창백하며, 온갖 맥은 한참 푸르고 털과 머리칼은 모두 곤두섰으며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코를 막아도 도무지 감각이 없으며, 숨결이 고르지 못하여 혹은 늦기도 하고 혹은 빠르기도 하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낯빛은 이미 변해 버렸고
털과 머리칼은 곤두섰으며
쏘아보는 눈 무엇을 생각하는 듯
혀는 굳어 변괴 이미 나타났네
병든 이가 이런 상판 나타나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나니
빠른 열화(熱火)에 포위된 것이
마치 풀과 나무를 태우듯 하네
(18)
또한 딴 의서에도 사람이 죽을 무렵에 나타나는 모든 변괴를 말하였다.
{가사 목욕을 시킬지라도 마치 목욕하지 않은 것과 같으며, 가사 좋은 목밀향(木密香)과 전단향과 꽃가루(花)향을 피워서 그 온갖 향의 향기가 진실로 좋을지라도 환자가 맡기에는 저 죽은 사람의 뼈와 털과 머리칼과 손발톱과 피부와 골수와 똥을 태우는 냄새와도 같고, 또는 올빼미와 독수리와 여우호와 삵쾡이와 개와 쥐와 뱀과 독사를 태우는 냄새와도 같다}
환자의 음성도 변하여 마치 기왓장을 깨뜨리는 듯 목구멍이 꽉 막히고 혹은 그 음성이 학과 기러기와 공작과 소와 말과 범과 이리와 우레 소리와도 같다.
환자의 성질도 변하고 일정치 못하여 단정한 몸을 나타 내는가하면 혹은 보드랍기도 하고 혹은 뻣뻣하기도 하여 신체가 자주 변하며, 가볍기도 하고 혹은 무겁기도 하여 몸의 겨냥을 잃어버리나니, 이 모든 변괴는 목숨이 응당 다할 일이다.
이 몇 가지 것에 걸린다면 모두 오래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겠다.
갖가지 변괴가 보이고
여러 괴로움이 몸에 말려 핍박하며
속으로 공포를 품었나니
곤액을 만남이 이와 같네
사람의 성명 이렇듯 파괴되어
신체의 변괴 한 가지 뿐 아니니
마치 대(竹)의 꽃과 열매처럼
저절로 나고 저절로 없어지네
(19)
지금 나의 배우고 들은대로 헤아리건대 사람이 죽기에 다달아서는 변괴가 나타나므로 입은 맛을 알지 못하고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힘줄이 오그라지고 숨결이 일정하지 못하며, 몸이 아파 앓고 피와 기운이 미약하며 몸이 점차 여위고 힘줄이 툭 불거지며, 혹은 몸이 갑자기 비둔해 하고 혈맥이 불쑥 일어나며, 두 뺨이 아래로 처지고 그 머리를 자꾸 떨며, 행동이 느른하여 보기에도 밉쌀스럽고 그 눈동자는 딴 때 보다 몹시 검으며, 눈이 보이지 않고 대 소변을 가리지 못하며 모든 뼈마디가 풀리고 모든 신경이 일정하지 못하며, 눈과 입 속에는 온통 푸른 기운이 연결되고 숨을 헐떡이는 등, 모든 변괴가 각기 이렇듯 나타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병의 괴로움 헤일 수 없어
혈맥과 정기가 모두 말랐나니
나무 뿌리에 물을 부어 주듯이
가엾이 여기어 구원할지어다
때에 의원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같은 병에 걸렸으니 반드시 죽을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옛적에 의서를 지어낸 훌륭한 의원이 있었다.
이름은 어피제공(於彼除恐) 장이회장(長耳灰掌)과 양언장육(養言長育) 급교다염(急敎多髥)과 천우장익(千友長益) 대수퇴전(大首退轉)과 초췌태백(憔悴太白) 최존노면(最尊路面)과 조우기백(調牛岐伯) 의회변작(醫徊변鵲)이니, 이들은 죄다 몸의 병을 다스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러한 이들은
범지(梵志)와 신선의 법 놓이어
똑 바로 병 있는 데 구제하고
또한 국왕(國王)의 의원 되었네
이에 죽고 삶을 맡았고
널리 곤액을 제도할 줄 알아
가엾이 여겨 목숨을 구제하길
범지가 만든 의서대로 하였네
또한 의원이 있어 주로 저와 눈을 다스렸다.
이름은 안현동요(眼賢動搖)와 월시영자(月氏英子) 협장선각(莢蔣善覺)과 조우목금독효(調牛目金禿梟) 역씨뇌명(力氏雷鳴)이니 이들 의원은 주로 귀와 눈을 다스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안현 등의 의원은
약을 똑바로 조합하여
병의 괴로움 없애기를
햇빛이 모든 어둠 없애듯 하였네
또한 종기과 의원이 있어 모든 종기를 다스렸다.
이름은 법재치제(法財稚弟), 단정사약(端政辭約), 황금언담(黃金言談)이니 이들은 종기를 다스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들은 능히
온갖 종기 다스려
여러 병의 곤액 없애기를
저 평지를 걷듯 하였네
그러므로 법재(法財)를 적출하여
세간 위해 의서를 만들었고
똑바로 종기를 다스려
중생으로 환란을 여의게 하였네
또한 소아과 의원이 있었다.
이름은 존가섭기역(尊迦葉기域), 봉만속질(奉慢速疾)이니 이들은 모두 어린 아이의 병을 다스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종기가 났다면
독기 없애길 힘썼나니
그러므로 세속에 나와서
가엾이 여겨 아이 병 다스렸네
존가섭 그들은
바른 법으로 인을 행하며
어린이를 가엾이 여긴 까닭에
곧 의서를 지어냈네
또한 귀신을 다스리는 의원이 있었다.
