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而能及其虓乎 毛而已
人而能及其衷乎 面而已
今碧巖尊者之影
能其聲德乎衣帶而已
愚之詞
亦曷盡其尊者
在世遍灑甘露法雨
於無限天人之化乎
難矣 筆路斯塞而已
“범을 그림에 포효하는 모습을 그리고자하나 범털에 미칠 뿐이며/ 사람을 그림에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나 얼굴에 미칠 뿐이다.// 지금의 벽암존자의 진영은/ 그의 성덕을 그리려 했으나 의대일 뿐이다/ 어리석은 찬사로/ 어떻게 존자를 다할 수 있으리/ 세상에 계실 적에는 감로의 법우를 두루 뿌리시어/ 한없는 천상 인간을 교화하셨다.// 어려워라! 글로써 말하는 것은 옹색할 뿐이다.”
해봉유기(海峯有璣, 1707~1785)스님이 벽암각성(碧巖覺性, 1575~ 1660)선사에게 올린 영찬으로 <호은집>에 수록되어 있다. 해봉스님이 올린 찬문의 주인공인 벽암스님 진영은 현재 해인사 국일암(國一庵)의 벽암당(碧巖堂)에 모셔져 있다. 진영 뒷면에는 정조가 즉위한지 네 번째 해인 경자, 즉 1780년 12월1일에서 10일 사이 진영을 제작하여 국일암에 모신다(聖上四年庚子季冬上浣日繪成于國一菴室中)는 내용과 별좌 정관(政寬)과 화승 유홍(有洪)이 기록되어 있다. 진영을 그린 유홍은 일찍이 1770년에 임평(任平)을 수화승으로 모시고 해인사 퇴설당 신중도를 제작한 화승이다.
호은집에는 벽암스님 영찬과 더불어 벽암스님 진영을 봉안하는 감실 수리에 관한 영감기(靈龕記)가 실려 있다. 영감기에 의하면, 암자 이름이 국일(國一)인 것은 임금이 벽암스님에게 하사한 시호 ‘국일도대선사(國一都大禪師)’에서 비롯된 것이며 진영을 봉안한 것은 벽암스님이 이 곳에서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라 한다. 세월이 지나 스님의 진영을 모신 국일암의 영감이 퇴락하자 벽암스님의 5세손인 운파(雲波)스님이 옛 감실을 철거하고 암자에서 열 발짝 앞으로 내어 영감을 짓고 진영을 새로 제작해 옮겼다고 한다. 오늘날 국일암을 보면 실제 인법당 왼편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벽암당이란 별도의 공간에 1780년에 조성된 벽암진영이 모셔져 있다.
운파스님은 국일암의 영감을 수리하고 새로운 진영을 모신 후에 진영에 영찬이 없음이 안타까웠는지 우선(愚善)스님과 함께 어느 날 저녁 해봉스님을 찾아가 영찬을 청했다. 이에 해봉스님은 어떤 뛰어난 그림도 형상에 불과하듯 자신의 어떤 찬사도 벽암스님을 묘사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찬문을 마무리했다.
[불교신문3232호/2016년9월10일자]
해제=조계종 문화부장 정안스님 설명=문화부 문화재팀장 이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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