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의 법문,  뜻 깊은 좋은 말씀  깨침의 소리...

‘모를 뿐’인 마음을 지켜라 (숭산 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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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뿐’인 마음을 지켜라       (숭산 큰스님)


(선사께서는 주장자를 들어 법상을 천천히 3번 치시며)
이 소리가 막혔는가?  이 소리가 열렸는가? ‘막혔다’고 말한다면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요. 만일 ‘열렸다’고 말한다면 온갖 마구니들과 춤을 추는 꼴이다. 어째서인가?

(선사께선 주장자를 들어 허공에 원을 그린 뒤 법상 위에 수직으로 세웠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곱, 여덟.

(한참동안 계시다가)
다망하신 중에도 우리 선원의 개원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했다는 사실은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모두 전생에서부터 비롯된 업의 결과입니다. 부처님을 모시고 불단 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업입니다.
이 업이란 우리의 참된 자성을 밝혀내고 절대 진리를 얻는 다는 뜻입니다. 또 욕심덩어리의 세상을 떠나 참으로 자유자재하고 평화로운 땅으로 여행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가 작년에 원각사를 세웠고 또 오늘은 뉴욕 국제 선원을 여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전에서는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모든 이름과 모양이 다 허망한 것이다. 그러니 원각사니 뉴욕 국제선원이니 개원식이니 하는 모든 것이 다 없는 것입니다.
경전에서 또 이르시길, ‘일체만물은 본래 부처이다’했으니, 염불(念佛)이나 간경(看經) ­ 좌선(坐禪)을 한다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들은 자신을 모릅니다.  욕구, 분노와 무지가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생각을 끊어 내고 텅 빈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여러분의 마음과 내 마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똑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온 우주와 더불어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한 조사께서 말씀하시길, “이 우주의 만물을 하나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진실로 공한 마음이란 생각내기 이전을 뜻합니다. 생각이 생기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상태인 것입니다.  또 아무것도 나타난 바가 없고, 없어지는 바가 없는 자리를 뜻합니다.  또 나타난 바도 없고 , 없어진 바도 없는 자리이므로, 나고 죽음도 없고, 고통과 행복도 없고, 좋고 싫음도 없고, 너와 내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만법귀일(萬法歸一)입니다.  그러면 그 하나는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만공 선사를 찾아와 “만법이 귀일이라면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 겁니까(萬法歸一 一歸何處)?”하고 묻자, 선사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봄 기러기 북으로 날아간다.”
여러분은 이 말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봄 기러기 북으로 날아간다.”
아무리 여러분들이 수미산을 백만조각으로 부수고 바닷물을 한숨에 들이킬 수 있다 해도 이 말뜻은 모를 것입니다.
아무리 여러분들이 삼세제불과 조사들 그리고 온 인류를 죽였다 살렸다 하는 재주가 있어도 이것만은 모릅니다.  그렇다면 대체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봄 기러기 북으로 난다’란 말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모를 뿐’인 마음을 지키기만 하면 됩니다.
이 ‘모를 뿐’인 마음은 한자리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은산철벽(銀山鐵壁)을 기어오르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생각을 끊어 내야 합니다. 이경지에 들어가면 여러분의 마음은 곧 뻥 뚫릴 것입니다.
여러분은 돌사자가 파도를 헤치고 달리는 것도 보고 태양도 먹어치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여러분은 어리둥절할 겁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여러분은 봄이 오면 도처에 꽃이 피고 풀이 돋는 진정한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경지에 닿으면 불경이나 성서뿐만 아니라 물소리, 바람소리, 산의 색, 길에서 짖는 개소리까지도 다 진리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고 느끼는 것 모두 있는 그대로가 진리 그 자체인 것입니다. 그래서 만공선사께서 ‘봄 기러기 북으로 날아간다’고 말한 것입니다.
진리는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만법귀일(萬法歸一)인데 일귀하처(一歸何處)인가요? 소아(小我)인 나를 버리고 대아(大我)로 들어가세요. 여러분의 눈이 떠질 때, 여러분이 듣고 보는 것은 그대로 여여 할 것입니다.

이 법문 서두에서 나는 법상을 3번 쳤습니다. 만공 선사께선 ‘봄 기러기 북으로 날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럼 내가 한 행동의 뜻과 만공선사가 한 말의 뜻 一이 둘이 같습니까 아니면 다름니까? 만일 여러분이 ‘같다’라고 하면 30방을 맞을 것이요. 또 ‘다르다’해도 역시 30방을 맞을 것입니다. 어째서 인가?
“할!”
브로드웨이 쪽의 정문을 열어라.

-- 1975년 4월 20일 뉴욕 국제선원 개원 기념식에서의 법문 --


출처 : 숭산스님의 법문집 [부처님께 재를 털면] (여시아문)

조회수 : 802 , 추천 : 4 , 작성일 : 2004-09-18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