이름은 대화(戴華) 불사화(不死火)이니, 이들은 귀신이 사람에게 붙어 괴롭게 하는 것을 물리쳤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인연 굴러 돌듯이
인생도 또한 그러하여
주로 공포하는 바 있고
위험과 해로움이 많네
이 의서를 만들어서
모두 그 환란에서 해탈케 하기를
마치 부처님이 바른 법으로
어리석음 없애고 밝음을 보게 하시듯 하네
가사 이상 모든 의원과 환사(幻士)및 무당들을 회합할지라도 능히 낫게 하지 못하고 마침내 죽고 말것이다.
이에 게송을 말하였다.
죄에 번뇌 지었던 탓으로
이에 여러 괴로움 품었고
병을 앓아 그 마음 산란하며
명예 더럽히고 목숨 마저 촉박하였네
병마에 휩쓸린 바 되어서
죽음의 모양(死證)이 나타나자 공포하나니
천제와 모든 신들도
구원치 못하는데 내 어떻게 할까
의원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직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을 적에 피해 달아나야 하겠다.]
고 하면서, 곧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가사 이 환자가 음식과 좋은 맛을 달라고 하거든 마음껏 주어서 그 뜻을 거스리지 말지어다. 나는 급한 일이 있으므로 지금 떠났다가 그 일을 마치고 마땅히 돌아오겠다.}라고 한 다음 곧 물러가 버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목숨이 끊어지려고할 무렵
얻은 병 매우 위중하나니
번뇌와 더불어 함께 뭉쳐
죄가 있어도 스스로 알지 못하네
괴변이 저절로 일어나고
대(對)가 이르자 음열(陰熱)이 심하니
가사 저 집금강(執金剛)일지라도
능히 그 목숨 건지지 못하리
(20)
이때 환자의 가족들은 의원의 말을 듣고, 곧 탕약 및 모든 주술(呪術) 같은 것을 치워버리고 집의 권속 친척과 마을에 친한 벗들만 모두 모여 환자를 둘러싸고 슬피 울면서 병세의 위중함을 관념하기를[비유컨대 백정(白丁)이 어떤 돼지를 묶어서 죽이려고 할적에 다른 돼지들이 모두 놀래어 귀를 기웃거려 듣고는 겁에 질려 쳐다보는 것과도 같다.
또한 사나운 범이 소를 후려칠 적에 다른 소들이 보고 놀래어 달아나 산과 바위틈에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깊은 골짜기에 숨기도 하며, 또는 숲 속에 들어가 놀래어 뛰면서 소리 지르는 것과 같다.
또한 고기잡이가 그물로 고기를 잡을 적에 딴 고기들이 보고 놀래 흩어져 돌틈에나 덤불 밑에 숨는 것과도 같다.
또한 보라매가 새 떼한테 달려들어 후려칠 적에 다른 새들이 보고 각기 흩어져 날아가듯이, 사람도 그와 같이 덧없어 때(對)가 이르자 그 몸이 파괴된다.]고, 온 집안 친속들은 틀림없이 서로 이별할 것을 생각하면서 울고 있었다.
이와 같이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무렵 염왕의 사자가 앞에 이르러 쇠사슬로 얽고 화살로 쏘며, 생사선(生死船)에 태우고 죄수로 감금하여 곧 떠나려고 한다.
온 집안 친속들은 둘러싸며 머리 풀어 슬피 울고 먼지로 그 얼굴을 맥질하며, 슬피 탄식하고 눈물이 낯에 가득한 채 모두 [애닯다. 어떻게 서로 이별할 것인가.]고 하면서 가슴을 치고 울먹이며 병자의 여러가지 덕행(德行)을 칭탄하면서 속으로 오뇌 걱정을 품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사람 병마에 시달려서
몸은 차갑고 온기가 없나니
온 집안 모두 모여서
소리 높여 슬피 우네
지었던 업 괴로움과 즐거움 뿐 이어서
꿀벌이 꽃 향기만 채위하듯 하나니
마음 마저 근심의 상처 입고
아울러 온 친족까지 걱정케 하네
(21)
그 사람의 병세 이와 같은데 몸 속에서 도풍(刀風)이 일어나 환자로 하여금 골절이 물러나게 한다.
즉 풍의 이름은 절단(折斷)이니 모든 골절이 끊어지게 하며, 풍의 이름은 진(震)이니 힘줄로 하여금 느러지게 하며, 풍의 이름은 파골(破骨)이니 사람의 골수를 녹게 하며, 풍의 이름은 감(減)이니 낯빛과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목구멍이 모두 푸르게 한다.
이 풍이 모든 구멍에 드나들면서 그 몸을 끊고 부수고 깎는다.
다시 한가지 풍의 이름은 산협(山脇)이니 그 몸뚱이와 살과 무릎과 어깨와 옆구리와 배와 척추와 배꼽과 대소장과 간과 허파와 염통과 지라 및 딴 장부로 하여금 모두 끊어지게 하며, 풍의 이름은 선(旋)이니 그 비게와 피와 대·소변과 생장(生腸)과 숙장(熟腸)으로 하여금 먹은 것을 통치 못하고 한과 열로서 모두 마르게 하며, 풍의 이름은 절간(節間)이니 모든 四지로 하여금 오그라지기도 혹은 뻗치기도 하고, 손·발을 들어 허공을 잡으려고도 하며, 앉았을 적에는 답답하고 때로는 껄껄 웃기도 하게 한다.
