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일(法一)이 게 있느냐?”
“예, 여기 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이 길을 떠날 터이니 자기 전에 준비하도록 해라.”
“예, 스님.”
중국 당나라 곡산의 도연(道緣) 스님에게서 진성(眞性)을 닦고 귀국하여 고아주 백암사에 오랫동안 주석해온 경양(競讓) 정진(靜眞) 선사(878~956)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30년 가까이 법석(法席)을 펴온 광주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틑날 아침, 정진 선사는 대중에게 인사를 했다.
“출가사문이란 본래 운수납자라 했거늘, 내 이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소. 오늘부터 발길이 닿는 대로 길을 떠나 법을 펴야 할 자리가 보이면 다시 그 곳에 터를 잡아 불법을 전하려 하ㄴ 백암사는 여러 대중이 합심하여 법을 널리 펴고 가람을 수호토록 하시오.”
“스님, 그렇다고 이렇게 불쑥 떠나시면 저희들은 어떻게 합니까?”
스님은 대중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좌 법일을 데리고 만행에 나섰다. 정진 스님의 발길은 자신도 모르게 충청도 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 고향이 공주인 탓인지도 모른다.
“스님, 오늘은 이 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될 것 같구나.”
백암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던 정진 선사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남계리에 있는 해발 약 80m의 나지막한 고개 아랫마을에서 하룻밤을 쉬어가게 되었다.
경전독송실