또한 몹시 탄식하는 그 소리가 애처로우며, 뼈마디마다 끊어지고 힘줄이 늘어지고 뇌수가 녹으며, 눈은 빛깔을 보지 못하고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코는 냄새를 분별치 못하고 입은 맛을 알지 못하며, 몸은 차갑고 기운이 끊어져 다시 알음알이가 없으며, 염통은 아직 따뜻하여 혼신(魂神)이 부지하고 있지마는 뻣뻣하기가 마치 나무토막과 같아 능히 움직이지 못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도풍 일어날 적에
몸이 진동하고 편안치 못해
여러 인연 모두 다 이르건만
온통 스스로 깨닫지 못하네
몸이 갖가지 괴로움 만나서
목숨 이에 다하게 됐나니
마치 활 줄이 느려지고 끊어져
가히 쓰지 못할 것과 같네
(22)
때에 환자는 그 마음이 초조한 채 소유한 四대(大)가 모두 쇠락되고 미약한 목숨이 비록 붙어 있으나 마치 꺼지려고 하는 등불과 같다.
그러나 환자의 마음속에는 의근(意根)이 있으므로 그 평소에 지었던 선과 악의 재앙과 길과 흉을 속으로 생각하며 금세와 후세에 꼭 해야할 것들을 속으로 모두 알고 있다.
그러므로 선을 받들어 행한 이는 낯빛이 화열하고 악을 행한 이는 얼굴이 화열치 못하며, 환자가 마음이 기쁘고 낯빛이 좋으면 반드시 좋은 길에 돌아가고, 낯빛이 나쁘고 심념(心念)이 좋지 못하면 곧 나쁜 길에 가는 줄을 알게 된다.
마치 늙은 사람이 깨끗한 거울을 비춘다면 저절로 머리의 하얗고 낯이 주름진 것과 이(齒)가 빠지고 다친 것과 살갗의 때묻고 초라한 것과 가죽의 늘어지고 척추가 꾸부러진 것과 나이 늙고 허탈한 모양이 모두 보일 것이다.
이에 이 같음을 보고는 도리어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고 눈을 딱 감은 채 거울을 치우면서[내가 이미 젊음은 가고 늙음이 장차 이르러 마음에 근심만 짙어지며, 이미 편안함은 없어지고 궁핍에 빠지게 되었다]라고 할 것이다.
본래 악을 행한 이가 목숨이 다하기에 이르러 흉악한 변괴를 보고는, 근심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면서 [나는 나쁜 길에 돌아갈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혼자 깊히 뉘우치고 꾸짖기를, 마치 늙은 사람이 거울을 비춰 보고는 자신의 쇠하고 늙었음을 아는 것과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재물과 보물을 모으는데
공교하고 미련함은 똑같지 않지만
가사 악을 행한 이는
모두 깊은 못에 빠지리
죽었다가 다시 날지라도
돌이켜 본들 의지할 데 없음이
마치 물에 침몰을 당하듯 하여
다시 죽기에 이르러선 먼지와 같네
(23)
그 착함을 행함이 세 가지가 있다.
몸과 입과 뜻을 거두어 청정히 여러 덕을 닦고 법으로 보배(資財)를 삼음이니, 목숨이 다하기에 이르러서는 속으로 뛸 듯 기뻐하면서 자신이 하늘에 오를 것을 결정하게 된다.
비유컨대 장사하는 이가 멀리 나가 험난한 길을 헤매면서 상업을 경영하여 많은 이익을 얻어 돌아옴에 기꺼운 마음이 한량없음과 같다.
또한 농사를 짓는 이가 밭갈이에 때를 놓치지 않고 바람과 비의 계절을 맞추어 오곡(穀)을 많이 거둬 창고에 저장함에 뜻이 매우 기꺼움과 같다.
또한 위중한 병이 낫고 원수 빚(寃債)을 모두 갚음에 뛸 듯 기뻐함과 같다.
또한 꿀벌이 꽃을 채취하여 꿀을 만들 듯이, 덕을 쌓는 것도 또한 그러하여 속으로 몹시 기쁘면서 자신이 하늘에 오를 것을 결정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 배움있는 행자(正士)는
오래도록 참다운 법 행하여
여러 환난 제도하고
스스로 밝은 도 이룬다
마치 한가히 거처하는 이가
놓은 산 위에서 그 아래를 바라보듯
저 사람도 목숨이 다할 무렵에
착한 도 보기를 그와 같이 하네
(24)
때에 사람의 목숨이 이미 다한 이는 몸과 의식이 없어지고, 곧 중지(中止=중음신)를 받게 된다.
비유컨대 저울대가 그 가볍고 무거움을 따라 올라 가기도 하고 혹은 내려가기도 하듯이, 선과 악도 그와 같은 것이다.
정신이 사람 몸을 떠나서 중지에는 이르지 않을지라도 중지와 五음이 중지에는 이르지 않을지라도 중지와 五음은 본래 떠나지 않는 것이다.
비유컨대 인장(印章)이 인육(印肉)을 사용하므로, 인장이 인육을 사용치 않을지라도 또한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또한 오곡을 심으면 움에서 줄기와 열매가 나오므로 본래 종자는 아니지마는 또한 본래를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본래 종자를 따라 각기 과보를 얻나니 그 선을 지은이는 선의 중지에 있고 악을 행한 이는 죄의 중지에 있나니 오직 도의 안목이 있어야 이를 볼 것이다.
중지에 멈춤이 삼식(食)이 있나니, 첫째는 촉연(觸鉛)이요, 둘째는 심식(心識)이요, 셋째는 의식(意識)이다.
중지에 머뭄이 혹은 일일이나 최고는 칠일 동안 멈추어 있다가 부모들의 교합하는 데 이르나니, 그 본래 행에 따라 삼도에나 인간에나 하늘 위에 돌아가게 된다.
많은 악을 행한이는 중지에 있을 적에 큰 불이 일어나 그 몸에 둘러싸임이 마치 야화(野火)가 풀과 나무를 태우는 듯 하여 먼지가 자욱한 것이 보이며, 까마귀와 보라매와 독수리와 흉악한 사람들이 손·발톱은 모두 길고 낯과 눈은 초췌하며, 의복은 떨어졌고 머리 위에서는 불이 타오르는 채 각기 병장기를 들고 치기도 하며, 창으로 찌르고 칼로 깎는 것이 보이어, 마음에 공포를 품고 구원을 얻을까 하여 멀리 짙은 숲을 바라보다가 그리로 뛰어 들게 된다.
그 때 바로 중지와 五음을 잃고 도산(刀山) 검수(鈐樹)와 니리(泥梨)속에 들게 되나니, 지옥에 떨어질 이는 이런 것이 보인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미혹함은 취한 코끼리와 같아
거룩한 법교를 잃고
더러움은 흙탕물과 같다
어지러운 마음 이렇듯 하네
항상 바른 도 버리고
방심하여 삿된 갈래 드나니
이런 사람은 여러 괴로움을 만나
목숨 마칠 때 지옥에 떨어지리
(25)
적은 악을 행한 이는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그 몸에 흠뻑 둘러 있는 것이 보이며, 또한 사자와 범과 이리와 뱀과 독사와 코끼리 떼 한테 쫓기는 것이 보이며, 또는 옛 개천과 깊은 물과 무너진 산더미와 크나 큰 시내를 보고는 마음에 공포를 품고 그리로 뛰어 들게 된다.
그 때 바로 중지와 五음을 잃고 축생(畜生)의 곳에 떨어지나니, 이런 변괴가 보이는 이는 짐승의 몸을 받을 줄 알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리석음에 훈습하고 지혜 방편 버린이는
술 취한 듯 저승길에 떨어지며
항상 추악한 말 지꺼리고
사람 치기를 좋아하거나
또한 죄와 재앙 범하고
착하지 못한 짓 좋아하여
이같이 자비의 행(慈行)이 없는 이는
짐승 가운데 나게 되리
(26)
만일 죄가 적은 이는 주위 사방에 뜨거운 바람이 일어나 신체를 뜨겁게 하여 저절로 배고프고 목마를 때 멀리서 사람들이 모두 칼과 몽둥이와 창과 활과 화살을 겨누고 둘러싸는 것을 보고는, 다시 크나 큰 성(城)을 바라보다가 그리로 들어가려고 마음먹게 된다.
마침 이런 마음을 일으키자 바로 중지와 받았던 오음을 잃어버리고, 아귀의 태에 드나니 이런 변괴가 보이는 이는 마땅히 아귀 속에 떨어질 줄 알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강폐하고 남을 참소하기 좋아하며
계율을 멀리하고 법을 따르지 않으며
금법(禁法)을 범하고 더러운 짓 잦으며
혼자만 먹기를 탐내다가
농혈(膿血)의 곳에 떨어져
배고픈 괴로움 극심하나니
마땅히 이런 사람들은
아귀에 들어갈 줄 알라
(27)
청정히 착한 덕을 닦은 이는 사방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바람이 매우 향기로우며, 가지가지 향이 그 몸 위에 쏟아지고 모든 기악 소리가 서로 화합하여 울리는데 동산 가운데 수목과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한 것을 바라보고는, 그리로 가려고 마음먹다가 바로 중지와 五음을 잃고 그 정신이 저절로 도리천에 오르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법에 훈습하고 거룩한 도에 귀의하며
복업(福業)을 심으면 하늘에 나서
기악을 가져 스스로 즐겨하고
모든 꽃나무 속에서 노닐으리
아름답고 고운 옥녀들
단정하고 음전도 하여
언제나 보면 마음이 기꺼우며
태산(太山) 정수리에 거처하리
(28)
행이 한결같지 못하여 혹 착하기도 하고 혹 악하기도 한 이는 마땅히 인도(人道)에 떨어지나니, 부모들의 교합하는 데 정신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에 자식으로 태어나게 된다.
부모들의 공덕은 모두 평등하나니 어미의 포태(胞胎)는 소통하여 걸림이 없고 마음은 환희하여 삿된 생각이 없으며, 유연하여 서글퍼함이 없고 병이 없어서 마음대로 자식을 밸 수 있으며, 삿된 생각이나 또는 어긋난 행이 없이 그 바른 법을 따르고 더러움을 받아들이지 않아 일체하에 더러움을 버린 것이다.
아비의 정기는 맑지도 또는 탁하지도 않고 알맞아 거세지도 또는 부패하지도 않으며, 빨갛거나 까맣지도 않고 또는 풍한(風寒)과 여러 독기에 뒤섞이지도 않아 소변과는 아주 판이한 것이다.
이에 태어날 이의 정신이 곧 다가와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가사 이 남자가 여자와 교합하지 않았는데, 내가 통과하려고 한다면 노여운 마음을 일으켜 저 남자의 노여움을 사게 될 것이니, 공경하는 뜻을 품어 여자에게 호념한다면 노여움과 기쁨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이다.]
라고 하면서 곧 남자를 제쳐놓고 여자에게 향하려고 할 무렵, 아비의 정기가 떨어지자 그 정신은 [이것이 나(我)다]고 환희하게 된다.
(29)
그 때 바로 중지와 五음을 잃고 곧 부모들의 정기가 합쳐진 포태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포태 속에 있어서는 몇 갑절 더 뛰놀게 되나니, 이는 중지와 五음이 아니지마는 또한 서로 여의지도 않음이다.
포태속에 들어갈 때는 이 빛의 음(色陰)이 되고, 기뻐할 때는 이 느끼는 즐거움의 음이 되고, 교합을 생기할 때는 이 생각의 음이 되고, 본래 죄와 복의 인연에 따라 포태에 들어가는 것은 이 지어감의 음이 되고, 정신이 포태에 의지하여 있는 것은 이 의식의 음이 되나니 이렇게 화합한 것을 五음이라고 한다.
갖 태 속에 들어있을 때 두 가지 근(根)을 얻나니, 곧 뜻의 근과 몸의 근이다.
칠일 동안은 그 속에서 더하거나 감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 십사일째 이르면 그 태가 점차 굴러서 멀건 타락(우유가 약간 굳어진 것)처럼 되고, 이십일일째 이르면 생(生)타락처럼 되고, 이십팔일째 이르면 정기가 엉기어 익은 타락처럼 되고 삼십오일째 이르면 태와 정기가 드디어 변하여 그대로 생 타락(駝酪)처럼 되어 있다가 사십이일째 이르면 변하여 식육(息肉)처럼 되고, 사십 구일째 이르면 굴러서 단육(段肉)처럼 되고 오십육일째 이르면 그 견고하기가 토기 그릇처럼 되고, 육십삼일째 이르면 변하여 다섯 포(胞)가 생기나니, 즉 두 팔꿈치와 두 허벅다리와 그 목이 속에서 나오게 된다.
(30)
칠십일째 이르면 다시 다섯포가 생기나니, 즉 두 팔목과 두 발목과 그 머리가 나오고, 칠십칠일째 이르면 계속 스물 네 포가 생기나니, 손가락. 발가락과 눈. 귀와 코·입이 그 속에서 나오고, 팔십사일째 이르면 위의 모든 포가 서로 굴러서 성숙해지고, 구십일일째 이르면 배(腹)의 모양이 나타나고, 구십팔일째 이르면 간과 허파와 염통 및 지라와 콩팥이 생기고, 백 오일째 이르면 대장이 생기고, 백십이일째 이르면 소장이 생기고, 백십구일째 이르면 위(胃)가 생기고 백 이십육일째 이르면 생장과 숙장 두 군데가 생기고 백 삼십삼일째 이르면 허벅 다리 어깨, 갈비의 뼈와 손바닥과 발등과 팔뚝의 마디와 힘줄이 생기고, 백 사십일째 이르면 음(陰)과 배꼽과 젖과 턱과 목의 모양이 생긴다.
(31)
백 사십칠일째 이르면 몸뚱이 뼈가 각기 제 자리대로 응 하나니, 두 뼈는 머리에 결착하고 서른 두 뼈는 입에 결착하고 일곱 뼈는 목에 결착하고 두 뼈는 허벅다리에 결착하고 두 뼈는 팔꿈치에 결착하고, 네 뼈는 팔뚝에 결착하고, 열 두 뼈는 가슴에 결착하고, 열 여덟 뼈는 등에 결착하고, 두 뼈는 광대뼈에 결착하고, 네 뼈는 무릎에 결착하고,마흔 뼈는 발에 결착하고, 백 여덟 잔뼈는 몸뚱이 살과 합쳐지고, 열 여덟 뼈는 두 갈비에 결착하고, 두 뼈는 어깨에 결착한다.
이렇게 해서 몸의 뼈 삼백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뼈가 유연(柔軟)하여 갖 생겨난 조롱박과 같다가 백 오십사일째 이르면 그 뼈가 점차 견고해져 마치 익지 않은 조롱박과 같고, 백 육십일일째 이르면 그 뼈가 굴러 견고해져 마치 호도(湖桃)와 같다.
이 삼백개 뼈가 각기 서로 연결하여 발 뼈는 발에 결착하고 무릎 뼈는 무릎에 결착하고, 복사 뼈는 복사 뼈에 결착하고 허벅다리 뼈는 허벅다리에 결착하고 광대 뼈는 광대 뼈에 결착하고 척추 뼈는 척추에 결착하고, 가슴 뼈는 가슴에 결착하고 갈비 뼈는 갈비에 결착하고 입술 뼈는 입술에 결착하며, 목과 턱과 팔뚝과 손과 발의 모든 뼈가 서로 굴리고 연결되었다.
이 같이 합쳐진 뼈가 마치 환화(幻化)도 같고 또는 만들어진 수레와도 같나니, 뼈는 장벽(墻壁)이 되고 힘줄은 피를 묶었으며, 살은 몸뚱이를 매꿨고 피부는 몸뚱이를 가리운 것이다.
본래 죄와 복의 과(果)로 인하여 이것을 이룬 것인데 생각없이 그 마음에 의지하고 바람을 따라 끌리고 움직이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뼈가 모이고 합쳐
마음을 따라 멋대로 움직이고
몸에 결착하여 서로 버팀이
마치 당기어 기어 가는 뱀과도 같네
전세의 지었던 행인
선과 악이 나타나는 법은
비유컨대 사람이 다니는 길의
혹은 평지 혹은 가사 덤불임과 같다
(32)
백육십팔일째 이르면 칠백 힘줄이 생기어 그 몸뚱이를 결착하며, 백칠십오일째 이르면 칠천 맥박이 생기어 아직 구족하지 못하고 있다가 백 팔십이일째 이르면 모든 맥박이 죄다 구족하고 성숙하여 마치 연 뿌리의 구멍과 같으며, 백팔십구일째 이르면 삼백 육십삼 힘줄이 모두 이루어지며, 백구십육일째 이르면 그 살이 비로소 생기며 이백 삼일째 이르면 살이 점차 두꺼워진다.
이백십일째 이르면 겨우 피부모양이 있으며, 이백십칠일째 이르면 피부가 굴러서 두껍고 견고해지며, 이백이십사일째 이르면 피부가 굴러서 완전히 이루어지며, 이백삼십일일째 이르면 귀와 코와 입술과 손,발가락과 무릎의 모든 마디가 이루어지며, 이백삼십팔일째 이르면, 구십구만 털구멍이 성숙해지며, 이백 오십이일째 이르면 순 발톱이 이루어진다.
이백오십구일째 이르면 그 어미 뱃 속에서 약간 바람이 일어나나니, 바람이 일어나 아이의 귀와 눈과 코와 입을 트이기도 하고 또는 바람이 일어나 그털과 머리칼을 염색하는데, 혹은 단정하기도 하고 혹은 추하기도 하며, 또는 바람이 일어나 신체와 낯 빛을 이루는데, 혹은 하얗고 빨갛고 까맣고 좋기도 하고 혹은 추하기도 하여 모두 속세의 행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이 칠일 동안에 바람과 추위와 열이 생기고 대변과 소변을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몸은 힘줄로 얽혀졌고
모든 혈맥으로 된 것이어서
부정한 부패물만 담겼나니
물로 모든 샘의 구멍 씻으라
허망하여 마음이 몰아대는 바 됐고
공교와 거짓으로 합쳐 되었나니
마치 기계로 움직이는 나무 인형처럼
따지고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33)
이백육십육일 째에는 어미 뱃 속에 있어 그 본체 행에 따라 저절로 바람이 일어나나니, 숙세의 행이 착한 이는 곧 향기로운 바람이 일어나 몸과 뜻에 맞고 유연하여 티가 없으며, 그 골절에 불어 넣어 단정케 하므로 사랑하고 공경치 않는 이가 없게 된다.
본래 형이 악한이는 냄새 나는 바람이 일어나 몸이 편안치 않고 마음과 뜻에 맞지 않게 하며, 그 곡절에 불어 넣어 꾸부러지게 하고 단정치 못하게 하며, 또한 못생긴 남자가 되므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게 된다.
이 이백육십육일은 아홉 달째 사일이 모자라는 셈인데, 그 사일 동안에 아이의 신체와 골절이 곧 완전한 사람으로 되는 것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몸이 아홉 달 동안 거쳐
곧 모든 신체와 혈맥을 갖추고
골절을 모두 성숙하여
만족히 모자라는 데 없다
뱃 속에서 저절로 갖춰져
차근 차근 성장하여
기한 되자 모두 구족함이
마치 보름 달과 같네
(34)
그 어린 아이의 신체는 二분(分)으로 되었나니, 일분은 아비에게 속하고 일분은 어미에게 속한다.
신체의 모든 털과 뺨과 눈과 혀와 목구멍과 염통과 간과 지라와 콩팥과 창자와 피 같은 보드라운 것은 어미의 정기에 속하고, 손 발톱과 이와 골절과 수뇌와 힘줄과 맥박같은 견고한 것은 아비의 정기에 속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의 신체 서로 연결됨이
모두 부모로 조차 생겼고
가지 가지의 골절 또한
인연으로 화성하였다
이렇듯 의지하여 모양을 이뤘다가
모두 의례히 소모하고 마나니
여러 재료가 합쳐 수레가 만들어지듯
헤아리건대 몸뚱이도 또한 그렇다
화살 만드는데 두 가지 있어야 하듯
몸의 이룸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비와 어미의 과보로 좇아나니
그런 뒤에 비로소 생겨나게 된다
(35)
그 어린 아이가 어미 뱃 속에 있을 적에 생장의 밑 숙장의 위에 거처하여 사내 아이는 등은 밖으로 대고 낯은 안으로 향하여 왼쪽 옆구리에 있고, 여자 아이는 등은 어미에게 대고 낯은 밖으로 향하여 오른 쪽 옆구리에 있다.
즉 깨끗치 못한 악로(惡露)에 처하여 그 냄새 고통스럽고 일체 골절이 꾸부러진 채 펴지 못하며, 가죽 주머니에 버려졌고 창자 그물에 얽혔으며, 피 바다에 포장되어 거처하는데 협착하고 똥·오줌과 밀착되어 더러움이 이와 같다.
아홉 달째 모자라는 이 사일 동안에 숙세 선행이 있는 이는 첫 날과 다음 날에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동산에도 있었고 또한 하늘 위에도 있었다.]
하며 그 악을 행한 이는
[나는 니리지옥에 있었다.]
라고 하면서, 삼일째 이르도록 걱정에 쌓여 언짢아 하다가 사일째 이르면 어미 뱃 속에서 바람이 일어나 혹은 위로 혹은 아래로 그 아이의 몸을 굴리고 머리를 거꾸로 하여 산문(産門)으로 향하게 된다.
이때 그 덕행이 있는 이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목욕하는 못 속에서 놀음놀이 하다가 높은 상과 꽃 향기의 곳에 떨어진다.]
라고 하며, 그 목이 없는 이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산으로부터 숲 속과 구렁이와 뒷간 속, 혹은 지옥과 그물과 같이 덤불과 벌판과 돌 틈과 창칼 속에 떨어진다.]
라고 하면서, 걱정에 쌓여 언짢아하나니, 선과 악의 과보가 이렇게 같지 않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타오르는 불 속에 뛰어 들면
어지러운 연기 몰려들어 둘러 샀나니
본래 방탕하였던 과보로서
끓는 물에 처해 있는 것 같네
괴롭고 즐거움의 말미암은 바는
모두 죄와 복으로 인해 이루나니
여러 생동안 지었던 그대로
몸을 받음이 각기 이러하네
(36)
그 어린 아이의 몸이 산문에 당도하였을 무렵과 땅에 떨어졌을 때 바깥바람이 불어오고 또한 산파가 손을 대어 따뜻한 물로 씻기므로, 독한 기운에 핍박하여 종기를 앓게 되고 괴로움과 공포와 사망 및 어리석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리석어서 본래 어떤 곳으로 따라 왔다갔다하는 줄을 식별하지 못하게 된다.
마침 태어나 땅에 있을 무렵 피비린내가 얽힌 곳에 도깨비(鬼魅)가 들어 덤비어 간사에 떨어지고, 비시(飛屍)에 저촉되며, 고도(蠱道)와 전귀가 각기 엿보아 범하기를 마치 네 거리 길에 떨어진 한 덩어리 고기에 까마귀와 솔개와 보라매와 이리 떼가 각기 몰려들어 다투듯이 모든 삿되고 요망한 귀매가 아이에게 수단을 붙이려 몰려드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숙세에 선을 행한 이는 간사가 수단을 붙이지 못하지마는 숙세에 악을 행한 이는 여러 간사가 곧 늘어붙는다.
아이가 갖 낳을 적에는 어미의 젖으로 인하여 자라다가 점차 커 감에 따라 밥으로 인하여 장성하게 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포태 속에 있을 적도
온갖 괴로움 받았는데
이미 나서 사람 돼서도
그 고통 백천 가지이네
모든 근 이미 이루어
포태로 인해 태어난 몸
나면 반드시 늙고 죽는 것
이 가장 참다웁지 못함이다.
(37)
아이가 자라감에 따라 젖먹이로 몸을 기르다가 마침 곡식의 기운과 맛을 받게 되면 바로 그 몸에 팔십 종류 벌레가 생기게 된다.
두 종류는 머리칼 뿌리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설이요, 둘째 이름은 중지이며, 세 종류는 머리에 있나니 이름은 견고와 상손과 훼해며, 한 종류는 뇌속에 있고, 두 종류는 뇌 곁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지주요, 둘째 이름은 수모요, 세째 이름은 궤란이며, 두 종류는 이마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비하요, 둘째 이름은 후부며 두 종류는 눈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설지요, 둘 째 이름은 중지며, 두 종류는 귀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식미요, 둘째 이름은 현미영이라.
두 종류는 귀뿌리에 있나니, 첫째 이름는 적이요, 둘째 이름은 부적이며, 두 종류는 코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비요, 둘째 이름은 부비며, 두 종류는 입 속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요요, 둘째 이름은 동요며, 두 종류는 잇 속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악페요, 둘째 이름은 흉포며, 세 종류는 잇뿌리에 있나니 이름은 천식과 휴지와 졸멸이며, 한 종류는 혀에 있나니 이름은 감미며 한 종류는 혓 뿌리에 있나니, 이름은 유연이며, 한 종류는 위 잇몸에 있나니 이름은 내왕이며, 한 종류는 목구멍에 있나니 이름은 수후이다.
두 종류는 눈동자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생이요, 둘째 이름은 불숙이며, 두 종류는 어깨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수요, 둘째 이름은 부수며, 한 종류는 팔뚝에 있나니 이름은 주립이며, 한 종류는 손에 있나니 이름은 주선이며, 두 종류는 가슴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액갱이요, 둘쨰 이름은 광보며, 한 종류는 염통에 있나니 이름은 반박이며, 한 종류는 젖에 있나니 이름은 당현이며, 한 종류는 배꼽에 있나니 이름은 위요며, 두 종류는 옆구리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월이요, 둘째 이름은 월면이며, 두 종류는 척추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월행이요, 둘째 이름은 월근이다.
한 종류는 등뼈 사이에 있나니 이름은 안풍이며 한 종류는 가죽 속에 있나니, 이름은 호조며, 두 종류는 살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소부요, 둘쨰 이름은 요수며 네 종류는 뼈에 있나니 이름은 심독과 습독과 세골과 잡독이며, 다섯 종류는 골수에 있나니, 이름은 살해와 무살과 파괴와 잡해와 백골이며, 두 종류는 창자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강랑이요, 둘쨰 이름은 강랑훼며, 두 종류는 가는 창자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아자요, 둘쨰 이름은 부자며 한 종류는 간에 있나니 이름은 은시며, 한 종류는 생장에 있나니 이름은 기민이다.
한 종류는 숙장에 있나니 이름은 태식이며, 한 종류는 곡도에 있나니, 이름은 중신이며, 세 종류는 똥 속에 있나니 이름은 근목과 결목과 편발이며, 두 종류는 꽁무니에 있나니 첫째 이름은 유하요, 둘째 이름은 중류며, 다섯 종류는 세포에 있나니 이름은 종성과 악족과 와매와 불각과 호한이며, 한종류는 허벅다리에 있나니 이름은 과장이며, 한 종류는 무릎에 있나니 이름은 현상이며, 발 가락 복사뼈에 있나니 이름은 침훼며, 한 종류는 발가락에 있나니 이름은 초연이며 한 종류는 발가락가운데 있나니 이름은 식피이다.
이 팔십 종류의 벌레가 사람 몸에 있어 낮과 밤으로 몸을 갉아먹는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머리칼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벌레가 두루 사람을 갈아먹나니
헤아리건대 모두 더러움뿐이어서
마치 흐린 물과도 같네
몸에서 생겨나 도리어 해치기를
마치 칼로 원수 진 사람을 해치듯 하고
늘 몰려와서 그 몸을 씹어 해치기를
저 흐르는 물에 양쪽 언덕 무너지듯 하네
(38)
대체 사람 몸 속에 바람과 습기로 일어나는 병이 각기 백 한가지가 있고 냉과 열로 일어나는 병이 각기 백 한가지가 있나니, 합쳐 계산하면 사백 네 가지 병이 사람 몸 속에 있는 것이다.
마치 불이 나무로부터 일어나서 도리어 태우듯이 병도 또한 그러하여 본래 몸으로 인하여 생겨나서 도리어 사람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몸의 겉과 속에도 팔십 종류 벌레가 그 몸에서 요동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치 못하게 구는데, 더구나 모든 바깥 괴로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몸을 헤아린다면 늘 걱정뿐인 것인데, 범부들은 스스로 [편안하다]고 하여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왜 그러는가. 진리를 보지 못한 까닭이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털 머리칼과 손 발톱과 이와
염통 살과 가죽과 뼈가 합쳤으며
정액과 피와 냉과 열이 생기고
뇌수 미게와 생장 숙장이 있으며
침과 눈물은 언제나 흐르고
대변 소변은 항상 새나니
따져 보면 덧없고 부정한 것뿐인데
어리석은 이는 이를 보배로 여기네
(39)
사람의 몸을 헤아려 보건대 얇은 가죽으로 가리워져 매우 얇고 적은 대추나 겉 가죽을 합쳐 형식적 가리운 것과 같은데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가사 가죽만 벗겨 버린다면 마치 미련한 고기 덩어리와 같은 것인데, 어찌 이 사람의 몸이라고 하겠는가.
다만 골절이 서로 버티어 저 철쇄를 연결함과 같을 뿐이니, 이 같은 진리를 본다면 오히려 발로도 밟지 않을텐데, 하물며 가까이 하고 눈으로 쳐다보기나 하겠는가.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근본을 헤아리건데 더러움뿐이어서
마치 물컹해서 냄새나는 시체와 같고
또한 모든 먼지난 때와 같으며
몸의 벌레 또한 모두 그러하다
또한 허울 좋은 그림과 같아
나중에는 부패로 돌아가나니
진리로 본다면 본래 없는 것인데
어찌 의지하고 가까이 하겠는가
(40)
헤아리건대 사람이 세간에서 재화와 복을 짓다가 그 수를 다하지 못한 채 중간에 일찍 죽기도 하고 몸을 상하는 이도 있는 것이다.
비유컨대 그릇 굽는 사람이 모든 질그릇을 만드는데 시작할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칼로 다듬을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울릴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내릴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땅에 놓을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다룰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말릴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굴 속에서 깨지기도 하고, 혹은 구울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이동할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사용할 때 깨지기도 하며, 가사 사용치 않을 지라도 오래 되면 모두 의례히 깨지게 마련인 것과 같다.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 모처럼 발심하여 오다가 끝까지 이르지 못하고 죽기도하며, 혹은 두근을 얻거나 포태가 생 타락익은 타락과 식육, 단육과 같이 되거나 육정을 구족하거나 또는 구족하지 못한 채 죽기도하며, 태어나려고 할 무렵에나 마침 땅에 떨어져서나, 일일이나 백일이나 일세나 십세나 학업을 닦다가 죽기도 하며,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나 마흔 살이나 쉰 살이나 한 살에서 죽기도 하고 백 살 까지 살기도 하며, 가사 아무리 오래 살지라도 의례히 멸진에 돌아가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므로 헤아리건대 오음은 본래 모두 空이어서 서로 구르고 의착하여 잠시동안에 일어났다가 잠시동안에 멸하며, 발을 한번 들고 한번 내리는 데에도 모두 덧 없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여 도리어 [몸이 있다]고 억측하며, 젊어서부터 늙기에 이르도록 모두가 [내 것이라]고 하여 한 가지로만 부르짖고 덧 없는 변천을 알지 못한다.
도를 수행하는 이가[이것을 따라 이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이 없어져야 곧 무가 된다]생각하여야 한다.
[그 어찌 이것으로부터 이것이 이루어진다고 하는가.]
본래 행으로 인하여 재앙과 복을 짓는 까닭에 필경 죽어서 중지에 있다가 포태에 이르게되면 정신이 의지하여 그 모양이 멀건 타락이나 식육이나 단육과 같고 점차 견유와 같이 됨에 따라 육근이 생긴다.
육근이 구족하면 곧 태어나 어릴적부터 중년에 이르고, 이에 늙고 병 들기에 이르렀다가 다시 죽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오음은 항상 생사의 바퀴에 굴러서 마치 흐르는 내와 같아 쉼이 없다.
일체는 모두 공하여 마치 허깨비와 같으므로 이 같이 뒤바뀌어 병 들고 죽기에 이르는 것이다.
비유컨대 크나 큰 성 서쪽 문에서 불을 내어 차례대로 타올라 이에 동쪽 문까지 모두 타서 잿더미가 되었는데 동쪽 문의 불을 따져 보면 이 맨 처음 났던 불은 아니지마는 그 타는 것은 본래 불에서 떠나지 않듯이,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 본래 인연으로 부터 그 화와, 복이 따르므로 마땅히[이것으로부터 이것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보아야 한다. 어찌 이것이 없어지면 곧 무라고 하는가.
재앙과 복 및 딴 번뇌가 없으면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미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중지에 멈추어 있지 않나니, 가사 중지가 없다면 어디로 부터 암이 있을 것이며, 이미 남이 있지 않으면 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어디로 부터 있겠는가.
이 생사의 흐름의 근본과 끝을 헤아리건대 이와 같나니, 도를 수행하는 이가 마땅히 오음이 어디로 부터 일어나고 어디로 부터 소멸되는 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지혜의 이치를 밝게 알아서
청정한 마음 된 달과 같으시고
뜻 가짐 한결 같으시어
삼계 사람을 가엾이 여기시네
마치 연꽃이 물 위에 피어
감미롭고 보드랍듯이
입으로 베풀어 말씀하신 바를
듣는 이가 곧 기꺼워하고 통달하네
본래 연기를 분별하고 연설하셔
멸진으로 돌아감을 알으셨고
부처를 끝내 이루셨나니
중생을 가엾이 여기신 까닭일세
나는 부처님 경전으로조차
살펴 모으고 뽑아 기록하기를
부처님의 강설하신대로 인하여
수행하는 도지경을 세웠노라
법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